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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새로이 핀 꽃은, 금세 시들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9.04.01 16:08
최근연재일 :
2019.07.01 02:1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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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7,366

작성
19.04.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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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재미있게 사는 법[2] - 여행을 해볼까, 쇼핑을 하자[2]

DUMMY

낮에는 서울에 대한 자료조사를 어림짐작하며 시작했다가 접었다. 넓은 건 아닌데 잡다하게 넓고 각 구역마다 골목길이 넘실대니 마땅히 어디부터 조사를 하고 끝내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았다. 커다란 난관은 오르텐리아가 마련해둔 거처라는 장소인데, 아침부터 말도 안남기고 나가버려서 물어보질 못하는 중이다.


세리에를 위해 침대를 구입할 예정 이였으나 그날 호텔에서 완전히 손을 떼버리면서 통장도 돌려주고 와버렸다. 거기다가 침대 말고 중요한 게 소통이다. 큰 맘 먹고 세리에한테 적당한 가격의 스마트 폰을 사주는 걸 고려해봤다. 비용 면에서 적당한 가격이면 괜찮고, 특별한 기능보다 많은 배터리 량이면 충분하다.


보급형 중에 괜찮은 게 여러 개 있으니 골라주면 그만. 고심할 건 연계된 문제점 이였다. 스마트 폰을 사주는 건 좋다 이거야. 이것은 아르바이트와 크게 관련이 되어있다. 내가 최소 7개월은 더 일을 다니고 있는 전제 조건을 완수해야 침대까지 사주는 걸 완수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스마트 폰으로 한 것뿐이지, 리스트에서 삭제한 건 아니다.


“어쩌지.”

고민한다······. 쓸데없는 고민이려나. 하지만 나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삶은 필수적이다. 인간적이면서 평화로운 시대상에 가장 이상적인 인생의 표본인데, 내가 혼자 살아서 그런 진 몰라도 재미가 없었다. 어릴 때나 동경하던 여행, 여기서 여행의 뜻은 다른 국가에 관광하러나 가는 게 아니다. 보다 더 큰 의미에서 여행이라는 걸 나는 예전부터 깨달았다.


평범한 삶은 좋다, 하지만 재미없다가 내 결론.


오르텐리아의 권유는 구미가 당기는 말이지만, 그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못 다니는 단점이 생긴다. 꾸준히 들어오던 수입이 끊긴다. 일상이 불안정해지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서울에 한 평생 살 껀 아니잖아? 이 집은 팔지 않고 간다. 이걸 또 부동산에 내놓고 뭐니마니 하다간 시간이 지체되는 건 고사하고, 함께 서울 가는 일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린다.


오르텐리아가 지닌 집에서 잠시 동안 머무는 정도로는 가진 돈으로 여유롭게 지내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후의 수입이 걱정될 뿐이지 홀가분하게 말하자면 당장, 그리고 당분간은 별 탈 없이 따뜻한 밥에 따뜻한 온기에 푸근한 잠을 들 수 있다.


“이런 기회. 좀처럼 없겠지?”


일탈이다. 저기 등산도 많이 안 해본 사람이 에베레스트 등반하러 간다고 하면 앞뒤 따지지도 않는 무모한 도전이고 일탈이다. 나는, 고작 재미가 없다고 떠나는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그쳤다.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서겠다는 위대한 의무감도 질 선의도 없었다.


그저 나는, 평범한 삶에서 이탈하고 싶어 했다.


저녁까지 오르텐리아는 돌아오질 않았고 세리에는 오후까지 나랑 놀다가 인터넷에서 찾은 보급형 스마트 폰의 조작법과 각 기능 등에 대해 공부하라고 프린트해서 아예 손에 쥐어주었다. 보기보다 제멋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고집이 있어서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귀여운 척 하면서 안하려 한다.


조만간 사용해야하니 미리 가르쳐 두는 게 낫겠지. 저녁에는 아르바이트 장소로 가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졌다. 문을 연지 20분이 채 차기도 전에 두 테이블이 차고, 이어서 나머지도 꾸역꾸역 차면서 시작부터 바쁘게 움직이게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보통은 이때 술이 위주인 팀은 거의 없고 간단한 술에 식사대용으로 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술자리에 비해 테이블의 지속시간은 짧지만 이후에 살짝 손님이 끊긴다. 손님들이 주문시킨 요리들을 모두 내보내고 나는 사장님을 만나러 주방으로 들어가 정중히 대화를 나누길 요청하였다. 흔쾌히 받아주신 사장님과는 가게 밖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담배를 안 피지만 사장님은 피신다. 그러나 나를 의식해서인지 담뱃값을 꺼내지도 않고 말해보라고 먼저 권유를 해주었다.


“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어야 할 거 같습니다.”


“벌서? 오래하긴 했지만, 정직원으로 오겠다하면 난 찬성이야.”


아예 취직하라는 사장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내 성질에 그런 식으로 일하는 건 금방 지치게 만든다. 따라서 이번에도 해주는 정직원 제의는 사양했다. 당초 받을만한 내용을 하지도 않았고 관두는 시점에 무슨 소용인가.


“그게 아니라······ 당분간 서울로 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최소 3개월, 지장이 생기니까요. 출발은 이틀 뒤입니다.”


완전 민폐잖아. 후타가 들어오면 가는 게 배려긴 하지만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 선뜻 내줄 배려도 아니긴 하다. 일을 관둔다는 건 그에 준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시간의 촉박함이 자신을 옥죈다. 다른 사람의 예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당장 그러하다.


사장님에겐 죄송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이 더 중요한 걸 잊지 않았다.


“그러냐. 다녀와라. 너, 여행 다니고 싶었다며.”


“예, 여행은 좋아합니다. 이번엔 좀 다르지만··· 얼마나 걸리지 장담은 못합니다.”


“다녀와. 너 자리는 남겨 놀게. 어차피 너랑 같이 면접 본 애 있잖아. 애초부터 정원 초과였어. 하지만 너도 내 소중한 직원이니 다녀와라. 월급은 안줘. 회사가 아니잖아?”


사대보험도 들고 했으나 전적으로 월급을 주는 건 사장님의 몫이다. 자영업자인 만큼 3개월 이상이나 자리를 비우는데 월급을 주는 건 취미로 장사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래야 사장님답지, 사람 놀리는 농담을 자주 하시는 성격. 다녀와서도 받아준다면 나는 감사히 여길 뿐이다. 때로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도 모른 채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할지, 상상하기 이전에 평소의 태도와 시선을 받아보면 대충이라도 파악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나를 신뢰하진 않아도 대하는 모습은 비올 날씨의 먹구름이 낀 것처럼 불확실하게나마 보인다.


“사장님은 사람이 너무 좋으세요.”


나는 왜 저런 사람처럼 살아오지 못했을까.


“네가 너무 대인관계가 안 좋아서 그렇지 임마. 가끔은 휴가도 달라 그래! 친구랑 놀러 다녀. 일만 하지 말고.”


“3개월만 다녀오겠습니다. 아마도요.”


마침 추가로 손님들이 와서 문을 열어주는 서비스와 함께 가게 안으로 돌아왔다. 그 날 일은 무사히 끝마쳤다.








나는 다음날, 오르텐리아가 방에서 기지개를 피며 나오는 걸 붙잡아 대화를 했다. 서울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내용과 그와 더불어 오르텐리아가 가진 방에 대한 내용, 당분간 생활해야하니 필요한 물품 등에 대해서. 가진 가전제품이나 그런 건 없고 간단하게 침구류만 있다고 해서 여기서부터 난관이었다.


이래선 밖에서 외식을 꾸준히 지속한다는 여러 가지 난항이 섞여있었다.


“아아, 그게 문제구나. 집이야 서류더미 살짝 만져서 얻어냈는데 가전제품은 돈으로 사야하지. 집주인, 돈은 못 만든다. 전에 만들었다 했지만 그건 상대방의 인식을 살짝 고쳐 꼼수를 부린 거야.”


“그럼 다행이네. 가짜 돈은 중범죄라서 걸리면 평생 쫓길걸.”


제발 위험한 짓 좀 안했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도 읽어줘.


대략 내부 사정을 파악한 후 나는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약 3개월, 서울에서 조금 지내면서 원하는 맛집도 가보고 문화도 탐방하고 재령씨도 찾아다가 후두려 팬다. 어차피 마주해야하고 싸워야 하는 운명이라면,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의견은 올바르다.


10분이 지나서 세리에도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기어 나왔다. 밤새 술이라도 마셨니······?


“케이···. 머리가 어지러운데 어뜩하니라.”


“머리가 어지러우면, 감기인가. 네가 몸살에 걸릴 일은 없을 거 같고. 술도 약간씩이지만 오르텐리아가 먹이는 듯 했다. 간이 분리수거함에 먹으려고 사놓은 맥주가 수북이 쌓이는 건 순식간 이였고, 주로 오르텐리아가 손을 대는 술이다. 숙취라면 해장국만 끓여주고 다시 재우면 그다지 신경 쓸 거는 없었다.


“콩나물국, 라면, 순대국.”


“라······ 라면.”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라면을 외쳤다. 후자는 사와야 하고 맨 앞은 오래 걸린다. 뭐 세리에는 먹고 싶은 걸 골랐을 테지만 말이다.


“하여간, 술 한 모금 마셨다고 맛없다는 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냐.”


그러자 갑자기 부들부들 떠는 세리에가 고개를 힘껏 들고는 오르텐리아를 죽어라 째려봤다.


“으··· 네가 맛있······다며 이, 이 사기꾼아!!”


“어린애 입맛에는 안 맛나봐? 이히히.”


아침 9시, 두 사람의 시계가 이제 막 돌아가고 있는 참에 시작부터 티격태격해대니 정신이 사나워졌다. 바닥을 기는 세리에를 끌어안아 올려 소파에 앉혀놓고 오르텐리아가 이마를 갖다 대며 온도를 재주고 볼을 꼬집으며 괴롭혔다. 두통 탓에 사소한 행동에도 괴로울 텐데 나는 라면을 끊이니 패스.


우리는 평소처럼 식사를 마치고 세리에를 숙취와의 싸움을 마저 하러, 오르텐리아는 볼일이 있다고 또 나갔다. 분명 식구는 늘었는데, 오늘 같은 날이 있을 땐 심심하지도 않던 내가 심심해진다. 냉장고가 비었다. 근래 대규모 쇼핑을 안하다보니 소소하게 채우던 냉장고는 금세 빈속을 들키고 말았다.


곧 떠나서 냉장고를 쓸 일은 오늘 저녁이랑 내일 아침이 끝이다. 오르텐리아에게 말해서 내일 낮 시간에 출발하기로 약속을 하고 각자 계획을 수렴해 저녁에 합치기로 했다.


“아침은 그럭저럭으로 먹으면 되고, 저녁이나 화려하게 차려볼까.”


이벤트라든지 축하할 날은 아니지만,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쓸 만한 집에서의 식사는 화려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세리에가 깊이 잠이든 걸 확인하고 차키를 방 안에 둔 채 집을 나왔다. 마트는 근처 동네마트로 갔다. 차 안타고 가려니 귀찮으면서 걷는 게 기분전환으로도 나을 거 같아서였다. 저녁은 스테이크, 전단지에서 소고기를 파는 걸 보고 결정한 메뉴다. 세리에는 처음 먹어보니 양념을 괜찮게 만들면 좋아할라나.


내심 기쁜 마음으로 마트에 갔는데 세상에 품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말았다. 알고 보니 어제부터 판 거라, 어제자 전단지를 나는 보고 신나있었던 것이다. 럴수가. 낮잠 자고 아르바이트만 다녀온 터라 냉장고를 열 틈이 없었다. 라면을 먹지 말 걸 그랬나.


“하아, 어쩔 수 없이 큰 마트로 가야겠네.”


사뿐히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넣어두고 빠져나왔다. 나는 나오면서 스쳐지나가는 것에 불과했지만 내 시선을 피하는 어느 여성을 봐버렸다. 모른 척 스마트 폰을 꺼내 검색하는 시늉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차키를 가져와야 하니 일단 돌아가나, 이런 것엔 재능이나 소질이 없는 터라 바로 빠져나오는 그때 외엔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다.


‘마트까지 따라오려나. 일단 조심하자.’


오전 시간 백수를 스토커 할 사람은 세상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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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3] 19.06.23 58 0 8쪽
37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2] - 속마음부터 정리하자. 19.06.16 72 0 9쪽
36 자! 시작할 일이 무엇인가![1] 19.06.10 63 0 8쪽
35 생전,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는 길을 외면하고 있었다. [1장 끝] 19.04.30 64 0 14쪽
34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5] - 알겠지만 당연한 일은 만들어진다. 19.04.27 54 0 9쪽
33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4] 19.04.26 69 0 9쪽
32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3] - 너와 내가 다른 점은[2] 19.04.25 61 0 9쪽
31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2] - 너와 내가 다른 점은[1] 19.04.24 65 0 12쪽
30 얼음은 더우면 녹는다고[1] 19.04.23 55 0 9쪽
29 그 밤에 인간성[4] 19.04.22 63 0 10쪽
28 그 밤에 인간성[3] - 내 손에 피를 묻혔다. 19.04.20 71 0 11쪽
27 그 밤의 인간성[2] - 격양한다. ㅁㅁㅁ...[1] 19.04.19 61 0 10쪽
26 그 밤에 인간성[1] 19.04.18 95 0 11쪽
25 재미있게 사는 법[4] - 새로운 만남, 고생길인가 19.04.17 118 0 10쪽
24 재미있게 사는 법[3] - 날 찾아온 그녀?! 19.04.16 57 0 9쪽
» 재미있게 사는 법[2] - 여행을 해볼까, 쇼핑을 하자[2] 19.04.15 55 0 11쪽
22 재미있게 사는 법[1] - 여행을 해볼까[1] 19.04.14 45 0 7쪽
21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5] - 때론 인생이 선택을 쥐어준다 19.04.13 67 0 9쪽
20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4] - 우리들의 첫 만남. 19.04.13 38 0 8쪽
19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3] 19.04.12 60 0 11쪽
18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2] - 이게 옳은 것인지? 19.04.11 51 0 13쪽
17 과거와 미래, 현재에 대해[1] -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자[1] 19.04.10 5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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