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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상상하면 다 내거니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공한K-

베리에이션(Variation)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공한K
작품등록일 :
2018.04.09 16:01
최근연재일 :
2018.04.23 23:3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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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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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글자수 :
106,141

작성
18.04.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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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즌 1 #1. 2072년 봄날

베리에이션(Variation)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맑은 하늘이 마치 액자 속 그림이나 사진처럼 창문에 걸려있다. 하얀 벽면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 추억의 사진들이 보인다. 그 옆 벽면에는 트로피와 메달들이 서랍장에 정갈하게 장식되어 있다.


파란색 사각 큐브 모양 물체가 물결치며 춤추고 있다. 그 파란색 큐브에서 Mark Vincent의 'Look Inside' 노래가 물결치는 춤에 맞춰 흘러나오고 있다. 그 아래에는 '오전 08시 05분' 알람시각이 밝게 빛나며 깜박 깜박이고 있다. 음악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침이다. 아침이구나. 날씨가 맑은 하루구나. 알람 소리로 설정한 마크 빈센트의 ‘룩 인사이드’ 노래가 들린다. 매일 아침 이렇게 룩 인사이드를 들으며 일어나지만 한 번도 지겹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제다이, 알람 커줘."


순간 조용해지더니 창 밖에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제다이는 내 집사다. 집안 모든 일을 관리해 주고 내 스케줄도 챙겨주는 매니저이기도 한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뭐 그 뿐만은 아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함께 의논하는 사이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것들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이기도 했다.


"제다이, 오늘은 신선한 우유와 토스트가 먹고 싶어."


미스터 한은 침대에 앉은 채로 속삭이듯 말했다.


"미스터 한. 우선 침대 정리부터 부탁해요. 그리고 3분간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파란색 큐브 모양의 패드에서 제다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스터 한은 제다이의 말에 바로 침대를 정리하고, 침대 위에 올라 앉아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눈을 감는다.


"이제 명상의 시간을 가질 게. 시작해줘."


미스터 한은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명상 자세를 취하고, 허공에 말하자 'Look Inside' 노래가 흘러나온다. 미스터 한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시며 복식호흡으로 명상을 시작한다. 3분의 시간이 지났다.


"미스터 한, 시간이 됐어요. 그럼 씻는 동안 아침을 준비할게요."


노래가 멈추고 제다이가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스터 한에게 말한다. 미스터 한은 제다이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뜨며 크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욕실로 향한다.


"제다이, 좋은 아침이야. 고마워."


"2072년 3월 4일 토요일. 세종시 날씨는 매우 맑고 온도는 평균 12도로 포근하고 따뜻한 봄날입니다. 좋은 하루 시작하세요."


제다이는 역시나 차분한 목소리로 오늘 세종시 날씨를 알려주었다. 미스터 한은 파란 샤워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갔다.


"오후 서울 날씨는 어때?"


"네. 오후에 서울은 조금 쌀쌀할 것으로 보여요. 바람의 세기는 3.8~ 4.2m/s로 가볍게 부는 정도입니다. 오늘 경기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 같네요."


거실 TV 모니터에 파란색 물결이 치며 제다이 목소리가 들렸다. 미스터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 앉아 준비되어 있는 우유를 마셨다. 그리고 토스트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갔다. 미스터 한은 서둘러 우유와 토스트를 먹고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제다이는 어제 있었던 뉴스를 차근차근 읽어나간다.


"금요일 저녁 서울 북부 의정부에서 누에차의 에러가 발생하여 주변 교통이 잠시 동안 혼잡했다고 합니다.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지만 오류 발생으로 인해 지연된 시간으로 인해 1천 여 만원의 막대한 비용 손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도 3분 내에 빠르게 복구할 수 있어 더 큰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태릉 드론 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제32회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 소식입니다. 올해는 서울 태릉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대회이며 제1회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가 처음 열렸던 태릉에서 다시 열리게 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31년 만에 다시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대한민국대표 한승호 선수를 빼놓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한승호 선수에게 이번 세계대회는 세 번째 출전인데요. 열아홉 살 때 처음 대회에 출전하여 3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해 시카고 세계 대회에서는 대회 예선 3라운드에서 안타깝게 경기 중 부상으로 결선에 나서지 못했는데요. 그 해가 대한민국이 최초로 세계 대회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자국에서 개최하는 세계 대회에서 한승호 선수가 우승해주기를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며, 아낌없는 응원과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승호 선수는 다행히 이번 한국 예선에서 2위로 개최국 어드밴티지로 세계 대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예선을 가뿐히 통과하여 결선에 진출해······"


어느새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미스터 한은 거실로 나오며 제다이의 말을 잘라 말했다.

"제다이, 뉴스는 그 정도면 됐어."


제다이는 곧바로 뉴스 안내를 멈췄고 미스터 한은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


"지금 세종 시립 체육관으로 갈 거야. 누에차 좀 대기시켜줘."


미스터 한이 들고 있는 붉은색 패드에서 푸른빛이 물결치며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미스터 한은 현관문 앞에 앉아 운동화를 신고 끈을 묶으며 제다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제다이."



***



톡톡톡! 톡톡! 톡톡톡 톡톡톡톡!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굽니까?"


깜짝 놀란 남자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위원장님, 김 비서관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청량하지만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급한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


"들어오세요."


위원장의 차분한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 문이 열리고 김 비서관이 황금빛 노란색으로 물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 들어왔다.


"위원장님, 혹시 e메일 확인해 보셨습니까? 아니시면 이 내용을 한번 보시겠어요."


김 비서관은 위원장의 책상까지 재빠르게 달려와 얇은 투명 패드를 펼쳐 보였다.


"여기 메일 내용을 보시면 오늘 저녁에 있을 드론레이싱 대회를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안건을 급하게 의논하기 위해 공번세위(공동번영세계화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증거······"


김 비서관은 아주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메일내용을 요약하여 보고하고 있는 가운데 위원장이 거친 톤으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잠시 만요. 어디서 보낸 메일입니까?"


"네? 네. 일본 공번세위에서 보내 온 것입니다."


김 비서관은 묻기 바쁘게 대답했다.


"아이어맨, 바로 일본 공동번영세계화위원회 위원장과 연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위원장님."


위원장은 뒤돌아 앉았고 그 순간 뒤에 있던 스크린이 펼쳐지며 연결 신호가 보였다.


펼쳐진 스크린 화면에 금빛 물결이 일며 AI 아이어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위원장님, 일본 공번세위 위원장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재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계속 연결을 해볼까요?"


스크린 속 아이언맨의 얼굴 위로 물음표가 깜박였다.


"그래요?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닌지 걱정되는 군요."


위원장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때 김 비서관이 말했다.


"그럼 제가 부위원장님께 바로 연락해보겠습니다."


김 비서관은 재빨리 방금 펼쳤던 패드에 손을 가져가 터치한 후 연결을 기다렸다. 신호가 길어지더니 역시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이 단단히 터진 것 같네요. 일본 공번세위 위원 보좌관들에게도 연락을 취해 보세요. 그래도 연결이 되지 않으면 우리 쪽 관계자들에게 연락해서 무슨 일인지 파악해 보도록 하고요. 나도 일본에 있는 정보원을 통해 일본 상황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위원장은 양손 엄지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김 비서관에게 말하고는 머리를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알겠습니다."


김 비서관은 대답과 동시에 문 밖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



[ 2072년 3월 2일 목요일(현재로부터 2일 전) 일본 ]


봄을 알리는 봄비가 바람에 날리며 꽃과 나무에 물을 주는 물 조리개에서 내리는 물줄기처럼 하얗고 투명하게 휘날리듯 내렸다. 오후 4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사카의 거리는 회색 빛 구름이 하늘을 가려 칙칙하고 어둡다.


휘날리는 비는 코트 아래를 모두 적시고 가끔 콧등에 까지 날아들어 옅은 비린 향을 풍기고 있다. 분주하게 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우산을 들고 바삐 지나쳐 갔다. 어느 순간 한적해 진 거리에 한 남자만 홀로 서있었다.


그 남자는 30분 넘게 한 자리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의 코트는 거의 다 젖어 있었다. 조금 쌀쌀하게 바람도 불고 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한적해 진 거리에 가끔 사람들이 지나갈 때면 흙냄새와 함께 옅은 꽃향기가 풍겼다. 그때 우산 속 그의 안경테에서 빛이 물결치며 AI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자카라님, X요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적갈색 코트를 입은 미자카라는 굵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결해줘."


"연결합니다."


- "안녕하십니까? 오래 연결을 못할 듯합니다. 바로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십시오. 플랜 B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나오다 연결이 갑자기 끊겼다. 순간 미자카라는 주위를 살피고는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굵고 탁한 낮은 목소리로 다급히 외쳤다.


"요다, 차 준비해줘."


그의 안경테에서 빛이 출렁이며 AI 요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알겠습니다."


쾅! 쾅! 쾅!

갑자기 누에차들이 미자카라 앞에서 연쇄적으로 충돌했다. 미자카라는 자신에게 달려온 누에차를 옆으로 몸을 날려 간신히 피했다. 그 순간 또 다시 누에차 두 대가 미자카라를 향해 앞뒤로 내달려왔다.


"요다, 무슨 일이야! 요다!"


미자카라는 다급하게 요다를 찾아 외쳤다. 누에차는 미자카라를 향해 달려와 담벼락을 그대로 들이박았다. 이번에도 다행히 미자카라는 한 바퀴 돌아 넘어지며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온몸은 이미 비에 젖어 있었고 미자카라의 모자 밑으로 안경은 어느 새 선글라스가 되어 그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요다! 멈춰! 요다, 멈추라고!"


다급하게 요다를 불러보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미자카라는 비를 헤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요다, 대답해! 요다, 요······"


미자카라는 잠시 멈춰 서서 다시 요다를 불렀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누에차가 떨어져 미자카라를 덮쳤다. 미자카라의 비명소리와 함께 누에차 밑으로 붉은 피가 흘러나와 빗물에 퍼져갔다. 그리고 그 위로 봄비가 세차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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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역전승
    작성일
    18.04.12 12:35
    No. 1

    공모전, 응원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공한K
    작성일
    18.04.12 17:03
    No. 2

    역전승님 감사합니다. 좋은 글로 보답해 보겠습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초콜릿라면
    작성일
    18.04.14 18:13
    No. 3

    개인적으로 저는 온점이 들어가면 줄을 바꿔줍니다.
    읽은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서...
    표현 좋으십니다.
    알람 커줘 -> 알람 켜줘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공한K
    작성일
    18.04.15 15:17
    No. 4

    초콜릿라면님 감사합니다.
    오타는 커줘가 아니고 꺼줘 라고 수정했습니다.
    ㅜㅜ 확인을 여러번 했지만 역시 오타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희망녀
    작성일
    18.04.16 14:51
    No. 5

    붉은피와 봄비라... 뭔가 상반대는 느낌이네요. 천천히 따라가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공한K
    작성일
    18.04.16 16:51
    No. 6

    희망녀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마일드참치
    작성일
    18.05.17 05:27
    No. 7

    저런세상이 언젠간 오겠죠? ㅎㅎㅎ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공한K
    작성일
    18.05.17 10:55
    No. 8

    안녕하세요. 워비님.
    언젠가는 올 겁니다. 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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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시즌 1 #20. 인연 그 시작 +8 18.04.23 507 6 12쪽
19 시즌 1 #19. 탐색 +8 18.04.23 527 6 11쪽
18 시즌 1 #18. 첫 인상 +6 18.04.20 511 5 12쪽
17 시즌 1 #17. 모종의 거래 +8 18.04.20 531 6 14쪽
16 시즌 1 #16. Code Zero +8 18.04.19 537 6 12쪽
15 시즌 1 #15. Z조직의 음모 +6 18.04.19 550 6 12쪽
14 시즌 1 #14. 공조 +6 18.04.18 531 6 11쪽
13 시즌 1 #13. 진의 파악 +6 18.04.18 509 6 11쪽
12 시즌 1 #12. 새로운 종(種)의 등장 +6 18.04.17 561 7 12쪽
11 시즌 1 #11. X요원과 쿤카 +8 18.04.17 548 7 12쪽
10 시즌 1 #10. 레드타이거의 위기 +4 18.04.16 530 8 11쪽
9 시즌 1 #9. 레이스 질주 +8 18.04.16 529 8 11쪽
8 시즌 1 #8. 결전의 시작 +8 18.04.13 537 7 11쪽
7 시즌 1 #7. 시카고 전주곡 +4 18.04.13 579 9 13쪽
6 시즌 1 #6. 레드타이거 +8 18.04.12 565 7 12쪽
5 시즌 1 #5. 첫 만남 +8 18.04.12 572 8 11쪽
4 시즌 1 #4. 드리워진 어두움 +10 18.04.11 698 7 11쪽
3 시즌 1 #3. 시카고 드론 레이싱 대회 +6 18.04.11 632 9 11쪽
2 시즌 1 #2. 하나의 세계 +16 18.04.10 683 10 12쪽
» 시즌 1 #1. 2072년 봄날 +8 18.04.10 1,10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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