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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왜놈 때려잡는 조선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23 14:41
최근연재일 :
2023.09.27 10:0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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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33
추천수 :
1,727
글자수 :
338,928

작성
23.07.26 18:00
조회
2,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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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
13쪽

백정식 퍼스널 트레이닝

DUMMY

“이 무슨 괴물 같은···!”


끔찍하게도 거대한 범이었다.

태산같은 우리 집 대문보다도 높은 등이라니..


그때 범을 타고 있던 백정 놈이 바닥에 내려와 머리를 조아렸다.


“어떻게 들어왔길래 대문이 저리 멀쩡할 수가..”

“문을 부술 것 같아 담 넘어 들어왔습니다.”

“뭣?!“


사람이라면 뛰어넘기는 커녕 너머를 볼 수도 없는 수준의 높은 담이다.


“그 범을 타고 넘었단 말이냐?”

“예, 어르신.”

“저 말도 안되는 괴물을 길들인게야?“

”맞습니다.“


범 다섯마리를 잡으라 지시를 내렸지만 저런 괴물을 잡아올거란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 놈이 사냥꾼들을 공격한 놈이렷다?“

”그렇습니다.“

“사냥꾼도 잡지 못한 것을 정녕 백정 놈들이 길들였단 말이냐.”


도무지 믿기지 않아 자꾸만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만 아직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아 제 말만 듣습니다.”

“아.. 알겠다.. 뒤로 물리거라.“

”이 놈을 제외하고 다섯마리의 범을 잡아 가죽을 벗겨왔습니다.“

”허어..“


똑같은 일주일이란 기간을 주었지만, 사냥꾼들도 한마리 범을 사냥한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백정놈들이 나흘만에 다섯마리 범을 잡고 이런 말도 안되는 괴물까지 길들일 줄이야.


“일단 들어오거라.“

”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이 놈 잠시 매어두고 가겠습니다.”

“그러거라.”

“기다려!”

“어흥-!”

“시끄러 임마.”

“어ㅎ···”


백정 놈의 말에 그 거대한 괴물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꼬리를 말았다.

마치 한마리 괭이 같은 모습이었다.


“사람 물면 안된다고 했다, 사람 해치면 고깃국물도 없을 줄 알아!”


*


“그물이나 덫과 같은 함정을 놓은 것이냐?”

“아닙니다.”

“그럼 창으로 사냥한게냐?”

“아닙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백두용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그럼 대체 저 큰 범을 어떻게 길들인게야, 말을 좀 해보거라.”

“··· 솔직하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사실대로 얘기하면 몇 대 쥐어박고 맛있는 소고기로 회유했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할 순 없겠지.


“다 같이 달려들어 생포한 후에 소고기로 회유했습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범이 사람을 해칠 일이 있었겠느냐?”

“실은..”


어떻게해도 믿지 않는 백헌관에게 결국 홀로 범 사냥을 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건 더 믿을 수가 없구나, 네 놈이 아무리 장사라 한들.. 어찌 범을..”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무기 하나 없이 저 놈을 잡을 수 있는 인간이 없겠지..


각성자가 아닐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각성자니 뭐니 백정 따위가 더 이상 설명을 덧붙일 수록 양반들에게 의심만 살 것이다.


“···”

“됐다, 어찌되었든 약속을 지켰으니 나도 지켜야겠지. 원하는게 무어더냐.”

“···”

“괜찮으니 뭐든 말해보거라.”

“저희 백정마을 인원 모두가 먹을 만한 곡식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고작 그게 전부더냐?”


백두용 헌관은 역시나하는 표정이었다.

딱 백정 놈들이 바랄만한 소원이었을테니까.


“매월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처음 대답과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은 표정이다.


“다만 북한산 인근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흠···”


매달 곡식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굳었던 백헌관의 표정이 조금은 풀려있었고 꽤나 흥미로운 듯 했다.


“너무 모호한 대답이구나, 안전을 보장한다는게 정확히 어떤 뜻인게야.”

“범이나 산적으로부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네 놈이 뭐라고 관군도 못한걸 하겠단게냐.”

“범을 잡아오겠다 했을 때도 같은 반응이셨습니다.”


공손하면서도 당당하게 말을 이었고, 백두용은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


잠시동안 백두용은 말이 없었다.

오래가진 않았지만, 그 잠깐의 침묵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그래, 내 한번 더 믿어보지.”

“그리고..!”


‘과연 될까?’라는 생각에 조마조마한 것에 비해 꽤나 흔쾌히 허락이 떨어졌다.

그대로 대화를 마무리하려는 백두용 앞에서 말을 이었다.


“한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버릇없는 놈일세.”


혼내는 듯한 말과 달리 백두용은 미소짓고 있었다.

강한 헌터들 사이에서 평생 눈치보며 살아온 나는 표정에서 그의 기분을 읽을 수 있었다.

말을 이어도 되겠어.


“국력을 키워야 합니다.”

“대뜸 그게 무슨 말이더냐.”

“두 해 안으로 왜놈들이 우리 조선을 넘볼 것입니다.”


백정이 세계정세라던가 국가의 존망 따위 관심 있을리가 없다.


하루하루 배 채우며 따뜻하게 살 수 있으면 그만인 백정이니까.


“어디 감히 오합지졸 같은 왜놈들이 이 땅을 넘본다는게냐.”

“음흉한 놈들이 음지에서 힘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왜놈들이 섬나라를 통일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정보는 들었지만···”

“제 아무리 비변사(외침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으로 군국기무를 장악하는 합의 기관)한들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너는 어찌 그런 부분까지 알고 신경쓰고 있는 것이냐.”


백두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흥분해 떠들어대고 말았다.

굳어진 표정의 백두용을 보며 아차 싶었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쇤네가 뭘 알겠습니까. 그저 지난번 도성에 왔을 때, 사신으로 왔던 왜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 입니다.”

“네 놈이 왜놈들 말을 알아들었단 말이렷다?”

“예.”

“백정 놈에게 어찌 그런 능력이 있단 말이냐.”

“사실 전 날 때부터 백정이 아닙니다.”


백두용을 설득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사실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얼마 전 사고가 있었고, 백정이 되기 전 기억이 없습니다.”

“어쩐지.. 다른 백정 놈들과 다르다 느끼고 있던 참이다.”


다행히 백두용은 내 이야기를 믿어주는 듯 했다.


“네 말을 다 믿을 수는 없다. 잠시 기다리거라.”


방에서 나간 백두용을 한참동안 기다려야했다.

백정 출신이기에 바닥에 앉지도 못한 채 한참을 기다렸고, 얼마 후 백두용은 노인 한명과 돌아왔다.


“자, 최노인 앞에 앉거라.”

“예.”


백두용은 자신의 앞에 두 사람을 마주보게 앉혔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소?”

“예.”


최 노인이란 자가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했고, 헌터시절 일본에 살다시피한 덕에 그의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히려 노인의 말에 약간의 사투리가 섞여있었지만, 못 알아들을 수준은 아니었다.


대화내용은 별게 없었다.

그저 내 일본어 실력을 확인하는 듯 했을 뿐.


전부 알아듣진 못하더라도 백두용도 우리가 일본어로 소통이 되고 있다는 정도는 눈치 챈 듯 했다.


“왜놈들의 언어를 쓸 수 있는 건 사실인 듯 하구나.”

“그렇습니다. 꽤나 유창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노인이 물러가고 백두용과의 독대가 이어졌다.


“이런 태평성대에 입궐하여 전하께 군기관증설이나 병력 증강에 대한 중요성이라도 고하란 말이더냐?”

“그리 하시면 왜놈들 침략에 대비할 수 있을겁니다.”

“그럴 순 없다.”

“예?”

“이미 이조판서께서 상소하신 시무육조에도 십만의 군을 키워내야한다는 내용이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의 십만양병설이었다.

이조판서 자리에 있는 이이 선생의 주장에도 반대파가 존재했고 결국 왜란에 대비하지 못했다.


“반면 나라가 부강하면 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정치란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란 이견이 다수다.”

“어르신께서 이조판서께 힘을 실어주셔도 안되겠습니까..?”

“백정 놈 말을 듣고 이런다는 걸 알면 모두가 날 미친놈 취급 할 것이다.”


고작 남의 이목이나 신경쓰는 사람일 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위직 양반과의 독대할 기회가 언제 또 있을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어더냐.”

“저를 관군으로 임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관군? 네놈을 말이냐?”

“예.”


백정이란 신분의 벽에 부딪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신분을 바꿔야한다.

지금 내게는 신분을 나타낼 만한 서류나 증거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백두용이 힘 써준다면 얼마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양인만을 관군으로 차정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있느냐?”

“그래서 어르신께 청하는 것입니다.”

“역시나 당돌한 놈이로구나.”

“조선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각성자가 없는 세상이라지만, 이십만 대군을 이끌고 오는 일본을 홀로 막을 순 없다.

신체 강화 특성이라도 A급 수준이라면 일반인 수백,수천을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C급 헌터였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좋다.”

“정말입니까?”

“단, 네 놈이 한 약속은 지키거라. 범과 산적들로부터 도성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내 네 놈을 관군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건 욕심이다.

뜻은 확실히 전하면서 백두용에게 나란 존재를 확실히 각인 시켰다.

그리고 군병력 증강에 대한 백두용의 반응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한 달간 네 놈의 능력을 지켜보도록 하지.”

“예.”


먼저 한 달간 도성의 안전을 책임지면 관군으로 만들어주겠단 약속을 받아냈다.


북한산을 비롯한 도성 바깥쪽의 범들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

도성 안 쪽에 있는 북악산이나 인왕산 등지의 짐승들은 관군들을 파견해 처리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도성 인근에서 굶주린 짐승들로부터 백성들을 지키고, 산적 놈들의 습격을 막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너는 오늘부터 이곳에서 지내는거야. 매일 고기 가져다 줄테니까 절대 사람을 해쳐선 안된다.”


백두용의 도움을 받아 성벽과 북한산 사이에.

거대 범이 겨우 몸을 뉘일 수 있을만한 헛간 하나를 얻었다.


녀석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짐승도 다가오지 못할 것이다.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산적들의 훈련.


처음 만난 산적은 열 둘이었지만, 놈들이 데려온 동료들까지 총 스물.


백성들에겐 만나기 싫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헌터 훈련을 받은 내 눈엔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백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지?”

“고기 잡는거 아니겠습니까?”

“틀렸다, 힘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앞에 있는 돌덩이를 하나씩 들어 올려라.”

“예?”


산적들에게 백정의 칼을 쥐어 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왜놈들 잡기 위한 병력으로 키우기 위한 훈련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온 놈들을 사지로 몰겠다고 말하는 꼴일 테니까.


“게으름 피우지마라!”

“예에..”

“목소리 봐라!”


마치 조교가 된 기분이다.

각성했을 당시.

헌터기초훈련을 받을 때 했던 훈련들을 강도만 낮춰 굴렸다.


“팔굽혀펴기,윗몸 일으키기 각 100회! 턱걸이 30회! 언덕 3리 달리기 실시!”

“아아..”

“으윽..”

“괜히 온 것 같아..”


여기저기 곡소리가 났지만, 기본 훈련 중에서도 기본체력 훈련이다.

젊은 백정들은 이미 수개월간 나와 해 온 훈련이고, 이미 헬창이 되어 더 높은 강도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석준형님, 저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지 않습니까?”

“너 더 이상 몸 키우지마.”

“예? 왜요?!”

“보기엔 좋아도 움직임만 둔해질 뿐이야, 오늘부터는 탄력과 유연성 그리고 민첩성 훈련이다.”

“아···”


애초부터 힘 쓰는 일에 도가 튼 백정들은 근육량부터 남달랐다.

덕분에 빠르게 강해졌고 그들에겐 가히 군사훈련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것을 가르쳤다.


“대장 이것 좀 써도 될까요?”


푸줏간에 고기 무게를 재는 무게추가 잔뜩 쌓여있었다.

같은 무게의 추끼리 나누고 도성에 있는 대장간으로 향했다.


“고리 부분을 떼어내고 두개를 이어붙일 손잡이를 만들어 줄 수 있나요?”

“뭐에 쓰려고?”

“고기 옮길 힘이 부족해서 운동 좀 해볼 참입니다.”

“백정놈들은 별 짓거리를 다 하는구만, 알았네.”


그렇게 일주일 만에 무게별 아령 십여개가 만들어졌다.


띠링-


[ 아령 사용시 동료들의 힘 성장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


필요에 의해 제작한 아령이었다.

거기에 시스템의 도움으로 뜻밖의 굉장한 효과가 더해졌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어.”


훈련과 동시에 산적이었던 놈들은 도성의 치안을 담당했다.

2인 1조로 10개조를 짰고, 5개조씩 2교대로 도성 주위를 돌았다.


산적으로 산적을 물리치는 이이제이 전략이었고,한달이란 시간동안 도성에 야생동물이나 산적들에 의한 피해가 한건도 없었다.


나의 훈련법은 그 짧은 기간동안 산적들 대부분을 헬창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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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라떼는 5대1도 이기고 그랬어. +3 23.07.29 2,517 50 11쪽
7 관군을 상대하라(1) 23.07.28 2,558 53 12쪽
6 관군을 상대하라. +1 23.07.27 2,709 52 14쪽
» 백정식 퍼스널 트레이닝 +2 23.07.26 2,882 59 13쪽
4 범 잡는 백정(1) +5 23.07.25 2,989 67 13쪽
3 범 잡는 백정 +10 23.07.24 3,271 61 12쪽
2 산적잡는 백정 +5 23.07.24 3,761 70 14쪽
1 '신조선' 유일 각성자 +10 23.07.24 4,735 8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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