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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line

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연청.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2.20 10:33
최근연재일 :
2024.02.22 17: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0
추천수 :
7
글자수 :
33,447

작성
24.02.20 18:1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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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3.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3)

DUMMY

안타깝게도 세 번째 가챠도 실패였다. 0성짜리 철제갑옷을 입은 병사 하나가 나타났길래 당장 뒈지기 싫으면 성문 앞에 집결하라고 했더니 대차게 문밖으로 나가서 전력에 합류했다.


가챠를 하는 동안은 상대가 공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은 벌 수 있었다.


나는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에 곧바로 네 번째 가챠를 시작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으니 바로바로 가챠를 하는 것 보다는 조금의 뜸을 들이면서 하는 게 나아보였다.


이번에도 검은색 구름이 나타나고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 근데 어쩐지 아까보다도 훨씬 더 발걸음 소리가 작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소환된 대상 머리 위에 버젓이 떠 있는 (★★)를.


‘떴다! 2성!’


그렇다면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직업이다. 필요한 직업이 제때 나와줘야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엉?”


나는 그 순간, 또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김채린?”


“오잉···? 누구세요?”


시발, 진짜다. 저 멍청한 반응. 방금까지 집에 틀어박혀 있다 나온 듯한 후드티에 쫄바지. 그야말로 히키코모리 그 자체. 그녀의 정체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여사친 김채린이었다.


속이 부글거리는 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구토를 게워내고 싶은 심정. 2성짜리가 뜨자마자 이제는 뭔가 풀리겠거니 싶었던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다, 박자광.”


“오, 시발! 나 속으로 네 이름 생각하고 있었는데 존나 소름.”


정말이지 딱 김채린스러운 반응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지도 않나?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어떻게 그녀의 머리 위에 별 두 개가 떡하니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게임 자에 미칠 광. 게임에 미친 박자광, 이 씨발놈아! 설마하니 지금 네 게임 속에 나 부른 거냐? 이런 미친 개 오타쿠같은 새끼. 그래서 내가 게임 좀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아아아!”


이제는 내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기까지. 하, 이 미친년은 대체 뭘 먹었길래 이렇게까지 돌아이가 된 걸까?


“현실을 살아, 제발 현실을!”


“이게 현실이야.”


“뭐?”


“지금 이게 현실이라고! 좀! 제발! 자, 너도 이리 와서 밖에 좀 봐.”


나는 역으로 녀석의 멱살을 잡은 다음에 창문가로 끌고 갔다.


“자, 보이지? 저기 저 새끼가 반란군 주동자.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고깔 쓴 미친 년이 마법사. 저 성문 부수고 저 새끼들이 쳐들어오는 순간 우리 다 죽는 거야. 오케이?”


“그러니까. 지금 이게 현실이다? 흠.”


채린이는 팔짱을 끼고 창문 밖을 내다봤다. 그러더니 꼭 남 얘기하듯이 말했다.


“꽤 급한 상황이겠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지금? 다 죽게 생겼다니까.”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시다?”


하, 진짜. 어렸을 때부터 채린이는 그랬다. 내가 그녀의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가면 딱 저렇게 팔짱을 끼고선 “이 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거지?”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래도 그때마다 요긴하게 잘 도와주긴 했었지. 지금도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


“내가 뭔 수로?”


“그건 나도 몰라. 뭘 할 수 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지? 님께서 날 부르셨으니까 님이 아셔야 되는거 아니냐고.”


가슴팍을 쿡 찌르는데 순간적으로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허나 나는 이내 이성을 되찾았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다. 앞선 갑옷 입은 병사도 그렇고 유가희의 경우에도 그렇다. 영문도 모르는 채 이곳에 불려온 것은 그들이다. 소환한 건 나였고. 근데 알아서 내게 도움을 줄 방법을 생각하라는 건 너무도 무책임한 짓거리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렇게 해야할 것 같아서 그녀의 머리 위에 떠있는 별 두 개짜리에 손가락 끝을 갖다댔다.


그러자 내 눈에 그녀에 대한 스테이터스가 보였다.


+


<김채린(★★) lv1>

인간

마법사

체력 10/10

마나 150/150

[파이어볼 lv1]


+


이거다. 그나마 가뭄의 단비같은 나의 [인페르노 히어로]로서의 능력으로 내가 소환한 나의 권속들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은 게임 때와 똑같았다. 그때는 딱히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눈으로 보게 되니 이게 얼마나 소중한 능력인지 알게 되었다.


“너는 마법사야.”


“내가? 내가 마법사라고?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이 타이밍에? 처녀 경력 30년이면 흑마법사가 된다. 뭐 이딴 소릴 하는 거냐고 지금.”


“그게 아니라 너 진짜 마법사라고. 그리고 어쩌면 너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지도 몰라.”


그러자 채린이의 눈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그래? 진짜?”


“응.”


“뭘 하면 되는데?”


“일단 다른 지시사항이 있기 전까지는 1층으로 내려가서 그레고리라는 노인네를 찾아. 그 노인네한테 내가 보내서 왔는데 혹시 마법 쓰는 법을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봐.”


“오, 뭔가 센치행 실제버전 플레이하는 기분이네.”


“센치행?”


“모르냐? 그 일본 애니메이션. 존나 유명한데, 그거.”


내가 아무 말 없이 우두커니 서 있자 녀석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와다닥 달려서 밖으로 나갔다.


‘저 년 저거, 머리에 꽃 달고 뛰는 미친년이 따로 없네, 진짜.’


그러면서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뒤지더라도 같이 뒤질 동료가 있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위안이 되는 건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아무래도 이 순간을 그저 게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은 저런 반응이 차라리 나아 보였다. 지금은.


앞으로 남은 마나는 200.

그리고 광역기를 사용할 100마나를 제외한다면 앞으로 남은 가챠 회수는 단 한 번.


아까보다는 희망이 생겼지만 지금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애초에 성벽과 성문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전력적 이점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으니까.


바로 그때.


“성문이 부서진다!”


“충격에 대비하라!”


이런 미친! 지금은 안 되는데?


놈들이 지금 들어오면 지금까지 했던 가챠가 무색해진다. 무방비 상태인 채린이도 그렇고 아직 전투복장을 챙겨입지도 않았을 유가희도 개죽음 당할 뿐이라는 것.


나는 그래서 남은 100마나를 다른 식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콰지직!


성문이 부서지면서 적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반란군 다섯 명 정도가 들어왔을 때 나는 마나핵을 이용했다.


‘성벽 재건.’


마나핵의 용도 중 하나인 ‘성벽 재건’을 사용한 것이다. 적들의 공격은 오로지 성문에만 집중되어 있고 성벽은 멀쩡하다 그렇다면 마력을 사용한 성벽 재건을 통해 고쳐지는 건 다름아닌 성문일 수밖에 없다.


갑자기 생겨버린 성문 때문에 괜히 침입한 다섯 명만 갇히는 꼴이 되어버렸다. 빨간머리 여전사가 부하들을 시켜서 그들을 포위했고 사기가 떨어진 놈들은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후아.


그래도 한시름 덜었다. 전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간을 좀 버는 데 성공했다고 할까.


하지만 이제 가챠를 할 마나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마나핵 앞에만 있어봤자 뭣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뽑기를 끝냈는데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애당초 별 두 개짜리가 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치더라도 하필이면 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없고 마법도 쓸줄 모르는 김채린이 나온단 말인가.


그리고 유가희는 또 어떠한가. 그녀에게 검을 쥐어준다한들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못 죽일 게 뻔했다. 그나마 유용한 건 그레고리였는데 이 양반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애진작에 내가 했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마나탑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회의실로 향했다.


여전히 노인네들은 회의실에 모여서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었다. 미친 사람들이다. 이전까지 던전의 정세를 쥐락펴락하더니 막상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 실천없는 헛소리들만 늘어놓고 있다.

이 놈들이 칸다바르에게 속삭였을 간언을 생각하니 분노가 차올랐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처음에 예의없이 내 문을 박차고 들어왔던 영감탱이가 다짜고짜 화를 냈다.


“마나핵을 사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쩌자고 그 마나를 다 낭비하셨단 말입니까?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어야 할 마나인데요! 이젠 어쩌실 겁니까?”


나는 영감탱이의 머리 위에 보이는 세 개짜리 별을 바라봤다.


(☆☆☆)


어쩐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보니 속이 텅 비어버린 별이었다. 그의 별을 보자마자 나는 또 본능적으로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채린이의 스테이터스를 봤을 때와는 다르게 진짜로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것이다.


“아니, 지금 이게 뭐하는···?”


“안 그래도 너네 얼굴만 보면 화가 솟구치는데 얻다대고 지랄이야.”


“크헉!”


손아귀에 힘을 주자 영감탱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완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상대의 힘이 내 쪽으로 빨려들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 아까 ‘성벽 재건’을 했을 때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그 빈 자리가 차오르는 듯했다.

계속 그렇게 영감탱이의 머리를 붙잡고 있자 그의 머리통부터 시작해서 얼굴과 목 부분이 말라비틀어진 고목나무처럼 시커멓고 짜글짜글해졌다.


“전하!”


다른 노인네 중 하나가 나를 말리려 했는지 다가오길래 그의 머리통도 잡아줬더니 또 쭉쭉 그 기운까지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인페르노 히어로]와 권속의 상관관계였다. 무능력한 칸다바르가 왕 노릇을 할 수 있는 이유. 그들이 굳이 허수아비같은 왕을 내치지 않고 끝까지 자기들 그늘 아래 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이런 특수한 권능 때문일 것이다.


두 노인네를 놓아주자 그대로 말라 비틀어진 오징어 마냥 바닥에 쓰러졌다.


“계속 나불댈 사람 또 있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부족한 마나를 더 충전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노인네들은 반성하기는커녕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 사건만 어떻게 무마되면 당장에라도 나를 칠 기세로 말이다.

나는 애써 그들의 행동을 무시하고 상석에 앉았다.


“뭐하고들 있어? 자리에 앉아.”


그들은 자리에 앉았지만 아직도 얼굴에는 불만이 한 가득이다. 그에 따라 방금의 내 행동에 한 치의 죄책감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경들의 잘못이 크다. 이게 내가 방금까지 내 방에서 내린 결론이야. 불만있는 사람 있나?”


“전하! 아무리 전하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는 처사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 칸다바르 왕국에 해준 게 얼마인지 잊으셨소? 그리고 내 여식을 전하께 내어주기까지 했으면 우리는 한 가족이 아니더이까? 대체 어떤 연유로 그런 해괴한 생각을 했는지, 누가 옆에서 잘못된 바람을 넣었는지 모를 따름이오.”


아무래도 갑자기 바뀌어버린 칸다바르의 성격 때문에 상황파악이 잘 안 되시는 모양이다.


“너네가 딸을 내게 줬다고? 너네한테 딸내미는 무슨 사은품 같은 거냐? 꼬우면 다시 데려가, 안 말려.”


“혼인서약을 한 부인들을 내치기라도 하겠단 말이오?”


“내가 언제 내친다고 했어? 장인 어르신들이 보기 못마땅해서 도로 데려가겠다는거 안 말린다니까?”


“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당장 내 딸 데리고 여길 떠야겠소.”


“나도 그래야겠소. 아무래도 우리가 필요 없어진 모양이니 이 왕국을 떠나야겠소.”


누군가의 선동이 이렇게나 무섭다. 잘못된 선동은 언제나 제대로 된 사고를 끊어버리기 마련이니까.


“정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 오징어로 만들어버린다.”


내가 으름장을 놓자 회의실 안이 온통 얼어버렸다.


“꺼지는 건 상관없는데 아까도 내가 말했잖아?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경들의 잘못이 크다고.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거나 벌금을 내야지. 그게 법도 아니겠나? 아, 여기 법도는 내가 잘 모르긴 하는데 아무튼 어디든 일맥상통하는 거 아니겠어?”


내가 영문 모를 소릴 해대자 노인네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똥을 제대로 밟았다는 생각인 듯하다.


“각자 재산 몰수. 있는거 다 내놓고 꺼져라. 단, 꺼지려면 지금 당장 꺼져. 혹시라도 반란군한테 뇌물 줘서 살아남을 생각이려거든 그 상황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는 다 참수형이니까.”


내 말에 빈틈을 하나도 느끼지 못했는지 이제는 비집고 들어오지도 못했다.


“이제 알겠지? 니들이 알던 예전의 내가 아니야.”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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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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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3) 24.02.20 11 1 13쪽
3 2.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2) 24.02.20 22 1 12쪽
2 1.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1) 24.02.20 15 1 13쪽
1 Prologue +2 24.02.20 2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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