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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line

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연청.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2.20 10:33
최근연재일 :
2024.02.22 17: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5
추천수 :
7
글자수 :
33,447

작성
24.02.22 17:05
조회
5
추천
1
글자
11쪽

5.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5)

DUMMY

도둑 길드장 이반 테레즈는 은단발에 푸른 귀걸이를 찬 미모의 여성이었다. 군살없이 마른 몸매인데 도둑답게 굴뚝이든 뭐든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슬림했다.


“칸다바르의 국왕께서 이런 누추한 곳엔 무슨 일로 오셨는지?”


날카로운 눈매와 그녀의 직업을 고려했을 때 평범한 대화를 하다가도 숱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보였다. 뭘 해도 전투적이라고 할까. 꼭 당장이라도 단검 빼들고 날 찌를 것처럼 말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용병이 필요하다.”


“용병? 저흰 도둑 길드입니다만? 뭔가 잘못 알고 찾아오신 게 아니신지?”


“도둑도 용병으로 쓸 수 있을텐데.”


“저흰 전쟁에는 참가하지 않습니다.”


“이건 전쟁이 아니야, 반란군 진압이지.”


이반은 손으로 은빛 머릿결을 찰랑였다.


“들어보니 반란군에게도 명목이 있어보이던데 그게 진압이라면 칸다바르 국왕, 당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민 탄압이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서 침묵으로 일갈하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도둑 길드인데 돈 받고 하는 일이라면 매춘 빼고는 다 해드리지요. 얼마를 줄 수 있으십니까?”


사실 나는 이따위 흥정을 하느라 쓸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반란군은 성문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고 그게 열리는 순간 마나탑이 점령당하면 정말이지 끝이다.

따라서 나는 내 품에 있는 돈주머니를 꺼내서 이반 앞에 올려뒀다.


“고용비 50골드에 반란 진압 성공 시 100골드를 추가로 주지. 더 이상 협상할 생각하지마. 내가 내줄 수 있는 상한선을 부른 거니까.”


생각보다 큰 액수였는지 이반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녀는 침을 꼴딱 삼키며 말했다.


“이렇게 배포가 크신 분인지는 몰랐는데.”


“시시덕거릴 시간 없어. 어쩔 거야?”


이반의 눈은 다시금 차분해졌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날카로워졌다고 할까.


“알아보고 온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당신.”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를 가리켰다.


+


<이반 테레즈(★★★) lv25>

인간

도둑

체력 100/100

마나 15/15

[은신 lv.2] [후방잡기 lv.3] [독성칼날 lv.1]


+


역시.


내가 원하는 스킬이 여기 다 있었네.


“그럴 순 없습니다.”


“어?”


이반의 단호한 말투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저는 길드 마스터로서 신변에 위협이 생길만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없어지면 여기 완전 개판되거든요. 그리고 길드가 개판이 나버리면 그깟 100골드가 중요할까요? 저 데려갈 생각이라면 왕국을 통째로 내놓겠단 생각을 하던가 아니면 그냥 돌아가시는 게 낫겠습니다.”


“... 돈 주면 뭐든 다 한다고 하지 않았나?”


“다 되는데 방법은 우리쪽에서 결정할 일이지 전하께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요. 예의 상 알아보고 온 사람이 있냐고 물어본 것 뿐이고, 어쨌거나 전 안 됩니다. 불만이라도 있으신지?”


불만이 있어도 없다고 대답해야 할 분위기라서 나는 바로 대답했다.


“음, 아니.”


“저희 쪽에서 유능한 도둑을 세 명 붙여드리겠습니다. 저 못지 않은 실력자 하나. 그리고 그가 거느리는 수하 둘, 이렇게. 뭘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하나 데려가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실 수 있을 겁니다.”


이반의 언행을 생각해봤을 때 쓸데없는 허풍을 떠들 성격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란진압을 성공하는 편이 그녀에게도 더 도움이 된다. 애초에 100골드라는 성과금도 포함이 되어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더 이상 흥정할 시간이 없기에.


“좋아. 그렇게 하지. 시간이 없으니 바로 출발하겠다. 빠르게 따라붙도록.”


*


나는 달렸다. 이 놈의 몸뚱아리의 체력이 어떻게 된 모양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긴 했지만 그래도 달려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는 타임 어택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마나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세 명의 도둑들에게 각자의 할 일을 알려줬다. 임무가 성벽 바깥에서 벌여야 한다는 걸 깨달은 도둑들은 재빨리 성벽으로 붙어서 기어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성벽 위로 올라갔고 그 즉시 바로 건너뛰어 성벽 너머로 넘어갔다.


‘반란군 중에 저 정도되는 도둑만 있었어도 벌써 함락 당했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니 소름이 다 돋는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이반이 보내준 도둑들의 품질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그들 대장의 이름은 베렌으로 3성 도둑이었고 나머지는 각각 2성과 1성이다. 이 정도면 150골드가 아깝지 않았다. 이반의 말마따나 그녀를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거래였던 것. 처음부터 이반을 지목하길 잘했다 싶었다.


나는 마나탑에 도착하자마자 채린이를 찾았다.


“김채린!”


“어, 왜!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린다, 임마!”


채린이는 1층에서 그레고리를 만나서 마법을 연마하라고 했던 말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었다. 그녀가 마법사이기 때문에 마법을 쓰는 요령만 알게 되면 금방이라도 [파이어볼]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거 봐, 이거 봐.”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집중하더니 자기 손 앞에 마법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놓고 빵! 그러면 불덩이가 나가는 거야. 완전 신기하지?”


“오, 신기하네.”


“사장님, 여기 영혼 한 접시 추가요!”


파이어볼 마법은 시전 시간과 그 효력이 비례한다. 그리고 시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마나를 소비한다. 그러면서도 처음에 시전한 마법진을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그레고리! 마나탑 위, 내 방으로!”


“아이고, 전하... 거길 또 어떻게 올라가라고.”


나는 그레고리의 곡소리를 뒤로 한 채 채린이를 데리고 곧장 전선으로 향했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


아니나다를까 내 우려대로 성문이 부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성문이 곧 부서집니다!”


“다들 뒤로 물러나라!”


“모두 전투 준비!”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벨라스케스가 날 발견하더니 병사들을 독려했다.


“전하께서 직접 오셨다! 결사항전의 뜻으로 적을 맞이하라!”


일단 여기는 벨라스케스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이 시국에 믿음직한 대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


“벨라스케스, 병사들의 사기는 어떻지?”


“언제나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있는 최정예 병사들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열 명 남짓되는 병사들마저도 이렇게 추켜세워주는 걸로 봐서 이 붉은머리 여검사의 충성도는 안 봐도 분명했다.


그리고 아까 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간델의 목을 베었었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그녀가 갖고 있는 [필사의 질주] 스킬에 주목했다.


“성벽 안쪽보다 성벽 바깥이 중요한 싸움이다.”


“... 전하?”


“내 뜻을 이해할 수 있다면 중요한 순간에 반드시 네가 기지를 발휘해야 할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명심해라, 성벽 안쪽보다 성벽 바깥의 싸움이 중요하다.”


나는 그녀에게 이 정도만 말해놓고 재빨리 성벽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중간 정도 올라갔을 때쯤 밑에 있는 유가희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당장은 그녀에게 지시할만한 일이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녀에게 내가 해줄 말은 하나 뿐이었다.


“죽지만 마, 유대리.”


별 도움 안 되는 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반란군이 지금 당장이라도 들이닥쳐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유가희의 눈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것 같았다. 그녀의 심정이 어떤 심정일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불러놓고 방치하는 게 미안하긴 했지만 나 역시 이 장난같은 일에 휘말린 피해자일 뿐이었다.

사태가 끝나고 그녀에게 사과를 하든 무릎을 꿇고 빌든 우선 반란군 진압이 우선이다.


채린이와 함께 성벽 위로 올라온 나는 곧장 반란군 마법사를 지목했다.


“저 년한테 그 불덩이 쏴버려.”


“오케이!”


“맥시멈 풀차징이다, 채린아. 이해했지?”


“알아. 저 식빵년 확 그냥 내가 구워버릴 테니까 걱정 마.”


나는 그녀의 위치를 조금 조정해줬다. 마법사를 대략 45도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초보 마법사의 파이어볼이 상대 마법사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 조금만 옆으로 어, 여기 좋다. 그래. 아마 타이밍은 알 수 있을 거야.”


“알 수 있다고? 어떻게?”


“아,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쏘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들켜버리기 때문에 언제 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아, 쉬발! 존나 불친절하네! 알았으니까 맡기고 꺼져, 그럼!”


이 사태가 끝나면 서열정리를 확실히 해야겠다 싶었다. 바로 그때, 밑에서 와지끈 소리가 났다. 나는 필연적으로 성문이 부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적들이 성문 안으로 함부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아까 전에 내가 ‘성벽 재건’을 통해 다섯 명을 가둬버린 뒤에 목을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반란군 병사들이 버벅거리고 있자 헥터가 답답했는지 선봉에 섰다.


“이 놈들아! 뭣들 하고 있어! 내가 앞장 설테니까 얼른 따라 들어와라!”


‘좋아.’


내 뜻대로 되고 있다. 이제 마법사 주변에는 호위해줄 헥터가 없다. 지근거리에 병사 두 명 정도가 있었으나 저 정도 레벨이면 도적들에게 쉽게 제압당할 터.


“나를 따르라!!!!!”


와아아아-


헥터의 외침과 함께 반란군이 줄기차게 성벽 안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하지만 성문은 좁다.

벨라스케스가 다른 병사들과 함께 방패를 앞세워 방어진을 구축했다.


“방패진 정열!”


쾅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제는 방패를 두들기는 반란군들.


“어떻게든 막아!”


어떻게든 막겠다는 벨라스케스의 저 목소리가 왜 이리 든든하게 느껴지는지.

나는 뒤쪽에서 홀로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 유가희를 보면서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에게는 방패도 없다. 심지어 무기도 제대로 된 게 없어서 벌목할 때 쓰는 손도끼가 전부였다.

그런 그녀를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됐다. 동정심일까? 모르겠다. 지금은 내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하지만 사람이라면. 지난 생의 마지막을 함께 했고 딱히 내게 잘못한 것도 없는 그녀의 죽음이 딱히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희의 모습은 전장에 외로이 떨어진 약자 그 자체. 난 그 약자를 구하는 마음으로라도 반드시 반란군을 진압해야만 했다.


나는 채린이가 파이어볼을 시전하고 있는 곳 반대쪽 성벽으로 가서 꽂혀 있는 칸다바르 왕국의 깃발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깃발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도둑 길드 녀석들과 내가 한 약속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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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1) 24.02.20 16 1 13쪽
1 Prologue +2 24.02.20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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