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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다람쥐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종이땡땡
작품등록일 :
2022.05.11 18:27
최근연재일 :
2022.06.11 22:49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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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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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자수 :
146,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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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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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적지 탐방(2)

DUMMY

사각. 사각.


나무를 세심하게 깎았다. 지금의 근력이라면 투창도 가능할거다.

이 근방에 맹금류의 개체수가 꽤 많은지라, 원거리 요격수단을 갖춰야 할 듯 했다.


‘따로따로 몰려오면 성가셔.’


창을 만들며 드루이드를 떠올린다.

놈과의 전투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없이, 무수한 투쟁의 연속.


‘스탯을 높여서 가긴 하겠지만, 안심할 순 없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구리에게 추천하는 속성은···


‘토(土)속성.


개구리는 혀를 창으로 변환시키거나, 방패처럼 써먹는다.

즉 부러지지 않고 버틸 능력, 강도가 중요한 셈이다.

거기에 적합한 게 토 속성이다.


‘그걸 얻기 위해선···골렘을 잡아야겠지.’


인간은 마경을 정벌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했다.

그 중 하나가 이지가 없는 인조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골렘도 타락해 실패했지만.’


하여튼. 어딘가엔 그 흔적이 남아 있을 터다. 정확한 위치는 특정할 수 없다.

어디 유적지에 처박혀 있을 수도 있고. 마경을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파괴됐거나.’


하여튼.

놈의 핵에 담긴 토속성 마나를 흡수한다면, 개구리에게도 속성이 부여될거다.


‘나도 비슷한 방법으로 진화했으니까.’


돌아다니면서 찾아야한다는 게 살짝 흠이긴 했다만 문제는 없다.

성장을 하면서 천천히 찾아 나서는 편이, 나로서도 마음이 편했다.

만약 골렘이 파괴됐다면?


그것도 괜찮다. 어딘가엔 비슷한 능력을 지닌 사냥감이 있을 테니.

놈의 힘을 갈취해오면 될거다.


‘잘 깎았다.’


상념을 끝낼 무렵, 끝부분이 날카로운 창이 만들어졌다.

앞발을 내딛으며 내던졌다.


팍!


창이 나무 속까지 파고들었다. 빼내느라 애먹었다.

비슷한 걸 다섯 더 만들었다. 즉사시키진 못해도 견제는 가능하리라.

빵빵해진 볼이 어쩐지 안정감을 준다.


“······”


나는 개구리와 눈을 맞췄다. 그대로 창을 쥐고, 좌측 상단을 향해 투척했다.


“쉬?


은밀히 다가오던 뱀이 신체를 꺾는다. 동시에 개구리가 튀어올랐다. 녀석의 혀가 퇴로를 차단했다.

회전하며, 크게 밴다.


서걱!


깔끔하게 양분된 뱀의 신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호랑이를 잡았던 힘은 여기서도 통하는 듯 했다.


[최하급 독내성이 성장합니다.]


정면에 둥그런 그림자가 져 있었다. 시선을 올렸다.


‘열매네.’


색깔이 거먼 것이, 썩 건강에 좋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저런 열매가 왜 열렸는지 의아했다.

열매가 열릴 이유도, 피울 양분도 없을텐데?

개구리가 열매의 겉에 상처를 내더니, 즙을 핥았다.


“개굴.”


고개를 끄덕인 개구리가 열매를 삼킨다. 녀석의 배가 꾸륵거렸다.

개구리의 안면이 확 찌그러졌다가 평온을 되찾는다.


“흐으.”


옅은 숨을 내뱉는 개구리의 입가에 자줏빛 연기가 맺혔다.

매캐한 냄새가 풍겨온다. 연기에 닿은 나무가 살짝 녹았다.


‘독무?’


놀랐다.

개구리 역시 기이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었다. 남은 열매를 주워먹었다.


[최하급 독내성이 성장합니다.]


알림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코끝에 미묘한 냄새가 걸렸다.


‘···독’


아무리 마경이라 해도, 독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병에 든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나무는 열매를 피워 독기를 배출한 것 같았다.

독이라.


‘유용한 공격수단이긴 해.’


싸움 전에 체력을 뺄 수도 있고, 단단한 적을 부식시키는데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드루이드를 상대할 때도 도움이 될 터다.


‘읻단 광범위 공격기니까. 위력도 나쁘지 않아.’


살짝 부족한 감이 있긴 하다만, 그건 차차 성장시키면 될 일이었다.

더해서 독무는, 드루이드의 특이성을 망가트리는데도 한 몫 할거다.

놈의 영역에 있는 맹수들을 떠올린다.


‘그것들은 자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게 아니야.’


본체. 드루이드의 의지를 따라 인형처럼 행동할 뿐이다.

평소처럼 목을 꺾고 뚫어버려도 좀비처럼 기어오리라.

자연의 탈을 쓴 사령술사. 그게 이곳의 드루이드다.


'속을 녹여버리거나, 사지를 절단하거나.'


그걸 막기 위해선 아예 무력화 시키는 방법밖엔 없었다.

개구리에게 묻는다. 죽음을 각오하고, 빠른 성장을 이룰 것인지.

느릿하게 갈 것인지.


전자는, 독의 근원지에 몸을 담구고 버티는거다.

후자는 그냥 설설 사냥하면서 다니는거고.

개구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독기를 따라 이동했다.

악조건인 그곳은, 다시 보면 내실을 다질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꾸역꾸역 뱀과 열매를 집어먹으며 나아간다.


‘평화롭네.’


언뜻 보면 그렇다.

하지만 상위 포식자가 한 마리만 등장해도 이 평화가 깨질 걸 알기에, 긴장은 늦추지 않는다.


쉬이익!


독수리가 날아든다. 날아드는 속도를 통해 전력을 예측한다.

잡을만하다. 지척까지 다가온 상대에게 주눅들지 않고 뛰어올랐다.

눈에 착 달라붙었다.


“찌.”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끔 입가를 가리고.


[천둥 포효]

“이이이익!”


외친다. 독수리의 비행이 어그러진다. 목을 뚫어, 마무리.


‘쉽다.’


습관적으로 시체를 날름거리는 개구리를 저지했다.

시체로 시험해볼 게 있었다.


‘신체의 단단함. 내 힘. 그리고, 투창의 위력.’


기껏 창을 만들었는데, 실전에서 실험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안전하게 시체로 표본을 수집할 셈이다.

창에 독수리를 끼워 나무에 박아넣는다.


푹! 푹!


다트처럼 날아든 창이 독수리의 시신을 난자한다.

진심으로 던진 창은 독수리를 뚫는다. 거리를 벌리며 최대 거리를 확인했다.


‘한 1m 정도.’


그러나 반사 신경까지 고려하면, 이보다는 가까이서 던져야 할거다.

이어 머리를 후려팬다. 몇 대 때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부숴졌다.

이게 맹수의 힘.


확인은 끝났다.

시체를 먹고, 걸었다.

슬슬 호흡기가 따끔거렸다. 저 끝에서 불길한 색체가 눈에 들어온다.


자줏빛 안개가 숲을 감싸고 있다. 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안개 속엔 못 보던 식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킁.”


호흡기가 따끔거린다. 안개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


개구리가 안개를 향해 혀를 뻗는다.

위험도를 측정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체험해보는거다.

개구리가 혀를 쳐다본다.


“개굴.”

“찌이···”


혀 끝이 자줏빛으로 변색되어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그 부분만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혀가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다는거다.

지금껏 쌓아온 내성 덕분이리라.

거기서 무슨 영감을 얻은걸까.


“개굴.”


개구리는 묻는다. 다수의 맹금류를 상대로 도망치거나, 사냥할 수 있는지.

가능할 것이다. 빼면서 투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싸우면 말이다.

내 대답에 개구리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개구리가 혀를 나뭇가지에 묶는다. 그대로 몸을 주욱 당긴다.

한계까지 늘어난 혀. 질주하며 뛰어내리자, 그 반동으로 개구리가 날아갔다.

녀석이 순식간에 독의 안개를 파고든다. 그와 동시에, 혀의 힘이 스르르 풀렸다.


“찍!?”


붙잡았다. 크게 원을 그린 개구리가 다시 내 옆에 엎어졌다.


철퍽!

“개래래랙.”


입가에 게거품을 문 채로. 전신이 자줏빛이다.

심장에 귀를 가져다댄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양 손으로 깍지를 낀다.


“찍! 찍!”


급히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심장 부근을 압박하자, 맥박이 돌아왔다.

하지만 곧장 의식을 차리지는 못했다.


“······.”


그런 틈을 포식자들은 놓치지 않는다.

먼 발치에서 시준 일행을 주시하던 이들이 행동을 개시한다.

시작은 맹금류 무리였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녀석들.


‘뭔데.’


그 수는 무려 다섯. 그들이 상단부의 시야를 가렸다.

연합?

단순한 우연의 일치? 고개를 휙휙 돌리며 다가오는 맹금류를 살핀다.


어느 쪽이던, 해야 할 일은 같았다.

개구리는 의식 불명상태. 지키면서 싸워야한다.

잡혀가기라도 했다간 참사가 벌어질 테니.

주변의 지형을 읽고, 취해야 할 움직임을 그린다.


파직!


전신에 전류가 튄다.

창을 꼬나쥐고, 정면으로 몸을 날린다. 그 속력까지 이용해 창을 던진다.


팡!


독수리의 미간이 뚫린다. 절명. 비명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이어 꼬리로 몸을 쳐 날아오른다. 나무가 밟힌다.


‘날개를 찢는다.’


두꺼운 목을 찢어 죽일 필요는 없다. 가볍게 날개를 찢어두기만 해도 치명상이다.

창을 던지며 강하한 그의 손톱이 번뜩인다.


촤자작!


날개를 잇는 관절부가 뜯겨나간다.

깊은 상처는 아니다. 허나, 이것만으로도 치명적이다.


시준이 날개를 발톱으로 베며 튀어나갔다. 다시 난무하는 그의 손톱.

또 한 독수리가 희생된다.

짧고, 날카로우며, 재빠른 팔은 적의 핵심부위를 찢는데 효율적이었다.

그럼에도, 상황은 급박했다. 남은 두 녀석이 개구리에게 근접했기 때문.


머리를 짓밟고 튀어나갔다. 도착한 곳은 두 맹금류의 사이.

두 마리를 한번에 죽일 방법을 고안하고, 행동한다.


타다다당!


팔꿈치. 다리.

연격을 쏘아낸 시준이 그들을 발판 삼아 튕기고, 튕기고. 튕긴다.

갈색의 신체가 찹쌀떡처럼 늘어난다. 제 3자의 시선으론 그리 보였으리라.

맹금류의 신형이 밀려난다. 이내.


뿌득.


팔꿈치가 두개골을 부수고 쑥 들어갔다. 맹금류가 맥없이 추락한다.


“개애. 개굴?”


처리가 끝나니, 개구리가 기막힌 타이밍에 일어났다.

흘끗 보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맹금류들의 머리를 짓밟았다.


[레벨업]


싸늘한 주검이 된 녀석들을 개구리에게 던져줬다.

나무 위에 앉고, 개구리와 함께 씹어먹는다.


‘이렇게 싸우는거구나.’


다람쥐의 전투법의 본질을 깨달았다.

남들이 한 대 때릴 시간에 두 대. 세대. 아니, 한계까지 욱여넣는다.

그것은, 본래 스탯 이상의 타격을 누적시켰다.


두 맹금류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었던 건, 이런 특성 덕분이다.

초창기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장점이지만, 이쯤 오니 확연히 체감됐다.


‘사긴데. 다람쥐.’


다람쥐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살인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개애굴.”


감탄하고 있는데, 개구리가 머쓱한 듯 뒷목을 긁적였다.

시선을 피하는 걸 보니 찔리는 게 있는 모양.

질책은 하지 않는다.


나도 혼자서 자살 시도를 한 적이 몇번 있기에, 누굴 따질 처지가 안됐다.

이상한 개트롤짓을 한 것도 아니고, 성장을 위해서니까 뭐.

그저 등에 팔을 얹고, 시체만 씹을 뿐이다.


‘그래서.’


무슨 성장을 이룩했는지 궁금했다. 나는 연기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개구리가 떨어지라 혀짓한다. 멀어지자, 그가 나무 앞에 섰다.


“흐으.”


옅은 숨과 함께, 독무가 나무를 적신다.

나무가 부글부글 끓더니, 흘러내린다. 아까보다 강화된 듯 했다.


‘겨우 한 번 들어갔다 나왔다고 저리 성장한다고?’


피부 호흡 때문인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독기를 순식간에 축적했다가, 기절한다.

그럼 자연스레 호흡은 멈출테고···그 덕에 아슬아슬하게 치사량을 넘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그만한 독을 한번에 흡수했으니, 독기가 강화될만도 해.’


기회의 땅. 그 말은 정확했다.

저 땅을 정복한다면, 독내성을 극한까지 성장시킬 수 있을거다.

다만. 그리 순탄치는 않을 터였다.


안개 속. 기이한 실루엣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곳에서도 생명체는 살고 있었다.

내성을 축적하다 걸리기라도 하면, 죽는다.

다만 겉면 쪽에는 활동하는 생명체가 적어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번갈아 가면서 쌓아볼까?’


개구리의 독에 나까지 휘말리면 곤란하다. 나도 내성을 쌓아야 한다.


‘잠깐만 쉬고나서, 또 와야겠다.’


개구리가 맹금류 다섯마리를 상대한다. 아마 어려울거다.

개구리의 공격은 정직하니까. 몇 마리 달라붙으면 금방 저지당할거다.


‘그러면.’


쉴 겸, 유적지를 찾아 나서봐야겠다.


***


다람쥐의 기동성은 뛰어나다. 숲을 이잡듯이 뒤지는 건, 그닥 어렵지 않았다.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유적지가, 있긴 하네.’


높이가 3m정도 되는 크기의, 유적지를 발견했다.

허나 오랫동안 방치된 탓인지, 상태가 썩 좋진 않았다.

문도. 주변 지형도. 싹 다 거미줄로 오염되어 있었다.


사각. 사각.


그 거미줄의 주인들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고.

크기도 줠라 커졌다. 맹수와 비견될 정도다.


‘지형이, 너무 더러운데.’


목을 돌리며 거미줄을 보는데, 개구리가 거미줄에 독무를 뿜는다.


치익.


연기에 닿은 거미줄이 부식되기 시작한다.


‘어.’


답은, 바로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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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지 탐방(2) 22.05.31 32 1 13쪽
19 유적지 탐방(1) 22.05.29 3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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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맹수사냥 (1) 22.05.26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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