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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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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5 10: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21,210
추천수 :
120
글자수 :
641,055

작성
24.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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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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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화 거지황자(5)

DUMMY

나루에는 배가 여러 척이 있었다.

대운하 변하(汴河)의 지류다.

낙양(洛陽)과 하음(河陰)을 거쳐 황하와 갈라져 대량성을 휘돌아 상구(商邱)와 정태(盯眙)를 거쳐 다시 황하와 합류하여 동해로 흘러들어 간다.

변하는 수양제때 건설되어 중요한 조운(漕運), 운하의 수단이 되었다.

수많은 배가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른다.


명주현의 서포(西浦) 나루에 작은 배 한척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옥은 조심스럽게 걸었다.

“황자님, 배를 타고 가는 거예요?”

완아가 불안한 듯이 주위를 살폈다.

세옥도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태원으로 가야했다.

“그래. 우리가 거지 노릇을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

감시를 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세옥과 완아가 잠을 자는 체하다가 어둠 속에서 빠져 나왔기 때문에 감시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은 언젠가는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밤인데 배를 타도 괜찮아요?”

“무서워?”

“네.”

“어차피 우리는 칼날 위에 서 있는 거야.”

세옥이 말했다.

세옥도 두려웠다. 거지 노릇을 하고 있어도 반란군의 추격을 피할 수는 없다. 감시자도 계속 따라붙고 있을 것이다.

태원으로 가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


이내 나루에 도착했다.

사공은 50대의 늙수그레한 사내였다. 수염이 텁수룩했으나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였다.

“어찌 밤중에 서포까지 가는 게야?”

사공이 세옥과 완아의 손을 잡아서 배에 태워주었다.

“사정이 있습니다.”

완아가 얌전하게 대답했다.

“부모 찾아 가는 게야?”

“예. 삯은 받으셨어요?”

“받았다.”

이충이 미리 지급한 모양이다.

“그럼 출발하세요.”

“그래.”

사공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 완아는 세옥의 손을 잡고 뱃전에 앉았다.


삐그덕, 삐그덕······.


배가 빠르게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세옥은 뱃전에 앉아 캄캄한 강을 바라보았다.

가련하게도 완아는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나이는 세옥보다 많았으나 여자였다.


세옥은 완아의 손을 꼭 쥐었다.

나룻배는 어둠 속에서 물살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강은 점점 넓어졌다

처음 배를 탄 곳은 지류였으나 큰 물줄기와 합쳐지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물살이 빨라졌다.

사공은 말없이 노를 저었다.

감시자들이 배를 타고 따라 오는 기척은 없었다.


*


장태화는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시진국을 만나고 온 사이에 아이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디로 간 거야?”

장태화는 녹앵을 노려보았다. 녹앵은 장태화가 장령으로 있는 적의군의 초관이다.

칼과 창을 잘 다루어 적의군의 교관을 할 때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을 자고 있는지 알았는데······.”

녹앵이 말끝을 흐렸다.


적의군은 부명화가 설립하고 훈련을 시킨 여성부대다. 황궁의 내궁 경호도 그들이 맡고 있었다.

일종의 별동대였다.

적의군으로 불리는 것은 그녀들이 붉은 망토를 걸치고 있기 때문이다.

“찾아라!”

“예.”

적의군이 일제히 흩어졌다.


태자비는 왜 황자를 보호하는 거지?


장태화는 부명화의 속내를 알 수없었다.

부명화와 황자 사이에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의군은 다리 근처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아이들을 찾을 수없었다.

‘이것들이 어디로 간 거야?’

장태화는 눈을 부릅떴다.

“나루터로 간 것이 아닐까요?”

녹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보자.”

장태화는 빠르게 말을 달려 서포나루로 갔다. 적의군이 횃불을 들고 따라왔다.

“이랴!”

적의군이 따라왔다. 장태화는 한식경도 되지 않아 명주현의 서포나루터에 이르렀다.

나루터는 조용했다.

어두운 선착장에 나룻배와 고깃배가 몇 척 떠 있었다.

“배를 샅샅이 뒤져라.”

장태화가 적의군에 명령을 내렸다.

“예!”

적의군이 일제히 대답하고 말에서 내려 배로 달려갔다.


적의군이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배를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나루터에는 배가 일곱 척밖에 되지 않았고 사공도 없었다.

밤이라 사공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없습니다.”

녹앵이 배의 수색을 마치고 돌아와 보고했다. 사공도 없는데 아이들이 있을 까닭이 없다.

“젠장.”

장태화는 분노가 치밀었다.

아이들을 손 안에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놓쳤다.

방심한 것이다.


장태화는 캄캄한 강을 응시했다.

아이들의 배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명주현의 모든 길목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하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공을 찾아올까요?”

“남포로 간다.”

남포는 변경(汴京)으로도 불리는 대량성 밖 남쪽에 있는 포구다.

하루에 거대한 조운선 수백 척이 드나들기 때문에 낙양, 하음과 함께 중원 3대 포구로 불린다.

오가는 인파가 수천명에 이르고 물동량도 수백 대의 수레에 이른다.


장태화는 아이들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

‘교활한 것들···어린 것들이 감히 나를 속여?’

장태화는 눈을 부릅떴다. 아이들은 분명 남포로 갔을 것이다.

작은 배로 운하를 여행할 수는 없다. 대량성의 조운선 집결지인 남포에서 큰 배로 갈아탈 것이다.

“가자.”

장태화가 빠르게 말을 달려 남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랴!”

적의군이 재빨리 말을 타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빠르게 성문에 도착했다.


성문은 이미 닫혔기 때문에 기다려야 했다. 적의군 장령이라고 해도 성문을 열어달라고 할 수없다.

성문의 방어는 조광윤의 군대가 맡고 있다.

성문은 파루 때가 되어야 열린다.

장태화는 분노가 치솟았다. 아이들을 놓친 것을 알면 부명화가 대노할 것이다.


*


세옥과 완아는 배에서 내렸다.

한밤중이었다.

달빛이 어슴푸레했다.

세옥과 완아는 서포에서 배를 타고 변하로 나갔다가 다시 서포로 돌아왔다.

배를 타고 떠난척하면서 서포나루의 성동촌 갚대숲에서 내렸다. 갈대숲이 울창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아저씨.”

세옥이 사공을 불렀다.

“예.”

“아저씨는 하루 동안 갈대숲에 숨어 있으세요.”

“알았다.”

사공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세옥은 완아의 손을 잡고 갈대숲에서 나왔다.


황자님이 또 아프신가 보네.


세옥이 몸을 떨고 있었다.

세옥은 황궁에 있을 때도 자주 몸이 아팠다.

한독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전 황제가 독을 쓴 거야?


세옥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부엉부엉.


어디선가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사방이 어두우면 감시자들의 눈을 피할 수가 있다.

사방은 달빛이 희미했다.

일부러 달빛이 흐린 날을 선택했다.


세옥은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았다.

이제는 태원까지 가야한다. 가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완아가 천천히 뒤따라 왔다.

“황자님, 이제 그들은 따라오지 않나요?”

완아는 배를 타고 오면서 내내 불안에 떨었었다.

“아직 몰라.”

세옥은 완아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거지 노릇 더 안 해도 돼요?”

“지금은 내가 뭐라고 말할 수없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없어.”

세옥이 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황제의 아들인데 이 고생을 하다니······.’

세옥은 걸음을 떼어놓으면서 우울했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헛되이 죽을 수는 없다.


황제 은제의 일가는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늙은 황숙이 살해되고, 그의 어린 아들 유희마저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죽었다.

유희는 불과 일곱 살이었다.

황제 계승권이 있는 자는 모두 살해되고 있었다.

세옥도 반란군에 체포되었다면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풀숲에 이슬이 내리기 시작했다.

풀숲을 헤치며 걷는데 이슬이 발목을 적셨다.

“달천까지 얼마나 걸려요?”

완아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한 시진··· 서둘러야 돼.”

세옥이 빠르게 걸음을 떼어놓았다.


*


해가 높이 떠올랐다.

이충은 찻집에 앉아서 거리를 내다보았다.

거리에는 군사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사납게 말을 달리고 있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행인들은 군사들의 사나운 질주에 분분히 길을 비켰다.

“군사들이 왜 저렇게 사납게 돌아다녀?

찻집 한쪽에서 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흙먼지가 찻집까지 날아들었다.

“시진국의 용호영군(龍虎營軍) 아니야?”

“용호영군이 제일 악질이라던데.”

“아니야. 백경천의 장어영군(壯禦營軍)이 더 악질이래.”

“아니 백경천은 전 왕조 사람 아니야? 전 왕조에서 벼슬하던 사람이 왜 새 왕조에 붙어서 전 왕조 사람들을 죽여?”

백경천은 전 왕조의 상서(尙書, 판서급) 출신이었다.

“권력을 갖고 싶은 거지. 출세할 기회를 노리는 거야.”

“그래서 새 황제 쪽에 붙어서 전 왕조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잡아 죽이는 거야?”

사람들이 혀를 찼다.

이충은 천천히 찻잔을 기울였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낯이 익었다.


나를 알아보지는 않았겠지?


사내들 중에 이충의 이웃 마을에 사는 사내가 있었다. 그가 자신을 고발하면 백경천이 군사를 거느리고 잡으러 올 것이다.


‘악마 같은 놈!’


이충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반란군보다 백경천이 더욱 가증스러웠다.

백경천은 해귀비의 일가인 한림학사 해준 일가를 학살했다.

군사들이 들이닥치자 해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면 황자와 이충의 행방도 알려졌을 것이다.


이충은 찻집에서 나왔다.

거리를 따라 걷다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충과 세옥, 완아의 모습이 용모파기로 그려져 있고, 이들은 신고하라는 장어영 영장 백경천의 이름이 적힌 방이 붙어 있었다.


백경천이 더욱 적극적이네.


이충은 백경천이 앞에 있기라도 하듯이 몸을 떨었다. 그와 마주치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람들이 방을 보고 손가락질을 했다.

이충은 거리를 걷다가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샀다. 틈틈이 뒤를 살피기도 했다.

‘따라오는 자는 없어.’

미행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충은 세옥과 약속이 되어 있는 성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달천이라는 마을을 찾아가야 했다.

날씨가 후텁지근했으나 걸음을 서둘렀다.

성동촌은 지난번 폭우에 집과 농토가 쓸려 내려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내 마을이 나타났다.

‘귀신이 나올 것처럼 황량하네.’

마을에 귀기가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충은 마차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떼어놓았다.


살기!


이충은 바짝 긴장했다.

사방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뻗쳐 오고 있었다. 이충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누구냐?”

이충은 걸음을 멈추었다.

“흐흐······.”

음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흑의 사내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왔다. 머리에는 삿갓을 깊이 눌러쓰고 있다.

이충은 흑의인들을 노려보았다.


설마 사혼곡의 살수들?


이충은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었다.

가공할 무공의 살수들.

그들에게 걸리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했다.

사혼곡에 살수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었으나 한 번도 만난 일이 없었다.

사혼곡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놈들!


이충은 바짝 긴장했다. 청부를 받아 살인을 하는 자들이다.

“음.”

이충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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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222 2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204 2 11쪽
23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206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200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206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1 24.03.25 21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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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200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211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218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214 2 13쪽
» 14화 거지황자(5) 24.03.24 207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205 2 13쪽
12 12화 거지황자(3) 24.03.23 215 2 13쪽
11 11화 거지황자(2) 24.03.23 209 2 12쪽
10 10화 거지황자(1) 24.03.23 227 2 11쪽
9 9화 황제의 아들(7) 24.03.23 246 2 13쪽
8 8화 황제의 아들(6) 24.03.22 253 2 12쪽
7 7화 황제의 아들(5) +1 24.03.22 263 1 12쪽
6 6화 황제의 아들(4) +1 24.03.22 268 2 12쪽
5 5화 황제의 아들(3) 24.03.22 295 2 11쪽
4 4화 황제의 아들(2) +1 24.03.21 3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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