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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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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5 10:0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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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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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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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화 거지황자(4)

DUMMY

옷자락이 펄럭이면서 흑의인이 황궁서고 앞으로 날아내렸다.

황궁은 밤이 깊어 조용했다.

어둠을 뚫고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흑의인이 날아내린 것이다.

부명화는 처음에 모처럼 찾아온 사부 장지상의 숙소를 둘러보고 있었다.


사사사삭--.


그때 지붕위로 달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먼저 들은 것도 장지상이었다.


사사사악--.


장지상이 천장을 쳐다보자 부명화도 바짝 귀를 세웠다.

과연 지붕위를 달리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부명화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내다보았다.

흑의인이 황궁서고 앞으로 날아내리고 있었다.

움직임이 너무 가벼웠다.


‘절대고수!’


부명화는 바짝 긴장했다. 누군가 황궁에 침입하여 서고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부명화는 검을 뽑아들고 뛰어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장지상이 부명화의 어깨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사부님.”

부명화는 장지상을 쳐다보았다.

장지상은 황궁에 남자가 머물 수없어서 환관복을 입고 있었다.

흑의인이 바람처럼 서고 안으로 들어갔다.

“움직이지 마라.”

장지상이 낮게 말했다.

“사부님, 저 놈이 서고에 들어갔습니다.”

침입자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예? 저 자가 누구입니까?”

“사마독······.”

“사마독?”

부명화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백도고 교령 천태산의 사제다.”

“아······.”

부명화가 입을 벌렸다.


백도교 교령 천태산은 사파의 대종사다.

무공은 이미 8대고수 수준을 넘었다.

부명화는 한 번도 그를 만난 일이 없었다.

천태산의 혈수장(血水掌)과 비천혈도(飛天血刀)는 무림일절로 불리고 있었다.

“저 자가 무공이 높습니까?”

“무림맹을 장악했다는 소문이 있다.”

무림맹이 사파에 넘어가다니! 부명화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사부님 저 저가 왜 황궁서고에 침입한 것입니까?”

사마독이 황궁서고에 들어가는 이유를 알 수없었다.

“무림비급 때문이지.”

“어떤 비급이요?”

“해씨보전.”

“해씨보전은 이미 사라졌어요.”

부명화도 황궁서고에 침입한 일이 있었으나 해씨보전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부딪치지 마라.”

“저 자를 그냥 둡니까?”

“나보고 싸우라는 말이냐?”

부명화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장지상은 사마독과 싸울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장지상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냥 놔두라고요?”

“방해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갈 것이다. 건드려서 좋을 거 없지. 흐흐······.”

장지상이 낮게 웃었다.


*


세옥은 비가 그치자 완아의 만류를 무릅쓰고 대량성으로 들어왔다.

천웅군절도사인 곽위가 황제로 즉위하는 날이다.

황궁은 그동안 불에 탄 건물을 복구하고 새로 단장을 했다.


거리도 안정되었다.

상가가 문을 열고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갔다.

“황자님.”

완아가 세옥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

“황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세옥이 눈알을 부라렸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이름을 불러라. 세옥······.”

“어떻게 이름을 불러요? 못 부르겠어요.”

“쯧쯧··· 그럼 낭군님이라고 불러라.”

“네?”

“농이다. 그럼 공자님이라고 부르는 게 어떠냐?”

“이 판국에 농이 나와요? 그리고 여자 옷을 입고 무슨 공자님이에요?”

“그렇지. 그럼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낫겠구나. 하하······.”

세옥이 깔깔대고 웃었다.

거리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몰려들었다.


황제의 즉위식을 볼 수는 없지만 행렬을 한다고 했다.

황제의 황금수레가 도성을 한 바퀴 돈 뒤에 황궁으로 돌아가 즉위식을 거행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황제의 행렬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황제의 행렬이 나타난 것은 정오가 되었을 때였다.


일단의 군사들이 먼저 나타났다.

그들은 화려한 갑옷을 입고 붉은 피풍(皮風, 망토)을 걸치고 있었다.

“화려하네요.”

완아가 말했다.

한 사내가 말을 세우고 두루마리를 펼쳤다.

두루마리로 된 성지를 펼쳤다.


“황제 은제가 무도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렸다. 이에 천웅군절도사 곽위 대장군이 부월로 폭군을 멸하고 백성을 구하였다.”


목소리가 우렁찼다.

백성들이 환호했다.


“나라에는 촌각이라도 황제가 없어서는 안 되는 법, 대신과 장군들이 천웅군절도사를 황제로 추대하니 천명을 받들어 제위에 오르신다.”


곽위는 나름대로 백성들의 칭송을 받았다.


“나라 이름은 주(周)로 하고 감옥을 열어 죄수들을 사면한다. 너희 높고 낮은 백성들은 들으라. 새 나라를 열고 새 황제가 즉위하시니 생업에 힘쓰라.”


백성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이제부터 한(漢, 후한)나라는 없고 주(周)나라다. 너희는 이제 주나라의 백성이다.”


한 왕조가 쓰러지고, 새 왕조가 등장했다.

수많은 군중들이 몰려들어 구경을 했다.

새 황제를 보기 위해 집집마다 사람들이 몰려나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군사들이 행군을 하고 열 필의 말이 끄는 황금마차가 왔다.

곽위는 면류관을 쓰고 앉아 있었다.


기어이 저 자가 황제가 되는구나.


세옥은 황제의 화려한 행렬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황제가 된 자였다.

군중들이 그를 바라보고 환호했다.

황궁과 도성을 피로 물들인 자인데 군중들이 그 사실을 잊고 화려한 모습에 환호하고 있었다.

“황자님.”

옆에서 완아가 주위를 살피면서 소곤거렸다.

“왜?”

“아저씨가 성문 밖으로 나오래요.”

완아가 주위를 살피면서 낮게 말했다.

아저씨는 이충을 말하는 것이다.

세옥이 새 황제에게 넋을 팔고 있을 때 이충이 연락을 한 모양이다.

“알았어.”

세옥은 사람들을 헤치고 성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충은 대량성까지 세옥이 들어온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황제가 된 곽위를 보았다.

주나라의 초대 황제.

그가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지 알 수없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세옥은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옥은 얼굴을 찡그렸다.

또 한기가 엄습해 오고 있었다.

몸속의 독이 발작하고 있었다.


“은제의 짓이야.”


어머니 해귀비가 분노로 몸을 떨었다.

세옥이 때문에 자신의 황제 자리가 위태로울 것 같아 독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태의가 빙혈지독이라고 했다.

빙혈지독은 피가 점점 차가워져 굳어버리는 것이다.

세옥은 은제가 독을 사용해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걸핏하면 통증 때문에 고통을 당했다.


성문을 향해 가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다.”


사람들이 후다닥 처마 밑으로 비를 피했다. 황제의 행렬은 벌써 황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세옥도 완아와 함께 처마 밑으로 비를 피했다.

“황제의 즉위식날 비가 오네.”

“전 황제가 흘리는 눈물인 게야.”

“쉬잇! 그런 소리 함부로 했다가는 군사들에게 잡혀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고······.”

행인들이 눈치를 살피면서 수군거렸다.


그때 삿갓을 쓴 사내가 비를 피해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충이었다.

“아저씨.”

세옥이 낮게 불렀다.

“나를 쳐다보지 말고 말해라. 건너편에 우리를 감시하는 자들이 있다.”

이충이 앞을 보고 말했다.


세옥은 긴장하여 길 건너편을 보았다.

과연 빗줄기 사이로 건너편 처마 밑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서 있었다. 삿갓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저희들을 태원으로 데려다가 주세요.”

세옥이 이충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음.”

이충이 신음을 토했다.

세옥은 황제가 즉위했으니 위험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위험한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럼 오늘 밤에 성밖으로 나와라. 마차를 준비해 놓으마.”

“우리를 감시하는 자가 있으니 배도 준비해 주세요.”

“배도?”

“배를 탔다가 다시 내릴 거예요.”

“음.”

이충이 신음을 삼키면서 먼 하늘을 쳐다보았다.

세옥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시진국이 황궁에서 나오자 장태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궁에서는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비가 왔으나 즉위식은 양심전에서 벌어졌다.

곽위가 마침내 황제가 된 것이다.

즉위식이 끝나자 대신들과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높은 관직을 임명했다.

논공행상이다.

이제는 반란군의 천하였다.

시진국의 집에는 벌써 진기한 보물을 바치려는 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황자는 명주로 돌아갔습니다.”

장태화가 예를 올리면서 보고했다.

“별다른 동정은 없느냐?”

시진국이 날카로운 눈으로 장태화를 살폈다. 장태화는 부명화의 부하이지만 그녀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 대량성까지 들어왔다가 돌아갔습니다.”

황자가 계집애로 변장하여 돌아다니고 있었다.

“만난 자는 없고?”

“없습니다.”

시진국이 차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형인 시영은 황태자가 되었고 부명화는 황태자비가 되었다.

어린 황자는 언제든지 죽여버릴 수 있다.

시영이 부명화를 사랑하니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다.

“장군, 왜 그 자들을 살려두고 계시는 것입니까?”

시진국은 황제의 직속부하인 추밀원부사를 맡았다.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죽이는 것은 쉽다. 허나 부명화가 감시를 하는 것은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명화의 심중을 알 수없었다.

소문에는 황궁서고에서 사라진 무림비급을 찾는다고 했다.


비는 그치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보름달이 떠올라 사방에 교교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돌아가서 감시해라.”

“예.”

“나에게 보고하는 것을 형수가 알게 하지 마라.”

“예.”

장태화가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시진국은 천천히 차를 마셨다.

시영은 황태자가 되었다. 그는 지략과 무용을 두루 갖춘 뛰어난 인재다.

조광윤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다.


형님만 아니라면······.


황태자는 시진국이 되었을 것이다.

시진국은 장태화를 이용해 기회를 엿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태화는 무림인이지만 야망을 갖고 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부명화까지 배신하고 있다.


*


아줌마 거지가 놀란 눈으로 세옥과 완아를 쳐다보았다.

그들이 한밤중에 떠나겠다고 한 것이다. 그녀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이제 겨우 정을 붙이고 살려고 했는데······.


그녀는 가슴이 저려왔다.

아이들이 떠나면 그녀는 혼자가 된다. 그동안 아이들이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

“아줌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세옥이 정중하게 물었다.

“하찮은 거지의 이름은 왜 물어?”

“훗날 반드시 모시러 오겠습니다.”

훗날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그게 언제인데? 너희들이 나를 버리고 떠나는 거지? 속마음은 그랬으나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향해 가려고 하는 것이다.

“잊어버려. 나는 거지야.”

아줌마 거지가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함을 알려주세요.”

“내, 내 이름은 모화야. 성은 몰라.”

모화는 눈물이 맺혀 왔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거지로 살아왔다.


부모는 어릴 때 죽었다.

가족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주려고 했다.

아이들에게 젖을 먹여서 굶주린 배까지 채워주었는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모화는 결국 입을 열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습니다. 대신 꼭 모시러 오겠습니다. 해마다 춘절과 중양절이 돌아오면 마을에 있는 영제교 위로 나오십시오.”

세옥이 엄중하게 말했다.

“정말 나를 데리러 올 거야?”

모화는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펐다.

“예. 맹세합니다. 그럼······.”

세옥과 완아가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보통 아이들은 아니다.

완아도 영민하지만 세옥은 더욱 총명했다. 그의 눈은 지혜를 감추고 있었다.

불의도 참지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개방 타주 황두칠에게도 대들지 않았는가.

모두가 두려워할 때 그는 용기 있게 나섰다.

“밤인데 어떻게 길을 가?”

“동행이 있습니다.”

세옥과 완아가 냇둑으로 올라갔다. 누군가 뒤를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속이 깊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위험할 것이 분명했다.

모화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들과 정이 들었다.

모화는 냇둑으로 올라갔다.


세옥과 완아가 다시 인사를 한 뒤에 총총 걸음으로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모화는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거리는 어둠이 켜켜이 쌓여 있다.

“가네.”

모화의 얼굴로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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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200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20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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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211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218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214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206 2 11쪽
» 13화 거지황자(4) 24.03.24 20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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