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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를 만드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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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20 08:29
최근연재일 :
2021.05.31 10: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499
추천수 :
255
글자수 :
78,976

작성
21.05.20 08:49
조회
468
추천
22
글자
10쪽

1. 빌어먹을 운빨 게임.

DUMMY

“이런 빌어먹을! 좆망 게임아!”


난 끼고 있던 VR 헤드기어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군주’라는 영지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동시 접속자 10만 명에 육박하는 꽤 인기 있는 게임.

하지만 극악의 난이도로 더 유명한 게임.


“세상에 화살 한 방에 끝나는 게임이 어디 있냐고!!”


난이도가 극악이다 보니 패망하는 이유도 어이가 없다.

적군이 쏜 화살에 군주가 맞아 사망.

아무리 현실성을 강조한 게임이라지만 화살 한 발에 죽는다는 게 더 비현실적인 것 같다.


“이 새끼! 투구도 준내 비싼 걸 썼는데···!!”


나는 몸을 날리듯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머리를 감싼 채 침대에서 아등바등.

플레이 타임만 2000시간.

아이템 가치만 따져도 대략 2000만 원.

이번 패망으로 내가 날린 돈과 시간이다.

한동안 패망원인에 대해 생각하다,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군주’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이걸 깨라고 만든 거냐?]

[ㅆㅣ발!]

[방금 패망으로 300시간 날렸다! 내 300시간 어쩔?]

[What th(e) Fxxxx! xxxx!]

[●▅▇█▇▆▅▄▇]

[자네, 호구가 되어 보지 않겠는가?]

[내 돈 500만원 돌려줘. ㅜㅜ]

[●▅▇█▇▆▅▄▇]


“...”


화가 단단히 난 욕설 글들의 향연.

게임이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다 보니 살아남은 유저도 극성.

자유게시판뿐만 아니라 팁, 정보, 공략 게시판 등 모든 게시판이 개판.

나 또한 게임에 너무 열중하다 보면 한 번씩 까먹게 된다.

이 게임이 빌어먹을 좆망 게임이었다는 걸.


“···그러면서 못 벗어나는 거지.”


나는 글들을 빠르게 넘기며 공략 게시판에 새로 올라온 공략 글이 없는지 먼저 확인한다.

극악의 난이도에 치를 떨며 떠나는 유저도 많았지만, 그 극악의 난이도에 중독된 유저들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난, 그중에서도 무척 중증이다.

결국, 아이템을 팔아 생활하는 생활형 게이머까지 되어버렸으니까.


[(Rk. 9) 리오넬 왕국 공략]

“어?! 이건···. 헤비유저네···”


난 멈칫 스크롤 내리는 걸 멈춘다.

제목 앞에 표시된 아이콘에 눈길이 간다.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서버와 연동하여 만든 커뮤니티 특유의 인증 방식.

싱글 랭커다.

나는 혹시나 괜찮은 정보가 있을까? 하고 게시글을 클릭했다.


[이 망령 새끼 또 기어 들어왔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냐? 그냥 때려치워. 때려치우라고!!]

“...”


뭐, 안타깝게도 이런 낚시성 글이 대부분이지만.

헤비유저인데도 화가 단단히 났나 보다.

참고로 이 게임은 헤비유저도 이 모양이다.

가슴은 뜨끔거리지만 애써 무덤덤하게 스크롤을 내린다.


[(Rk. 78) 바쿰 왕국 공략!!]

“...78위?”

톡톡.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나루토 사스케 싸움 ㄹㅇ실화냐?]

“···.”


도대체 이 밈은 언제 끝나는 걸까?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어그로를 끈다.

사실 하도 이런 글이 많다 보니 커뮤니티 관리자도 관리를 포기한 지 오래.

아니 정확히는 누가 개발했는지, 누가 퍼블리싱 하는지 또한, 누가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지조차 모르는 게임이 바로 이 ‘군주’라는 미스터리한 게임이다.

‘군주’는 로그라이크 게임처럼 죽으면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심지어 현질까지도.

그래서 불만이 많았던 유저들은 불공정 거래라며 공정위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주도했던 유저들이 하나, 둘, 사라져버렸고 심지어 공정위에서 일하는 담당자까지 실종돼, 현재는 넷 상에 떠도는 그저 그런 도시 전설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유령회사.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이 게임의 고인물을 ‘망령’이라고 부른다.


[(Rk. 5123) 종족에 대한 고찰···.]

톡톡.


[···중략··· 각기 다른 종족으로 22번을 플레이했습니다. 물론 다 패망요. ㅜㅜ ···중략··· 종족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구천을 떠도는 망령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종족으로 주로 플레이하십니까?]


- (Rk. 89) 뭘 해도 망함. 수고요~

- (Rk. 92) 님은 아직 괜찮음. 빨리 탈출!

- (Rk. 129) 아··· 부르투스 너마저!!

- (Rk. 7124243) 이 게임은 랭커들이 다 미친 것 같음. 원래 이럼?

ㄴ (Rk. 6123) ㅡㅡ; 뉴비시네. 고인물을 괜히 망령이라 부르는 게 아님.

ㄴ (Rk. 7124243) 왜요?

ㄴ (Rk. 4890) 준내 망해서.

ㄴ (Rk. 871662) ㅋㅋㅋㅋ 그렇게 망해요?

ㄴ (Rk. 8884) ㅇㅇ. 망령 대부분은 플레이타임이 1만 시간 넘음.

ㄴ (Rk. 871662) 컥! 미친...

- (Rk. 392) ‘세계기행종족을 찾아서’ 여기 링크.

- (Rk. 9) 야이! 망령 새끼들아!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냐? 그냥 뭘 해도 망한다고!!


“...”


혹시나 찾았지만 역시 나다.

도움이 되는 글은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미 망령들은 종족에 대한 난이도를 규합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종족, 계급, 지형적 위치, 연도, 이벤트 등등, 경우의 수만 따져도 로또확률을 크게 상회한다.

한 마디로 운빨좆망 게임.

애초에 이 게임은 엔딩을 본 이가 없는 정답이 없는 게임이다.


“···그냥 게임이나 하련다.”


나는 커뮤니티를 빠져나와 다시 습관적으로 VR 헤드기어를 찾았다.

새로 올라온 정보도 없고 딱히 얻을 정보도 없다.

뭘 해도 망한다면 게임을 하는 게 더 이득이다.

확실히 난 중증으로 이 게임에 중독된 게 분명하다.

어느새 게임에 대한 분노는 다시 해보자는 집착으로 변질된다.

곧 군주생성 화면이 VR 헤드기어에 떠올랐다.


“결국, 4달 만에 또 여기네···.”


나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 손을 움직였다.

종족선택 창을 클릭, 클릭.

그러다 태샤르종이 나오자 클릭질을 멈췄다.


“...어? 잘 안 나오는 종족인데.”


태샤르종.

소수종족으로 큰 체구를 자랑하는 전투계열 종족.

초기 무력이 무려 20에 육박하는 무척 강인한 종족.

하지만 지력이 5도 되지 않아 그것보다 더하게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는 종족.


“통칭 빡대가리 전사···”


전장에서 [불화],[명령 불복종],[사기 저하] 및 심지어 [반란]까지 일으키는 골칫덩어리로 더 유명하다.

오죽하면 전쟁 관련 공략글 말미엔 항상 ‘테샤르종 예외’라는 붉은색의 궁서체 글이 적혀 있을 정도니까.


“···뭐, 전장에선 죽진 않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태샤르종을 선택했다.

지력이 강한 캐릭터로 패망했기에 이번엔 무력이 강한 캐릭터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커스터마이징은··· 그냥 기본으로 하고.”


성별은 남, 머리는 태샤르종의 특징인 회색의 기본 머리.

체격 역시 4큐빗 반(약 2m)으로 기본 체격으로 설정하고 선택 버튼을 클릭.


[계정 ‘김치츄라이츄라이#As0001’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태샤르종을 검색합니다]

[가능한 태샤르종 검색 중···]

[사용자가 원하는 태샤르종 검색 중···]

[운명선 연결 중···.]

[동기화 진행 중···.]


곧 캐릭터의 모습이 조금씩 생성되기 시작한다.

‘군주’의 커스터마이징 방식은 설정하면 게임 내 캐릭터를 서치하는 방식이다.

이걸 싫어하는 유저도 많았지만 난 오히려 간편해서 더 좋아한다.

또한, 어차피 게임 안에는 3인칭 숄더뷰라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때 처음 보는 로그가 떠올랐다.


[게임 시간 1만 시간 초과! ‘무한전승자’ 획득!]

[소수종족으로 50회 이상 플레이! ‘소수종족 보호자’ 획득!]

[현금 사용 0원! ‘자린고비’ 타이틀 획득자!]

[최고 랭킹 3위! ‘하이 랭커’ 타이틀 획득자!]

[50번 이상의 왕국 건국! ‘지배자’ 타이틀 획득자!]

[30개 이상의 왕국을 섬멸! ‘마왕’ 타이틀 획······.]

[40개 이상의 왕국을 점···.]

[..]

[.]

[현재 사용자는 운영자 ‘풍백’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합니다.]

[운영자 ‘풍백’의 선물을 받으시겠습니까?]


나는 떠오른 로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뭐냐?”


처음 보는 로그다.

밥만 먹고 게임만 해서 내가 플레이 타임이 길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타이틀을 획득했는지는 몰랐다.

어림잡아 50개는 넘는다.


“이게 그건가···?”


한때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소문.

난이도가 극악이라 특전이 나올 수도 있다는 후문.

처음 보는 로그라 문득 특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풍백? 이 게임에 운영자도 있었네. 개쌍마이웨이로 운영했으면서. 음···.”


난 어이없어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대감이 조금 부풀어 올랐다.

난 생활형 게이머다.

일단 주는 것 다 받자는 주의.

나는 히죽 입꼬리를 올리며 수락 버튼을 클릭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극심한 고통이 가슴을 타고 전해졌다.

그 고통으로 인해 나의 입은 쩍하고 벌어졌다.


“뭐, 뭐야아아!! 컥!”


이내 속에서 올라오는 무언가가 나의 입을 틀어막는다.

화들짝 놀라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 피···!”


피다.

피는 입을 따라 가슴으로 흐르고 정처 없이 흔들리는 시야는 피를 따라 어지럽게 흘러내린다.

가슴에서 옆구리까지 크게 찢어진 가죽 갑옷.

그리고 그 찢어진 가죽 갑옷 사이로 꿀렁꿀렁 새어 나오는 피.


“이, 이게··· 뭐야···?”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따라 흥건히 고인 피 웅덩이.

여기저기 신체 일부분이 뜯어져 나간 널브러진 시체들.

부서진 채 마구잡이로 흩어져있는 마차들까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순식간에 시야가 돌변했다.

게다가 느껴지는 고통도 실제같이 느껴진다.

‘군주’는 영지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지 이런 빌어먹을 1인칭의 공포 게임이 아니었다.

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잡으려는 헤드기어는 잡히질 않고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손을 타고 뚝뚝.

나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덜덜 떨리는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손바닥 사이로 글자가 떠올랐다.


[군주를 시작합니다!]

깜빡, 깜빡.

“시, 실화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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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방문 +2 21.05.20 247 18 11쪽
3 3. 방문 +1 21.05.20 274 16 14쪽
2 2. 정착지 21.05.20 338 21 11쪽
» 1. 빌어먹을 운빨 게임. 21.05.20 469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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