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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나님한테 하는 말)

영지를 만드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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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스모커
작품등록일 :
2021.05.20 08:29
최근연재일 :
2021.05.31 10:15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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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976

작성
21.05.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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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영주민

DUMMY

*

“테샤르 종이 왜 여기에?”

“이, 이게 머선 일이고!?”

“당신들은 뭐요?!”


염방 입구에 다가가자, 용병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우르르 뛰어나와 우리를 막아섰다.

테샤르 종의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나 보다.

대체로 이곳 사람들은 테샤르종을 만나며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놀람, 의아함, 두려움 그리고 적개심···

다들 긴장한 표정으로 창을 나에게 치켜세우며 나만 주시하고 있었다.


‘자꾸 그러면 상처받는다고.’


티링이 한 발짝 앞에 나서며 입을 열었다.


“방주님 계십니까?”

“그래서 당신들 뭐냐고?”

“상인입니다.”


상인이라는 말에 사내들 표정이 다소 누그러들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내가 턱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증표는?”


티링은 주머니에서 증표를 꺼내 사내들에게 당당히 보여주었다.

은으로 만든 마패 형태의 증표.

증표에는 무언가의 글자가 적혀 있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잠시 증표를 뚫어지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들 안심한 표정으로 창을 바로 세웠다.


“···2급 상인이시구려.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사내에게 신호를 보냈다.

옆에 있던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티링은 뿌듯한 표정으로 나와 매버릭을 바라본다.

매버릭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올렸다.


“상인이라면 당연한 일인데. 되게 뿌듯해하시는군요.”

“이-씨! 칭찬해주면 어디가 덧나요?”

“아아~ 잘했습니다! 멋집니다! 최고입니다!! 우리 티링님 최고!”

“...”


난 그들을 무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규모가 꽤 크다.

움집도 3개, 군데군데 유르트 형태의 작은 천막들도 보인다.

눈에 띄는 사람만 해도 13명.

한쪽에서는 숯을 만드는지 장작을 태우고 있었고 몇몇은 움집으로 숯을 옮기고 있었다.

곧 중앙에 있던 유르트에서 방주로 보이는 사내가 헐레벌떡 이쪽으로 뛰어왔다.


“2급 상인이 왔다고?”


용병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티링은 증표를 사내에게 다시 보여주었다.

사내는 잠시 확인하더니 크게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펼쳐 자신을 소개했다.


“팰트 상단주셨구려. 솔트 염방의 타클린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티링 펠트입니다.”

“자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넷! 흠흠!”


방주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티링 또한 무척 친하다는 듯 방주와 이야기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난 그들을 따라가며 같이 걷던 매버릭에게 조용히 물었다.


“아는 사람인가?”


매버릭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모를 겁니다. 뭐랄까? 공생관계랄까?”

“공생관계?”

“네. 공방을 운영하는 방주들은 2급 상인과 거래를 가장 많이 합니다. 그래서 방주와 상단주가 만나면 둘도 없는 친구처럼 대하더라고요. 가식이 그냥.”


매버릭은 인상은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하고 올렸다.

나는 걸어가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3급이 관내, 2급부터 영지 밖으로 거래할 수 있었던 기억이다.

지구로 치면 거래처 같은 관계다. 그래서 관행적으로 좀 친하게 지내나 보다.

방주는 자신이 나왔던 유르트로 우리를 안내했다.

유르트 안에는 간이용 침대와 테이블이 하나,

그리고 각종 서류가 무질서하게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방주는 나무를 뭉뚝 잘라 만든 둥근 형태의 원목 의자를 내어오며 입을 열었다.


“앉으시죠. 임시거처라 변변치 않습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우리는 의자에 앉았고 방주는 곧 차를 내어오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근방에서 채집한 캐모마일로 만든 허브차입니다. 맛이 꽤 괜찮더군요.”

“흐음~ 향기가 정말 은은하네요.”

“하하··· 그런데 이런 외진 곳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아! 여기 제 지인께서 소금이 필요하다고 하셔서요. 괜찮으면 저도 좀 구매할까 싶기도 하고요.”

“오~”


티링은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방주는 얼굴이 금세 밝아져,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을 불렀다.


“거기 누구 없느냐?”


곧 천막 밖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으리.”

“가서 갓 구운 소금 좀 가져오너라.”

“알겠습니다!”


얼마 후, 소녀는 큰 접시를 들고 조심스럽게 유르트로 들어왔다.

난 소녀를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상당히 눈길을 끄는 아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플레이했던 종족이라 더 눈길을 끈다.

풀몬종.

지력이 뛰어난 종족으로 연구·개발에 특화된 종족 중 하나.

체형은 대체로 작은 편이며 반들거리는 뽀얀 피부와 이마에 더듬이 2개가 나 있는 것이 특징.

더듬이 때문에 유저들은 통칭 피콜이라 불렀다.


“히익.”

“...”


내가 빤히 쳐다봐서인지 소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살짝 뒤로 물러섰다.

불안해하는 것 같아 난 곧바로 모른 척 고개를 돌려준다.


‘진짜 나 상처받는다고.’


방주가 분위기를 읽었는지 급히 소녀를 소개해왔다.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입니다. 라본 인사드려라.”

“라본이라고 합니다.”


소녀는 공손히 꾸벅 인사를 해왔다.

성이 없다. 그 말은 곧 노예란 뜻.

매버릭과 티링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소금 맛을 맛봤다.

난 살짝 손을 흔들어준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라본은 조금 놀란 두 눈으로 다시 꾸벅 인사를 해왔다.

난 한 번 더 손을 흔들어주었다.


“안녕.”

“...네.”


그때 라본의 머리 위로 정보가 표시되었다.


[숯 지기 Lv. 5] - 풀몬종(여)

“..의왼데?”


난 조금 놀란 눈이 되어 라본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군주’에서 NPC를 표시하는 정보창은 단순하다.

자신의 세력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세부 스탯은 보지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다만 글자의 색깔로 잠재적 능력치를 표시해주는데 라본의 색은 초록색.

최대치의 총합이 200이 넘는다는 표식이다.

물론 최대치의 총합이기에 능력치 배분에 따라, 또는 성장환경에 따라, 일반보다 못한 능력치를 보유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최대치 총합이 200이란 수치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숫자였다.

만약 ‘군주’였다면 난 어떻게 해서라도 등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녀석과의 접전도 강제적으로 데려갈 수도 없다.


“음··· 자염치고는 꽤 괜찮은 것 같은데요. 한번 맛보시겠어요?”


그때 티링이 나에게 접시를 내밀었다.

난 라본에 관한 생각을 접고 소금을 맛보았다.


“어때요?”

“...바다 맛이 나는데.”

“당연히 바닷물로 만들었으니 그렇죠.”


티링은 피식 웃으며 재미있다는 듯 날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아는 자염이랑 다르다.

그렇다고 천일염이라고 하기에도 맛이 전혀 다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맛이 비리다.

짠맛보다는 바다 특유의 비린내가 많이 나고 결정도 무척이나 크다.

역시 이 소금은 내가 알고 있던 자염이 아니다.

그리고 왜 자염의 테크트리에 정제가 필수인지도 알 것 같다.

티링이 입을 열었다.


“1 미나에 얼마죠?”

“상회에서 은화 5개에 판매하던 물품입니다. 은화 3개면 어떻겠습니까?”

“음··· 이 정도 퀄리티면 괜찮은 가격인 것 같은데. 어때요?”


티링은 날 보며 물어왔다.

맛은 없지만, 소금이 필요하기도 했고 실험해 볼 가치가 있어 난 고개를 끄덕였다.


“2 미나만.”

“알았어요. 그럼 전···.”


티링은 주머니를 잠시 확인하더니 대화를 이어갔다.


“음··· 공간이 20 미나 정도는 될 것 같네요.”

“그럼, 22 미나만 사시겠다는 이야기입니까?”


방주는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22미나. 약 11kg이다.

내가 생각해도 2급 상인이 소매상처럼 11kg만 사 간다면 실망할 것이다.

티링은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었다.


“보시다시피 마차도 없고 짐꾼도 없어서요. 더 싸고 싶어도 많이 사들일 수가 없네요.”


방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짐꾼이 필요하시면 노예도 팔 수 있는데 노예도 취급합니까?”

“가능하긴 한데··· 노예는 왜 파시려고?”


방주는 한숨을 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사실 제가 염방을 옮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알다시피 자유민이 아니면 이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


티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염방을 옮긴다고요!? 갑자기 왜요?”

“영지전 때문입니다. 사실 이곳까지 내려와서 임시로 염방을 운영하는 이유도 영지전 때문이지요.”


티링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잠시 생각하더니 방주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계약한 귀족이?”


방주가 크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이어 남작가입니다.”


티링은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결국··· 마이어 남작이 패배했군요.”

“네. 계약조건도 좋고 괜찮은 분이셨는데···.”


순간 분위기가 무척 진중해졌다.

영지전 결과를 이곳에서 듣게 되니 다들 놀라는 분위기다.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던 결과.

스토리 전개상 아드라스는 개국공신으로 공작이 된다.

당연히 이 타이밍에 질 리가 없다.


“...그래서 노예를 파셔야 하는군요.”

“네··· 쯧, 어쩌다 보니 저도 더는 버티기가.”


이곳은 중세처럼 장원제의 계급사회를 이룬다.

뭐,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이곳이나 중세나, 내가 살던 현대나, 시스템은 변함이 없다.

물론 영주의 지독한 갑질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인 갑을(甲乙)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유물론적 시각.

집 없는 서민이 월세를 내듯,

남의 밭에 작물을 함부로 못 기르듯,

영지는 영주의 땅이기에 영지에서 나온 물품 또한 당연히 영주 것이 된다.

그러니 모든 생산자는 영주와 계약 관계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농부는 계약을 맺어 보호받는 대신 소작농이 되고,

기술자는 계약을 맺어 고용되며,

공방이나 상단은 영주의 물건으로 상품을 만들기에 영주와 수익금을 나누어야 한다.

그게 바로 세금이다.

그리고 또한 계약한 당사자가 죽으면 당연히 계약도 파기된다.

한마디로 땅 주인이, 나라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계약이 파기되어, 방주는 기존에 있던 곳에서는 더는 생산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아드라스 가문과 재계약을 맺을 수 있겠지만 아드라스 가문이 계약을 맺을지는 의문이다.

나 또한 게임에서 땅을 점령하면 영지의 공방이나 상권을 중요인물들에게 배분했으니까.

그래서 방주는 자신의 염방을 옮기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예는 자유민이 아니기에 쉽게 데려갈 수 없다.


“....그래서 거래할 수 있다면 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영지전 이후의 노예 거래는 무척 위험한데··· 서류상 처리할 것도 많고···.”

“그만큼 수익도 많이 나지 않습니까?”

“음···.”


티링은 한동안 고심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난 티링이 말을 뱉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저 아이는 내가 사지!”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고 라본은 놀란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나도 모르게 피씩-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지렸다. 개발 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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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계략 21.05.27 188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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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분기점 21.05.25 210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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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영주민 +1 21.05.23 215 17 11쪽
6 6. 영주민 21.05.22 230 15 10쪽
5 5. 방문 21.05.21 240 16 12쪽
4 4. 방문 +2 21.05.20 247 18 11쪽
3 3. 방문 +1 21.05.20 274 16 14쪽
2 2. 정착지 21.05.20 338 21 11쪽
1 1. 빌어먹을 운빨 게임. 21.05.20 471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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