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설속 다람쥐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종이땡땡
작품등록일 :
2022.05.11 18:27
최근연재일 :
2022.06.11 22:49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520
추천수 :
121
글자수 :
146,853

작성
22.05.28 23:21
조회
40
추천
5
글자
12쪽

맹수 사냥(2)

DUMMY

물론 내가 고고하게 내려보던 말던 호랑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애초에 정면에 있지도 않았으니 알아채지도 못했으리라.

살랑거리는 호랑이의 꼬리. 이번 전투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요소다.


“······.”


무방비한 호랑이.

혀가 창의 형태로 바뀐다. 움켜쥐었다. 목만 제대로 뚫으면 순순히 끝난다.

적어도 포효를 봉인할 순 있으리라.

스탯은 근력에 투자했다.


[레벨 15]

[근력 15.72]


주변을 정리한 덕에, 근력아 약간 더 올라 있었다.

토끼라도 한 마리 있었음 좋았을텐데. 주변을 둘러봤지만 보이는 녀석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창을 양손으로 쥐고 직각으로 내려찍었다.


쾅!


뚫었다. 헌데 손맛이 질기다. 호랑이의 꼬리가 쇄도한다. 뒤로 빠졌다.

호랑이의 손이 뻗어진다. 거대한 손바닥. 붙잡고, 팔목을 타고 역행한다.

호랑이의 입이 벌어진다. 포효!


[천둥 포효를 사용합니다]

“찌이이!”

“크릉!”


기파가 허공에서 충돌한다. 됐다. 막았다.

뛰어들어, 목의 상처에 들어가려던 때.


투쾅!


옆구리에 포탄처럼 박히는 꼬리. 신체가 공중에 떠오른다.


“찌이···!”

“크릉!”


방어구와 마기 방벽이 있었건만 옆구리가 욱씬거린다. 날아오른 나를 향해.

호랑이가 튀어오른다. 양 팔이 젖혀졌다.


점프 거리. 공격 범위를 계산.

꼬리로 몸을 후려쳤다. 이단 점프. 팡! 호랑이의 양 손바닥이 맞닿는다.

손톱이 피부를 방벽과 함께 피부를 가른다. 아슬아슬했다.


“찌이이.”


언제든 천둥 포효를 사용할 준비를 하며, 손톱을 타고 내달린다. 손바닥이 베이긴 했지만, 사소하다.


머리를 넘으니, 놈의 몸체가 고스란히 들어났다. 꼬리는? 개구리가 묶어주고 있다.


“깨, 해애액!”


위태롭다. 빨리 공격해야한다. 전류가 왼팔을 휘감는다.

일격에 끝낼 기세로. 전력을 담았다. 구덩이처럼 깊은 상처로 몸을 쑤셔박았다.


[천둥 포효]

[응축]

“찌아아아아!”


꾸르륵!

선혈의 격류가 덮쳐온다. 손톱, 팔목에서 강렬한 충격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팡!


호랑이의 목이 뚫렸다. 팔을 대자로 뻗었다. 목 끝에 몸이 걸렸다.

피의 폭포를 뚫으며 기어올라갔다. 단단히 엮인 근육들을 내부에서 파먹었다.


“께헥!”

“찌?”


꼬리가 하늘을 막는다. 턱 아래에 숨었다. 꼬리가 상처부위를 뚫고 내려왔다.


“찍.”


미친놈.

일단 꼬리를 막은걸로 만족했다. 다시 목에 붙었다. 갈비뼈가 욱씬거린다.

목을 뚫느라 과하게 힘을 썼다. 스탯이 부족했다면 진작 탈진했을거다.


“크르.”


호랑이가 질주한다. 광풍이 불었다. 나풀거리는 몸. 목덜미를 물어 버텼다.


쑥.


목덜미를 막던 꼬리가 뽑혀나온다. 꼬리가 맹렬하게 날아든다.

이빨을 뺐다. 뒤로 훅 날아갔다. 꼬리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개?”

투쾅!


개구리와 함께 나무에 처박혔다. 파캉! 방벽이 함께 파괴되었다.


“케헥.”


존나, 아프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쾅! 쾅!


공격은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기회를 잡은 호랑이의 맹공이 쏟아진다.

나무에 짙은 꼬리자국이 남았다.


“찌, 이익.”

“크액···”


시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만전의 상태였다면 반격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목을 뚫느라 지친 상태.

공격을 인지하긴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뚜둑.


꼬리가 뜯겨나갔다. 호랑이의 선형이 회전한다. 그 원심력을 실은 꼬리치기.


팡!


지면에 처박혔다. 뭘 할 새도 없이, 공중을 뒤덮는 호랑이의 팔.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붙잡고, 땅을 박찬다. 튕겨내진 못한다. 본체를 직접 타격해야한다.


쾅!


내려찍기를 피했다. 개구리는, 보이지 않는다. 설마. 설마.


“깨애애굴!”


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헛숨을 들이키며 목을 향해 치달렸다.

꼬리가 다시 목을 지혈하면 승산이 없다.

할 일을 한다. 나무를 짓눌렀다.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기 방벽을 해제했다.

신체를 뒤덮고 있던 마기. 그것조차, 힘으로 치환한다.

모든걸 건 도약.


뿌득.


다리에 감각이 사라졌다. 부러진 것이다.

다리가 망가졌다면 엉덩이도 필요없다. 풀스윙으로 엉덩이를 후려쳤다.

두 번. 세 번. 목을 방어하려는 꼬리가 보였기에, 더욱 급해졌다.


[천둥 포효]


쩍 갈라진 포효가 터져나왔다. 그게 약간이나마 영향을 줬는지.


쏙.


상처 안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빛이 차단됐다.

빈틈 속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온 꼬리가 날 후려쳤지만, 버텨냈다.


“찌···이.”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럼에도 움직인다.

몸이 덜컹거렸다. 호랑이가 쓰러진 것이다.

그러나 시준은 그걸 느끼지 못했다. 덤덤히 호랑이의 근육을 절단했다.



[레벨···]

[레···]

[···]


알림이 떠오른다.

평소처럼 호들갑 떨 기운도 없었다. 시준은 눈을 감았다.

시체 안은 포근하고 아늑했다.


“찌이. 찌, 켁.”


피를 토해내며 그가 몸을 비튼다. 자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개, 구루룩. 개엑.”


호랑이의 팔에 짓눌렸던 개구리. 그도 피를 줄줄 토하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혀를 살펴봤다. 핏기가 쭉 빠져,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살아 있는 걸 기적으로 여겨야겠지.


그녀가 시체 속에 잠들어있는 시준을 발견했다.

고통에 신음하는 그를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곤, 고개를 돌렸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꿀럭.


새어나오는 피를 흡입했다. 혀가 부풀어오른다.


‘다른 포식자들이 몰려올거야.’


거창한 전투였다. 포효도, 전투 중 터져나온 소음도 너무나 거대했다.

피비린내도 짙었다. 전투 전, 주변을 정리해두긴 했다만.


···저 위에서 거미가 기웃거리는 걸 보아, 어느새 또 몰려온 모양이다.

뿌직. 거미가 짓밟혀 터졌다. 토끼까지 왔다.


탐욕스러운 눈빛이다.

놈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거다. 이것이 상위 포식자로 발돋음할 기회라는 것을.


“그륵.”

“···뀨.”



토끼와 개구리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일촉즉발의 상황.


쫑긋.


호랑이의 목 안에서 시준이 나타났다.


“굵?”


의아한 등장. 시선이 팔린 사이 토끼가 날아왔다.

인상을 찌푸린 개구리가 놈의 목을 묶었다. 뾰족하게 변한 혀끝이 토끼의 목을 찌른다.

절명.


고블린의 힘을 웃도는 그녀에게, 토끼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시준은 눈을 꿈뻑이더니 호랑이의 시체 안으로 들어가, 뜯기 시작했다.


‘왜 나온거람.’


그녀도 시체 안으로 들어갔다. 적들이 몇 마리나 몰려올지 모른다. 차라리 숨어있는 게 낫다.

서로 눈치를 보느라 쉽사리 접근하지 못할테니.


“케룩?”


또, 뭐가 왔다.

고블린이다. 혀를 변형시킨 뒤, 기다렸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케···”


시체의 상단부가 꿀렁거렸다. 파먹고 있는거다.

이내 뻥 뚫린 시체. 그와 동시에.


푹.


혀가 고블린의 미간을 뚫는다. 이중 삼중으로 구멍을 뚫곤, 으스러트렸다.

극한까지 압축한 시체를 끌고 들어왔다.


그런 식으로 오랜 시간동안 사냥했다. 호랑이의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시준이 개구리를 쳐다봤다. 기운을 차리긴 했지만, 부러진 뼈는 회복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시준을 입에 물고는,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머리만 삐져나온 시준이 전투의 흔적을 가리켰다.


“.......”

“개굴.”


개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지시한데는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며.

곧 흔적을 숨긴 그녀가 자리를 떴다.

긴 하루였다.


****


동굴에, 크룰이 진각을 밟으며 등장한다.

쾅! 바닥이 깊게 파였다.


“케룩!”


반응이 없다.


“···케룩?”


깊게 들어간다. 은신처를 옮기기라도 했나?

동굴을 살피던 크룰의 얼굴이 굳는다.

선명한 핏자국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맹수가 한 짓인가?

아니다. 흔적이 없다.


뿌득.


···원인이 뭐든, 무슨 상관인가.

창을 부숴질 듯이 쥔다. 눈에서 실핏줄이 터졌다.


“캬아아악!”


크룰이 괴성을 내며 뛰쳐나왔다.


***


“찌이이···”


뻐근하다. 기지개를 펴기 위해 몸을 폈, 악 시팔!

뼈가 어긋나는 듯한 통증이 올랐다. 전투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으.”


곰은 어케 잡아 쉬바아알.

꿈속에서 호랑이와 곰이 싸우는 걸 보긴 했다.

결과는 무승부 하루죙일 싸우다, 지쳐서 도망쳤다.

그만큼 곰은 강건했다.


‘목을 뚫으면, 또 다르려나.’


누운 채, 사냥의 보상을 확인했다.


[레벨 18]

[근력 21.34 체력 18.63. 지능 9.26]

[보너스 포인트 0.8]


···허. 이러니까, 심층부의 생명체가 외각은 거들떠도 안보는거다.

근력 21.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이제 오크랑도 비빌만한가?’


그건 아니다. 단순한 힘으로 곰을 압도하는 게 오크다.

마경의 특이성을 고려했을 때, 한 40은 넘지 않을까.

이어서 스킬을 확인해봤다.


[맹수의 신체]

[손톱, 발톱, 이빨이 강화된다.]


신체 강화. 일단 가지고 있으면 유용할거다. 다음.


[기백]

[정신 공격에 일부 면역이 생긴다.]

[맹수는 흔들리지 않는다.]


정신 공격?

초음파나 호랑이의 포효. 뭐 그런건가. 이것도 좋다.

다른 건, 없나?


‘살짝 싱겁긴 하네.’


개구리를 슬쩍 쳐다봤다.

얘도 호랑이를 먹었을까. 만약 홀로 독식했다면 어땠을까.

말도 안되는 가정이다.


‘얘가 없었으면, 목을 깊게 뚫지도 못했겠지.’


다람쥐의 신체적 한계다.


‘그리고,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20을 넘어선 근력. 슬슬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경지다.

고블린을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경지.

‘고블린을.’


‘···차서 공중에 띄운다던가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으려나.’


정확한 건 고블린의 체격을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머릿속으로 고블린의 행동 양식을 떠올린다. 원래 인간이었던 그였기에, 상상은 어렵지 않았다.


고심하던 그가 눈을 떴다.

떠올랐다. 상대법이. 통증을 참으며, 내 계획을 설명했다.


그 후로 이틀이 지났다. 뼈도 붙었다. 어깨를 피고 당당하게 빠져나왔다.

이젠 꿇릴 게 없었다. 주눅들지 않아도 된다.


“개굴.”


쭉 돌아다니던 우리는 기묘한 흔적을 발견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와, 흩뿌려진 핏자국. 그리고 고블린의 발자국까지.


‘우두머리가 돌아왔구나.’


흔적을 보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날뛰는 모양이다.

좋아. 찾으러 가보자.


***


‘없다.’


토끼와 여우만 족족 사냥하던 크룰은, 짐짓 이상함을 느꼈다.

이곳엔 자신의 동족을 위협할 적이 없다.

그럼 도대체 누가 한 짓인가.

들끓던 분노가 차갑게 식는다. 지도자인 그는, 감정을 절제할 줄 알았다.


“···?”


크룰은 묘한 흔적을 발견했다. 나무에 숭숭 뚫려있는 흔적.


‘창술?’


사방엔 핏자국이 가득했다. 냄새가 남은 걸 보아, 오래된 흔적은 아니다.

크룰은 직감했다. 이 녀석이, 학살의 주범이라고.


‘동족이 한 짓인가.’


다시 숲을 방황하는 크룰. 그가 흠칫하며 시선을 돌렸다.


“······..”


무언가, 있다.


***


‘들켰나?’


크룰의 시선이 닿은 나무의 뒷면엔, 시준이 숨어있었다.

심층부에서 온 놈이라 그런가 감이 좋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던 때.


팍!


섬짓한 소리와 함께, 우측에서 고블린이 나타났다. 흠칫하며 빠졌다. 딱! 창이 나무를 후린다.

뒤로 빠지며 반사적으로 펼친 마기 방벽.


파직.


털에서 흐르는 전류를 본 녀석이 입을 열었다.


“네놈이구나.”


말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준은 그의 선명한 적의를 읽어냈다. 그가 전투 태세를 잡는다.


그런 크룰의 머릿속에 문득 창술의 흔적이 떠오른다.

별 거 아닐거다.

동족과, 저 다람쥐가 싸우면서 만들어진 흔적이리라.


‘···'


기세 등등한 표정과는 달리, 크룰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그 역시 뇌기를 받아들였기에 안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작업인지를.


강하다.

육신에 현혹되선 안된다. 놈 역시 맹수다.

저 작은 육신에 어떤 저력이 담겨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러나 물러날 구멍은 없었다. 물러나서도 안됐다.


파지직!


뇌전이 크룰의 육신을 장작 삼아 거세게 피어오른다.

지금의 그에게 삶이란 의미가 없었기에.

필사(必死)와 필살(必殺)의 의지를 담았다.


“하찮은 잡기가 끝이라면, 곱게 죽진 못할거다.’

“찍.”


지랄을 한다고.

시준은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설속 다람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22.06.14 32 0 -
25 오크 사냥(1) 22.06.11 17 1 13쪽
24 진짜 유적지 탐방(2) 22.06.07 20 1 13쪽
23 진짜 유적지 탐방(1) 22.06.05 23 1 13쪽
22 곧 들어가겠네 22.06.04 28 1 13쪽
21 유적지 언제 탐방함 22.06.02 31 2 12쪽
20 유적지 탐방(2) 22.05.31 31 1 13쪽
19 유적지 탐방(1) 22.05.29 35 1 14쪽
» 맹수 사냥(2) 22.05.28 41 5 12쪽
17 맹수사냥 (1) 22.05.26 37 3 12쪽
16 벌들의 추락 +1 22.05.25 44 4 12쪽
15 벌들의 비행 22.05.24 43 4 13쪽
14 마경의 생태계를 파악해보자 22.05.23 44 3 12쪽
13 고블린은 무엇을 할까요 22.05.21 52 4 13쪽
12 람쥐썬더 각성. 그리고, 토끼사냥. 22.05.20 52 5 12쪽
11 천둥이 울리리라(2) 22.05.19 49 4 12쪽
10 천둥이 울리리라(1) +1 22.05.18 60 4 14쪽
9 동료가 생겼다 22.05.17 57 5 15쪽
8 격투다람쥐 +1 22.05.16 68 4 13쪽
7 카멜레온 사냥 22.05.15 65 3 12쪽
6 방어구를 만들었다. 22.05.14 82 7 13쪽
5 흔적(3) 22.05.13 88 6 12쪽
4 흔적(2) 22.05.12 93 9 13쪽
3 흔적(1) 22.05.11 104 11 14쪽
2 다람쥐가 되었다(2) 22.05.11 127 13 13쪽
1 다람쥐가 되었다(1) +1 22.05.11 223 1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