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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line

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연청.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2.20 10:33
최근연재일 :
2024.02.22 17: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3
추천수 :
7
글자수 :
33,447

작성
24.02.20 18:05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2.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2)

DUMMY

칸다바르의 정권은 부패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실 칸다바르 자신이었다.

그 늙은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 각자는 전부 칸다바르의 장인들이었다.

따라서 수뇌부들은 늙어서 꼬부라질 때까지 대접 받으면서 살아왔고 그간 권력을 장악해왔다.


어찌보면 반란군 대장 헥터는 이에 대한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윗대가리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표출된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으니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 쓰레기같은 새끼들 데리고 마나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려야지 뭐.


내 인생도 참 아련하다, 아련해.


‘기껏 게임 속으로 들어왔더니 뭐? 칸다바르? 칸다바르으으으으으? 이게 보상이냐? 저주지, 저주야. 그것도 개같은 저주.’


저주라고 부르기엔 내가 직접 선택한 보상이기도 했다.

근데 이걸 알았으면 내가 골랐겠냐고.


쾅!


밖에서 또 한 차례 굉음이 들렸다.


“이제 곧 한계입니다!”


“성문이 붕괴됩니다!”


에라이, 썩을.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 한 가운데에 있는 마나핵에 손을 올렸다.


상대는 마법사다. 따라서 마나핵의 광역기는 무용지물.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가챠.’


가챠밖에 없다. 가챠를 통해 적어도 3성을 뽑아야 한다. 또한 그 3성짜리의 직업도 중요하다. 못해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궁수나 마법사. 그게 아니라면 귀신같은 암살자를 뽑아서 상대 마법사를 죽인 뒤에 마나탑의 광역기로 반란군을 제압한다.


현재로서는 이것 밖에 답이 없다.


현재 마나핵 위에 떠 있는 마나의 양은 600/1000이다. 일반 뽑기를 기준으로 총 6번의 가챠를 할 수 있는 마나였다.

고급 뽑기는 애초에 1000의 마나가 소비되기 때문에 고급 뽑기는 현재로서는 패스고.


문제는 마나탑의 광역기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100마나를 남겨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저찌 3성을 뽑아서 마법사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치더라도 나머지 반란군을 제압할 광역기가 필요하니까.


3성이 말이 3성이지 치트키가 아니다.


쉽게 얘기해서 만약 내가 3성을 뽑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우리쪽은 3성, 1성 각 하나씩에 병사 열 명이다.

반면에 상대는 3성, 1성 각 하나씩에 병사 수십 명이다. 3성이 아무런 대가없이 상대 3성을 잡아줄 걸 생각하는 것도 웃기는 일인데 그래놓고 나머지 잔당들을 무찔러 달라고 기대하는 건 더더욱 우스운 일이고.


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허나 여기서 좌절하면 내가 [인페르노 히어로]의 랭킹 1등이 아니다.


상황이 극한을 몰려서 판단력이 흐려져서 그렇지 언제나 해답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우선 내가 갖고 있는 100 마나를 소비해서 일반 뽑기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일반 뽑기로 3성 뽑을 확률은 거의 로또 맞는 수준의 극악. 운이 좋다면 가끔은 2성이 나오기도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2성도 큰 힘이 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1성조차도 힘이 될 수 있다. 일반 뽑기는 그런 거다. 아예 1성조차 아닌 것들도 나온다는 게 고급 뽑기와 일반 뽑기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마나핵에 손을 올려 가동시켰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속으로 ‘일반 뽑기’라고 읊었다.


그러자 창문 밖의 공성전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마 마나탑이 마나를 사용할 때 빛이 나기 때문에 마법사가 마법방어진을 치기 위해 조용해진 모양이다.


‘그래도 이걸로 시간은 좀 벌 수 있으려나?’


그나저나 가챠는?


마나핵의 가동이 끝나자 마나핵 바로 뒤에 검은색의 구름이 생성됐다. 그리고 그 검은색 구름에서 작게나마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허으억!”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그는 발을 내딛으면서 허리를 삐끗했는지 휘청거리고 있었다. 거의 국가 수뇌부 급으로 나이가 지긋한 노인 등장.


나는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를 보고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쪽이 날 소환한 거요?”


그래도 말만큼은 똑바로 해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서는 반말을 해야 되? 존대를 해야 되? 나는 고민하다가 존대를 선택했다.


“예. 제가 소환 했습니다. 저는 칸다바르 왕국의 왕, 칸다바르입니다.”


“끌끌. 전하께서 얼굴에 안타까움이 가득하십니다. 하필 소환을 해도 노인네를 소환하셔서는. 그래도 이 노인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거들겠습니다. 자, 저를 뭣 때문에 부르셨습니까?”


“... 어, 혹시... 직업이..?”


“내가 왜 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래봬도 제가 마법사입니다.”


오, 세상에.


스스로를 마법사라고 소개하는 사람 중에 대단한 사람을 못 봤다.


그래도 마법사가 나와줬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하지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곡소리를 내는 할아버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1층으로 내려가서 상황파악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내려가시게 되면 아마 모든 정황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근데 성함이?”


“그레고리입니다.”


나는 그레고리를 내려보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계속 가챠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답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략이나 전술도 어느 정도 운이 맞아 떨어져야만 가능한 얘기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그레고리의 곡소리가 마나탑에 울려퍼졌다.


···


일단 한 번 더.


다시 가챠를 실시했다.


또 한 번의 검은 구름이 생성되었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뭐지?”


‘제발. 3성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2성만이라도!’


어?


근데 왜 한국말이 나와?

오라베스크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있는 사람들은 죄다 처음듣는 언어를 쓰고 난 그걸 이해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저 “뭐지?”라는 말은 엄연히 한국어였다.


“여기가 어디지?”


마침내 모습을 다 드러낸 존재는 여성이었다. 긴 생머리 그리고 검은색 스타킹과 짧은 스커트의 오피스룩.


가챠 뽑기를 통해서 뽑은 건 다름아닌 유가희였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소박하지만 찬란한 ★가 붙어있었다.


“누구세요?”


나를 발견한 그녀가 물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아니, 애초에 시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이거 가챠 맞냐고. 지금 그냥 나한테 지랄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 아니냐고.

갑자기 여기서 유가희가 왜 튀어나와, 튀어나올 사람이 따로 있지.


내가 대답하지 않자 점점 패닉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유가희는 어느샌가 내 방 구석진 곳에 가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누구세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하.


누구나 다 저런 반응이겠지. [인페르노 히어로]의 가장 큰 장점이자 나로써는 최악의 단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이 시스템은 게임이나 현실이나 한결 같았다.

보통 다른 게임같은 경우에는 뽑기로 뽑힌 캐릭터들이 그냥 순순히 마스터를 섬긴다. 허나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개인의 자유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격이 반응에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관계가 완전히 어긋나기는 힘들었다. 애초에 자신이 살던 세상과 사뭇 동떨어진 곳에서 소환을 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나를 벗어났다간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 어디까지나 이게 게임의 설정이다.


유가희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이전 세상의 현대인이라면 자유의 가치를 무엇보다 높게 생각할테니까.

나는 상황이 상황인만큼 그냥 쉬운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유대리. 나 박자광 대리야.”


“··· 예? 박대리님이라고요?”


귀를 의심하는 듯한 유가희.


“그래. 내가 버스에서 해줬던 게임 얘기 기억나? 어떻게 일이 이 지경까지 된지는 모르겠는데 우리가 아무래도 그 게임 속으로 들어온거 같아.”


“그 말을... 제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나는 그녀의 당연한 반응에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못 믿어도 할 수 없어. 근데 우리가 버스에서 게임 얘기를 했다는 것도 내가 알고 있잖아? 믿고 어쩌고는 유대리 자유지만 일단 지금 상황은 유대리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 자, 저기. 밖에 보여?”


창문 밖을 가리켜 그녀에게 현재 상황을 보여줬다.


“수십 명의 반란군이 지금 여기로 몰려들어오고 있어. 아마 나와 내 측근들을 전부 살해하겠지. 나는 지금부터 그걸 막을 거야. 유대리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나를 도울 생각이 있으면 일단 밑으로 내려가서 그레고리라는 노인네를 찾아. 그리고 내가 보내서 왔는데 전투할 때 입을 수 있는 복장을 달라고 해봐. 이게 싫으면 나도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나는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마나핵 앞에 섰다.


‘쉽게 가는 일이 없구나. 쉽게 가는 일이.’


두 번째 가챠 역시 실망적으로 끝이났다. 하지만 여기서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확률이라는 것은 똑같이 작용한다. 애초에 운은 상대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

나는 그걸 [인페르노 히어로]를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다. 국회의원이 게임을 시작해도 운은 똑같이 작용할 것이고 잘 나가는 연예인이 오더라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다른 1성 캐릭터가 나와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 그것이 유가희가 그레고리영감이 됐든 누가 됐든 마찬가지다.


“진짜 박대리님 맞아요···?”


어느새 내 옆으로 온 유가희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 특유의 샴푸향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향긋했다.


“시간이 많으면 여러 가지 증명도 할 수 있고 설득도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빨리 내려가서 살 길을 찾아봐. 아니면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죽임을 당하든지. 근데 이거 하나만은 알아둬. 저들이 여길 점령하고나서 우릴 순순히 죽여주지 않을 수도 있어. 온갖 패악질을 부릴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항상 최악을 상정하고 움직이란 뜻이야.”


내가 차갑게 대꾸하자 유가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쪽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말투는 딱 박대리님이 맞으시네.”


그리고선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긴 지금 유가희의 상태는 나보다도 더 혼란스러울 거다. 그래도 나는 어느정도 사전지식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다르다. 제아무리 내게 게임 설명을 조금 들었다한들 그게 얼마나 유의미하겠는가.

아마도 그녀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왜 유가희가 뽑기에서 나온 걸까. 이 괴랄한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 도움말이나 게시판 같은 게 없다는 게 정말이지 지옥같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인페르노 히어로]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그런 점이었지. 불친절하고 정해진 공략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안에 단내가 나기 시작한다. 나는 스스로 이 상황이 게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해결책을 강구하는 플레이어. 지금의 내가 딱 그렇다.


이제 남아있는 마나는 400.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두말 할 필요없이 세 번째 가챠를 시작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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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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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5) 24.02.22 5 1 11쪽
5 4.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4) 24.02.21 13 1 12쪽
4 3.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3) 24.02.20 11 1 13쪽
» 2.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2) 24.02.20 23 1 12쪽
2 1.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1) 24.02.20 15 1 13쪽
1 Prologue +2 24.02.20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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