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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상상하면 다 내거니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공한K-

베리에이션(Variation)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공한K
작품등록일 :
2018.04.09 16:01
최근연재일 :
2018.04.23 23:3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4,382
추천수 :
329
글자수 :
106,141

작성
18.04.19 11:30
조회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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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시즌 1 #15. Z조직의 음모

베리에이션(Variation)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 2072년 3월 3일 금요일 오후 2시(현재로부터 1일 전) 일본 오사카 ]


사무실 안은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었으나 모든 면이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어둡고 답답해 보였다. 책상 위 스탠드만이 불이 켜져 있었다. 책상을 뒤로하고 한 남자가 앉아있다. 바로 맞은편 소파에도 두 명이 스탠드 불빛을 향해 앉아있었다.


"큐제이 요원님, 상부의 지시도 없이 그런 일을 실행하시면 문제가 없을까요?"


검은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넘기고 회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남자가 소파에 앉아 아랍어로 말했다. 아랍어는 공중에 퍼지다가 스탠드 앞에서 일본어로 자동 통역되어 책상에 앉아 있던 남자에게 전달되었다.


"제이비 요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부의 지시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큐제이의 일본어는 소파를 향해 퍼지다 아랍어로 통역되어 소파에 앉아 있던 제이비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에게도 프랑스어로 통역되어 전달되었다. 그 여자는 창이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여자의 주름진 손이 나이만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큐제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프랑스어로 강하게 말했다.


"큐제이 요원님! 이 사실을 상부에서 알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으실 겁니다.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하는 제 임무도 잊지 않으셨겠죠? 저는 이 일을 그냥 묵과할 수 없습니다."


단호한 여자의 목소리와 격앙된 떨림이 그대로 통역되어 큐제이과 제이비에게 각각 전달되었다. 큐제이는 의자를 돌려 일어나 책상을 손으로 짚고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큐제이는 앞머리 숱이 적었으며 이마에는 길게 상처가 나 있었다. 한쪽 눈은 큰 상처로 정상인 눈의 절반 이상이 살로 가려져 있었다. 여자는 큐제이의 눈빛에 놀라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사실 이들은 오늘 처음으로 만난 자리었다. 점 조직으로 실제 이렇게 모여 만나는 자체가 조직 내에서 정한 규율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녀가 소파에 앉자 큐제이도 자리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


"큐케이 요원님, 알고 있습니다.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도요. 그리고 이 일을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것도 말입니다. 하지만 큐케이 요원님! 만약 제가 그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우리가 진행하고자 했던 일이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실패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규율에 어긋나는 이런 회합에 자발적으로 오신 게 아닙니까?"


낮은 톤의 큐제이는 한 점의 떨림도 없는 목소리로 말하다 잠시 제이비를 보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일을 망치자고 여기에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모이자고 한 것이 아닙니다. 가능한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한 것이고. 또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큐케이 요원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행한······"


큐제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분을 못 이기고 그를 향해 목소리 높였다.


"큐제이 요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죠? 미연에 방지를 못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요? 그쪽 부하들 잘못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또 여기 제이비 요원의 조사에도 당신 부하들 실수로 일본 공번세위에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이미 보고 받았어요. 어디서 나에게 잘못을 떠넘기려 하는 거죠?"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제이비가 큐케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끼어들었다.


"진정 하십시오. 큐제이 요원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고 그런 다음 잘잘못을 따져도 늦지 않을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제이비 요원. 큐케이 요원님, 여기서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발생한 일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가 지금까지 어렵게 준비해온 것을 앞으로 어떻게 잘 실행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아마 이번 처리건보다 준비해오고 있던 일이 실패한다면 상부에서 더 크게 노여워하실 겁니다. 물론 우리의 목이 붙어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겠죠."


역시나 큐제이는 낮은 톤의 목소리로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부위원장 죽음에 대해서는 상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상부에는 사고사로 알려지도록 일을 처리했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말을 마친 큐제이는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요원을 번갈아보며 눈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 셋이 입을 모아 그렇게 보고한다고 해도 그 사실이 덮어질 것 같은가요? 우리가 모르는 다른 요원들이 벌써 보고했을 수도 있다고요. 그리고 이런 보고를 누락한 나는! 아무 탈이 없을 것 같습니까? 제이비 요원도 마찬가지고요."


큐케이는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다 끝내 두려운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


[ 2072년 3월 2일 목요일 오전 8시(현재로부터 2일 전) 오사카 일본 공번세위 부위원장 집 ]


일본 전통 가구들과 작은 연못이 있는 일본 공번세위 부위원장의 집은 일본 전통식 집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다다미 방 사이로 곤조 미자카라 부위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결정을 못하셨습니까? 제가 이렇게 일찍 연락을 드린 것도 사안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공번세위 세계기구 위원장에게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일본 공번세위 내 스파이도 가능한 빨리 색출해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더 큰 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어떻게 공번세위 내에 Z조직이 숨어들어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사실과 함께 레이싱 드론 세계대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위원장님."


다급하고 떨리는 굵고 탁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방안에 퍼졌다.


- 내말 잘 들어요. 무슨 말인지 압니다. 하지만 요원의 정보만 믿고 알리기는 성급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잘못된 정보라며 대회도 문제겠지만 정상들과 공번세위 위원들의 중요한 자리가 물거품이 될 수 있어요. 이번 정상들과의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위원장도 잘 알지 않습니까?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와서 다시 말해줘요. 그러면 그때는 부위원장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일본 공번세위 위원장은 진중하면서 차분하게 부위원장을 설득했지만 그는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굵고 탁한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장님, 그들의 대화를 들려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증거로도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어떤 증거를 찾아오라는 말씀입니까? 그럼 그 대화 당사자를 잡아서 자백이라도 받아오라는 말씀입니까?"


- 그렇게 화를 낸다고 될 사안이 아닙니다. 심각한 사안인 거 나도 잘 알아요. 그런 사안일수록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겁니다. 단순히 대화 내용만으로 그간 준비했던 모든 행사를 모두 멈추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 시간 여유가 있으니 설득할 수 있는 증거를 더 모아 확실하게 하자는 거예요. 대화 속에 나오는 ‘코드 제로(Code Zero)’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봐요. 신변에 문제가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고요. 말대로 내부에 Z조직원이 있다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당신이나, 나 그리고 당신 보좌관들이 위험할 수 있어요. 다음부터는 직접 만나거나 보안이 확실한 CO라인을 통해 연락을 취하도록 합시다.


낮게 깔리는 위원장의 음성은 여전히 차분했다.


"위원장님······. 알겠습니다.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위원장님도 경호를 강화하십시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곤조 부위원장은 체념한 듯 위원장과의 연결을 끊었다. 그는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차를 마시려 찻잔을 들었을 때 다다미방 문이 열렸다. 열리는 다다미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다 들었어요? 미안해요. 아침부터 큰소리를 내서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미안하죠. 생각지 못하게 얘기를 다 듣게 됐네요."


온화한 미소를 띠며 말하고 있는 이는 곤조 부위원장의 부인 제시카 미쉘이었다. 그녀와는 프랑스 유학시절에 만나 현재까지 함께 동거 중에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관습화되어 법적 결혼제도는 사라져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살고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기는 하나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어떠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혼인신고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로 80% 이상이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선택하고 있다.


"아니에요. 그렇게 큰소리로 대화를 했으니 못 들을 수 있나. 괜찮아요."


"큰일이 생긴 듯 보여요. 무슨 일이에요?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인가요?"


"그건······. 미안해요. 알면 좋을 일이 아니라서. 이해하죠?"


"그럼요. 얘기 안 해도 돼요. 그런데 당신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 걱정이네요."


"아침이라서 그래요. 오늘 아침은 뭐로 할까요?"


"아니에요. 바쁜 듯한데. 아침은 제가 할게요. 어서 일 보세요. 준비되면 부를게요."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그녀가 다다미방 문을 열려는데 미자카라가 불러 세웠다.


"제시카, 잠깐만요. 유학시절에 기숙사를 함께 썼던 룸메이트가······."


"꼬띠아르 말인가요?"


"아, 맞아요. 꼬띠아르."


"왜요? 저번에 공번세위 부위원장으로 한국에 있다고 말했잖아요."


"혹시 꼬띠아르 씨와 연락 할 수 있을까요?"


"음······. 연락한지 꽤 오래돼서 번호가 아직도 같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왜요?"


"그건 묻지 말고 연락처 좀 확인해줘요."


"알았어요. 잠시 만요."


제시카는 바로 자신의 서재로 가서 패드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여기 있기는 있는데 그대로 인지 모르겠네요. 한번 연락을 해볼까요?"


"그래요. 미안하지만 부탁할게요."


"뭐 어렵지 않아요."


패드를 몇 번 터치하고 신호를 기다렸다. 신호가 길어지자 그들은 패드에서 흐르는 신호음을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 패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민망한 듯 살짝 웃어보였다. 그때였다. 패드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랑스어가 들리다 금방 다시 일본어로 통역되었다.


- 야아, 제시카! 얼마만이야.


제시카의 연결인지를 확인한 꼬띠아르는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반기며 인사했다.


"잘 지냈어? 지금 바쁘지 않아?"


- 아니야. 괜찮아. 너무 반가워. 이렇게 연락해줘서 고마워. 너무 보고 싶었다고.


"그랬다니 괜히 미안하네. 이제야 연락해서 미안해. 세계기구 부위원장 된 거 늦었지만 축하하고."


- 뭐야? 별만은.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 못했는데, 뭐? 아무튼 축하해줘서 고마워.


서로 반가워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미자카라는 언제 자기를 소개해야 할지 몰라 제시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는 제시카에게 손짓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급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 맞다. 꼬띠아르, 인사해. 여기는 내 남편이야."


제시카가 소개하자 그는 얼른 끼어들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곤조 미자카라라고 합니다."


- 안녕하세요. 꼬띠아르 마리옹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기숙사에서 제시카랑 미자카라 씨 얘기 많이 했거든요.


"아······. 네."


"꼬띠아르, 아직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거야?"


대학시절 얘기로 그녀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을 때 곤조 부위원장이 진중한 목소리로 꼬띠아르에게 긴히 나눌 말이 있다며 중요한 사안을 비밀리에 의논하기 위해 연결한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제시카는 아침식사를 준비한다며 자리를 피해주었고 단 둘이 남아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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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시즌 1 #18. 첫 인상 +6 18.04.20 511 5 12쪽
17 시즌 1 #17. 모종의 거래 +8 18.04.20 529 6 14쪽
16 시즌 1 #16. Code Zero +8 18.04.19 537 6 12쪽
» 시즌 1 #15. Z조직의 음모 +6 18.04.19 549 6 12쪽
14 시즌 1 #14. 공조 +6 18.04.18 531 6 11쪽
13 시즌 1 #13. 진의 파악 +6 18.04.18 508 6 11쪽
12 시즌 1 #12. 새로운 종(種)의 등장 +6 18.04.17 561 7 12쪽
11 시즌 1 #11. X요원과 쿤카 +8 18.04.17 548 7 12쪽
10 시즌 1 #10. 레드타이거의 위기 +4 18.04.16 530 8 11쪽
9 시즌 1 #9. 레이스 질주 +8 18.04.16 529 8 11쪽
8 시즌 1 #8. 결전의 시작 +8 18.04.13 537 7 11쪽
7 시즌 1 #7. 시카고 전주곡 +4 18.04.13 579 9 13쪽
6 시즌 1 #6. 레드타이거 +8 18.04.12 565 7 12쪽
5 시즌 1 #5. 첫 만남 +8 18.04.12 572 8 11쪽
4 시즌 1 #4. 드리워진 어두움 +10 18.04.11 698 7 11쪽
3 시즌 1 #3. 시카고 드론 레이싱 대회 +6 18.04.11 632 9 11쪽
2 시즌 1 #2. 하나의 세계 +16 18.04.10 682 10 12쪽
1 시즌 1 #1. 2072년 봄날 +8 18.04.10 1,104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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