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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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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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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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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울프팩 메모리즈 3

DUMMY

다시 다음 차량.


라이트가 시신들을 비추고, 어느 순간 버프를 코까지 올린 채증 촬영조가 찍기 시작한다. 지역대장이 무릎 꿇고 시신들 얼굴을 좌우로 돌려본다. 고개를 들어 1중대장에게 난감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갸우뚱, 손을 털며 일어선다.


“없어.”

“......”

“위에서 안 거냐, 모른 거냐?”

“그걸 모르지. 일단 VIP는 없어.”

“어떻게 하죠?”

“아, 뭐야... 뭐...”

“정보 오판. 에이...”


차륜 장갑차 한 대. 고급 승용차 두 대. 그리고 트럭 하나. 고물상에서도 거부할 정도로 작살이 났다. 대원들은 무거운 군장을 줄이려 했는지 엄청나게 갈겼다. 잠시였지만 미니건을 쏘는 것 같은 총알소리에 빈틈이 없이 쏟아졌다. 쏘는 자는 과학적인 사격이었지만 현장에서 총알과 로켓을 대하는 표적들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지역대장은 어찌해야 하나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지역댐, 한 명 살았습니다!”


“뭐라고???”

“여기 앞 차에 한 명!”


두 시간 전...


나사가 다 풀린 컴컴한 기관차처럼 덜덜거렸다. 이런 덜덜거리는 것이 공학이론을 형성해 하늘을 난다. 온갖 잡다한 기계 뱃속, 그래도 수백 억 짜리다. 기계는 항공유를 먹고 거친 숨을 쉬며 조리를 돌리고, 피치와 토크 속에 소프라노처럼 울리는 얇고 높은 기계 치잘음. 그 치잘음이 기관차 역동 속에서 고양이 비명처럼 들린다. 까르르릉 까르르릉... 공짜가 아니다. 군용 항공기는 전투하라고 태워주는 거다.


어둠 속 눈들이 빛나고 검은 위장으로 칠했지만 피로한 기색이 역역하다. 특히나 M-240 사수 조수는 퍼진 것처럼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고, 얼굴에는 가구에 니스 칠한 것처럼 땀으로 번들거린다. 이를 물고 호흡의 진정을 기다린다. 그래도 사고 없이 탑승하고 헬기는 떴다. 훈련에서 새로운 걸 불시에 추가할 때마다 똥개 훈련시키냐 말하곤 했는데 어쩌면 지금이 그렇다. 대체 몇 번 째인가...


완벽한 명도에서 한참 모자라는 우중충한 빨간 등. 그 아래 지역대장 역시 허탈한 눈으로 정신을 차리려 노력한다. 엄청난 중무장으로 최고의 전투기동을 몇 차례 했다. 다만 전투가 없었다. 전화기와 무전기에서 불이 나게 지시만 내려온다.


뭐가 또 뜰까 겁난다. 무전기 저쪽도 완벽한 걸 모른다. 북한에 와서 아직 한 방도 쏘지 못했다. 그 이전에 들어온 다른 부대들을 생각하면 불평할 처지도 아니다. 대원들은 입소문을 통해 북으로 간 다른 여단들 상황 알고 있다.


아무리 여단이 특수목적으로 전환되었지만 45년이 넘어가는 부대 역사상 똑같이 해오던 것이라 짐작은 선하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정말 그게 가능해? 죽으라는 거야? ㅋㅋㅋ.’ 특히 대도시를 치는 두 여단은 사람이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 답 없다. 이제 그건 보안도 아니다. 뉴스에도 나왔으니까. 다만 어느 부대라는 말은 쏙 빠졌다.


1중대장은 두 번째로 보는 미군 승무원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승무원이 웃는다.

“Holy shit sucker N.K ground. cap‘n..."

"You got a battle-star badge ha!"


북한에 두 번이나 왔다는 한국군 대위 농담에 후미문 승무원 표정이 굳었다.


"cap, I don't know anything. me I'm just a crew!"

“You ain't crew chief?"

"Chief is inner side window!"


승무원이 손으로 미니건을 툭툭 친다.

“This is my side only that I know. a Devil's spit."


담 넘어 들어온 남의 집 앞마당에서 도둑이 땅따먹기하고 매트를 깔아 요가를 한다. 담장을 넘어 다른 집 앞마당에서 똑같이 놀이를 지속하며 종종 여유 삼아 나무에 대고 칼도 던진다. 밖에서 보면 여기가 누구 집인지 모른다.


어떤 여단도 지금 이들을 상상 못하리라. 북한 땅으로 타고 왔던 헬기를 다시 불러 북한 안에서 거리를 점프해 기동한다. 그것도 말총(공중급유 파이프) 달린 귀중한 미 특수전 47 헬기로. 우리보다 미군 승무원들이 뭐 이런 걸 또 맡았나 불안해 죽겠다는 표정.


이곳 상공에 머무르는 1초 1초가 불안하다. 추락한다고 다른 전쟁처럼 rescue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 러시아도 안 쓰는 러시아제 재래식 대공포를 소총처럼 보유한 나라. 프로펠러 달린 이 기계를 믿지만, 내려왔다가 못 뜨면 시베리아에서 조난당한만 못한 불혹의 땅이다. 마지막 상상, 아주 옛날 영화 ‘도곡리의 다리’에서 누런색 킬트 군복 입은 야만인 무리에게 따발총 맞아 죽는 것과 비슷한?


지역대장이나 두 헬기에 올라탄 지역대원들이나 ‘이번에는... 이번에는...’ 생각뿐. 엄청난 군장과 장비를 지고 산악 장거리 급속행군을 두 번이나 했다. 곧 휴대한 전투식량이 바닥나지만, 수시로 들어오는 정보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40km를 3시간 안에 산악 타고 이동하라 했다. 확증이 있으면 공군으로 때리면 될 건데 굳이 이러는 이유도 지역대는 모른다.


무장과 병기만 보면 지역대는 미군이다. 프린츠 헬멧까지 쓰면 정말 그렇게 보이고, 야시경의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사제 전술헬멧을 쓴 사람도 있다.


M-240 미군 기관총에 기갑관통용 철갑탄,

레이저 표적지시기,

야시경과 적외선 조준경,

AT-4 휴대용 대전차로켓(LAW), 재블린 미슬,

중대별 주야간 열 영상 투시기,

고화질 카메라 기능 위성 스마트폰,

단거리 무선전파 탐지기,


이들의 목표는 조인트 스타즈 항공표적획득기 상위 지정순위. 생존을 위한 물품을 떠나 기본 장비가 엄청나게 무겁다. 험비로 다녀야할 무장이다. 기관총 실탄은 기관총반이라고 할 만큼 20명이 500발씩 군장에 넣고 있다. 통상적인 지역대가 아니다.


지역대 본부가 지휘통신 및 항폭유도, 1중대 기관총, 2중대 로켓, 3중대 근접공격 및 경계, 4중대 근접공격. 5중대는 관측/저격. M-240 4정을 가져왔고 LAW 20발. 이 무거운 군장을 커버하기 위해 2차 한국전쟁 사상 최장거리 헬기강습으로 북에 들어왔다. 도로매복용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 그리고 마지막... 북한 전역을 커버하는 지도 전량. 디지털 위성 폰은 목표를 획득했을 때 그 결과물을 촬영하고 지문까지 스캔해 상부로 전송한다.


“Every dog has his day, cap!"

"Sound like Fuck.“

"Luck! officer."

“You come again triple?"

"Oh, sir!!!"


승무원 장(crew chief)이 소리친다

"Very second~~~!!!"


프로펠러 두 개 달린 기다란 스팸이 어두운 상공으로 떠올랐고, 헬기 두 대는 곧 바다를 향해 기수를 틀었다. 이륙안전도 지역대 책임이기에 외부등을 끈 물체들이 대공사격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거총하고 경계한다.


이제까지 피격은 없었다. 그랬다간 지역대가 쏘기 전에 저 고공에 돌고 있는 미군 전폭기가 내려와 용각산 가루가 될 것이다. 고공의 미군 전폭기는 지역대가 아니라 비싼 헬기를 경호하는 기분이 든다. 지역대는 오폭이 더 무섭다. 다시 남으로 떠나는 미군 승무원들은 다시 올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고요.


“바다에서 공중급유기가 할 수 있나?”


“그러게 말입니다. 중국이 시비 걸 수도 있는데.,.”


“우리 관심은 여기까지야. 자, 정치!”


360도 돌아가는 눈들. 무난한 바람. 모양은 똑같지만 편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헐벗은 대지. 새로 도착한 암흑의 섹터, 역시 북한 땅. 여기나 저기나 인적 없는 곳에 내리면 사실 큰 차이가 없다.


‘2km.’


지역대장과 정작장교가 GPS 찍어 지도정치하고 정작장교가 첨병조와 출발한다. 지역대장이 LZ에 사주경계 중인 병력에게 손을 흔든다.


‘작전 건제 순.’


왜 항상 이렇게 시간에 쫓겨야 하는가. 다시 이를 악문 급속행군. 걸거덕거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헐떡이는 숨소리가 대열에서 흘러나온다. 위장모를 벗어 가슴에 걸고 양손으로 군장 플레임을 쥐고 빠르게 걷고 뛴다. 담당관들이 지치는 대원들을 감시하고 행군 건제를 유지하려 애쓴다. 지역대장도 행보관도 적지 않은 군장으로 뛰고 유일한 배속병력인 공군 CCT 대원도 뛴다.


행군에서 군인을 힘들게 하는 건 역시 군용 철 덩어리. 기관총 삼각대 네 개가 대열에 솟았다. 습관 때문인지 보병처럼 기관총 실탄을 걸친 사람이 없다. 군장 안에 넣거나 천 가방에 넣어 군장에 달았다. 아무래도 내보이는 것보다 숨기는 것에 익숙한 탓이다.


다른 여단과는 다르게, 이들은 평양을 기점으로 북상하는 루트에 시간 상 순차적으로 투입되었고, 여단 첫 제대 투입은 개전 3일이 지나서였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시점, 이 지역대가 투입 명령을 받고 들어와 일주일 지났다.


지역대 원래 Target Area는 여기서 훨씬 동쪽이었다. 거기서 두 번의 기동이 있었고, 서쪽으로 한번 동쪽으로 한번 방향도 일정하지 않았다. 기동은 도로를 따라 배정된 Area 때문이다. 도로를 하나 잡고 있다가 다른 도로를 잡으라는 명령으로 고산 능선을 가로지르며 넘고 넘어 기동했고,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은 target 외 교전 금지.


그 두 번 다 어느 순간 ‘목표 없음’으로 취소되었다. 그렇게 며칠 간 개땀을 흘리며 이동해 매복을 깔고 철수하고를 반복하다 갑자기 서쪽 장거리 기동이 떨어졌다. 그 군장에 말도 안 되는 거리였다. 거기 도달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령부는 미군과 협조해 침투 때 썼던 헬기를 보냈다. 그 기종을 따라갈 것이 국내에 없다. 이 임무에 미 육군 특전단 팀이 같이 간다는 말이 있었다 어느 순간 사라졌다. 지역대원들은 퇴출헬기가 반드시 올 것이기에 그러길 바랐다.


허나 지역대원들은 알고 있었다. 녹색 베레모를 쓰는 그들이 상상하는 특수작전과는 아주 먼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한미연합사 미 육군 특전단 분견대라면 적어도 안다. 이 북쪽 땅에서 3일 이상 장기 작전에 동참할 경우 생사가 정말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런 추정 불가능한 땅에서 일주일 이상 작전해 본 서양의 유수 특수전부대는 희소하다. 넘어가면 그게 보름이 될 수도 있고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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