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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904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3.13 17:15
조회
317
추천
3
글자
12쪽

185.

DUMMY

상체는 일으켰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장주니~임! 안 됩니다, 그리로 가지 마세요.”


나종회다. 그가 장주 최영에게 처절하게 외친다.


‘왜,.. 왜 이래?’


이를 악물고 말 안 듣는 다리에 힘을 줬다. 간신히 일어난 위진성은 석실 문으로 한 발, 두 발 갓난아기가 걸음마 하듯이 걸었다.


그 와중에 신기하게도 석실 밖의 광경을 볼 수 있다.


최영이 외부와 연결된 입구 쪽으로 가는 게 보였다. 입구는 무너져 큰 구멍이 생겼는데 이상하게도 입구 쪽이 더 어둡다.


‘안 돼!’


세 발, 네 발.


입구에 도달한 최영은 어둠과 마주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붉디붉은 손이 불쑥 나와 최영의 심장을 꺼낸다.


힘 없이 허물어지는 그!


‘헉, 헉, 허억?!’


왜 이러지?


몸도 마음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다섯 발, 여섯 발, ..

조금만 더!


밖에서 이원평과 오세성 그리고 경일기도 어둠에 먹히고 남은 몸뚱이가 피를 뿌리며 나동그라진다.


‘사숙들이···!’


경각주님. 이렇게 가실 분들이 아닌데···?!!


그리고..


“사형~”


사매가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린다.


‘사매, 안 돼. 거기 있어!!’


그런데 소리가 안 나온다. 이제.. 이제··· 한 걸음 남았다. 입구까지 한 걸음. 헌데 왜 이리 긴 시간이 걸릴까?


“사혀~엉, 위지~인~~서-엉”


‘사매, 나 여기 있어. 안 돼, 가지마. 안 돼애~!’


입구에 도달했다. 문은 어디 갔는지 없고 대신 문틀을 꽉 움켜쥔다.


“사혀--엉.”


그녀가 부르는 외침이 아주 멀리서 메아리친다. 위진성은 남은 힘을 다해 몸을 문밖으로 내밀었다.


그곳에 있었다. 장주와 사숙들을 먹어치운 어둠이 요 앞에 있다. 그리고 그녀, 진소군은 점점 어둠에 먹히고 있고···


“사형-, 살려줘요.”


‘사매, 기다려! 내가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잘 움직이지 않는 사지에 힘을 주었지만 뜻대로 안 된다.


허둥지둥 거릴 뿐!


“사형, 도와줘요. ··· 사..형··· 미안해요, 진성!”


‘안 돼!! 안 된다고. 내가, 내가 구할 거야. 기다려~어!’


그러나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다리는 뿌리라도 내린 듯 딱붙어 꼼짝을 안 한다.


“진성!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지 마라니까! 하지마~’


그는 버둥거리며 옆에 있는 나종회를 봤다.


‘나각주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이래요?’


“···.”


분명 그를 봤는데 나종회는 아무 말이 없다.


‘나각주님?’


“··· 내가 아직도 나각주로 보이느냐? 크흐흐흐--”


‘? 각주-우?’


나종회의 눈에 저 어둠만이 가득하다.


“크으-흐으. ··· 진성, 얼른 도망가게. 승산이 없어. 어서, 자네만이라도···”


잠시잠깐 나종회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곧 어둠으로 변했다.


‘사매는?’


그는 내키지 않지만 어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진성. 그 동안 감사했어요. 같이 하고 싶었는데··· 싶었는데···.”


그녀는 희미해져 갔다.


‘안 된다고. 소군, 그러지 마!’


“불쌍한 사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제가 죽더라도 곁에 있을 테니···”


‘아니야~아! 그러지 마—아-!’


아까부터 이 빌어먹을 목소리는 왜 안 나오나? 그녀에게 뭐라도 말해야 하는데.. 왜??


“미안-, 사형!”


그게 마지막이었다. 진소군은 그렇게 사라졌다.


“안 돼~, 사매애애-----”


벌떡

헉헉- 허~억 헉-헉-


뭐지?

사방이 어둡다.


“크흠,.. 흠, 크-음.흠-”


헉헉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고 사물이 인지됐다.


‘여긴? 내 방이잖아?’


방 맞다.


‘그럼.. 꿈?’


꿈이었던가?


하지만 꿈 치곤 지나치게 생생하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두 다리가 아직도 쩌릿쩌릿 하고 가슴엔···


그 감정을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한 그대로였다.


“이게··· 휘유우~~~”


일단 꿈이니 됐다.


쓰윽 슥 슥


맨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자 이마에 맺힌 땀들이 묻었다.


위진성은 일어나 탁자로 갔다.


따르르륵

꿀꺽 꿀꺽꿀꺽


“허어----어. 무슨 그런 꿈이 다 있지?”


시원한 물이 들어가니 좀 괜찮다. 아직도 꿈속에 있던 감각들이 물질이 들어가자 현실로 돌아오는 것일 테지.


끼이익-


탁자 위에 창을 열자 밤바람이 살랑인다. 아직 깊은 밤이다.


“후우우웁, 후아-----”


크게 심호흡하고 하늘을 보자 별들이 반짝인다.


‘다행이야, 꿈이라서···’


불길하지만 꿈이니 어쨌든 됐다.


“···.”


그는 멍하니 창밖 풍경을 보았다.


똑똑


“사형?”


그때 문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있다.


탁탁탁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았다. 다시 꿈속 장면들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아니야···


고개를 가볍게 저은 그가 문을 젖혔다.


드르륵


“어~, 사매!”


거기에 있었다!


방문 앞에 진짜 그녀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사형, 무슨 일 있어요? 잠이 안 와 산책 중에 갑자기 사형이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와봤어요.”

“으응~ 아니-, 별거 아니야. 꿈을 꿨어.”

“꿈이요?”


눈을 동그랗고 크게 뜬 그녀를 보니 고향에 온 듯한 안도감? 편안함-. 따뜻함이 느껴져 온다.


“응··· 악몽? 을 꿨어.”

“깔깔깔~ 아니, 사형이 소길이처럼 악몽 때문에 소릴 지르다니···?”

“훗후-. 나도 꿈속에서 사매를 부르면서 잠에서 깼어.”

“호호호-. 아니, 왜요?! 뭐, 꿈속에서 제가 죽기라도 하나요?”


재밌다는 듯 미소 지으며 진소군이 장난쳤다.


“···.”


허나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요?.. 왜? 정말..이예요? 제가···죽어요?”

“···.사매!”


와락


“어멋!”


그가 돌발적으로 그녀를 끌어 안았다.


“사형?”

“잠깐만··· 이러고 있자.”


그는 사매를 더 꼭 껴안았다.


뭉클


기분좋은 부드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이~, 참. 어린애 같이···”


처음에 당황하던 진소군은 말과 달리 마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새벽이 멀지 않은 가장 어두운 밤에 청춘남녀가 방 앞에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흔하진 않다. 적어도 이곳, 정무관에서는.


그래서인지 밤하늘의 달은 구름에 숨었고 무관의 경비 무사는 고개를 돌렸다.


“사형, 난 어디 안 가요.”

“알아.”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사형 옆에 있을 거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러자.”

“에구우~.. 불쌍한 사람!”


‘ !! ’


이걸 굳이 기시감이라고 해야 할까? 악몽 때문인지 마지막 말이 유달리 가슴에 와 꽂힌다. 다시 꿈속이 떠오르고···


그는 더, 더 세게 그녀를 안았다.


“사혀-엉!”


말은 그래도 그녀도 꽉 안았다. 그렇게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듯이.



#



위진성은 신형을 날리며 사매를 쳐다봤다. 한 줄기 바람처럼 경쾌하게 나아가던 진소군도 시선을 느끼고 그를 봤다.


쌩긋


위진성도 작게 웃어 보였다. 다시 눈길을 전방으로 하자 선풍도골의 한 초로인이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초로인이 언뜻 고개를 돌릴 때마다 탐스런 수염과 백미가 멋들어지게 휘날렸다.


한참 경공을 펼치던 초로인이 일행을 향해 말했다.


“저기에서 쉬었다 가자꾸나.”

“예, 사숙.”


진소군이 뒤로 수신호를 보냈다. 이윽고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평원 어디쯤에 신형을 세웠다. 약간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화창한 날씨.


그래서 탁 트인 평원이 고단함 보다는 가슴 시원하게 다가온다. 그곳에 위진성과 진소군이 초로인과 함께 내려섰다.


깨끗한 백발을 묶고 탐스런 수염과 눈 밑까지 늘어진 백미의 초로인은 월하장의 약왕당주 오세성이었다. 신선 같은 탈속한 풍모는 여전하다.


이렇게 위진성, 진소군과 오세성이 있으니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젊은 미남, 미녀와 선도를 닦는 신선. 시선을 끌만했다.




“당주님, 쉬시겠습니까?”

“그러세. 식사도 좀 하고.”

“예, 준비하겠습니다.”


이는 풍운대주 정광검 엄정군이었다. 그 뒤로는 풍운대가 따르고 있다. 대주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행낭을 내리고 늦은 점심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들이 왜 호남성의 드넓은 평야에 있을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그건 대문파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며칠 전 소림사를 필두로한 대문파들의 이름으로 비천각에 서신이 당도했었다. 제문파들이 무막과 혁련세가를 치는데 월하장도 힘을 보태달라 써 있었다.


이제 월하장은 단순히 예전의 약을 파는 장원이 아니었다. 현 무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었으니 이런 서신이 보내진 것이고 월하장도 답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비천을 이은 월하장이니 당연한가?


이에 월하장은 오세성과 위진성, 진소군 그리고 풍운대를 보내기로 했다. 군림대전의 활약이 있고 무림인들의 기대가 있으니 형식적으로 보내기엔 부담이 됐다.


그래서 월하장은 위명이 진동하는 두 젊은 고수들을 보내고, 부상자들을 위해 약왕당주 오세성으로 지휘케 했다.



“이번에 마교가 전면에 드러날까요?”


계단협병(계란과 야채가 들어간 간식)을 손에 들고 진소군이 일행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글쎄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쉽지는 않겠지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중에 상당수가 마교와 어떤 식으로든 엮여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안 드러났다면···”


풍운대주 엄정군이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있어봐야겠지만.. 엄대주 말대로 쉽진 않을 게야. 그.. 사마륜? 마교 군사란 자가 지금까지 한 걸 보면 결코 평범한 자는 아니니까.”


진소군은 오세성의 말에 동의하는지 수긍하는 얼굴을 하고 위진성을 봤다.


“이번에도 사마륜이 어떤 수작을 부렸을 거야. 그가 대단한 자란 점은 동의해. 하지만 그 자도 사람이니 실수는 하겠지? 그게 이번에 나오지 말란 법은 없을 거야.”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사마륜을 많이 겪고 단죄하기를 바라는 이가 위진성이다.


“진성이 말대로 마교가 실수나 허점을 보인다면 좋겠구나.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될 테니···”


후루룩


뜨끈한 옥미갱(옥수수와 계란을 푼 죽)을 한 모금 넘기고 엄정군도 동감을 표했다.


“저도 위공자 의견과 같은 생각입니다. 마교는 분명히 천하의 군웅들이 모이는 이번에 술책을 부리려 할 겁니다. 우리가 허점을 잘 포착한다면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사마륜.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아! 맞다’


위진성은 뇌리를 스치는 생각을 붙잡았다.


“일전에 제가 인마령을 생포하고 마교의 본거지를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인마령은 ‘군’ 이란 말을 하고 칠공에서 피를 흘리더니 바로 숨이 다했습니다.”

“군?”

“음···”

“혹여 생각나는 곳이 있으십니까?”


위진성은 뜸을 들이다 물었다. 주먹을 입술에 톡톡 가볍게 두드리던 진소군이 말을 받았다.


“사형, 좀 애매한 게 ‘군’이라는 부분이 꼭 지명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예를 들면, 군대를 뜻하거나 그런 이름의 상단이 지나다니는 어디. 이럴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지명이더라도 설명을 위해 앞서 두, 세 곳을 말하려 했을 수도 있고요.”

“흐음.. 그럴지도 모르지.”

“소군이 말도 일리가 있구나. 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해 봐도 군으로 시작하는 지명이 천하에 많지 않겠느냐? 이 정도 단서로 일일이 조사하기도 애매하고···”

“···.”


지나치게 광범위 하긴 하다. 또 사매 말마따나 지명을 말하려던 게 아닐 수도 있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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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 23.03.30 252 4 12쪽
201 201. 23.03.29 27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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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95. 23.03.23 24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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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83. 23.03.11 344 5 11쪽
182 182. 23.03.10 333 4 11쪽
181 181. 23.03.09 345 6 12쪽
180 180. 23.03.08 369 6 12쪽
179 179. 23.03.07 34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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