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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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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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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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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개의 취침 1

DUMMY

살아남은 개의 취침


도시의 하이에나



특공무술 대련을 붙었을 때 산이 떠올랐지. 교관이 MMA라고 생각하고 하래. 정말 모진 인간이랑 붙었어. 가볍게 봤는데, 이게 죽자고 달려드네. 헤드기어와 글러브만 아니면 기절인데, 사회에서 맨손으로 까다가 손뼈 금 가고 부러진 생각이 날 정도. 죽어라 붙잡고 늘어져. 지역대원 앞에서 굴복하는 꼴이 죽어도 싫은 거지. 여차하면 물기라도 할 기세야. 그 눈깔, 헐떡이며 번득이는 이빨. 하얀 치아 사이로 흐르는 선혈과 자존심 때문에 물고 늘어지는 인간. 아는 사람이었지만 전혀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


그 산에서 개와 싸울 때와 똑같아. 인간이나 개나 짐승은 짐승, 한번 목적을 품으면 미친개나 인간이나. 아가리로 박힌 작대기에도 눈깔을 까뒤집고 거품을 푸~하 푸~하 튕기든 거.


근데, 그 개 맘에 들어.

살라면 그렇게 살아야지.

적들로 가득한 이 험한 세상에서.


“얼루 갔어!...”


그래도 든든하다. 착검까지 하고 싶다.

우리의 친구.

피아 공용의 흉기.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범용의 연장.


우리 총은 됐고, 적의 총을 철두철미하게 알랬던 담당관님.


‘아카보를 쓸 정도로 길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안 길어져도 써야 할걸? 실탄 2기수로 뭘 한다고?’


이젠 정말로 암기 수준.


AK.

Automatic Kalashnikov.

러시아 사람 칼라시니코프가 만든 자동소총.


AK 최초 버전인 AK-47 : 7.62mm Automatic Kalashnikov, 북한도 1950년대 말부터 58식 보총으로 받아들였다. AK 권역은 이제 AK-74의 시대로 접어들어 5.45mm로 전환되었다. 북한만 그저 그렇다. 이제 AK-47은 아프리카나 중동, 동구권 구 공산주의 국가들의 예비군 총이다. (그러나 아프간과 우크라이나에서 맥심 기관총도 등장했다.)


북한은 먼저 호위국과 특수부대를 AK-74(88식 보총)로 교체하고, 현역 부대들을 74로 진행 중인데, 언제 끝날지 모른다. 88식 보총을 빨리 만들어서 보급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전에는 없었던 이원화의 문제. 그 이원화 문제로 다른 국가들은 AK-47을 폐기 수준으로 퇴역시켰다. 다시 말해 47 실탄을 억지로 생산하지 않고, 재고가 완전히 소모되면 진짜 고철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AK-47 총알이 너무 많이 생산됐다.


북한에 AK-47용 7.62mm 탄약이 한 100억 발은 될 거다. 우리나라가 차량화 105mm 곡사포를 만든 이유 : 105mm 누적 포탄이 너무 많다. 너무너무 많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 포탄 다 소비하려면 3차대전 일어나야 한다는 말로 차량화 105mm 부연 설명을 끝났다.


47과 74의 혼합은 세계적인 추세로 오래 갈 거다. 이혼을 결정했지만 법적 처리가 질질 끌리고 있는 거다. 생산된 AK-47 총과 총알이 너무 너무 너무 많은 거지. 47을 완전히 폐기하기도 아깝고 낭비고 – 다 폐기하고 74 탄약에만 전력 생산하는 것도 이중으로 큰돈. 그러므로 여군이 많은 북한 고사총부대 같은 데는 47을 써도 상관없는 거다.


47은 구 소비에트연방의 1947년식, 74는 1974년식. 꽤 됐지? 이제 AK도 74에서 100단위 최신 버전으로 넘어갔다. 러시아는 AK-74도 너무 오래된 총이다.


북한도 현역은 74 - 예비군은 47로 가는 정책. 북한군 보급은 두 가지 탄을 돌려야 하고, 누적된 47탄이 장난 아니다. 지역에 따라 쉽게 74탄 수급이 안 된다. 47탄은 어느 곳이나 가도 있지만, 74를 가진 부대가 출동하면 74탄을 보급하는 트럭이 따라가야 한다. 전방과 현역 부대 있는 곳이 아니면 74 탄약을 구하기 어렵다. 이런 건 전쟁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2차대전 독일군이 여러 종류 탄을 수급하느라 복잡했다. 독일군 탄 종류가 너무 많았다. 미군은 쉽게, 예들 들어, 권총과 기관단총 총알을 같은 것으로 통일했다.


AK는 선조부터 내구성의 왕이었다. 베트남전에서 증명되었고, 베트콩들은 이 총이 물에 빠졌다가 꺼내도, 진흙 구덩이에서 굴리다 꺼내도 총이 나간다는 걸 알았다. 총알 구경도 서방권의 M-16 5.56mm보다 세서, 한 방만 제대로 맞으면 인간 절명한다. 우리나라 50 구경 기관총과 같은 구경이다. M-16 AR-15 계열이 팔에 맞으면 구멍이 나고, 똑같은 자리에 AK-47을 맞으면 손목이 잘릴 수도 있다.


AK 47과 74가 어느 정도 비율로 보급되었는지는 우리나라 국방부도 모르고 북한군 출신 탈북자도 모른다. 소총 한 정에 300만 원까지 호가하며 완전 보급에 20년도 넘게 걸리며 아직도 보급 중인 육상자위대 소총 개량 사업과 함께 미지수.


문제를 다 떠나, 노획 병기 사용하려면 닦아야지?

아직 총 확인을 안 했어.

지금 바로 해?


그럼, 지금! 총을 써야 하니까. 총을 믿고 싶으면 직접 닦아라. 다른 사람이 닦았단 말 믿지 마라.


‘이게 뭔 짓이냐. 야밤에 적 도심에서 옷 갈아입으며 빤스 보여주고 병기 청소까지. 이 무슨 청승이냐.’


탄창 빼고 – 약실의 총알 빼고 – 상판 금속 덮개를 버튼을 눌러 빼고 – 가스 활대 스프링을 앞으로 밀어서 빼고 – 노리쇠와 가스활대 뭉치를 빼고 – 거기서 노리쇠 뭉치를 분리... 여기까지가 총을 닦기 위한 일반분해. 나토 탄을 쓰는 우리와 서방의 총보다 간단하다. 총열 덮개 위쪽과 가늠자를 빼기 시작하면 특수분해.


선천적인 약점도 존재한다. 초탄을 쏘면 반동이 워낙 심해서 2-3-4탄 연사 적중률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서 이건 돌격(자동)소총이다. 상부의 얇은 철판 덮개에 가늠자를 달 수가 없어서 다른 총보다 가늠자가 앞에 있어서 조준이 쉽지 않고, 가늠자와 가늠쇠 거리가 서방 총보다 짧다. 다시 말해 조준이 선천적으로 안 좋다.


그러나 자동소총이자 돌격소총으론 최고. 이 AK가 강력하게 생존한 이유는, 실제 전장에서 우리나라 군대처럼 200m나 되는 곳을 쏘는 일이 적다는 것. 그건 1차대전 진지전 사격 거리 개념이다. 이제 우리 군도 근거리 속사를 꽤 연습한다. 러시아는 조준과 연사의 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버전을 내놓았으나, 북한은 대대적으로 신형을 보급할 돈이 없다.


아군의 사격. 사격훈련.


조준경을 단다고 갑자기 총을 잘 쏘는 건 아니다. 조준 시간은 숙련도에 따라 다르다. 자동화 표적이 올라왔다 내려가기 전에 쏴야 한다.


부대에 오는 그린베레는 우리가 이상한 군대라고 생각했다. 특히 사격에서. 왜냐. 우리가 100m 150m 200~250m 쏘는 사격훈련을 이해를 못 한다. 200m를 조준경도 없이 수동조준으로 적중한다면 그들 개념에 ’저격이잖아!‘?


우린 3~400은 넘어야 저격 아니야? 조준경 없이 100 150 200을 맞추는 군대는 세계적으로 희소하다. 까놓고 말해 없다. 모든 소총수에게 그런 기준을 요구하는 군대는 정확히 말해서 대한민국밖에 없다. 서양의 군대 전부는 조준경이 파괴되어 수동조준으로 전투해야 할 때, 100m 맞추면 다행이다. 우린 100m 못 맞추면 고문관.


즉각조치 사격을 많이 하긴 하나, 이 전통적인 기지거리 사격은 빠지지 않는다. 이제 보병부대도 단거리 연사 속사를 연습하지만, 장군님들 뇌리에서 100 150 250이 떠나질 않는다.


우리나라 제대자들은 서양 중동 전쟁영화 보면서 ’저렇게 오면 조준사격으로 다 죽일 수 있는데?...‘ 거꾸로 의아해한다. 대한민국 육군이 베트남전 이후 실전에서 증명된 바는 없으나,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적인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모든 병사가 조준경 없이 그런 정밀사격을 한다고?


’어제 닦았나 보네. 이름은 모르지만 수고했다!‘


착검까지 하고 싶지만 참는다. 넘어와서 어느 때, 순간적으로 주저했다. 정신이 나간 건지, 대검을 뽑아야 하는데 몸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거다. 내 뇌가 순두부가 된 거다. 착검을 해두면 까먹진 않을 거 아닌가. 겁먹지 않았다 당황하지 않았다! 그건 내 생각이었지.


하지만 AK-74는 착검이 꽝이다. 47 구형 총검은 상당히 길다. 74는 대검을 앞에 꽂아 총검이라기엔 짧고 뭉뚝하며 하얗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착검은 가능하게! 만들어만 놓은 거지, 진정한 의미의 총검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이제 대검은 다목적 칼이지 소총 앞에 달아서 먼저 찌르기 위함은 후 순위다.


수면 부족 위장 공허 감정 과다

여기 개가 있다. 미친개가

미친개가 되고 싶은 들개가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을 들고

모가지에 작대기가 꽂혔지만

이 살을 뜯어 먹고 죽어도 죽을 테다


’씨발, 나만 두고 어디로.‘


꼭 이렇다니까. 다른 대대와 싸울 때 우리 3개 지역대는 가족이다. 그러나 내부의 눈으로 보면 두 지역대는 남이나 다름없다니까. 결정적일 때는 꼭 남 같아. 대대 안에서는 3개 지역대가 서로를 적으로 보며 경쟁하지. 비교, 경쟁. 측정. 운동 경기. 체육대회. 서로가 은근이 좆밥으로 본다. 사령부로 묶인 여단들 안에서 적이 아닌 건, 그나마 적까지는 아니고 상처(?)까지 되지 않는 건 지역대에서 팀끼리 붙어서 질 때. 그러나 팀별로 중대장 출신이 다 다를 때는 지역대도 지옥이다. 육사. 삼사. 학군. 학사, 어쩌다 단기사관. 아주 조화롭게 중대장들이 난리 나지.


’너 저리로 따라 가.‘

’다른 지역대?‘

’빨랑. 지역대장 명이야. 대대장 명.‘


난 저격수 임무를 받았고, 친히 드라구노프까지 받았다. 드라구노프라기보단 78식 저격 보총. 그 총으로 대대 정찰조가 올라간 철도역 건물 상층에서 수행했다. 건물 코너 - 전방과 우측의 창문을 박살 내고, 방 안쪽 꼭짓점이 되는 그늘에서 60발 두고, 정확히 맞출 것 아니면 실탄 아끼란 소릴 들었다. 책상 네 개를 쌓아놓고 앉아서 내려다보며 쐈다.


내가 올라온 건 우리 중대 섹터를 못 받아서지, 내 실력이 우수해서가 아니다. 우리 팀은 더부살이 입장. 나 하나 다른 데 간다고 신경 쓸 사람도 없었다. 그냥, 갔다 와라, 땡. 갔다 와라인지 가서 죽어란지.


도심 저격은 장거리 기술 저격이 아니라 심리전이었다. 특히 밤이면 섬광 감추기 시합. 전력이 나가면서 낮에도 컴컴한 방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내가 타깃으로 삼고 기다린다. 이놈의 사회주의 건물들은 왠지 우울하고 침울하고 어둡다. 저 아래 남조선에 짓다가 내장 작업 못 하고 부도난 건물에 분양한 것 같다.


’저격수를 잡아라. 그게 니 고과다.‘


저격은 영화처럼 장엄하지 않고 주구장창 피로하다. 적 저격수 징후를 획득하고 제거하려면 24시간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한다. 눈을 떴어도 잡 생각해도 안 된다. 저격은 기다림의 예술이지 적에게 충격을 주는 따위는 결과는 저격수 얘기가 아니다. 기다리는 거다. 기다리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저격 대 저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 보이고 교묘해진다.


’왜 저격수를 잡으라 하냐면, 조금 쏘기 시작하면 넌 저격수한테 죽어. 곧 주목받아. 저격을 당했다고 깨달으면 상대 저격수를 찾는다. 그 저격수를 니가 먼저 쏘지 않으면 바로, 바로, 바로 니가 골로 간다. 이게 저격수의 미래다. 열 발을 쏴서 맞췄으면 이제 슬슬 널 잡을 놈이 등장한다는 걸 기억해. 그놈을 먼저 잡으면 넌 한동안 다시 free다.‘


’다른 놈을 또 올려보내겠죠.‘


’저격수가 죽은 건 확인이 늦다. 저쪽에 무전기가 그렇게 많겠어? 저격수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있다가, 가는 거야. 저쪽이 2인 1조 전문 저격조가 아니야.‘


나한테 하는 소린지 적한테 하는 소린지.

위장과 기다림.

끝이 없는 묵언 수행, 침묵.


저격 대 저격의 운명 – 죽는 순간에도 내가 어떻게 죽는지 모른다. 상대 총구의 거리가 멀면 총소리 나기 전에 죽는다. 300m만 넘어가면 맞고 나서 총소리 난다.


처음에 몇 맞추고, 그걸 기본으로 영점을 수정했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긴장이 떠나지 않아 잠깐 졸면 무섭다. 오싹한 기분으로 금방 눈이 떠진다.


긴장의 연속이 이어지자 똥도 안 나온다. 싸고 싶어도 오줌만 찔끔 나오고, 다른 방으로 가서 맘먹고 힘을 주면 안 나온다. 그럴 때 내가 긴장한 걸 깨닫는다. 내 오감과 신체 기능이 저격으로 쏠려 있어 다른 게 멈춘 것 같다. 이 임무가 끝나야 굵은 놈이 나올 것 같았다. 미군 정찰대원이나 저격수들이 사용하는 배설 억제제를 먹을 필요도 없다. 나의 내장도 저격에 집중하나? 고정한 상태에서 눈을 번뜩이며 돌리는 것이 죽도록 피곤하다. 본 데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확인 확인,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면 맞는다. 정신 차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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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살아남은 개의 취침 8 22.10.10 289 11 16쪽
289 살아남은 개의 취침 7 22.09.26 320 10 14쪽
288 살아남은 개의 취침 6 22.09.19 283 14 15쪽
287 살아남은 개의 취침 5 22.09.05 311 15 14쪽
286 살아남은 개의 취침 4 22.08.29 290 13 15쪽
285 살아남은 개의 취침 3 22.08.22 276 12 12쪽
284 살아남은 개의 취침 2 22.08.08 338 16 17쪽
» 살아남은 개의 취침 1 +1 22.08.01 428 14 13쪽
282 조수야 조수야 존경하는 조수야 2 22.07.25 329 13 13쪽
281 조수야 조수야 존경하는 조수야 22.07.18 353 13 12쪽
280 북방의 시라소니 6 +3 22.07.11 395 20 15쪽
279 북방의 시라소니 5 +2 22.07.04 338 14 14쪽
278 북방의 시라소니 4 +1 22.06.27 401 14 14쪽
277 북방의 시라소니 3 22.06.20 329 15 11쪽
276 북장의 시라소니 2 +1 22.06.13 353 15 11쪽
275 북방의 시라소니 +1 22.06.06 420 13 11쪽
274 울프팩 메모리즈 6 22.05.30 348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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