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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새로이 핀 꽃은, 금세 시들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9.04.01 16:08
최근연재일 :
2019.07.01 02:1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985
추천수 :
0
글자수 :
177,366

작성
19.06.10 22:40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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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1]

DUMMY

각자가 추구하는 삶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내가 느껴온 것들은 바로 그런 인류의 활기찬 미래였다. 하지만, 당신들은 왜 살아서 남을 방해하는 거야. 난 당신을 죽일 명분이 없어. 용감한 시민 씨.


너 말이야. 그게 반드시 옳은 일이라 하긴 그렇지 않니? 솔직히 너에 관해선 해줄 말이 없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 본인이 알 테고, 법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으니까.




신기하지 않나? 평범하게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살던 대학생이 어쩌다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되고 막상 손을 잡고 걸어보니 유명 음식점이 즐비한 대학로가 아니라, 1초 1초가 긴장되는 죽음이 도사리는 강을 건너고 있는 거.


그렇지. 나와 너는 근본부터가 달라보여. 내가 펜이나 잡고 공부할 때 너는 총을 들었고 음식점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총과 검을 쥐고 나쁜 놈들을 잡아주잖아. 좀 부럽긴 하네. 서로의 일상이 부러운 건, 고픈 게 있어서겠지.




음! 케이는 상냥해. 아무리 이런 나라도 알 수 있어. 케이는 착하고 상냥하니까 날 거둬 준거야. 그렇다면 나도 걸맞은 보답을 해야지.


세리에가 착해서 그렇지 뭐. 맨날 밥이랑 간식만 축내기는 해도, 사람을 진실로 봐주고 말 한마디 상냥히 해주는 네가 있기에 나도 그럴 수 있는 거야.




나는 영웅으로서 삶을 마감했다. 정해진 운명을 꺾고 나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했다. 보름달이 뜨는 날, 내 이름과, 생전의 기억과 이상이 떠오른다. 너를 만날 날,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비로소 깨우쳤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 세리에와 오르텐리아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저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떤 대의든 간에 살인을 용납할 순 없습니다. 왜 당신에겐 말할 수 있고, 그 소년에겐 말하지 못하는지 깨우쳐야 겠습니다. 어쨌든 당신은 위대한 역사를 남긴 영웅입니다. 뜻이 없는 행동은 하지 않겠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주인은 너무 어수룩하다. 그도 그럴게, 말과 다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력은 전부 남을 위한 일이야. 그때 놀러가서 총에 맞아 죽을 뻔 했어. 오늘은 뭐야? 재령 씨한테 창으로 찔려서 과다출혈로 죽을 뻔 했잖아. 응급처치를 재령 씨가 해줬기에망정이지.


아 왜. 나름 열심히 했다고 인정해줄래······?





그 날 밤의 일은 싱겁게 끝이 났다. 유다 씨의 희생을 업어 파워 업한 나는 조금은 예상한 인영재령의 진명개방과 동시에 본인의 할 일을 거창하게 말해주었다. 그 덕 일까. 지난번보단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확고한 감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하며, 다음 재령 씨와 접촉하면 싸우기부터 하겠다는 이상한 다짐까지 하게 만들었다. 물론 성력 발현은 자의적으로 발동하는데 실패했다. 엄청난 힘을 물려받았는데 정작 사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받아버린 터라······ 세포를 활성화해 상처를 재생하는 기술을 사용하지 못해서 과다출혈로 공원에 쓰러진 채 죽을 뻔하였다.


늦은 새벽에 내 방에 내가 없다는 걸 깨닫고 오르텐리아는 세리에 몰래 밖으로 나와 나를 찾아 주변 일대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재령 씨가 발휘한 성력을 감지하고 곧장 달려왔단다.


지금은 병원 침대에 누워 계속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그날 밤의 일이 절대 꿈이 아니었음을 잊지 않고 각인하고 있었다. 제 13의 성인······ 이 아닌 사도로 추앙받은 자.


오르텐리아의 말로는 성인은 인간에 한하여 붙이는 신성한 칭호이고 사도는 인간 이외 생명에게 주어지는 성인의 대적자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 말은 아예 사람 취급도 안했다는 소리다. 나는 그 자의 과거와 의지를 직접 보았고 계승했다. 때문에 마음 한편이 뒤숭숭해서 도무지 답답함이 풀리지가 않았다.


그치만, 애써 나서서 과업을 만들고 고칠 생각은 없었다. 왠 이상한 구슬에 갇혀서 허무맹랑한 세월을 보낼 자는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검을 쥐어준 지 만 하루도 안됐는데 사고나 치고 말이야. 강호진 군도 아직 어려서 큰일이네.”


병실은 개인 1인실이다. 영명격련의 강호진 명의로 영명격련 사설 병원에 입원한 나는 이런 호의를 받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소식을 알렸더니 취해준 조치였다. 병실로 들어온 자는 서류 수속을 밟을 때 도와준 사람, 세리에와 오르텐리아까지 따라온 병원에서 그녀들을 잘 대해준 양복쟁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자네 잘못을 나무라진 않아. 정식 소개를 하지. 영명격련 제 3군단 합동운용장 장호경일세. 강호진의 전투참모장 격이지. 듣기론 일반인인데, 어쩌다 우리와 엮인 건가.”


강호진이니까 그런 거다. 라고 이 사람은 말하는 듯 했다. 굳이 뒷말에 미덥지 못한 말을 붙이는 이유도 그렇겠지. 나는 어젯밤에 경험한 일은 말하지 않고 우연히 만난 계기와 남산 케이블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로 인해 검을 전달받았고 약간은 함께할 의사를 주고받은 내용은 더 확실히 부각해서 들려줬다.


거기까지 말하니 고개를 연신 끄덕인 장호경은 그제야 미소를 지어주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뭐 별거 아닌 호기심이긴 한데 자네는 좀 특별한 거 같아~. 강호진 이 녀석이 은근이 말을 안 들어서 가끔은 제멋대로 행동하거든. 이왕 이렇게 된 거, 서울에 온 목적 달성 도와주지. 우리도 마땅히 하던 일에 겸상하는 거지 뭐. 단, 순서는 이쪽이 먼저야.”


장호경이 제시하는 조건들은 영명격련 제 3군단이 수행중인 케이블카 사건 주범을 잡는 것이다. 그 대신이라기 뭐하지만 훈련장 제공 및 식사와 기본 여건 생활을 보조해줄 것을 당부해주었다. 잠자는 건 오르텐리아가 가지고 있는 집에서 한다만, 점심식사부터는 여의도 본부에 출입해 먹어도 되고 각종 정보를 찾던지 등등을 군단장 명으로 승인해준다고 하였다.


임시다. 일단은 임시지만 이만한 믿음직한 부분이 뒤받쳐 준다면 모든지 해낼 자신감이라도 생기는 거 같았다.


만······.


“너는 잘 해봐라. 이 세상에 정해진 운명을 끝까지 걸어갈 필요는 없다는 걸, 절망한 저놈을 타일러봐라.”


유다는 이렇게 말했고.


“난 너를 죽인다. 가브리엘년이 입력한 명령에 거역할 의지가 구속되어 여지가 없으니라. 살생을 스스로 금하고 싶은 마음도 상실했다.”


영웅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믿고 힘을 내어준 자가 기회를 주라고 말한다. 반면, 그 기회를 받을 자는 나보다도 한참 우월한 자로 지낸 사람인데, 나 같은 것이 뭘 해줄 수 있을까. 또 자신의 마음을 상실한 자에게 진심이 와 닿긴 할까.

시도도 안 해보고 좌절하는 건 안일한 걸까? 보름달이 뜨는 날, 조금은 기억이 되살아나는지 신의 마법이 효력을 잃는 건지 대화의 껀수는 잡을 힌트는 얻었다.


좀 더 기다려볼까.


“네. 좋습니다. 협력하겠습니다. 저는 별로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녀들이라면 충분하겠죠.”


“그럴지도 모르지. 때론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해내는 일도 있어. 자네라고 스스로를 항상 동일한 시선으로 보지 마.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는 말. 왜 옛날 사람들은 이 말을 했을까 고민하며 한숨 푹 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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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4] 19.07.01 58 0 10쪽
38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3] 19.06.23 58 0 8쪽
37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2] - 속마음부터 정리하자. 19.06.16 72 0 9쪽
»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1] 19.06.10 64 0 8쪽
35 생전,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길을 외면하고 있었다. [1장 끝] 19.04.30 64 0 14쪽
34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5] - 알겠지만 당연한 일은 만들어진다. 19.04.27 54 0 9쪽
33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4] 19.04.26 69 0 9쪽
32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3] - 너와 내가 다른 점은[2] 19.04.25 61 0 9쪽
31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2] - 너와 내가 다른 점은[1] 19.04.24 65 0 12쪽
30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1] 19.04.23 55 0 9쪽
29 그 밤에 인간성[4] 19.04.22 63 0 10쪽
28 그 밤에 인간성[3] - 내 손에 피를 묻혔다. 19.04.20 71 0 11쪽
27 그 밤의 인간성[2] - 격양한다. ㅁㅁㅁ...[1] 19.04.19 61 0 10쪽
26 그 밤에 인간성[1] 19.04.18 95 0 11쪽
25 재미있게 사는 법[4] - 새로운 만남, 고생길인가 19.04.17 118 0 10쪽
24 재미있게 사는 법[3] - 날 찾아온 그녀?! 19.04.16 57 0 9쪽
23 재미있게 사는 법[2] - 여행을 해볼까, 쇼핑을 하자[2] 19.04.15 55 0 11쪽
22 재미있게 사는 법[1] - 여행을 해볼까[1] 19.04.14 45 0 7쪽
21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5] - 때론 인생이 선택을 쥐어준다 19.04.13 67 0 9쪽
20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4] - 우리들의 첫 만남. 19.04.13 38 0 8쪽
19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3] 19.04.12 60 0 11쪽
18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2] - 이게 옳은 것인지? 19.04.11 51 0 13쪽
17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1] -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1] 19.04.10 50 0 8쪽
16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5] - 현실을 직시해라 19.04.09 40 0 9쪽
15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4] 19.04.09 55 0 11쪽
14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3] -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1] 19.04.08 76 0 9쪽
13 개척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2] - 행복, 그 저편엔 절망도 있다. 19.04.07 60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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