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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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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28 10:0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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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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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자수 :
657,459

작성
24.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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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화 만두가게 서생(4)

DUMMY

서악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세옥은 서악교를 안아다가 침상에 눕혔다.

주화입마는 내력이 몸 안에서 역류하여 날뛰는 것이다.

기가 잘못 운용되어 미치거나 중병에 걸려 폐인이 될 수도 있다.

주화입마를 치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악을 얻어서 치유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평생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지?’


세옥은 서악교를 치료할 수없어서 막막했다.

서악교는 날이 갈수록 주화입마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서악교는 피부까지 갈라져 얼굴이 보기 흉했다.

“이모.”

세옥은 탕약을 끓여서 서악교에게 가지고 갔다.

“이게 무슨 소용이야? 나는 이제 폐인이 되었는데······.”

서악교가 눈물을 흘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치료해 드릴게요.”

“됐다.”

서악교가 잘라 말하고 돌아누웠다.


세옥은 주화입마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든지 서악교의 주화입마를 치료해야 했다.


서악교는 다시 집을 나갔다.

전에는 비급 때문에 헤매고 다녔으나 이제는 주화입마를 치료하는 약을 찾아다녔다.

세옥은 주화입마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나 주화입마는 불치병이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의서를 뒤졌으나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서악교는 몇 달 만에 가게로 돌아오면 고통으로 신음하고 괴로워했다.

얼굴도 흉측하게 변해 갔다.

세옥의 의술로는 발작을 진정시키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세옥은 서악교가 괴로워하면 안아주었다.

서악교는 세옥에게 안겨서 울었다.


여러 달이 지났다.

서악교가 홀연히 떠났다.

서악교는 명의나 무예고수를 만나 주화입마를 치료할 것이라고 했다.

세옥은 쓸쓸했다.

가게에서 만두를 팔면서 하염없이 서악교를 기다렸다.


서악교는 몇 달에 한 번씩 지친 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히 주화입마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악교는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하루는 서악교가 걸인 행색으로 돌아왔다.

“귀한 약초를 구해 왔다. 네가 달여라.”

서악교가 약초를 내밀면서 말했다.

팔백초(八百草)라는 약초라고 했다.

팔백초를 복용한 사람이 신선이 되어 8백년을 살았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했다.

‘사람이 어떻게 8백년을 살아?’

세옥은 서악교의 황당한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처음 보는 약초였다.

팔백초는 산삼과 비슷하게 생겼다. 불로초, 신선초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고 했다.

“이 약초는 어떻게 구했어요?”

세옥은 팔백초의 효능을 알 수없었다.


서악교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태산에서 구했다.”

세옥은 팔백초를 달이는 일이 불길했다. 당문에 가서 의서를 뒤졌으나 언급된 책이 없었다. 서악교가 약을 빨리 달이라고 재촉했다.

세옥은 탕에 넣고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

“약초는 조심해야 돼요. 약초를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아무려면 내가 독초를 가지고 왔겠냐? 헛소리하지 말고 약이나 달여라.”

서악교가 쌀쌀맞게 내뱉었다.

주화입마 때문에 성격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후드득.


밖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옥은 팔백초를 오랜 시간 달였다.

‘맛이 어떤가? 너무 쓰지는 않나? 약이 쓰면 꿀물을 넣어야 할 텐데······.’

세옥은 약을 식히면서 한 모금을 마셨다.

약의 맛이 밍밍했다.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약간 쓴 맛이 났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으니.


세옥은 탕약을 서악교에게 갖다가 주었다.

서악교가 천천히 탕약을 마셨다.

세옥은 그녀가 탕약을 마시는 것을 보고 주방으로 돌아와 침상에 누웠다.


쏴아아아.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갔다.

“아유 더워······.”

세옥은 갑자기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세옥은 얼굴이 붉어지고 열기가 솟아올랐다.

‘약이 잘못되었네.’

세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악교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서악교는 이미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너 왜 그래?”

서악교가 놀라서 세옥을 쳐다보았다.

“이, 이모 더워요.”

“너 약을 먹었어?”

“예.”

“이 미친놈! 너가 왜 약을 먹어?”

서악교가 세옥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나 뺨을 때린다고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이모, 이러지 말아요.”

“남자가 이 약을 먹으면 애를 낳지 못해.”

“상관없어요.”

세옥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지러운 난세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세옥은 주방으로 돌아왔다.

팔백초의 약효를 억제하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온 몸이 불덩어리가 되고 숨이 찼다.


서악교가 갑자기 주방으로 나왔다.

“이, 이모······.”

세옥은 당황했다. 서악교가 속옷 차림이었다.

“왜, 왜 이러세요?”

세옥은 말을 더듬었다. 서악교의 눈빛이 몽롱했다.

얼굴도 완전히 붉게 상기되어 숨소리가 거칠었다.

“세, 세옥아······.”

서악교의 목소리가 떨렸다.


‘약이 잘못되었어!’


세옥은 당황했다. 서악교는 땀으로 온 몸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이 약이 왜 이래?”

세옥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세옥의 몸도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설마 그 약이··· 아닐 거야.’

세옥의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으나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약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었으나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우리가 춘약(春藥)을 먹었어.”

서악교가 몸을 떨면서 말했다.

“예?”

“이걸 해소시키지 않으면 혈관이 터져 죽는다.”

“어, 어떻게 해요?”

“우리는 죽을 거야.”

서악교가 세옥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듯이 세옥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


세옥이 눈을 뜨자 그를 안고 잠이 들었던 서악교가 보이지 않았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

세옥은 서악교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빗속에서 떠나다니!


세옥은 서악교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차가운 비를 맞고 말을 타고 들판을 달려가고 있을 생각을 하자 가슴이 아팠다.


팔백초 때문에 일어난 하룻밤의 사랑.


서악교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일지 몰랐으나 세옥에게는 감동이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불덩어리처럼 뜨거운 여체,

세옥의 얼굴에 뿌려지던 그녀의 거친 숨결······.


세옥에게는 더 할 수없이 따뜻하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녀는 어떤 기억을 갖고 광야를 달려가고 있을까.

세옥은 그녀가 없는 빈자리를 보면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데.


세옥은 침상에 누워 중얼거렸다.

주화입마 때문에 그녀가 어떻게 변해도 상관이 없었다.

첫경험이었다.


둘이 하나가 된 경험.

그녀의 몸속으로 깊이 들어간 느낌.

무엇인지 말할 수없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극락을 오간 듯한 기분이었다.

팔백초의 열기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팔백초는 춘약의 성분을 갖고 있는 약초였다.


세옥은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강에 가서 푸르게 푸르게 흘러가는 강물을 들여다보았다.

강은 언제나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서악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와 나이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했다.

세옥은 그래도 서악교만 좋다면 부부로 살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악교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용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문이라는 뜻의 천문강(天門江).


세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강을 들여다보았다.

전설에는 용이 산다고 했다.

이 강에 정말 용이 있는 것일까?

고서 수신기(搜神記)라는 책에도 기록이 되어 있었다.


세옥은 한동안 일을 할 수없었다.

서악교를 찾아 떠날 생각도 했으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신 강에 나가 하염없이 강을 들여다보았다.

세월은 부질없이 흘러갔다.


1년···.

2년···.

3년···.


여러 해가 지나도 서악교는 돌아오지 않았다.


무림인이라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나?


무림에서는 오늘 살아 있다고 해서 내일도 살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없다.

내일 어떤 고수를 만나서 겨루다가 칼 아래 피를 뿌리고 죽을지도 모른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네.


세옥은 만두맛이 좋아서 손님이 줄을 잇자 주나라 곳곳에 만두가게를 냈다.

세옥이 낸 만두가게 지점이 10여 곳이나 되었다.

만두가게마다 여자들을 채용하고, 만두를 빚는 방법을 전수했다.

운래교점에도 여자들을 채용했다.


등옥은 20대 여자로 병을 앓고 있었다.

아기까지 낳았으나 전염병으로 가족들이 모두 죽어 걸인으로 떠돌다가 세옥의 만두가게까지 와서 구걸을 했다.

세옥은 그녀를 살피다가 몸을 씻게 하고, 새 옷을 입게 한 뒤에 가게에서 일을 하게 했다.


화정은 20대 여자였다. 그녀는 일가가 도적에게 몰살을 당했다. 그녀만이 피투성이가 되어 살아남은 것을 세옥이 지나가다가 발견하여 치료해 주고 가게에서 일을 하게 했다.


유부인도 걸인이었다.

그녀는 40대였는데 낙양에서 거지 노릇을 하면서 당가촌까지 오게 되어 세옥이 거두었다.


걸인 노릇을 하던 여자들이 깨끗한 옷을 입고 가게에서 일을 하자 남자들이 희롱했다.

임자없는 여자들이라고 남자들이 함부로 희롱하여 여자들이 괴로워했다.


“남정네가 있으면 사내들이 희롱을 하지 못해.”


당가촌의 관리인 오경덕이 말했다.

세옥은 당가촌의 관리들과 친밀하게 지냈다. 관리들의 어려운 공문서를 작성해 줄 때가 많았다.

관리들은 세옥을 서생이라고 불렀다.


주나라는 곽위가 죽자 수양아들인 시영이 황제가 되었다.

그가 나라를 잘 다스렸기 때문에 나라가 빠르게 안정이 되고 있었다.

지방에서도 법이 엄격하게 지켜졌다.

“여자들이 모두 비천한 걸인 출신입니다.”

“자네가 부인으로 거느려.”

“예?”

“자네가 부인으로 삼으면 남자들이 희롱하지 못해. 주나라 법에 남정네가 있는 부인을 희롱하면 사형에 처하게 되어 있어.”

그것은 뜻밖의 조언이었다.

그렇다고 걸인들을 부인으로 거느려?

세옥은 혈혈단신이었다.

가족도 없었다.


시영은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었다.

흉년이 계속되고, 도처에서 도적이 들끓고 있었으나 밤낮으로 백성들을 안정시키느라고 노력했다.

벌써부터 5호16국시대 최고의 명군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그런 시영에게 왕조를 되찾아올 수는 없다.

왕조를 되찾을 명분도 없고 세력도 없다.

그저 만두가게 주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옥은 여자들과 그 문제를 상의했다.


“저희들이 어찌 감히 주인님의 부인이 되겠습니까? 저희는 종으로 살아도 만족합니다.”


유부인이 말했다.

세옥이 여자들을 학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비라고 해도 편안했다.

“주인님이 따뜻한 잠자리와 먹을 것을 주시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여자들이 펄쩍 뛰었다.

세옥은 여자들 셋을 모두 부인으로 관청에 등록했다.

여자들에게는 부인으로 당당하게 살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운래교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옥은 주나라 여러 곳에 있는 지점에서 일을 하는 여자들을 모두 부인으로 등록했다. 그 여자들도 대부분 노비 출신이거나 걸인들이었다.

그녀들에게 세옥을 서방님이라고 부르게 했다.


여자들은 나이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60대 노파까지 있었다.

“서방님.”

노파가 그렇게 부르면 다른 여자들이 깔깔대고 웃었다.

세옥도 황당했으나 웃어넘겼다.

딸과 아들이 있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를 의부(義父)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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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용과 싸우다(1) 24.03.29 195 2 11쪽
30 30화 묵가의 제자(5) 24.03.28 191 2 12쪽
29 29화 묵가의 제자들(4) 24.03.28 199 2 12쪽
28 28화 묵가의 제자(3) 24.03.27 207 2 12쪽
27 27화 묵가의 제자(2) 24.03.27 233 2 12쪽
26 26화 묵가의 제자(1) 24.03.27 242 2 12쪽
25 25화 만두가게 서생(6) 24.03.27 227 2 12쪽
24 24화 만두가게 서생(5) +1 24.03.26 211 2 11쪽
» 23화 만두가게 서생(4) 24.03.26 211 2 12쪽
22 22화 만두가게 서생(3) 24.03.26 205 2 12쪽
21 21화 만두가게 서생(2) 24.03.26 211 2 12쪽
20 20화 만두가게 서생(1) +1 24.03.25 222 2 12쪽
19 19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4) 24.03.25 216 1 11쪽
18 18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3) 24.03.25 204 2 12쪽
17 17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2) +1 24.03.25 216 2 12쪽
16 16화 황후가 되고 싶은 소녀(1) 24.03.24 221 2 11쪽
15 15화 거지황자(6) 24.03.24 219 2 13쪽
14 14화 거지황자(5) 24.03.24 213 2 11쪽
13 13화 거지황자(4) 24.03.24 210 2 13쪽
12 12화 거지황자(3) 24.03.23 219 2 13쪽
11 11화 거지황자(2) 24.03.23 213 2 12쪽
10 10화 거지황자(1) 24.03.23 231 2 11쪽
9 9화 황제의 아들(7) 24.03.23 252 2 13쪽
8 8화 황제의 아들(6) 24.03.22 260 2 12쪽
7 7화 황제의 아들(5) +1 24.03.22 271 1 12쪽
6 6화 황제의 아들(4) +1 24.03.22 275 2 12쪽
5 5화 황제의 아들(3) 24.03.22 303 2 11쪽
4 4화 황제의 아들(2) +1 24.03.21 374 2 12쪽
3 3화 황제의 아들(1) +2 24.03.21 51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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