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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line

가챠 게임의 폭군으로 살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연청.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2.20 10:33
최근연재일 :
2024.02.22 17:0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91
추천수 :
7
글자수 :
33,447

작성
24.02.21 17:05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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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4.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4)

DUMMY

솔직히 말해 다 망해가는 왕국의 폭군이 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허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칸다바르에게 박혀있는 이미지 때문에 언제까지고 호구 소리 들으면서 살아야 했다. 이번 반란을 막더라도 제 2의 헥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200골드.


늙다리 (전)보스들에게서 뽑아낸 재산이었다. 아마 자진해서 내놓는 걸 보니 우선 재산의 일부만 내놓은 모양이다.


‘미친 할아방탱이들, 그간 헤쳐먹기도 많이 헤쳐먹었네.’


아마도 왕국 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동력을 착취한 결과물이겠지.


늙은이들은 내 으름장에 부랴부랴 달아났다. 게 중에는 자기 딸을 데려가기도 했고 내버려두고 도망가기도 했다.

어차피 일이 끝나면 남은 부인들도 전부 자유의 몸이 될 테니 상관 없었다.


이 돈을 갖고 나는 곧장 전선으로 향했다.

전선이라고 해봤자 성문이겠지만.


“전하!”


붉은머리 여전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나는 그 틈을 타서 그녀의 머리 위의 ★을 터치했다.


+


<벨라스케스(★) lv3>

인간

검사

체력 17/30

[필사의 질주 lv.1]


+


현재 상황이 말도 못할 정도로 좋지 않다. 한 부대의 장이 1성이라니. 그나마 다행인 건 벨라스케스의 레벨이 3인 것 정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벨라스케스의 체력이 절반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병사들의 체력은 얼마나 떨어져 있다는 소리일까? 아마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사기력마저 바닥을 치고 있을 거다.


저 문이 열리면 우리는 다 죽을 거라는 공포감이 그들을 억누르고 있을 게 뻔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들의 공포감을 없애주지는 못하겠지.’


그리고 나에겐 그들 앞에서 일장연설을 할 능력도 없다. 평화로운 21세기를 살아온 내게 있는 거라곤 게임적인 지식 뿐, 전쟁 경험이 있을 리 만무했다. 현역 제대로 인한 군 기본 상식 정도만 알지. 그마저도 제대 8년차라 기억도 잘 안 난다.


“현재 상황은?”


“포로 다섯을 확보했고 반란군 측에서 그들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반란군들이 공세를 멈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 놈들을 데려와라.”


벨라스케스가 손짓하자 뒤에 있던 병사들이 포로들을 데려왔다. 두 손이 밧줄로 묶인 비무장 상태의 포로가 다섯. 나는 그들 중 가장 몸집이 좋고 키가 큰 남자 앞에 섰다.


“이름.”


“내가 왜 그걸 말해줘야 하지?”


철써억-


나는 곧장 놈의 뺨을 날렸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곧바로 놈의 입술이 터져버렸다.


“이름.”


버텨봐야 더 맞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는지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녀석의 이름은 간델이라고 했다.


“간델, 헥터는 왜 반란을 일으켰지?”


내 질문에 간델이 히죽 웃었다.


“그걸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요? 칸다바르, 이 나라는 썩어빠졌어. 시민들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은 채 미친 듯이 광석만 채굴하게 만들었지. 병사들한테는 주급도 밀리고 그와중에 누락돼서 주급을 못 받은 사람까지 나왔으니 굳이 헥터 대장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일어섰을 거요.”


역시 그랬나. 그리고 하필이면 난 그 모든 것이 폭발한 뒤에 이 칸다바르의 몸에 빙의해버린 거고? 젠장, 빌어먹을.


“왕위를 찬탈한 후에 계획은?”


“나라의 재산을 털어서 시민들과 병사들이 나눠 갖을 거요.”


“헥터는 믿을만한 사람인가? 여길 먹어버리고 태도가 싹 돌변하는 건 아니냐고.”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오.”


간델이 자신없이 대답하길래 일침을 놔줄 생각으로 말해줬다.


“확신할 수 없겠지.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권력을 갖게 되면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벌이겠지. 특히 너희들은 더욱 심하다. 나는 선대로부터 [인페르노 히어로]의 권능을 이어받은 몸, 따라서 권속들이 내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힘을 갖고 있다. 허나 너희들의 대장은 그게 없어. 그러니 왕위에 오르면 얼마나 불안할까? 이 반란의 끝은 너희 마음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그런 일이 있다한들 무슨 차이가 있겠소? 이렇게 굶어죽을 바에야 차라리 헥터 대장을 믿어보고 안 되면 죽는다한들 다 똑같은 결말이 될 것이오.”


그의 말도 맞다.

이 모든 게 내가 빙의하기 이전의 칸다바르의 잘못인데 어쩌겠는가. 그는 권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권속들의 세 치 혀에 넘어갔다. 수 많은 부인들과 유흥을 즐기느라 시민들과 병사들이 어찌되든 나 몰라라 했다.


그러나 여기서 반란군에게 측은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성벽 안쪽의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벨라스케스!”


“네!”


“지금 당장 이 놈의 목을 베어라!”


스릉-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벨라스케스는 검을 뽑더니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간델의 목을 베었다.

툭하고 떨어지는 간델의 목.

그리고 풀썩하며 주저앉는 몸.


이걸 보는 순간 나머지 포로들은 공포에 빠졌는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명령했다.


“나머지 놈들도 다 죽여라.”


사형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이 집행됐다. 이 정도로 성 안쪽의 권속들의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믿음직스럽기 그지 없다.


나는 형을 집행한 모든 병사들에게 금화를 쥐어주며 말했다.


“지금부터 반란군의 수급을 벤 자들에게 금화를 하나씩 주겠다. 꼭 머리를 잘라오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냥 적을 쓰러트릴 때마다 하나, 둘 세라. 내가 반드시 값을 치러주겠다. 또한 헥터와 그 옆에 있는 마법사를 죽이는 자에게는 금화 10개를 하사하겠다.”


금화 하나의 가치는 엄청났다. 1골드는 때마다 가치가 다르지만 10실버에서 20실버 사이로 거래 되는데 보통 병사들의 한 달치 월급이 2실버 정도된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야.’


노인네들 돈을 털어서 얻은 돈이고 칸다바르가 창고에 묵혀둔 보물이나 금은 훨씬 많을 것이다. 그것들은 다른 곳에 요긴하게 써야해서 아직은 풀지 않겠다. 지금은 이 200골드만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병사들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나아졌다. 크게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동기부여만큼은 확실할 터.


“그런데 전하, 이렇게 포로들을 다 죽였으니 반란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벨라스케스가 우려 섞인 말을 했다. 이 역시 맞는 말이었다. 다시금 공세를 시작하겠지.


그러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다. 포로 내달라고 포로 내주면 공격을 안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 상태로 서로 드잡이질만 한다면 뭐가 달라지겠는가?


“너는 이 잘린 머리들을 가지고 성벽 위로 올라가서 반란군에게 뿌려라. 그리고 말해라. 이 성문을 뚫고 들어온 자들은 그 이유가 타당하건 타당하지 않건 따지지 않고 모조리 목을 베어버리겠다고. 허나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돌아서는 자는 용서해주겠다고.”


그녀는 곧장 고개를 숙여서 존명의 뜻을 내게 전했다.


내가 전선을 등에 지고 돌아서는데 마나탑 방향에서 유가희가 갑옷을 입고 걸어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방금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두 눈으로 목도한 모양인지 넋을 놓고 서있었다.


윤리적 문제? 인권의 문제?


상관없다.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은 소위 말해 폭군의 길이다. 폭군에게 자비란 없다. 일단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나는 전생에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유가희를 유대리로 부르면서도 말투는 한 없이 싸늘하게 대했다.


“유대리. 상황 파악 끝났으면 얼른 가서 전선에 합류해라.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시점이다.”


“... 네.”


나는 그대로 걸어서 마나탑을 지나 귀족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호위병사도 없이 홀로.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곳에는 길드라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그 길드라는 곳은 당연히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이 반란에 그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암시장으로 향했다. 어디든 돈 많은 귀족들이 있는 곳에는 호화로운 유흥가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주변에는 꼭 암시장이 있으니까.


나는 두건을 쓰고 암시장에 들어갔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의 암시장엔 호객꾼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알 사람은 알아서 사 간다는 뜻일까.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물어봤더니.


“이보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반란군이 쳐들어오고 정권이 교체되면 제일 먼저 들이닥칠 곳이 바로 여기 암시장인데 미쳤다고 지금 장사를 하고 있겠냐고.”


사실 이 암시장은 부패한 정권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른 나라에서 도둑질을 한 장물을 관리하기도 하고 성벽 밖에서 살인이나 강도짓을 한 떠돌이 시민들을 받아줘서 자기네 전속 도둑으로 키우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런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도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건 나라에서 뒷돈을 받아 쳐먹고 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반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암시장을 그냥 내버려둔다? 말이 안 되겠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이건 누군가의 목을 베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역이용할 뿐.


행인이 바닥에 침을 뱉곤 사라졌다. 그러자 옆에서 구경 중이던 한 상점주인이 자신은 장사를 하고 있다며 내게 관심을 주었다.


“어떤 물건을 원하시는가? 칸다바르에서는 볼 수조차 없는 진귀한 아이템이 많이 있네.”


“물건보다 사람을 찾고 있다.”


내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는지 상점주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내 얼굴을 보기 위해서 몸을 낮추고 후드 안쪽을 살피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얼굴을 감추는 건 추잡해 보일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이게 더 나을까 싶기도 했다. 칸다바르가 암시장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줬는지는 몰라도 이들만큼은 내게 악감정을 가지지 않을 테니까.


“사람을 찾을거면 다른 델 가보는 게... 아니, 잠깐만. 자네 혹시..?”


“칸다바르다.”


“어우. 높아도 너무 높으신 양반이 오셨네. 평소에는 얼굴도 바깥으로 안 비추시던 분이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엉덩이가 들썩거리시나봅니다?”


“반란군이 쳐들어오면 곤란해지는 것은 너희들일텐데?”


상점주인은 정곡을 찔렸는지 빙긋 웃었다. 칸다바르를 우습게 알고 나불거렸다가 한 방 맞은 꼴이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성문이 뚫리면 한동안은 쥐 죽은 듯이 살아야겠지요. 그래서 누굴 찾으신다고?”


“도둑 길드랑 만나게 해줘.”


“흐음. 어디 정체를 쉽게 알면 그게 도둑인가 싶기는 합니다만. 그런 잔챙이들을 원하는 거라면야 뭐.”


나는 상점주인에게 금화 하나를 던져줬다. 금화를 받고서 고개를 갸웃하길래 하나를 더 던져줬다. 그랬더니 그의 표정이 급격하게 밝아졌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전하.”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 돈이 모자라진 않은지 생각하라는 말이 딱이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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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5) 24.02.22 5 1 11쪽
» 4.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4) 24.02.21 13 1 12쪽
4 3.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3) 24.02.20 11 1 13쪽
3 2.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2) 24.02.20 22 1 12쪽
2 1. 가챠 게임에서 살아남는 법 (1) 24.02.20 15 1 13쪽
1 Prologue +2 24.02.20 2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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