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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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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30 10:0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22,949
추천수 :
127
글자수 :
668,817

작성
24.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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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1화 용과 싸우다(1)

DUMMY

이튿날.


당약란이 천문강에 이르자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남녀노소······.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고, 여자들도 있다.

무림인들도 있다.

비는 그쳤으나 강에는 붉은 흙탕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와아아!”


사람들이 갑자기 함성을 질렀다.

강물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더니 몸체가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꼬리가 드러났다.

당약란은 가슴이 철렁했다.


“용이다!”


사람들이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용이 꼬리로 물을 치자 산악 같은 물보라가 일어났다. 사람들이 놀라서 분분히 뒤로 물러섰다.

물방울이 강가까지 튀었다.


아······.


당약란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용은 몇 번이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꼬리가 물속에서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물보라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용이 거대한 머리와 몸체를 드러냈다.


“교룡(蛟龍)이다!”

“하늘로 승천하려고 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당약란이 처음 보는 용이었다.

뱀과 비슷한 모양에 온 몸이 비늘로 덮여 있고, 발이 네 개다. 몸집이 엄청 커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크아아악!”


용의 강물 위로 솟아오르면서 허리까지 드러났다.


“용트림이다!”


용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몸부림을 쳤다.

당약란은 너무나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용이 당약란을 쏘아보았다.


그때 세옥이 당약란을 와락 끌어안았다.

“왜, 왜 이래?”

당약란이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으나 세옥이 더욱 빠르게 수양버들 뒤로 이끌었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용이 꼬리로 수양버들을 쳤다.


우지끈--!


아름드리 수양버들이 부러졌다. 강가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다. 수양버들이 사람들을 덮쳤다.

“정신 차려라. 용에게 잡아먹힐래?”

세옥이 당약란의 허리를 끌어안고 소리를 질렀다.

물이 머리 위로 왈칵 쏟아졌다.


당약란은 물벼락을 맞아 온 몸이 흠뻑 젖었다.

사람들이 경악하여 용을 쳐다보았다.

용은 다시 강물로 들어갔다.

당약란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세옥의 손을 꽉 잡았다.

무림인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들은 용의 위세에 놀라 감히 뛰어들지를 못했다.


용은 강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를 반복했다.

용이 몸부림을 칠 때마다 강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엇 때문인지 용이 가만있지를 않았다.

당약란은 용을 노려보았다.


‘왜 발작을 하는 거야?’


용이 발작을 할 때마다 강가에 있던 사람들 머리 위로 강물이 쏟아지고는 했다.

용이 발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와아, 하늘로 올라가나보다.”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환성을 내뱉었다. 갑자기 용이 물위로 완전히 솟아올랐다. 그것은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하늘에는 운무가 자욱했다.

용이 정말로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당약란은 넋을 잃고 용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릉!”


입을 쩍 벌리고 포효를 하는데 무시무시했다.

세옥은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용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도 실제로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용이 실제로 강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포효하고 있었다.

공기가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생전 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용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한참을 기다렸으나 용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용이 왜 나왔지?”

“하늘로 올라가려는 거겠지. 그래서 우리 강 이름이 천문강이야.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문······.”

“그럼 옛날에 이 강에 용이 많이 살았다는 게 사실이야?”

“사실이지. 옛날에는 이 강에서 용이 하늘로 많이 올라갔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당약란은 어쩐 일인지 허전했다. 사람들도 실망한 표정이었으나 쉽게 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용의 배를 갈라라. 뱃속에 여의주 같은 내단이 있을 것이다.”


외할아버지 천기노인의 말이 이명처럼 귓전을 울렸다.

당약란은 곤륜산에서 용의 내단을 취하는 무공만 연마했다.

용의 비늘이 두꺼워 보통의 도검으로는 뚫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당약란에게 쇠와 바위를 가른다는 소도(小刀)까지 주었다.


오라버니도 용의 내단이 필요한데······.


세옥은 한독 때문에 용의 내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쏴아아아.


당가촌에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고 걱정했다. 그러잖아도 강이 범람하여 마을이 쑥대밭이 된 것이다.

비가 계속 온다면 당가촌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당약란은 주방의 탁자에 걸터앉아 세옥이 칼질을 하는 것을 보았다.


타타타타.


세옥의 칼질은 박자가 있었다.

칼질소리가 음악소리처럼 일정했다. 야채와 고기를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썬다.

당약란의 시선이 여자들에게 향했다.

만두가게의 여자들, 세옥의 부인들은 만두를 빚고 있다.

주인을 닮아 가는 것인가. 일을 열심히 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당약란이 거의 매일 만두가게 주방에 와서 앉아 있어도 웃음으로 대해 준다.

질투도 하지 않고 욕심도 부리지 않았다.


‘나까지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


당약란은 그녀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세옥은 때때로 강을 내다보고는 했다.

용이 나타난 강이다.

천문강에는 물고기들이 많았다.

물고기도 석자가 넘는 잉어와 뱀장어가 많아서 사람들이 잡아서 요리를 해먹었다.

세옥의 만두가게는 그러한 물고기로 만두소를 만들었다.

시장에는 잉어와 뱀장어를 비롯해 갖가지 물고기가 팔리고 있다.


용은 며칠에 한 번씩 강물에서 나와 용트림을 했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강가로 몰려나와 함성을 지르면서 지켜보았다.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천문강의 용에 대한 소문이 더욱 빠르게 퍼졌다.

용을 구경하기 위해서 마을사람들까지 잔뜩 몰려왔다.


‘무림인들이 왜 이렇게 많이 와?’


거리에 검을 든 사람, 창을 든 사람, 도끼를 든 사람, 각양각색의 무림인들을 볼 수 있었다.

무림인들이 당가촌으로 몰려오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치 무언가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당가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당약란은 세옥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일을 하는 세옥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장씨세가(張氏世家)도 왔네.’


장씨세가의 무사들이 무리를 지어 강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씨세가 무사들은 장삼을 입고 도롱이를 걸치고 있었다.

당약란은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거지 떼까지 몰려왔어?’

당약란은 웃음이 나왔다.

강가에 이르자 타구봉을 든 개방제자 수십명이 강을 보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에이 더러운 인간들······.’


개방제자들은 강물에 손을 씻거나 웃통을 벗고 강물에 들어가 씻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들끼리 왁자하게 웃고 떠들며 씻고 있었다.


*


만두가게에 푸른 옷을 입은 무림인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모두 검을 들고 삿갓을 쓰고 있다.

계산대에 앉아 있던 세옥이 그들을 안내했다.

“이봐.”

푸른 옷을 입은 네 사내 중 가장 젊은 사내가 세옥을 불렀다.

“예.”

세옥이 푸른 옷을 입은 사내들에게 달려갔다.

“여기는 만두만 파나?”

“아닙니다. 만두를 주로 팔지만 돼지고기볶음과 생선구이도 있습니다.”

세옥이 차를 따르면서 웃었다. 가게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술하고 돼지고기볶음 좀 가져와. 만두도 내오고.”

“예.”

세옥이 머리를 조아렸다.

“자네가 천하제일 바람둥이야? 부인이 30명이 넘는다면서?”

수염이 텁수룩한 사내가 세옥을 보고 야비하게 웃었다.


세옥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들은 청룡산의 후기지수 <청룡사걸>이었다.

첫째가 수염이 텁수룩한 섬전수, 둘째가 사도횡, 셋째가 단천목, 넷째가 단천양이었다. 단천목과 단천양은 형제였다.


청룡산에는 도인들이 수행을 하는 청정도량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제자들이 무예를 연마하면서 수행은 뒷전이 되었다.

도인들은 다 떠나고 무뢰배들만 남아서 도인(道人) 행세를 하고 있었다.

“닭 잡을 힘도 없는 서생이 어떻게 부인을 수십명씩 거느려?”

단천양이 세옥을 보고 비웃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은 세옥이 한낱 서생이라는 이유로, 만두가게 주인이라는 이유로, 부인을 많이 거느린다는 이유로 조롱했다.

“이봐. 강에서 용이 나온다는 게 사실이야?”섬전수가 세옥을 쏘아보았다.

“예.”

세옥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자네도 봤어?”

“예.”

“언제 용이 잘 나와?”

“비가 올 때 잘 나옵니다.”

“음. 그럼 오늘도 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겠군.”

섬전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은 화제를 용으로 바꾸었다.


강에 용이 나타나면서 만두가게에 손님들이 부쩍 많아졌다. 손님들은 대부분 무림인들이었다.

“사형, 용의 내단을 얻으면 정말 이갑자의 내력이 생깁니까?”

사도횡이 물었다.

“그렇다니까. 그래서 무림인들이 당가촌으로 몰려오는 거야.”

세옥은 그들의 말을 듣고 흠칫했다.


이갑자의 내력······.


세옥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력이었다.

“뭐해? 빨리 가져와.”

단천목이 거칠게 내뱉었다.

“예.”

세옥은 허리를 굽실대고 주방으로 가서 등옥에게 주문했다.

“서방님, 오늘도 무림인들이 많이 오네요.”

등옥이 만두를 삶다가 눈웃음을 쳤다. 만두를 삶는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고 있었다.

“무림인들은 재미없어.”

세옥은 청룡사걸에게 조롱을 당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 서방님 너무 얌전하셔.”

등옥은 서방님이라는 말이 입에 달라붙어 있다.

“얌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 무공도 할 줄 모르는데 무림인들과 맞장을 떠?”

세옥이 여자들에게 말했다.

“여차하면 이걸로 토막을 내버려야지. 사람을 무시하는 놈들은 죽여버려야 돼요. 이렇게 자르고··· 요렇게 가르고······.”

등옥이 주방칼을 휘둘렀다.

“아서.”

세옥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만두속을 만들어 버려야 돼.”

“에헤이!”

세옥이 나무라자 등옥이 활짝 웃었다.


그때 활과 화살통을 어깨에 멘 중년 사내가 만두가게로 들어왔다.

세옥은 다시 가게로 나왔다.

사내는 눈빛이 형형했다.

“아서 오십시오.”

세옥은 그를 빈자리로 안내했다.


‘철궁 구세경인가?’


세옥은 속으로 놀랐다.

철궁 구세경은 백발백중으로 활을 잘 쏜다고 했다. 그의 철궁은 웬만한 사람들이 시윗줄도 당기지 못한다고 한다.

화살이 나무를 쓰러트리고, 벽을 뚫는다는 고수다.


손기량이 준 <무림풍성>에 구세경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세옥은 그 책을 여러 차례 읽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을 외고 있었다.

“여기는 무슨 요리를 잘하나?”

구세경이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우리 가게는 만두가 제일 유명합니다.”

세옥이 차를 갖다 놓으면서 말했다.

“돼지고기볶음 하고 술.”

구세경이 짧게 말했다. 만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예.”

세옥은 머리를 조아리고 주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나갈게 서방님이 요리하세요.”

등옥이 난처한 듯이 세옥에게 말했다. 돼지고기볶음 요리를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세옥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강쪽에서 또 용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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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용과 싸우다(2) 24.03.30 198 2 11쪽
»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201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95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203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211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238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48 2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233 2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216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219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211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217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1 24.03.25 229 2 12쪽
19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24.03.25 223 1 11쪽
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210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223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227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227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222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217 2 13쪽
12 12화 거지황자(3) 24.03.23 226 2 13쪽
11 11화 거지황자(2) 24.03.23 222 2 12쪽
10 10화 거지황자(1) 24.03.23 239 2 11쪽
9 9화 황제의 아들(7) 24.03.23 262 2 13쪽
8 8화 황제의 아들(6) +1 24.03.22 269 3 12쪽
7 7화 황제의 아들(5) +2 24.03.22 279 2 12쪽
6 6화 황제의 아들(4) +2 24.03.22 283 3 12쪽
5 5화 황제의 아들(3) +1 24.03.22 3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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