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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line

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연청.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2.20 10:33
최근연재일 :
2024.02.22 17: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2
추천수 :
7
글자수 :
33,447

작성
24.02.20 18:05
조회
26
추천
2
글자
13쪽

Prologue

DUMMY

자광.


이게 내 이름이다. 친구들은 내 이름을 두고 이런 얘기를 한다.


게임 자자에, 미칠 광자 쓰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 말이 맞다.

나는 게임에 미친 놈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은 수집형 가챠 게임인 [인페르노 히어로]. 이 게임의 특별한 점은 내가 뽑은 어떠한 캐릭터도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시점 1억이 넘는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존재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캐릭터를 나만의 방식으로 육성하는, 말 그대로 갓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이란 게임은 다 해본 나로서는 이런 독특한 설정의 게임이 좋았다. 말 그대로 ‘랜덤’한 환경에서 ‘랜덤’하게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공략같은 건 존재할 수가 없고 과금이라는 개념도 절대적 강함의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게임에 미쳤다고 해서 생활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다.


지금도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휴대폰으로 [인페르노 히어로]를 하고 있다. 이대로 도착하면 1시간 일찍 출근하는 게 되는데도 상관없다. 나는 이렇게 덜컹거리는 공간, 어느정도의 백색소음이 잔잔하게 깔린 공간에서 집중이 더 잘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시즌의 총결산을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출근을 1시간 일찍 하는 것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엔 꼭 받는다.’


시즌 결산.

게임에서 획득한 점수가 가장 높은 유저에게는 보상이 있다. 이 보상은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공개되지 않고 시즌이 종료됨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에게 순위 별로 지급된다.

지난 번 시즌에는 정령족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누군가 1등을 차지해 [정령왕]이라는 캐릭터를 가져갔다. 이 게임의 특성상 OP(Over Power)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정령왕을 갖고 싶어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기 때문에 전세계 플레이어들 간의 경쟁은 정말이지 치열했었다.


나는 저번 시즌 10위 권에 들어서 해당하는 보상을 받았다.


‘그래도 시즌 1에서는 1등이었는데.’


과금을 거의 안 하는 나로써는 시즌이 쌓이면서 조금씩 다른 유저들과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항상 높은 순위를 달성해서 야금야금 나한테 필요한 보상을 챙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점수를 잘 쌓아올린 탓에 나는 압도적인 1등의 점수를 확보해 놓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을 위해서 내가 쏟아부은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어질어질하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저번 시즌 1등을 차지했던 [미소녀조아]가 내 턱밑까지 추격을 해왔기 때문. 방심해서 점수를 10점만 꼬라박는 순간 랭킹 1등을 내줘야 하는 거다.

나는 그녀를 방해할 요량으로 채팅을 보내기 시작했다. 신경전의 시작이다.


CheckRaise // 첫 턴에 아무것도 못했죠?

// 지금 당장 탈주 마렵죠? ㅋㅋㅋㅋㅋ

// 오줌 마려운 발발이 마냥 손가락이 발발 떨리쥬?

// 아그야 대가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 뭐할지 다 알겠고만 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나가라 너는

// 출근시간인데 뭐한다고 계속 게임 쳐지고 있냐? 가서 일이나 해


미소녀조아 // ..

// ㅅㅂ

// 1등 새끼가 체통이라곤 지 젖통만큼 없네


CheckRaise // ㅇㅈ 넌 젖통 커서 좋겠다

// 여유증 어서 오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소녀조아 // ..

// ㄱㅅㄲ가


CheckRaise // 정곡 찔렀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한 말인데 아주 그냥 가슴팍을 후볐쥬? ㅋㅋㅋㅋㅋㅋㅋ


미소녀조아 // 뭐래 ㅅㅂ놈이

// 넌 내가 무조건 잡는다

// 다음 턴 기대해라


CheckRaise // 그래그래 그러시던가

// 자, 막턴이다

// 까봐 까봐

// 예림이 그 패 장이야?

// 병신아 사쿠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워메 사쿠라여? ㅋㅋㅋㅋㅋㅋㅋㅋ

// 대놓고 카운터 쳐맞ㅋㅋㅋㅋㅋ

// 전원 사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바로 나락이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소녀조아 // 아!!!!!!!!!

// 이 ㅅㅂ!!!!

// 너 핵 쓰냐? ㅅㅂ 어케 내 플레이를 다 아는 건데?


CheckRaise // 포기해라

// 이번 보상은 내 거야


미소녀조아 // ㅈㄲ

// 이번에도 보상은 내 거야


CheckRaise // 어휴

// 이 등신같은 새끼 또 덤비네

// 그래 끝까지 해보자

// 아주 그냥 남은 한 시간 내내 성심성의껏 줘패주마


적어도 이번만큼은 수준 차이가 확실히 나서 내 말마따나 시즌 보상은 내 것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약자의 반격이라고나 할까.

아까까지 2등이랑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는데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플레이어들의 점수가 미친 듯이 솟구쳐서 바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뭐야?’


실제로 시즌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이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애초에 시간을 들여 다른 플레이어의 던전을 약탈하는 턴제 게임이다보니 누구에게나 한 판의 게임을 완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정해져있기 마련.


이건 버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치솟는 수치에 황급히 [미소녀조아]에게 채팅을 날렸다.


CheckRaise // 2등아

// 순위 파동보이냐 지금


미소녀조아 // 어

// 안 그래도 보고 있다

// ㅅㅂ 뭔데 이거?


CheckRaise // 너랑 나랑 둘이서 미친 듯이 굴려봐야 저것들 중에 한 놈이 미친 듯이 치고 올라오면 답 없다

// 손 잡고 한 명씩 마크 ㄱ?


미소녀조아 // 그래봐야 보상 너가 쳐먹는 건 똑같잖아


CheckRaise // 2등 상품은 쥐좆이냐?

// 새꺄 이러다가 너 2등 상품도 뺏긴다


미소녀조아 // ㅈㄲ!!!

2등하느니 시발 겜 접어버리면 그만이지


이런 말 안 통하는 양반을 봤나.


이게 말로만 듣던 자업자득, 인과응보인 걸까. 녀석과의 협상에 아무래도 내가 놀려댔던 말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듯했다.


CheckRaise // ㅇㅋ 그럼 내 말에 협조하면 1시즌 1등 보상 드림


미소녀조아 // 1시즌 보상?? 설마 서리여왕 오라베스크?

// 너 시발 1시즌 보상도 받았냐?

// 미친 개씹 고인물 쉨


1시즌 보상인 오라베스크는 한 마디로 양학용 캐릭터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 스킬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스킬의 딜레이 시간도 너무 길어서 이 공격만 잘 피하거나 어찌저찌해서 막으면 오히려 내 전선이 무너지게 된다.


CheckRaise // 어차피 내가 쓰는 스쿼드에 잘 어울리지도 않는 건데 너한테는 꽤 쓸모 있을 듯 한데?

// 그리고 뭣보다 일러가 존나 이쁘잖아

// 너 같은 여유증 오타쿠 쉨한테는 이만한 캐릭터가 없지


미소녀조아 // 하 ㅅㅂ

// 형님 아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시는구만

// 그럼 내가 4등 마크할게요

// 약속 안 지키면 니네 집으로 연변 거지들 보낼게요 ㅇㅈ?


CheckRaise // 콜


그렇게 협상 체결.


우리는 둘이서 서로 3등과 4등을 마크하면서 현 순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한 판, 한 판이 살 떨릴 정도로 중요했다.

매 순간이 위기였고 매 순간이 결정적이었다.


게임은 전쟁터였지만 현실의 시간은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사람이 타는 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똑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같은 사무실 쓰는 유가희 대리가 버스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고 나도 멋쩍게 웃음으로 답변해줬다.


“박대리님 이거 타고 출근 하시는구나?”


나는 굳이 그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혹시나 다른 회사 사람이 또 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게 출입문 쪽을 살필 뿐이었다.

유가희는 나와는 완전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었다. 걸출한 외모 덕분에 회사 내에서 많은 과장들의 대쉬란 대쉬는 다 받아봤을 것이다. 거기에 일도 잘해서 입사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는데 5년 차인 내 바로 수직상승했다.

그녀 덕분에 우리 팀 일처리가 쉬워진 것도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칭찬받는 사람, 그게 바로 유가희였다. 그리고 원래 유가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언제나 누군가의 차를 얻어타서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애인이겠지.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출근 시간이라 자리 없을줄 알았는데 운이 좋네요.”


유가희가 고개를 내 어깨쪽으로 붙이더니 내 휴대폰을 봤다. 좋은 샴푸 냄새가 콧속으로 확하고 들어왔다.


“게임?”


자기가 전혀 모르는 분야를 상대하는 말투였기에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


“가챠 게임이라고 들어봤어?”


“가챠..? 그게 뭔데요?”


나는 잠시동안이지만 그녀에게 [인페르노 히어로]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여전히 순위 방어전을 해내면서. 턴제 게임의 좋은 점은 이거다. 매 순간의 순발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유가희는 내 설명에 의외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눈을 빛냈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깜짝 놀랐다. 대충 지루한 얘기하면 관심 끌줄 알고 꺼낸 얘긴데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줄 줄은 몰랐다.


“게임 이름이······.”


“인페르노 히어로.”


“인... 페... 르... 노... 히... 어...”


그러면서 스토어에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런게 일종의 동정심같은 건가? 왜 내가 하는 게임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건가 싶었다.


“찾았다!”


“게임 해보게?”


“어차피 출근하는 동안 할 것도 없고 해서요. 잠깐 들어가본다고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유가희가 한참을 그렇게 다운로드를 받는 동안, 어차피 저러다 그만두겠거니 하고 관심을 끄기로 했다.


나는 열심히 3등을 조져줘야만 했으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짓밟고 짓밟고 짓밟으면서 순위를 방어했다.

물론 패배하는 전투도 있었지만 전세는 크게 기울지 않았다.


누군가 버스 창문을 열었는지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했다. 아마도 아까부터 대전쟁을 펼치는 탓에 흐르던 땀이 식는 것이겠지. 이 얼마나 산뜻한 기분이란 말인가? 역시 분내 보다는 땀내가 아닌가 싶다. 과연 유가희가 이런 기분을 평생을 살더라도 알 수 있을까?


나는 옆에 유가희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고 맹추격 중인 3등을 향해 채팅해줬다.


CheckRaise // 체크메이트다

// 이 새끼야


시즌 보상이여 나에게 오라.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정시를 알리는 숫자 폰트.


그리고 그 순간,


■■■ // ■■■■■■■■■■■■■■■■■■■■■■■■■■■


내가 마크하고 있던 3등 놈이 채팅으로 알 수 없는 형체의 글을 보내왔다.


이어서 게임 속 나의 던전에 빨간색 이펙트가 번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비명을 지르는 캐릭터들. 수 많은 시간을 갈아서 키워놓은 캐릭터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그리고 뒤따라 뜨는 알림창.


[시즌이 종료됐습니다. 잠시 후 서버점검이 이어집니다.]


시즌 보상이고 나발이고.

내가 미친 듯이 키워 온 내 애정어린 캐릭터들 다 어디갔냐고.

나는 게임 고객센터에 고발이라도 할 요량으로 사이트를 들어갔다.


[인터넷 연결 없음]


“응?”


내가 보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일까?

휴대폰 와이파이는 물론 5G도 연결되지 않는다.


통신사 문제? 싶었지만 그건 아닌거 같다.


버스 창문 너머로 펼쳐진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마포대교 위, 탁 트인 곳.

하늘에서 커다랗고 시뻘건 구체가 한강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추락하고 있었다.


‘시즌 보상이 SS급 메테오냐, 시발?’


옆에서는 유가희가 내 팔을 붙잡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인간이 초월적인 존재를 보게 되면 오금이 저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앉은 상태로 붙박이가 된 나 역시 정신없이 그 유성이 떨어질 때까지만 기다렸다.


대지를 향해 떨어지던 그것이 한강에 닿자마자 우레와 같은 굉음이 터져나왔다. 유성이 한강 밑의 땅을 강타했는지 지표면이 몽땅 뒤집어지면서 후폭풍을 일으켰다.


진동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뒤따르는 백색의 풍광이 나를 집어삼켰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 눈 앞에 내가 [미소녀조아]에게 주기로 약속했던 시즌1 1등 보상인 오라베스크가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었으니까.



400x572.png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위 일러스트는 AI로 만든 오라베스크의 모습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캐릭터 일러스트를 여러분과 함께 가챠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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