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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영지를 만드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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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20 08:29
최근연재일 :
2021.05.3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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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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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76

작성
21.05.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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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 분기점

DUMMY

굽혔던 다리를 펴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도끼를 살짝 던졌다, 받으며 고쳐잡는다.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뛰어오는 병사를 주시한다.

머리, 가슴, 배, 팔, 다리.

흔들흔들, 아지랑이를 따라 흔들리는 타겟은 시시각각 변한다.

병사의 동공은 점점 커지고 얼굴이 크게 일그러진다.


“죽어어어!”


입에서는 침방울이 사방으로 터져 나오고 천천히 왼쪽 어깨 위로 롱소드가 들어 올려진다.

롱소드가 떨어지는 위치는 내 목과 오른쪽 어깨 사이정도일까?

천천히 떨어지는 롱소드를 보며 살짝 몸을 비튼다.

부웅~! 롱소드는 거친 바람을 뿜어내며 허공을 가른다.

깊게 베인 살기에, 붉게 물든 시야는 더욱더 화끈거려 오지만, 난 나도 모르게 아지랑이의 흔적을 쫓아 병사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내려찍는다.


퍽!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병사가 쓰러진다.

나는 무심하게 병사의 가슴을 발로 차며 뒤에 뛰어오는 병사를 주시한다.

병사의 롱소드는 스르륵 앞으로 미끄러져 나오고 나는 천천히 도끼를 아래로 움직인다.

한차례 도끼와 롱소드과 격돌한다.

그와 동시에 나의 몸은 반 바퀴 회전하고 그 원심력을 이용해 병사의 목을 거세게 날려 버린다.

그리고 무심하게 도끼를 고쳐잡으며 강하게 뛰어오른다.

뒤따라오던 병사의 머리를 향해 또다시 사정없이 도끼를 내려친다.


“아아아!”

퍽!


흔들흔들, 머리에서 도끼를 뽑아 들고 다음 병사를 향해 성큼성큼.

붉은 아지랑이를 따라,

타겟을 따라,

타겟이 만들어 내는 선을 따라,

몸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한 명, 두 명, 세 명···.

계속해서 죽어 나갈수록 병사들은 시퍼렇게 질려 뒷걸음질 치기 바쁘다.


푸욱!

“커억!”


또다시 이질적인 감촉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꿀렁꿀렁, 병사의 머리에서는 고장 난 펌프처럼 피가 쏟아져 내린다.

꺼억꺼억 힘겨운 숨소리와 함께 원망 어린 시선이 날 바라본다.

몸은 사후경직이 된 듯 벌벌 떨어댔고 원망 어린 시선의 초점은 점점 사라져 간다.

똑똑··· 도끼를 타고 핏물이 흘러내린다.

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 하아···.”


피 때문인지, 붉게 요동치는 빛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늘도 붉게 물들어 있다.

뚝똑··· 핏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정신없이 붉은 빛을 따라 움직였다.

정신이 들었을 땐 나 혼자 서있었다.

숨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아가자 난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인간 중심적 사고가 부서져 버린 느낌이다.

정신이 붕괴하지 않아 다행인지, 아니면 인간성을 잃어 불행인지.


“아··· 빨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로라는 충격에 기절해버렸다.

주변은 온통 시체라고 부를 수 없는 고깃덩어리로 가득하다.

마수들이 몰려올 수 있으니 정리부터 해야 한다.

나는 무심하게 시체를 들고 언덕 아래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후안과 다론의 시체는 한쪽에 정리했다.

이 둘은 묻어 줄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저벅저벅 호숫가로 다가가 몸을 씻었다.

피 묻은 얼굴을 씻고 몸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그리고 모피코트도 빡빡 문질러 댔다.


“음··· 뭐, 이 정도면 라본이 안 놀라겠지?”


나는 코트에 묻은 물을 대충 짜내고 쓰러진 로라에게 다가갔다.

로라 드 마이어.

세라딘 종족. 종족특성은 결의.

크레센 대륙의 북부지역에 많이 분포된 미인과 미남이 많은 종족이다.

동서양이 합쳐진 혼혈 미녀 느낌이랄까.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긴 갈색의 머리는 꼬질꼬질, 뽀얀 얼굴은 먼지로 화장하고 갑옷은 너덜너덜하다.

삐질삐질 식은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다친 허벅지에 감긴 붕대는 피가 번져 뚝뚝 떨어져 내린다.


“다 죽였으니까. 당분간은 괜찮겠지.”


나는 로라를 번쩍 안아 들고 목책 안으로 들어갔다.

영지에 들어서자, 오막집 창문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던 라본이 보였다.

후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든다.


“주인님! 끝났어요?”

“어.”

“오자마자 또 팔려나가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분은···.”

“다친 사람.”


나는 오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막집이라고 해봐야 조금 큰 단칸방이다.

가구도 단출. 침대 하나 탁자 하나가 끝이다.

내가 없는 사이 라본이 정리했는지 조금 깔끔해져 있었다.


“그냥 있기 뭐해서··· 청소 좀 했어요.”

“그래? 수고했다.”

“네! 근데 무슨 이런 집이 다 있어요? 바닥은 궁궐인데 벽은 나무가 다 썩어 있고···.”


나는 부러질 듯한 낡은 침대로 걸어가며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다.”

“그분··· 마이어 가문의 영애님이시죠?”


라본이 까치발로 폴짝폴짝 뛰어올라, 로라 얼굴을 확인하며 물어왔다.

워낙 전투가 격했기에 소리가 들렸나 보다.


“...들었냐?”

“네.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데 안 들릴 리가 없죠. 근데, 다 죽었어요?”

“뭐···.”


나는 로라를 낡은 침대에 내려놓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라본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난 아직 조금 적응이 필요하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이란 존재에 무감각한 것 같다.

난 저벅저벅 다시 문밖으로 향했다.


“묻어줄 사람이 있어서. 넌 저 여자 좀 돌보고 있어라.”

“응. 알겠어요.”


나는 다시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삽을 살 걸 그랬나?”


성문 뒤쪽에 묘지를 만들고 툭툭 판금을 이용해 흙을 덮는다.

에테르가 아까워 티링에게 생활 물품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제 와서 에테르를 소비해 삽을 사기도 뭐하다.

철갑옷의 부러진 판금을 이용해 땅을 파고 무덤을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모양도 안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다음 생애는 둘 다 행복하기를···.”


어쨌든 후안과 다론의 무덤을 만들었다.

나는 작게 묵념을 하고 깨끗이 손과 몸을 씻고 모닥불이 있는 쉼터로 향했다.


“이제 할 일은 다 끝났네. 음···. 보상 좀 확인해 볼까?”


그리고 털썩 주저앉아, 상태창을 열었다.


[입주민이 필요해! (완)] -tutorial!

- 드디어 첫 영주민[풀몬종(여)]이 등록되었습니다.

- 각종 영주민 기반 시설이 활성화됩니다.

- 영주민 시설은 연구·개발 책상을 통해 개발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연구·개발 책상(Rare)을 획득했습니다.


나는 연구개발 탭을 열어 영주민 시설을 확인했다.

영주민용 움집, 우물, 공중화장실, 마구간 같은 기본적인 시설만 현재 활성화된 상태.

시설의 업그레이드나 시설개발은 연구개발이 진행해야 할 수 있다.

난 눈알을 굴려 에테르를 확인했다.

현재 가진 에테르는 1250.


“조금 모자라네···. 난 밖에서 자면 되니까. 일단 움집은 빼고 다 사자.”


마수 사냥를 좀 뛰어야 할 것 같다.

나는 구매 버튼을 눌렸다.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꺄악-! 지진이다! 주인님 살려줘요!!”


라본은 화들짝 놀라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앉아있던 나의 등짝에 안착.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 두리번거리며 물어왔다.


“주인님! 지진이···! 어?! 아니네? 무슨 일이에요?”

“돈 좀 썼다.”

“네?! 돈이요?”

“어.”


그때 영지 곳곳에 아공간 창고가 열리며 건물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조립식.

탕탕, 긴 관이 설치되고 시멘트가 솟아오르더니 바닥이 다져지고 끼익끼익 체결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둥둥!

- 당신이 왕국을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일을 지시하거나 일을 시키지 말라. 대신 발전된 문명의 동경심을 키워줘라.

- by 기술 왕, 칼잇슈.


[우물이 설치되었습니다]

- 이제 영지 내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었습니다]

- 이제 밖에서 볼일 보지 않아도 됩니다.

* 하수처리는 확장공사가 필요합니다.

[마구간이 설치되었습니다]

- 상행길을 위해선 필수. 말이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 손님이 왔을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본은 입이 크게 벌어져 나에게 물어왔다.


“말, 말도 안 돼···! 혹시··· 주인님 마법사셨어요? 아니지. 마법사도 이런 걸 못하는데. 그러니까···.”

“...”


라본은 고장 났는지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며 무척이나 구시렁구시렁.

나는 라본을 무시하고 생성된 건물들을 여기저기 만져보며 살펴보았다.

아직 초기 단계라 다들 허름하다.

우물은 도르래도 없고 화장실은 재래식.

그리고 마구간은 바람막이만 있을 뿐 휑~하다.

빨리 연구개발을 시작해 업그레이드와 하수처리 시설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 전에 에테르도 모아야 하겠지만.

나는 다시 쉼터로 돌아와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우르드의 실타래 (완)]

- 당신은 여성을 구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결과]

- 프레야의 단검 획득.

- 왕권세력 우호도 10 증가.

- 귀족세력 우호도 –50 감소.


나는 바로 프레야의 단검을 확인했다.


[프레야의 단검] -레어-

- 바니르 신족이 사용하는 단검. 프레야가 어릴 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 칼집에 ‘사랑은 아픈 거야!’라고 적혀 있다.

- 공격력 + 8

- 특수스킬: 출혈.

*자신보다 무력이 낮은 적에게 일정 확률로 출혈.


“···”


칼집이 마음에 안 들지만, 어쨌든 공격력도 높고 특수 스킬이 붙어 있는 꽤 좋은 아이템이다.

참고로 지금 내 도끼 공격력이 5.


“음··· 리치가 짧은 게 흠이네. 칼집은 버려야지!”


약 40cm 길이의 단검.

근접전엔 꽤 유용해 보인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단검을 모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불판을 지지대에 올리며 라본을 불렀다.


“라본. 근데 언제까지 붙어 있을 거냐?”

“아, 깜빡! 헤헤~”

“저녁 먹자.”

“네!”


내 등에 계속해서 붙어 있던 라본은 내려와, 날 졸졸 따라다니며 나르는 걸 돕는다.

물론 안타깝게도 오늘도 바비큐다.


“대충 어디 있는지 다 기억했어요! 이제부터 식사는 제가 준비할게요!”

“기특하다. 하지만 준비할 게 있을까?”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냉장고용으로 땅에 묻은 항아리는 총 3개.

하지만 고기밖에 없다.

라본은 잠시 생각하더니 나와 똑같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요.”


티링이 올 때까지는 이런 날이 계속될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시작했다.

로라는 큰 지진이 일어났는데도 일어나지 않아 둘이서 먹게 되었다.

라본은 정말 먹어도 되냐며 계속 물어보더니 지금은 고기를 입에 넣은 채 포크질하기 바쁘다.


“우물우물~ 주인님! 정말 이렇게 매일 먹어도 되는 거예요?”

“어. 근데 질릴 거다.”


난 라본의 접시에 고기를 덜어주며 답했다.

1달 먹어봐라. 그게 안 질리나.

라본은 빠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혀요! 전 매일 먹을 수 있어요!”

“뭐, 고기는 아까 봤듯이 넘쳐나니까.”

“근데··· 부담도 되네요.”

“부담?”

“네. 주인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라본은 고기를 먹다 말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열심히 할 생각이긴 하지만···. 전 태생적으로 몸이 약하고···. 사냥도 잘못해서···”

“넌 사냥 할 일 없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나는 피식 웃으며 라본의 접시에 고기를 더 올려주었다.

라본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더 중요한 일? 전···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네가 할 일은 책 읽기다.”

“네?! 책 읽기요?”


라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 나온 김에 우리 라본에게 책상 하나를 선물해야겠구나.”

“제··· 책상이요?”

“어.”


나는 접시를 내려놓으며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연구·개발용 책상]을 그 자리에서 바로 꺼냈다.


우르르륵!

“아~ 깜짝이야! 어? 책상이다!”

“네 거다.”

“진짜요?! 정말 이 책상을 저 주시는 거예요?”

“어. 거기에 책들 보이지.”

“네!”

“다 네 거다. 아무거나 읽으면 된다. 매일, 매일···”

“앗싸! 나 책 정말 좋아하는데! 우와~! 이 매끈한 거 봐,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라본은 방방 뛰어다니며 책상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난 그 모습을 흐뭇이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 여기 꿈의 직장이었잖아!”

“그래, 매일, 매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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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움직이기 시작하는 체스판 21.05.31 146 13 11쪽
14 14. 계략 +1 21.05.30 162 14 13쪽
13 13. 계략 21.05.29 171 15 10쪽
12 12. 계략 +1 21.05.28 187 16 12쪽
11 11. 계략 21.05.27 188 18 13쪽
» 10. 분기점 +4 21.05.26 208 17 13쪽
9 9. 분기점 21.05.25 208 18 10쪽
8 8. 영주민 21.05.24 212 19 14쪽
7 7. 영주민 +1 21.05.23 214 17 11쪽
6 6. 영주민 21.05.22 230 15 10쪽
5 5. 방문 21.05.21 239 16 12쪽
4 4. 방문 +2 21.05.20 247 18 11쪽
3 3. 방문 +1 21.05.20 273 16 14쪽
2 2. 정착지 21.05.20 338 21 11쪽
1 1. 빌어먹을 운빨 게임. 21.05.20 468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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