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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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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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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의 시라소니 4

DUMMY

북방의 시라소니




통신은 갈굼을 당해도 조수일 때가 편할 수 있다. 사수는 팀 통신은 교신 소통 책임이 전가되고, 지역대 통신 교관은 지역애 작전/훈련 통신의 책임이 무겁다. 병기든, 기갑이든 무엇이든, 장비가 다섯 개면 훈련하다 하나는 퍼지게 마련.


무전기도 그렇다. 이게 언제 보급된 건지 모르며, 알아볼 필요도 없다. 완전히 고장이 나야 새 장비를 신청할 수 있는데, 여단 통신대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는 어느 팀 무전기 전격 교체를 남발할 수가 없다. 아니, 안 해준다. 거의 안 해준다. 대대 통신 담당관이 장비 들고 가서,

봐라 이거, 완전히 갔다! 그 정도 돼야 교체가 가능하다.


어느 여단이건 ‘나 통신 주특기!’라면 전기가 흐르듯이 동질감이 합선된다.


팀 최고의 주특기라면서 최고로 힘겨운 책임을 받는다. 그러니 야전에서 팀원들도 긁는 이야기 통신한테 못 한다. 군장에 식량은 줄어도 무전기 무게는 복귀할 때까지 같다. 부수 기재까지 하면 무게가 안 준다.


그 생활. 동종 주특기가 아니면 모르는 생활.


여단에서 누가 사령부와 특수전학교로 올라오면 지켜보자 분위기지만, 통신단에 경력 있는 여단 통신 부사관이 보면 당연하다 생각한다. 사령부와 지원부대, 특수전학교에서 군 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진짜로 나갔다. 진짜 야전으로.


그건 원사도 상상할 수 없다. 그저 미안할 뿐이다.


원사도 알고 있다. 여단 작계 충분히 겪었다.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 안 되는지 안다. 게다가 사령부와 가까우니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도 안다.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목도하고 있다. 이거 이래도 되나. 정말 이럴 수밖에 없나.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제 이 전문을 보낸 통사와 무전기는 생명의 끈이다.


현재 북한 전 국토에서 이렇게 사람이 게릴라가 되어가고 있다.



누구일까.

얼굴은 모른다.

그러나 얼굴 빼고 모든 그림은 이미 보인다.


‘어이 통사. 어이 이현욱? 너는 이 정도는 기대했지? 누구라도 한 명은 풀어서 볼 줄 알았지?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거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 전문이 풀린다면 넌 내용에 또 심어놨을 거야. 북한군이 읽어도 모르는 거. 난 알 거야. 7여단은 아니지만, 알아볼 수 있을 거야.

그래. 너 대체 바라는 게 뭐야. 무슨 상황에 처했냐? 반 죽은 상태냐? 이런 식으로 풀어서 했다면, 넌 지금 속이 불타는 거 아니냐? 누구냐 넌. 현욱이냐 창옥이냐. 수신병 전언으로 치면 아무리 팀장 부팀장 통신 연계 교육을 받았어도 그렇게 못 해. 넌 중사 아니면 하사야. 북한군 보안부대를 속이다니 대단한데? 그래. 뭘 바라. 내가 해줄 건 뭐야. 말해봐. 어서 말이 나와 봐.’


원사는 상상이 안 간다. 분명히 훈련은 했었다. ATT에서 적(대항군)이 목숨 걸고 쫓아와서 거품을 물거나, 따라오는 적을 회피하기 힘들어서 군장 물자를 땅에 매몰도 했고, 또 대항군인 다른 여단 다른 대대가 귀신같이 찾아내서 물자 노획당하고 창피당하고, 다른 훈련에선 통제관의 [게릴라 베이스 내습 상황!] 발령으로 근 1분 만에 군장에 진흙 덩어리를 쑤셔녛고 뛰기도 했다. 통제관은 폭음통을 던지고 공포탄을 쏘고 초시계를 쟀다.


‘너. 사살. 늦었어. 너 너 너 부상. 팀 반파. 장비 손망실 1/3.’


그때 거의 20시간을 걸어서 은거지 편성, 밥해 먹고 한 20분 잤을 때 통제관이 습격했다. 꿈인 줄 알았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 : 훈련은 훈련이다. 실제로 그 상황처럼 북한군이 우리 은거지를 내습했다면, 최소 50m까지 이미 접근해서 총을 쏘고 있다면, 군장 버리지 않으면 죽는다. 군장 때문에 죽는다. 훈련 상황은 감점과 지적으로 끝났지만, 실제로 추격하는 경우는 대대 대항 ATT가 거의 유일했다. 무작위로 추첨해서 붙는 2개 여단의 대대 대항 ATT는 준 전쟁이었다. 두 대대가 서로 공격 방어를 하면 최종 승리를 하려고 목을 걸었었다.


그런데 군장. 통신 주특기의 무전기. 어떻게 버리나. 버리면 상부와는 끝이다. 무전기 배터리 발전기 부수 기재 단 하나도 버릴 수 없다. 버리면 무전기를 제대로 못 쓴다. 만약 약간의 시간이 있다면 통신 주특기는 무전기 + 부수 기재만 빼고, 나머지 다 버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무거우면 실탄이라도 버리고 무전기만 살릴 각오가 있어야 한다. 물론 지역대가 규합하면 살아 있는 무전기를 만나서 공용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전시에, 그림이 선하게 보이는 무지막지한 작계 목표를 때리면서 그게 가능한가?


그래. 그렇게 한 시간은 전력으로 뛴다고 하자. 계속 쫓아오면? 북한군이 단독군장으로 뛰면서 계속 쫓아오면? 돌아서서 조준사격으로 교전해? 작계고 지랄이고 싸워? 브라보 투 제로야?


지금 저 위가 그런 상황이다.


모든 걸 버리고 무전기만 살려서 튀어도 살까 말까...다.


주임원사.

어쩌면 무기력한 관리직이다.


특수전학교 백호부대 포함 사령부에 주임원사가 다섯. 가장 젊은 주임원사는 보통 백호, 최고 짬밥은 사령부 주임원사. 아무리 짬밥이 맞아도 특수전학교는 교육 많이 받은 원사에게 주로 간다. 공수교육과 특수전교육과 특수교육과가 골자이기 때문이다.


가장 애매한 것이 통신단. 역시, 아무리 그래도 부사관 임관부터 통신 주특기 받은 사람이 적당하나, 꼭 그렇지도 않다. 주임원사는 부대 관리를 하는 사람이지 전투를 이끄는 사람은 아니다. 임관 특전부사관은 수요에 항상 모자라고, 통신 주특기가 임관부터 사령부 예하 부대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백호 빼고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여단들은 한 명이라도 더 달라고 요청한다. 그렇다고 여단에서 올라온 통신 주특기를 일부러 찾을 수도 없다. 선발에 필요한 심사를 해서 뽑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통단은 짬밥이 맞으면 돌아가는 것.


원사는 적당한 주임원사 보직을 하면 나가는 입장이 된다. 한번 맡으면, 최고 직급인 사령부 총 주임원사를 노리지도 않는다. 후배들을 위해, 적당한 주임원사 끝나고 연령 제한까지 억지로 근무하지 않는 편이다. 자기 후배가 주임원사를 하면 눈치껏 나가주는 분위기다. 이미 연금 상한에 도달했고, 한두 해 더 근무해서 몇만 원 늘리려고 억지로 근무하지 않는다. 이 주임원사는 이 전시에, 이미 통신단 주임원사 기간을 끝내가고 있다. 다만, 이런 보직에 대한 신임 발령은 중단된 상태.


이 원사 레벨 사회는 겉으로 봐서 모른다. 고참 졸병이 있으면서 올라와 보기 전에는 모르는 또 다른 사회다. 어쩌면 모두 상사 시절을 그리워한다. 몸이 편한 관리직이라 연령에 맞게 좋을 것 같지만, 밀려난다는 기분이 든다. 부대 자체가 전투 위주다 보니, 전투원이 아닌 사람은 밀려난 기분이 든다. 겉으론 온화해도, 오래 겪어 보면 뿌리부터 골수가 전투원 지향의 ㄷㄹㅇ 기운이 있다. 그러므로 부대원들도 ‘저 양반 보기엔 그럴싸해도 한번 돌면 모르지.’ 잘해줘도 경계한다. 체력, 전투 지향으로 시작해서 최소 15년 전투보직으로 구르고 뛰던 사람들이라, 원사를 달고 관리직으로 밀려날 때 마음들이 안 좋다. 자기가 전투원임을 증명하고 싶은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있다.


‘난 뭐 하고 있나. 난.’


지금 이 원사는 눈 앞에 펼쳐지는 것 앞에, 나도 아직 전투원이고 싶고, 전투원임을 증명하고 싶고, 손에 총을 잡고 싶은 근질근질 욕구가 있다. 체력단련도 꾸준하여, 아직도 실전에 나가면 몫이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만히 있고, 할 것이 없다.


정병장이 옆의 빈 종이에 볼펜을 대로 누운 8자로 존나게 빨리 돌린다. 습관이다. 쓰기 속도가 필요한 경우, 눅눅하게 가지고 다니던 볼펜이 순간 막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볼펜은 끝의 ball은 자꾸 굴려줘야 잉크가 잘 나온다. 다시 말해서 잉크가 잘 나오고 잘 써진다. 전시 통신병들은 물처럼 나오는 유성펜 무성펜을 쓸 수 없다. 아무리 뭐라 해도 모나미 볼펜이 가장 적격이다. 볼펜이나 유무성 펜이나 안 쓰면 마른다. 볼펜은 볼이 굳는다. 그러니 쓰기 작업을 하기 전에 볼펜 볼을 굴리면서 잉크 나오는 거 보는 습관이 있다.


직직직. 직직직. 정병장은 육상 스타트 트랙처럼 볼펜을 누운 8자로 돌리며 전문을 본다. 비 산술적 수리학 빼기의 시작, 이미 눈이 하고 있다. 눈으로 빼고, 다음은 문자표를 보고 뺀 것을 자음 모음으로 치환하고, 오른손은 한글을 쓰게 된다.


“나온다. 나온다.”


“나와?”


“패턴 나온다. 나온다. 이거, 분명합니다, 줌원사님. 문자표 좀!”


“어느 거!”


“두 번째 거!”


“오케.”


어떤 사람들이 보낸 어떤 이야기. 절박한 이야기.


원사는 새로운 A4를 잡아서 ㄱㄴㄷㄹㅁㅂ... 쓰기 시작한다.


팀 통신 주특기는 중대장이나 정보작전 주특기만큼 지도를 자주 보다. 다음 교신할 위치를 보고 지형을 골라야기 때문이다. 자기 무전기가 저출력이므로 가장 효율적인 장소를 골라야 한다. 상대 무선국으로 바라보는 경사면, 높을수록 교신 성공 확률은 높다.


통신 주특기들은 음어 암호낭에 펜 여러 개를 꽂고 다닌다. 종이와 펜이 항상 필요하다.


암호나 음어를 빨리 해역(해독)하면, 측정이나 혹 전시에 그래야 한다면, 통신 주특기들은 숫자를 보고 암산하며 오른손이 전문 내용 : 한글을 쓴다. 그럴 때 글은 초등학생 글씨처럼 크고 단순해지면서 오른쪽 밑으로 쳐지며 써진다. 읽는 눈에서 한글이 보이면, 직접 쓰는 오른손은 이미 볼 필요가 없다. 전문 해역을 끝낸 다음에, 한글 패턴이 깨진 곳만 살짝 수정해 완성한다. 그것이 사령부의 지시라면 해역 다 끝나기 전에 다 알았다. 써주는 건 중대장 지역대장 보라고 주는 것. 새롭게 쓰지 않고 초딩 글씨를 그대로 준다.


글자 모양은 필요 없다. 한글만 나오고, 그게 전문 마지막의 마침표까지 딱 떨어지면 끝. 수신 해역은 완성된 거다.


여기 해역병들은 그래도 글자를 다듬으며 쓰는 편이다. 어차피 워드로 쳐서 보고할 것이기에 글자는 필요 없지만, 여단 통사들보다는 그렇게 절박한 식으로 하지 않는다. 여단 통사들인 중사 하사들은 항상 [적의 삼각 전파측량]을 염두에 두고, 훈련과 측정에서 시간을 재며 훈련한다. 제일 빨리 끝내는 사람이 1등이다.


[가장 빠르게, 그러면서 전문은 정확하게!]


고로, 안테나 펴고 무전기 전원을 켤 때까지는 상관없으나, 호출부호를 때리며 교신을 시작할 때부터 송신 혹은 수신이 완료된 시점까지 가장 빠르게 해야 한다. 빠르게 하고 안테나를 걷어 이동해야 한다. 북한군이 내 전파를 전파측량으로 좌표를 산출하면, 걸어서 뛰어서 거기 가봤자 안 된다는 걸 안다. 바로 포병에 무전으로 제원 날려서 포탄으로 전파 발원점을 때린다.


암호. 음어. 무전기 교신 측정. 무수한 초시계, 초시계.

그리고 간장을 졸이는 누군가 외치는 소리.


‘해역 끝!’

‘송신 끝!’


게릴라는 전파를 쓸 때가 무척 위험하다. 그 게릴라 부대를 잡으려고 대기하는 상대는 목숨 걸고 교신하는 것. 여단 통사들은 속도에 민감하다. 그 나머지는 송신과 수신에서 전문에 오류만 없으면 땡이다. 전문 조립에서 자음 하나 모음 하나 틀려도 상관없다. 문장이 나오면 오자(誤字) 약간 틀려도 이미 끝난 거다.


그러므로 측정은 통제관이 평문 용지를 주고, 그걸 암호문으로 만들면서 무전기를 설치하고, 송신하면 끝. 원칙상으로 그 끝! 이 안테나 무전기 걷어서 뛰는 시점이다. 수신 시험은 무전기 세트를 지고 있다가, 통제관이 상대 무선국 좌표만 준다. 그러면 사수가 지도와 나침반으로 안테나와 무전기를 제대로 설치하고, [보내라!] 호출부호를 때리고, 수신이 끝나면 땡. 측정은 결과가 필요하니 한글 전문 완성까지다.


‘야, 5지역대 조졌대. 지역대 선수. ㅋㅋㅋㅋ.’

‘어디서 나가리 난 거야?’

‘송신이지 뭐.’


측정을 조질 때는 (세계적 군사 간첩 통신의 동일한) 다섯 개로 조합된 숫자 블록들이 맨 마지막에 남거나 모자라면 좆된 거다. 특히 송신 전문 조립에서. 수신은 알아서 사령부가 간격을 띄워 분명하게 해준다. 빠른 청취와 인지, 그리고 무전기 철수와 이동. 해역은 걸어가면서 해도 된다.


교신은 극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그 집중력은 측정들이 키워준다. 시간 전쟁이다. 그러다가 전문 조립이나 수리학 계산의 잘못으로 전문 하나를 완전히 날릴 수도 있다. 지역대 통신 교관이나 사수에게 살해당할 수 있는 실수다. 그건 측정에서 빵점이다. 수신 전문에서 글이 한글이 안 뽑아진다.


7여단 1대대 어느 통사는, 절대로, 절대로 실수할 리 없다. 속도도 완벽한 조립 해역이 따라야 가능한 것.


‘이것이 준비된 전문이라면, 분명히 확인했어. 그러므로 의도적인 전문이야.’


저 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예상은 하지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

왜 이렇게 시간이 길어지는가.

특수전은 땅 파서 작전하냐.

가서 구출해야 할 거 아니냐 이 새끼들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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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살아남은 개의 취침 5 22.09.05 309 15 14쪽
286 살아남은 개의 취침 4 22.08.29 288 13 15쪽
285 살아남은 개의 취침 3 22.08.22 275 12 12쪽
284 살아남은 개의 취침 2 22.08.08 337 16 17쪽
283 살아남은 개의 취침 1 +1 22.08.01 423 14 13쪽
282 조수야 조수야 존경하는 조수야 2 22.07.25 328 13 13쪽
281 조수야 조수야 존경하는 조수야 22.07.18 352 13 12쪽
280 북방의 시라소니 6 +3 22.07.11 392 20 15쪽
279 북방의 시라소니 5 +2 22.07.04 337 14 14쪽
» 북방의 시라소니 4 +1 22.06.27 398 14 14쪽
277 북방의 시라소니 3 22.06.20 328 15 11쪽
276 북장의 시라소니 2 +1 22.06.13 351 15 11쪽
275 북방의 시라소니 +1 22.06.06 416 13 11쪽
274 울프팩 메모리즈 6 22.05.30 345 15 10쪽
273 울프팩 메모리즈 5 22.05.23 334 14 11쪽
272 울프팩 메모리즈 4 22.05.16 351 12 11쪽
271 울프팩 메모리즈 3 22.05.09 347 13 11쪽
270 울프팩 메모리즈 2 22.05.02 371 11 11쪽
269 울프팩 메모리즈 1 +2 22.04.25 419 11 11쪽
268 22.04.18 33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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