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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군 님의 서재입니다.

무쌍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4.03.05 16:39
최근연재일 :
2014.09.30 15:43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699,697
추천수 :
21,441
글자수 :
309,486

작성
14.08.11 12:39
조회
5,475
추천
261
글자
9쪽

내가 종놈이가! 5

[무쌍]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대상과 현실을 접목한 소설입니다. 느긋이 감상해 주십시요.




DUMMY

모춤 뿌리기는 모내기를 수월히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간격을 맞추어 물 댄 논에 모춤을 뿌리는 작업이다. 모춤 한 묶음의 무게는 대략 10kg이다. 이리저리 쉽게 던질 무게가 아니다.

메이저 리그 투수도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가면 더그아웃에서 교체를 검토한다. 야구공 무게는 0.145kg에 불과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무논에서 10kg모춤을 한나절 던져보라. 알배긴 다리는 천근만근이 되고, 허리와 어깨는 끊어질 듯이 아프다. 경험 많고 힘 좋은 장한도 하기 싫어하는 작업이 모춤 던지기다.


무쌍이 놈이 던진 모춤이 열 발쯤 떨어진 자리에 날아가서 철벅 철벅 떨어졌다. 대단한 힘이다. 모춤을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함석판에 모춤을 잔뜩 담아서 질질 끌고 가서는 이리저리 휙휙 던졌다. 모춤이 아니라 돌멩이로 의심될 지경이다. 장 씨 본인은 양손에 모춤 한 묶음씩 들고 무논을 걷지도 못한다.

“저 노마 새끼 저거 사람 새끼가 맞나?”

장 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품앗이 나온 동네 사람들도 고개를 절절 흔들었다. 짚은다리에서 제일 힘이 좋다는 석수도 저놈만 못했다.


논 한쪽 배미에 우탁이 보였다. 양손에 모춤을 들고 비척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질메에 쌀섬을 올린 중내미 송아지가 따로 없다.

“허이고, 내 새끼가 저기 머꼬!”

억장이 무너진 장 씨는 남편을 원망했다. 아들을 주리 찌고 키워서 벵신을 만들었다는 남편의 잔소리에 견디다 못해 모내기 판에 데리고 나왔다. 괜히 심장만 상했다.

재작년 까지만 해도 무쌍과 우탁은 키가 비슷했다. 지금은 한 뼘 이상 차이가 났다. 공부도 키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무쌍이 늘 일등을 하는 반면 우탁은 늘 꼬래비에서 헤맸다.

오늘 보니 체격도 힘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무쌍이 적토마라면 우탁은 비루먹은 망아꼴이다.


햇수로 4년 동안 애쓴 일이 모조리 허사다. 장 씨는 힘이 쭉 빠졌다. 머리에 인 새참을 물 댄 논에 냅다 처박고 싶었다. 13살이 된 지금은 머리가 굵어지고, 체격마저 커져서 마음대로 다루기도 버거워졌다. 간혹 쳐다보는 눈빛이 섬뜩하기까지 했다.

일단 학교를 그만두게 해야 하는데 이미 물 건너갔다. 밤새 시들은 사추리마냥 축 처졌던 기까지 살아났다. 참으로 징글징글한 놈이다.

무쌍이 힘든 만큼이나 장 씨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본인은 모르는 사이에 무쌍으로 인해 조울증 병인이 깊어졌다.

‘남에게 뱉는 침은 자기 입에서 나온다.’는 탈무드 경구에 다름 아니다.


무쌍이 장 씨를 발견하고 논두렁으로 나왔다.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는 무논이다. 다리가 저리고 온몸이 뻐근했다. 새벽부터 모를 찌고, 쉴 새 없이 모춤을 나르고 던졌다. 아무리 무쌍이라도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품앗이 나온 아저씨 둘, 아줌마가 셋이다. 우탁이 까지 일곱이다. 일곱이 둘러앉아 중참을 먹었다.

“하이고 묵는 것도 복스럽게 묵는구마. 무쌍이 니는 우예 그리 힘이 좋노.”

“아부지 엄마를 잘 만난 덕분 아임니꺼.”

오촌 당숙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무쌍이다.

“어린기 힘은 항우구마. 어른 세 몫은 더 하겠데이.”

7촌 아주머니의 말을 입 싼 재종숙모가 받았다.

“동생은 복도 많제. 우예 저리 일 잘하는 종질을 뒀노. 자네 동서 복이 옮겨 왔구마. 우탁이 니는 갈가친다. 고마 집에 들어가뿌라.”

남편의 육촌형인 박강수 안사람의 말에 장씨의 안색이 눈에 보이도록 굳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우탁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외려 모춤을 안고 논에 자빠져 모를 다 꺾어 놓았다.

‘천해 빠진 것들이 아가리질은 상질이구마.’

기분이 상한 장씨는 앙앙불락하며 말도 없이 그릇을 챙겨 들어갔다.


고봉밥 두 그릇으로 배를 채운 무쌍은 그늘 아래 몸을 눕혔다. 내일부터 큰집 모내기가 시작된다. 가볍게 한숨 때리고 오후까지 모춤을 쪄다 펴기를 끝내야 한다.

오늘 일을 끝내야 내일 모내기가 순조로워 진다. 품앗이로 서로 엮여 있어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

월요일부터 또 결석을 하게 생겼다.


백부와 장씨는 교감에게 뜯어낸 사만 원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정말 독하고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이다.


“흥, 언제까지 이럴 수야 없제. 날 잡아서 품삯을 받아 낼 끼다.”

따가운 햇볕을 밀짚모자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품삯이라고 해야 별게 아니다. 학교를 지장 없이 다닐 정도면 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이다.

백부가 노발대발하겠지만 설마 때려죽이기야 하겠는가. 요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교감에게 뜯어낸 돈을 언급할 작정이다. 무쌍은 각오를 단단히 했다. 확실히 신체가 강해지니 배짱도 좋아졌다.


***


5월도 중반을 넘었지만 겨울부터 이어진 가뭄이 계속되었다. 지난 4년간 짚은다리는 가뭄이 들지 않으면 홍수가 났다. 때로는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겪었다. 이놈의 동네는 적당히를 몰랐다.

'삼년 큰 가뭄에 비 안 오는 날 없다' 는 말이 있다. 수시로 구름이 몰려오고, 비를 뿌렸지만 찔끔 내리는 빗방울로는 전혀 해갈이 되지 않았다.

어른들 말씀대로 마을 당나무가 육이오 동란때 폭격을 맞아 없어져 버린 탓일지도 몰랐다.

동네 어른들은 보리농사를 망쳤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봄철과 여름 가뭄도 농사에 큰 타격을 주지만 겨울 가뭄도 큰 영향을 끼친다.

보리농사 성패의 관건은 겨울철 강설량이다. 겨울에 눈이 오지 않으면서 보리 싹이 냉해를 입고, 수분 부족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3월부터 봄 가뭄이 계속되자 종내 보리 싹이 누렇게 말라갔다.


무쌍의 일과는 새벽 닭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정상적인 장닭은 대충 4시를 전후해서 운다. 네 시 반에 일어나서 멧돼지 바위까지 왕복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3년째 계속되는 아침 운동이다.

산에서 내려오면 행랑채 한 구석에 세워 둔 통나무를 치고 때린다. 도서실에서 찾아낸 최홍희 태권도 교본이 선생이다. 교본에 나온 자세를 흉내 내어 신체를 단련했다.

힘을 뽑아내면 낼수록 근육이 더 강해짐을 깨달은 무쌍은 운동 중독에 빠졌다.

인동댁의 아침은 산행을 마친 무쌍이 통나무 치는 소리에 깨어난다.

여섯시에 뻐억- 뻑- 소리가 나면 백부와 장씨가 드르륵 밀창을 밀고 나온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홀딱 벗고 찬물을 뒤집어쓴다. 일곱 시에 찌걱대는 뽐뿌 소리에 깬 사촌들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 바탕 우물물을 뒤집어쓰고 털털 터는 무쌍을 박인보가 불렀다.

“쌍아, 강변 밭에 보리가 소출 되겠나?”

“틀맀심더. 겨울 냉해를 입은 데다 가뭄까지 당했다 아임니꺼. 이자 비가 쏟아져도 키만 웃자라고 이삭은 쭉띠기가 될 낌니더.”

무쌍의 장담에 박인보의 얼굴이 흐려졌다. 작년부터 농사일은 박인보가 무쌍에게 물어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려도 천부적이라 할 만큼 농사일에 밝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따로 준비 중인 사업에 정신이 팔려 농사에 등한한 점도 있었다.

“니는 걱정 안 되나?”

무쌍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근래 백부의 태도도 변했다. 막무가내로 휘두르던 폭력과 욕설이 사라졌다. 백질간에 일종의 휴전 상태에 들어간 셈이다.


백부가 어떻게 변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을 잡아 두려는 잔머리든,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든 알바가 아니다. 올해까지 일해 주고 떠나면 그만이다.

설렁설렁 지낼 이유도 없지만 떠난다는 생각은 돌처럼 굳어져 있다.

농사가 걱정 안되냐니?

물론 농사는 잘되어야 한다. 큰집 식구들이 밉다고 해서 농사를 망치기를 바랄만큼 막돼먹지 않았다. 그러나 한 푼의 대가도 주지 않는 자신에게 물을 말은 아니다.

“지가 걱정하마 비가 오고 보리가 잘 자랍니까?”

“이 자슥아, 깝깝해서 하는 소리 아이가. 우야꼬?”

삐딱한 대답에도 백부가 성질을 내지 않았다. 확실히 조금 변하긴 했다.

“보리를 갈아엎어야지요. 죽은 자식 불알 만지마 머합니까. 갯밭에는 산두(밭벼) 심고, 강변 밭에 감자를 심으마 되지요.”

무쌍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아차!’

불쑥 말을 해 놓고 보니 실수다. 무쌍은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었다. 일을 벌이면 생기는 것 없이 자신만 골병이 든다. 일은 무섭지 않지만 결석 일수가 늘어나고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

‘망할 아부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아버지 말씀 때문이다. 일을 앞에 두고 잔머리를 굴리는 인간은 사나이가 아니라는 말씀 때문이다.


당장 입이 방정이 되었다. 보리밭을 갈아엎고 산두와 감자를 심느라 난리가 났다. 일 폭탄이 고스란히 무쌍에게 떨어졌다. 이리저리 재며 소인배처럼 살지 않겠다는 태도가 화근이 된 셈이다.

오늘도 학교를 빼먹고 바로 강변 밭으로 나가야 한다. 서슬 퍼런 장씨의 눈초리를 무시하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했다. 그녀는 백부보다 두 배쯤 단수가 높고, 열배쯤 표독한 인간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아버지와 엄마에게 퍼붓는다.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댓글과 추천이 고픕니다아!! 바쁘시더라도 발도장 꽝 찍어 줍셔^^


작가의말

문우님들께 먼저 사과 드립니다.

용병 블랙맘바 연재만으로 너무 벅차서 무쌍 연재가 두 달이나 중단되었습니다.

무쌍을 아끼는 독자님들의 협박^^에 연재를 계속합니다.

사실은 건강이 어느 수준 회복된 덕분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뵙겠습니다. 꾸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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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2

  • 작성자
    Lv.44 날빌
    작성일
    15.11.06 22:59
    No. 91

    무쌍이는 그냥 저 박일보랑 장씨 부인이랑 인연을 끊고 성공해서 저 가족을 개무시해버리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하고 분명 다른 생각을 가진 분도 계실테니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날빌
    작성일
    15.11.06 22:59
    No. 92

    이제 몇화 안남았는데 어떻게 끝날지 너무 궁금하네요. 이거 다 읽고 블랙맘바도 읽으러 가겠습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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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내가 종놈이가! +32 14.05.02 7,373 294 7쪽
65 성장과 폭발사고 4 +38 14.04.30 7,526 281 8쪽
64 성장과 폭발사고 3 +50 14.04.27 7,413 253 8쪽
63 성장과 폭발사고 2 +35 14.04.25 7,494 293 8쪽
62 성장과 폭발사고 1 +41 14.04.23 9,468 3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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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호모 파란트로푸스 7 +35 14.04.19 8,741 3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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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호모 파란트로푸스 5 +38 14.04.16 8,286 310 7쪽
57 호모 파란트로푸스 4 +31 14.04.14 7,679 356 8쪽
56 호모 파란트로푸스 3 +51 14.04.13 8,601 339 8쪽
55 호모 파란트로푸스 2 +40 14.04.11 7,886 310 9쪽
54 호모 파란트로푸스 1 +36 14.04.10 9,819 38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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