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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niless 님의 서재입니다.

현실적 의인화법을 손에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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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niless
작품등록일 :
2022.05.11 12:03
최근연재일 :
2022.06.11 21: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53
추천수 :
35
글자수 :
158,588

작성
22.05.12 22:33
조회
51
추천
6
글자
10쪽

1부 2화

DUMMY

‘혹시 문제 생기면 ‘요정님 도와주세요’ 라고 해. 그럼 다시 나타날게.’ 분명 그렇게 말했다. 하는 수 없이 요정 찬스를 썼다.


난 입안에 마지막 남은 공기로 최대한 크게 외쳤다.


“요저어엉! 도와줘!”



/ / / / /



멘트가 조금 틀렸지만 요정이 나타났다. 짠 하고 나타나더니 나와 문제집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그리곤 내 머리 근처로 날아왔다.


“어머? 무슨 상황이야?”


“살려줘! 얘 이상해!”


난 영락없이 교살당해가는 중이다. 요정이 말했다.


“하긴. 너 같은 놈은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뭐라는 거야!”


내가 바둥거리자 요정이 문제집의 팔에 손을 얹었다.


“그래도 손으로 목을 조르면 안돼.”


“네?”


“맨손만으로는 뇌로 가는 산소를 차단하기 힘들거든. 가죽끈 같은 걸 써야 확실하지.”


“아하.”


말이 이상하긴 했지만 문제집은 내게서 손을 뗐다. 내 쪽으로 몸을 돌린 요정이 물었다.


“그래서 왜 불렀어?”


내가 대답했다.


“얘가 날 죽이려고 했어.”


문제집이 날 손가락질 하며 끼어들었다.


“공부 안하고 저를 또 내버려 뒀어요!”


요정이 말했다.


“죽을 짓을 했군.”


“뭐?”


요정이 불쌍하다는 듯 문제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이 문제집 사놓고 한 번도 푼 적 없지?”


“···거의 없는데.”


“빨리 너에게 풀어지길 바랬을 텐데, 맨날 외면당하니까 속에서 쌓이고 쌓인 거야. 말하자면 욕구불만이랄까.”


듣고 있던 문제집이 고개를 심오하게 끄덕였다. 욕구 불만이라. 문제집에게도 욕구가 있단 말이냐. 어려운 개념이네.


“···욕구 좀 쌓이게 만든 게 목 졸려 죽을죄야?”


“문제집 입장에서는 그렇지. 문제집이 풀어지지 않는 건 문제집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당한 거라고.”


쓸데없이 장엄한 이유다. 그런 복잡한 이해관계가 엮여있을 줄은 몰랐다. 이 초능력은 생각보다 사용에 있어서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난 일단 벌어진 일부터 수습하고자 했다.


“요정. 그럼 인간화를 취소할 방법은 없나.”


내 질문에 문제집은 경악과 슬픔의 표정을 지었다. 요정은 한심하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공부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취소할 방법을 물어보다니··· 그게 학생의 태도냐.”


“음··· 공부··· 언젠가는 해야지. 근데 지금은 시기가 안좋달까.”


요정은 경멸의 눈빛으로 날 훑어보면서도 답변을 줬다.


“취소도 가능해. 책으로 되돌릴 수 있어.”


“그럼 다시 되돌려줘.”


“24시간 동안은 안돼.”


“그게 뭐야.”


“한번 인간화시킨 객체는 24시간 동안 사물로 돌려보낼 수 없어. 24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돌려보내든 말든 자유지만.”


“그딴 게 어딨어!”


“내 맘이야. 이런 조건도 없으면 아무거나 인간화시키고, 별로다 싶으면 다시 되돌릴 거 아니야.”


애초에 능력을 준 건 요정이었으니, 요정이 능력에 어떤 사족을 달아도 할 말은 없었다. 내 속내를 알아챈 문제집이 삐졌다는 뜻으로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저 화났어요. 당장 첫 장부터 2단원까지 풀지 않으면 다시 목을 조를 거에요.”


귀여운 얼굴로 무서운 말을 한다.


“목젖 찢어지도록 조를 거에요.”


“알았어. 알았다고.”


문제집이 폴짝 책상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 다소곳이 누워서 배 쪽에 페이지를 넘겨주었다.


“풀어주세요.”


하는 수 없이 펜을 들었다. 문제집에 옷에 적힌 문제들을 끄적거리며 풀어나갔다. 필기감은 그냥 문제집이랑 거의 비슷했지만, 사람 몸에다가 팬을 긋는 기분에서는 생전 겪어본적 없는 오묘함이 느껴졌다. 그날은 정말 하루종일 공부만 해야 했다.


요정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내가 완전히 공부에 전념하는 듯 보이자 그제서야 다시 사라졌다.



/ / / / /



24시간이 지났다. 난 문제집에게 명령했다.


“이제 다시 책으로 돌아가.”


“네에···”


문제집은 풀이 죽은 눈치로 대답했다.


“그래도··· 공부는 꾸준히 하셔야 되요!”


문제집이 내 손을 쥐며 당부했다.


“알았어. 알았어.”


펑- 하는 소리가 났다. 문제집은 순순히 인간의 몸을 버리고 한 권의 책으로 돌아갔다. 얌전히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후··· 이젠 어쩌냐.”


인간화 능력은 생각보다 복잡한 거 같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 능력은 내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다. 계속 활용해 보면서 활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할까. 내 방을 홀로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고민해봤다. 우선 어떤 사물을 인간화시킬지 정해야 한다. 문제집처럼 날뛰지 않고··· 당장 사용하지 못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는··· 그런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뭐가 있지? 음···


그때 문제집 옆에 있는 안경이 보였다.


이거를 해볼까.


난 안경을 쓰지만 항상 껴야 할 정도로 시력이 나쁘진 않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안경은 자주는 아녀도 틈틈이 사용해왔다. 적어도 문제집처럼 방치하진 않았다. 아마 써달라고 달려들진 않을 거다.


근데 안경은 인간화 시키면 어떻게 착용하지? 상상이 안간다. 사람을 머리에 쓰고 다닐 수는 없잖아?


개인적 호기심과 탐구 정신으로 안경을 쥐었다.


“사람 사람 사람.”


펑- 소리가 나며 안경이 인간화되었다.


“와! 고마워!”


안경은 곧바로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도 여자아이였다.


안경은 나보다 키가 살짝 크고 돌핀 팬츠를 입고 있었다. 그 밑으로 보이는 살색 맨다리는 정말 길었다. 상의로는 볼륨감에 터져버릴 것만 같은 검은색 탱크탑만 달랑 걸치고 있었다. 드러나 있는 뱃가죽에는 운동한 듯 근육 선이 살짝 들어가 있었다.


“이게 인간의 몸이구나!”


안경이 날 옆에서 끌어안았다. 서로의 얼굴이 맞닿았다.


“자, 잠깐만 떨어질래.”


“응!”


안경이 살짝 물러났다. 다행히 말을 잘 듣는다.


안경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안경스러운 특징은 없었다. 쓸데없이 볼륨감 넘치는 가슴만 눈에 자꾸 들어왔다.


“음··· 넌··· 어떻게 쓰는 거야?”


“보여줄게.”


안경이 내 뒤로 이동했다. 뒤에서 날 끌어안았다. 몸이 빈틈없이 맞닿을 정도로 밀착했다. 그 상태에서 안경이 자신의 양손의 검지, 엄지를 가지고 손가락 원을 만들었다.


“이게 안경이야.”


그 원을 내 눈앞으로 가져왔다. 손가락 원 안으로 보이는 시야가 굉장히 또렷해졌다.


손가락 원이 안경테 역할을 하는 느낌 같았다.


근데 예상 밖의 부분이 날 긴장하게 했다. 내 목덜미에 물컹한 게 느껴졌다.


안경의 가슴이··· 가슴이 내 뒤통수에 닿고 있었다. 그냥 닿은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그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말했다.


“그··· 머리 뒤에··· 푹신푹신한 게 닿는데···”


“맞아. ‘플라닉 안경원’의 안경은 실리콘 쿠션이 장착되어 있어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 중이야.”


‘플라닉 안경원’은 내가 안경을 산 안경원 이름이다.


쿠션이라니. 그런 것도 반영되는 거였냐. 근데 실리콘이라고 표현하니까 어감이 이상하잖아.


이것도 써먹기 쉽지 않겠는데.


인간화 안경이 그냥 안경보다 훨씬 불편했다. 착용한 채로 걸어 다니면 안경은 뒤에 밀착한 상태로 따라왔다. 엄청 부담된다.


그래도 쓰일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반 안경보다 장점이 있을까.


딩-동


“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내 집 초인종 소리였다. 안경이 호들갑을 떨었다.


“누가 왔나봐!”


딩-동, 딩-동.


초인종이 계속 울렸다. 누굴까. 인터폰으로 정체를 확인했다.


체크무늬 교복 치마. 진한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릿결. 하얀 셔츠와 학교 로고가 있는 붉은 넥타이. 우리 반 녀석이다. 이름은 혜진이었다.


큰일 났다. 안경에게 말했다.


“이, 일단 떨어져.”


“응!”


날 껴안고 있던 안경이 내게서 두 걸음 멀어졌다. 이제 안경을 숨겨야 한다. 그리고 방도 정리해야 한다. 방 꼬라지를 보면 혜진한테 무슨 잔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하지만 직후에 사고가 터졌다.


“열어드릴게요~”


“어?!”


자유의 몸이 된 안경이 현관으로 총총총 달려 나갔다. 내가 제지할 틈도 없이 안경은 문을 열어버렸다.


“안ㄷ···”


철컥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앞에 혜진이 있었다. 가벼운 바람에 길다란 갈색 머리와 짧은 치마가 살랑였다. 살짝 찌푸린 눈을 하고 문 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깊은 눈망울 속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음···?”


그리고 혜진의 앞에 보인 것은··· 문을 열어준 안경과 완전히 굳어버린 나였다.


혜진이 물었다.


“이분은··· 누구··· 야···?”


안경을 보고는 하는 말 이었다. 부디 혜진이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혜진이 날 째려보며 말했다.


“너 취향이 단발머리였나? 몰랐네.”


바로 오해해버렸다.


전신의 혈류가 머릿속으로 집중됐다. 어떻게 해야 넘길 수 있지. 여동생이라고 할까. 누나라고 할까. 안된다. 혜진은 내가 외동인 걸 안다.


“이분은 사촌 누나야.”


“사촌?”


안경이 다시 내 등 뒤로 이동했다. 날 끌어안았다. 아까처럼 내 목 뒷덜미가 안경의 가슴 사이에 파묻히고 눈에는 손가락 안경이 씌워졌다. 말캉하는 감촉이 목덜미에 전해졌다.


혜진의 경멸하는 눈빛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 눈으로 나와 안경을 번갈아 바라보곤 물었다.


“거짓말이지?”


“예 거짓말입니다.”


“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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