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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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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7.04 10:00
연재수 :
1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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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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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글자수 :
689,996

작성
24.04.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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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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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5화 용과 싸우다(5)

DUMMY

쏴아아아.


빗소리가 장대질을 하듯이 굵어졌다.

장마철이다.

세옥은 눈을 뜨고 천정을 쳐다보았다.


몇 번이나 뱃속에 있는 내단을 토해내려고 했으나 되지 않았다.

내단 때문에 배가 너무 아팠다.

고통스럽다.

하루에 몇 번씩 배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내가 삼킨 것이 용의 내단이라니······.’


세옥은 잠시 내단을 삼키던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용과 치열하게 혈투를 벌이다가 용의 거대한 몸뚱이에 짓눌려 물속에 가라앉았다.


‘내가 이러다가 죽을 거야.’


세옥은 겁이 덜컥 났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옥은 처음에 뱃속에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물질이 뱃속에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었다.

뱃속이 뒤틀리는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의식을 잃었다.


세옥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석포정이었다.

그는 석포정 바닥에 눕혀져 있었고, 전기노인이 착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기노인은 몇 번 만두가게에 온 일이 있었다.

당약란과 같이 온 일도 있고, 혼자 온 일도 있었다.

“어찌 부인을 수십명씩 거느리고 있는 것이냐?”

천기노인이 탕자를 질책하듯이 혀를 찼다.

세옥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혹시 기화이초를 복용한 일이 있느냐?”

“······.”

“팔백초를 아느냐?”

“······.”

“복용했구나. 어찌 그런 것을······.”

“주화입마에 걸린 여인 때문에 어쩔 수없었습니다. 본의는 아닙니다.”

“부작용을 알고 있느냐?”

“······.”

“아기를 낳지 못하지. 여자를 미혹하는 신비한 힘이 있고······.”

“해독할 방법이 없습니까?”

“용의 내단부터 녹여야지.”

“어찌해야 녹입니까?”

천기노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세옥을 가소롭다는 듯이 쏘아보고 있을 뿐이었다.


*


쏴아아아.


빗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천기노인과 당약란은 곤륜산을 향해 떠나갔다.

그들은 중간에 조광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조광윤이 당가촌에 오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용의 내단이 세옥의 뱃속에 있다는 사실이 무림인들에게 알려지면 위험해 진다.


세옥은 어쩔 수없이 두창에 걸린 것처럼 계책을 꾸민 것이다.

무림에서 가장 사악하다는 무림맹주 사마독도 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옥룡천존 사마독.


악랄한 혈수장으로 무림을 통일한 인물이다.

사파라고 불러야 하지만 그는 정파로 위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용을 물가에 꺼내놓고 논쟁이 분분했다.

용이라는 사람과 이무기라는 사람들이 팽팽히 맞섰다.

용이라면 사람 손에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부터 용은 존재하지 않고 뱀이 커서 영물이 된 것뿐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내단이 강속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것이라는 사람과 누군가 가져갔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


“아아아악······!”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에이그··· 또 시작이네.”


당가촌의 어부 진 영감이 몸을 뒤채면서 투덜거렸다.

밤마다 들려오는 비명소리,

이제는 익숙할만한데 그렇지 않았다.

옆집인 만두가게 젊은 주인이 지르는 소리였다.

“저 서생놈 때문에 잠도 못자겠네. 왜 하필 밤중에 소리를 질러대는 거야?”

진 영감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오죽 아프면 저러겠어요? 많이 아픈가 보네.”

부인 한씨가 말했다. 그녀도 옆집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잠이 깨어 있었다.

“아프면 의원이라도 부르지. 쯧쯧······.”

“본인이 의원이잖아요? 의원도 제 병은 못 고치나보네.”

“재수가 없는 사람은 드러누워도 코가 깨진다더니······.”

한씨가 안쓰러운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잠을 자기는 틀린 것 같네.”

진 영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악······!”


비명소리가 계속되자 진 영감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


조광윤은 군막으로 들어오는 노인과 소녀를 응시했다.

속세를 벗어난 듯 탈속한 노인과 무엇인가 슬픔에 잠긴 듯한 소녀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자신을 만나겠다고 군영 앞에서 하루를 기다린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정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하루를 기다리게 했었다.

“노인께서는 어찌 소장을 찾아 오셨습니까?”

대장군 조광윤이 일어나서 노인에게 예를 올렸다.

“나는 강호인으로 별호는 천기노인이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외손녀고······.”

조광윤은 천기노인이라는 말에 속으로 놀랐다.


천기노인은 무림의 대종사다.

강호인들이라면 신선처럼 받든다.

조광윤의 휘하 장수들 중에도 많은 무림인들이 있었다.

“당가의 딸이 인사드립니다.”

소녀가 예를 올렸다. 당가라면 사천 당문인가?

그러나 소녀는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하하. 앉으시지요.”

“친구가 전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천기노인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무슨?”

“장군께서 도성으로 돌아간다고 들었습니다. 가시는 길에 당가촌에 하루를 주둔해 주십시오.”

천기노인이 영패를 내밀었다.

영패는 황후 부명화의 것이다.

황금색이었으나 태자비 때 만들어진 것이다.


부명화와 인연이 있구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는 누구입니까?”

“만두가게 서생입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요.”

천기노인이 잘라 말했다.

당가촌에 하루를 주둔했다가 가면 행렬이 하루가 늦게 된다.

그런데도 군대의 행렬을 돌아가게 만들어?


조광윤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는 도성방어의 중책을 맡고 대량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는 변경의 반란군을 토벌해야 했으나 갑자기 황제의 명령이 떨어졌다.


황제 시영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그는 나라를 잘 다스렸는데 앓아누우면서 황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조광윤은 황제의 절친이다.

황제는 그를 도성으로 불러올려 반란의 기운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조정은 황제의 동생 시진국, 전 왕조의 대신 백경천이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군대의 행군이 하루를 늦추게 되면······.”

“당가촌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당가촌에 용이 출현했습니다.”

당가촌에 용이? 무림에 괴사(怪事)가 많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용이 출현하다니. 강호가 발칵 뒤집힐 것이고 무림이 요동칠 징조다.


강호에 피바람이 불면 황궁도 휩쓸리게 된다.

“그럼 이만······.”

천기노인과 젊은 여자가 몸을 돌렸다.

그들은 군막을 나가자마자 허공으로 신형을 날렸다.


녹수소요보?


조광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설의 경공이다.

그들은 순식간에 빗줄기속으로 사라졌다.


아아······.


조광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기노인이 막을 수없는 일이 강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형님.”

조광의가 옆에 와서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즉시 별동대를 이끌고 당가촌으로 가라.”

“예?”

“당가촌에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당가촌에 가서 무슨 일을 합니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정보만 수집해라. 무림인들이 살인을 못하게 막아라.”

“당가촌까지 가려면 닷새가 걸립니다.”

“밤에도 달려서 사흘 안에 도착해라.”

“예.”

조광의가 군례를 바치고 물러갔다.


*


화정은 당황했다.

세옥이 또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다.

“서방님, 어떻게 해요?”

화정이 울듯이 세옥을 가슴에 안았다. 그녀들은 세옥의 지시대로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가게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손님들은 세옥이 두창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혀를 차고 돌아갔다.


사흘째 계속되는 일이었다.

만두가게 여자들, 등옥과 화정,

유부인도 세옥의 고통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세옥은 밤이면 더욱 괴로워했다.

“뱃속에 뭐가 있어.”

세옥은 뱃속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서방님, 의원을 부를까요?”

“의원이 무슨 소용이 있어?”

세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자신이 의원인데도 속수무책이었다.

통증 때문에 오한까지 오고 있었다.

그는 극한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당가촌은 조용해져 있었다.

용 때문에 몰려왔던 무림인들이 용이 죽자 흩어져 돌아갔다.

용과의 싸움으로 무림인들 수십명이 죽었다.

무림도 그 때문에 발칵 뒤집혀 있었다. 그러나 용은 죽고 내단은 없었다.

무림인들은 잔뜩 실망했다.


세옥은 한 시진 동안이나 끙끙 앓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화정은 세옥을 내려다보면서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서방님 잠 드셨어?”

등옥이 조용히 물었다.

세옥이 고통스러워하자 그녀들은 안쓰러워하고 있었다.

“네. 잠드셨어요.”

“어떻게 해?”

유부인도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화정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죽어가는 건가?


세옥은 숨결까지 가늘어지고 있었다.


죽으면 안 돼.


화정이 세옥을 더욱 바짝 끌어안았다.

화정이 죽어가고 있을 때 세옥도 정성껏 그녀를 살렸다.

화정은 낙양에서 100리 정도 떨어진 청하현의 강촌에 살았다.


아버지는 평범한 농사꾼이었다.

어느 해에 역병이 낙양 일대에서 창궐했다.

역병은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번졌다.

그들이 살던 강촌 마을도 역병이 휩쓸었다. 자고 일어나면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 죽었다.


마을 사람들은 역병이 휩쓸자 당황했다.

그러나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고 약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마을 사람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며칠이 지나자 관에서 그들의 마을을 봉쇄했다.

그리고 군사들이 들이닥쳐 촌민들을 살해하고 불태웠다.


강촌은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졌다.

그러잖아도 역병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군사들이 들이닥쳐 살육을 벌이고 있었다.


화정도 느닷없이 들이닥친 군사들의 창에 옆구리를 찔렸다.

여기저기서 마을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군사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군사들이 왜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거야?


화정은 군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없었다.

나중에야 역병을 차단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고 불태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정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곧추서고 공포가 엄습해 왔다.

믿을 수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악귀들이 땅속에서 솟아나와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것 같았다.


화정은 피가 흘러내려 걸을 수가 없었다.

마을은 이미 불길이 충천하고 있었다.

화정은 엉금엉금 기기 시작했다.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점점 의식이 흐려져 풀썩 쓰러졌다.


화정이 눈을 뜨자 한 사내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세옥이었다.

세옥이 자신의 옷을 찢어 화정의 옆구리를 감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요. 역병이 창궐했다고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니······.”


세옥이 혀를 찼다.

화정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녀의 일가족은 그날 밤 모두 죽었다.

세옥은 그녀를 치료해 주었고, 그 후에 만두가게에서 살게 해주었다.

화정은 세옥이 자신을 살린 것처럼 자신도 세옥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옥은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남자의 더운 몸은 여자가 식힐 수 있다고 했는데······.


화정은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화, 화정아.”

화정이 침상으로 올라가자 세옥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괜찮아요. 우리는 부부잖아요?”

화정이 세옥의 귓전에 소곤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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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무림맹주(1) 24.04.03 215 2 13쪽
» 35화 용과 싸우다(5) 24.04.02 210 2 11쪽
34 34화 용과 싸우다(4) 24.04.01 209 2 11쪽
33 33화 용과 싸우다(3) +2 24.03.31 204 2 12쪽
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209 2 11쪽
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211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210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215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222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248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59 2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242 3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2 24.03.26 228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233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222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231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2 24.03.25 241 2 12쪽
19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24.03.25 236 1 11쪽
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221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236 3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238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239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230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22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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