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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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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9,395

작성
22.04.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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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DUMMY




“특수임무단인지 여단인지 모르지만, 그린베레와 데브그룬지 뭐가 연합작전 들어왔어. 뭔 놈의 중요한 걸 때릴려고 연합을 뛰겠다는 건지.”


태양은 내리쬐지만

보이지 않는다.


“간땡이 낙오됐구만.”


살갗이 뜨거운 날이다.


“최악의 경우를 드디어 서양 메이커 부대들이 맛보길 바라. 전 세계 구형 대공포가 러시아 다음으로 많지... 아니지, 러시아도 그런 거 안 쓰지. 특수전헬기가 구출 포기하고 덩그렁 리북 땅에. 경보병에게 쫓기고 식량 실탄 배터리 떨어지고 위성무전기 먹통, 위성 핸드폰 배터리 떨어질 때까지 항폭 한번 존나게 부르겠네.”


“하하. 무전기?”


“무전기가 왜 먹통일까, 단기작전 버릇 때문에 배터리 몇 개 안 가져왔거든. 맨날 하룻밤 작전하는 대단한 양반들이 불모지 게릴라로 변모해서 뛰다 낙오하는 걸 보고 싶어. 진짜를 입증할 기회가 온 거야. 없는 나라, 레이더 방공포 전투기도 없는 나라에 헬기 타고 유유히 들어가서 치고 퇴출하고, 가들이 완편 보병대대를 상대해봤어? 아니 중대라도?... 그걸 상대한 건 특수전부대가 아니라 기갑이나 기보였어”


살갗과 뇌는 생각이 다르다.

살갗은 따사롭게 행복하고

뇌는 불안하다.


“그러면서 티어 원이니 칭송받고 우리나란 비난하고 어쩌고.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뛰어난지 보고 싶어. 그들 방식으로 비교하면 우린 쨉도 안 돼.”


“상상만 해도 즐거운 걸. 하여간 우린 비교 너무 해.”


“자 이제, 위성 프레데터 특수전헬기 없어. 우리 방식으로 해보라고. 이라크나 아프간이나 식당서 아침 먹고 한탕 뛰고 돌아와 퍼져 자고, 그거 오래 했잖아. 그 허우대로 우리 특전식량 뺏어 먹을까봐 걱정이다. 살려면 우리 내륙전술훈련 800km는 경험했어야지.”


“독수리나 실전이나 똑같지, 영어 잘하는 중대장 팀은 연합팀으로 잠자리 타고 가서 타격하고 퇴출헬기 타는 거야. 우린 걷고.”


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떠드는 걸까.

지금 이런 얘기가 뭐가 중요할까.


“우리나라 팀은 남겨두고 미군만 퇴출하는 거 아냐?”

“.... 야 그런 개 같은 시나리오.”


“헬기 타는데 막판에, 너희 락 아미는 아냐! 남아! 이러는 거.”


“알고 보니 작계가 그런 거야. 어때?”


“그러고 그 헬기는 저 멀리 떠올랐다가 12.7mm에 벌집 오케?”


“우리 미친 거 아냐?... 지금 이딴 소리나 지껄이고.”


“가족 얘기하면서 질질 짜고 싶냐? 저것들 앞에서.”


“모든 전쟁영화에 빠진 게 뭔지 아냐. 꼭 필요한 데도.”


“읊어 박사.”


“총을 안 닦아. 시간만 나면 무조건 닦아야지. 사격했으면.”


“또.”


“탄창에 삽탄을 안 해. 전투 중에라도 탄창이 비었으면 삽탄 해야지. 탄창 4개? 6개? 그게 씨바 갈기기 시작하면 얼마나 버틴다고. 맘먹으면 자동으로 1분 안에 다 쏴.”


“수류탄 도색이 벗겨져 있어.”


“가끔 야포 포탄도 도색이 벗겨져 있어. 아프리카야?”


비트에서 촛불 끄고 대화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법정 판사 땅땅땅 이런 거 없어.”


“이런 오지는 내무국이나 정치장교가 왕이지.”


“다리 어때?”

“정신이, 어질어질해.”


“아파서?”


“피를 많이 흘렸나 봐. 목 말러.”

“다리는 안 아프냐고.”


“이미 떨어져 나간 거나 진배 없는데... 뭐.”


“그러니까 어떻게 아프냐고. 궁금해.”


“20초에 한 번 씩 송곳으로 허벅지를 후빈다고 생각해.”


비트의 촛불을 켜고 싶다.

태양은 뜨거우나 볼 수가 없다.


“어떻게 참냐.”


“영화는, 이럴 때 마지막에 아군 기관총이 나타나 쓸어버리지.”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불어도 죽일 거였어. 여긴 고조선 법 비슷해. 죽였으면 사형이지. 민간인을 안 죽였으니 교전행위다, 이런 말 이해를 못 할 거야. 포로 제네바 없어. 거기다 쟤들 경비대 소속이야. 따로 놀지.”


“기분이 야마네. 호위총국이나 폭풍군단 정도 돼야지.”


“안 떨리냐.”

“집 생각난다.”


“얼굴이 너무 부어서 입이, 입이 안 열려.”

“말은 존나게 해놓고.”


퇘.


“뭐야.”

“이빨. 깨진 거.”


“이렇게까지 해야 해?”


“생각해라, 생각하자. 여기서 쫄면 알로 본다. 어차피 죽어. 너 영혼 믿냐? 교회도 요즘 영혼이 천국 간다, 지옥 간다, 이런 소리 안 해. 맘을 놓자. 끝났어. 우리가 빌빌거리면 남은 사람들이 작전할 때 안 무서워한다. 겁을 줘야지.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저 산에 있는 우리들이야. 인민복에 배 나온 놈이 여기 왕이고. 피양에 연락해서 어쩝니까 이런 거 없었어.”


“아 씨발, 안대 좀 벗겨주면 안 되나?”

“보면서 하고 싶지?”

“그러니까. 손도 좀 풀어주고. 뭐 어쩐다고.”


“그거 생각난다. 소설 벽.”

“뭔데.”


“쌰르트르란 사람이 쓴 거야.”

“누군진 모르고, 뭐가 같은데?”


쓰라리다. 속이.

어떤 믿음의 대가가.


“누가 불었다고 했잖아.”

“어, 누군지 알겠어.”


“우린 이미 폐기된 팀 작전 재집결지에 있었어.”

“아 그러니까 그걸 적당히 분 거구나.”


“그렇지. 소설 내용이 그래.”

“뭐 씨발 산 사람이라도 살던지. 여한 없다.”


“멀리서 보고 있을까?”

“몰라. 보면 복수해주겠지.”


요단강 폭은 생각보다 좁다. 실제로 좁다. 폭 2미터도 있다.


‘바보였다. 지나고 나서 정말로 창피를 알았다. 무장해체. 총 뺐기고 대검도 뺐기고 특전조끼 벗고. 수첩이나 지갑 가져가지 말란 건 신의 한수였어. 놈들이 수첩 없냐고. 사진도 없어? 있었다면 보면서 낄낄거렸을 거야. 나중에는 군화도 벗겨가고,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버리기 직전의 지들 지하족이나 신으라 주고. 다른 지역에서 잡혔다면 포로수용소 같은 데 데려갔을까? 아니, 있을 리가 없지. 아직 아군은 저 아래 있으니까. 잡혀봤자 우리야. 다른 여단 모르겠다.’


태양에 목이 뜨겁다.


‘그래도 개 같이 맞으면서 불진 않았다. 아니, 불 게 뭐가 있어. 지역대 대대 인명부?’

수류탄 까고 껴안아 자폭하고 싶다. 거들먹거리면 취조하던 면상의 표정을 감상하면서.


‘작계가 하란 대로 했다. 조종사 구출하러 헬기를 타래서 탔다. 잘 모른다. 난 일병이다... 이게 브라보 투 제로 스토리인거 몰라? 더 웃긴 건, 놈들이 우리 부대 군복을 몰라. 남조선 군복이 이렇게 좋나 이딴 소리나 하고. 육군과 우리 군복의 차이점을 몰라. 격오지라 다행이다. 이놈들은 폭풍군단 빼고 위장복에 익숙치 않으니까. 잡소리 필요 없어. 자폭했어야 했어. 자기들 아군을 죽였으니 나한테 이러는 건 당연하게 생각한다.’


몸이 정상이 아니다.

‘어깨 뼈나 척추 위쪽이 부러졌거나 금이 갔어. 내 잘못이니 미련은 없어. 다만, 손을 들다니 병신, 병신, 상 병신...’


“만약 그린베레나 싸쓰가 여기서 잡혔어. 어때?”


“바로 죽이고 파묻어 버릴걸.”


“왜.”

“겁먹어서!”


“폭격 올까 봐?”

“진짜 복수는 서양 애들이지.‘


저 앞에서 서너 명, 말소리가 들린다. 어떤 토론처럼 들린다.


“뭐라고 하나?”

“행사 전에 절차... 그런 거. 선고하고.”


“인민의 적, 처단한다. 그런 소리야?”

“정신이 멍해서 잘 모르겠다.”


“말 시키나? 최후의 발언 뭐.”

“없을 거야.”


“시키면...”


“대한민국 만세.”

“항공륙전 만세. 이런 거?”


“뭐라고 할 건데.”

“너도 잘 생각해라.”


“뭐라고 할 거냐고.”

“꺼져. 이 새끼들아.”

“음...”


“최후의 발언도 살려줄지 모른다는 마지막 미련이 있으면 또 병신 되는 거야.”


“이 새끼들아~~~ 하면서?”


“기분이 진짜 그래.”


“노래를 부를까?”

“같잖은 소리.”


“군관이 나와서 떠들면 기분 더러울 거 같다.”

“군가를 부르자고? 뭐 검은 베레모?”


“아니지.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 저놈들이 미치지.”

“우리는 생 또라이다?”


“조롱.”

“언제부턴가 우리 제정신 아녔어.”


“총 쏘고 싶다. 재밌었는데. 아이 씨 면도도 하고 싶고.”


“누가 조준경이나 쌍안경으로 보나?”

“보길 바라. 그래서 노래 부르잔 거야. 산에서 들으라고.”


“흐흐흣. 웃기네.”

“왜.”


“안 웃기냐 이 상황이?”

“뭐가 웃겨.”


“어이없잖아. 이게. 어이없어 정말.”

“뭐라 그런다. 떠들지 말라고.”


앞을 향해 크게 소리친다.


“살려주면서 그런 얘기 해! 야!!! 죽을 건데 내가 왜 니들 말을 들어. 응? 더러워서 증말. 쏠람 빨리 쏘든가 이 새끼들아! 손발 묶고 눈 가리고 이젠 떠들지도 말라고?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말 좀 하는데 지랄이야! 야 이 남조선 군대 올라오면 니들도 총살이다, 알지???”


“그만해. 조용해졌어. 뭐라고 안 그래.”


“차렷! 열중쉬어! 대가리 까딱하지!”


똑같이 소리친다.


“우리는 죽지만 기억해라! 백배 천배 보복한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오지?”


고요하니 태양은 또 다가온다.


“와.”


“넌 누구야.”


“어머니. 생생하게 온다.”


“어, 어, 어떤 거.”


“밥 차리시는 모습... 넌.”


“여동생... 더는 묻지 마.”


“면회 때 본, 키가 좀 작고 커트 머리?”


“그래. 키가 작은 게 아니라 나이 차이가 커.”


“지금. 몇 인데.”


“중3.”


“그렇게는 또 안 보였는데. 나이 모르겠구나.”


“내가 이렇게 죽는 거 집에서 몰라야 한다.”


“그러니까.”


군인은 많은 것을 가진 것 같다. 장비. 군장의 내용물. 조끼의 물품들. 국군의 날 행사처럼 빵빵한 병기와 장비. 군장이 사라진다. 어쩔 수 없이 떠났다. 실탄이 떠나갔다. 대검과 총도 갔다. 이제 속옷과 군복 상하만 남았다. 피복 천과 고단했던 몸만 남았다. 혁대도 압수당했다. 이것은 현재다. 목과 소매로 바람이 분다.


이제 저들에게 [적] [게릴라]란 명칭만 남았다. 텅 빈 위장. 배는 고픈데 손이 근질거린다. 손에 뭐라도 쥐고 싶다.


’이럴 거면 더 했어야 했다. 너무 봐줬어.‘


더 과감해야 했다. 더 잔인해야 했다. 내가 죽는데 뭔 상관이냐.


입이 간질간질하지만 참는다. 말하고 싶다. 너희 목숨 걸고 나와 싸울래? 완전한 무규칙으로. 물어뜯기 눈깔 파기 포함, 그걸로 결정할래?


제네바협정에 따라 군복 입고 총 든 놈들에게 더 과감하고 잔인했어야 했다. 개 같은 단어, 포로.


“장전했네.”


“분하다. 분하다.”


“그러니까 씨...이벌. 1분만 먼저 쏴버리고 뛰었어도.”


”열불이 나서 미칠 것 같다.“


”우리가 이길 수 있었어.“


“하느님...”


“대화 즐거웠다.”


“그래. 나도 고마워.”


지나가는 새가 공중에서 주춤!

다시 날아간다.


그 전에 소리가 들렸다.


물새 날아

가는 그곳으로

떠나간 내 사랑


너와 둘이

거닐었던

바닷가 모래밭에


해변에 외로이

나 홀로 앉아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저 파도 소리에 꿈이라도 실어 보내리.


외로운 바닷가

외로운 바닷가

외~~~로운~~~ 바아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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