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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헌터스 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전탁
작품등록일 :
2016.08.04 05:40
최근연재일 :
2016.11.06 17:4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296
추천수 :
3
글자수 :
15,907

작성
16.08.07 12:28
조회
239
추천
0
글자
9쪽

#1 영몽(零夢) - (2)

가볍게 즐겨주세요.




DUMMY

21세기가 들어 발전한 것은 과학기술만이 아니었다. 주먹패, 흔히 조폭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새로운 세상에 발맞춰(?) 나름대로의 발전을 이룩하여 과거에 뒷배나 봐주던 음지의 활동보다는 오히려 대부업이나 건설업 같은 간판을 내걸고 활동하는 양지의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점점 조직이 기업의 성격을 띠다 보니 조직끼리 모여 이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도 이전처럼 구석진 술집 같은 곳이 아닌, 중심가에 위치한 번듯한 빌딩의 회의실이었다.


“아따 조금만 양보하소. 거, 우리 애들이 못 벌어먹고 살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오.”

“그쪽이 알맹이만 쏙쏙 빼먹는 거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양보는 이쪽에서 받아야지!”


질주금융이라고 적힌, 흔히 제 3금융권이라고 부르는 회사 로고가 박힌 빌딩의 한 회의실 안에서 정장을 빼입은 자들이 모여 갑을논박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지역을 맡은 거물급 조직의 장이거나 그들의 대리인이었다,


“이래서 서울물 못먹은 놈은 무식하다니까!”

“지랄! 그딴 똥물 먹은 게 뭐가 잘났어? 끽해봐야 위에선 나이트 하나 관리하던 놈이 어디 내 앞에서...!”

“말 다했어!?”


서구 마피아 자본물을 먹고 기업화된 그들은 이전의 무작정 치고받는 이권 다툼보다는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구역다툼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사람과 돈이 필요하고 잡혀간 조직원들을 빼내는 수고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근래 조직 폭력배에 대한 경찰의 감시는 유래에 없을 정도라 모두가 몸을 사리고 오히려 어울리지 않게 합법적인 기업까지 만들어가며 지내고 있지 않던가.


“....”


모두가 한 마디씩 내뱉으며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말을 쏟아내고 있을 때, 유일하게 한 남자만이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발이 군데군데 섞인 갈색 머리와 그의 푸른 눈동자는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시끌시끌한 게 동물원이나 다름없군...”


미국에 있는 상부의 명을 받고 한국 폭력배들의 자금관리를 맡은 제이슨은 고성이 오가는 회의실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외모만 봐선 한국의 조직폭력배들이 모여 있는 지금의 자리엔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그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잠시 집중.”


그 증거로, 그가 손을 들자 목소리를 높이던 여러 조직의 장과 대표들의 입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닫혀졌다. 시선이 모여들자 그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당분간 자중하고 있으라는 전언입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죠.”


일방적인 선언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모여 있던 이들은 반박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이 속한 조직을 유지하는 거의 대부분의 자금이 그에게서 흘러들어온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인생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조직원들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제이슨이 몸을 담고 있는 조직의 힘이었다. 불과 1년 사이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광역시급 도시의 암흑가를 장악한 남자의 조직은 어째서인지 경찰의 수사도 받지 않았다. 더욱 두려운 것은 그들과 상대했던 조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아... 멍청한 작자들.”


그리고 하나 둘 그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회의실에 홀로 남은 제이슨은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자기들 이권 다툼에 정신없군. 이 나라의 조직들은 다들 하나같이 이런 수준밖에 없는 건가.”


그가 몸을 담고 있는 미국의 마피아 조직뿐 아니라 멕시코 카르텔, 러시안 마피아도 이정도 수준은 아니다. 물론 그들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득을 추구하긴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유/무형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조직들은 무슨 배짱인지 주먹 하나 믿고 날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그래서 통제하기는 편했지만 말이야.”


주먹만 믿고 날뛰던 이들에게 권력과 돈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제시한다. 그리고 한 번 달콤함을 맛본 자들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들게 되고 그렇게 서서히 종속되어갔다. 물론 그 중에는 뒤에 칼을 감춘 이들도 있지만 그것은 자신과 조직이 가진 ‘힘’으로 찍어 누르면 그만, 물론 강력한 힘인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그것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일들에 비하면 그 대가는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뭐, 사소한 대가로 이만한 힘을 행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남자는 장식용에 가까운 용도로 올려져있던 위스키용 유리잔을 쥐었다. 그러자 두꺼운 유리잔이 산산히 깨어져나가며 조각들이 흩어졌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고 실제로 그의 손에는 상처하나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간을 초월한 힘, 그것이 남자와 조직이 가지고 있는 힘의 정체였다.


“사소한 대가? 잘됐군.”

“누구냐...!”


그러던 순간,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남자는 반사적으로 일어서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대답 대신 묵직한 총성이었다.


타앙.

“크악!”


엄청난 고통과 함께 제이슨의 허리가 반 쯤 날아갔다. 그러나 남자는 쓰러지긴 커녕 눈가에 살기를 띠며 주변을 돌아보았고 회의실의 입구에 웬 호리호리한 여인이 자신에게 총을 겨눈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힘을 얻은 대가도 사소하니 네놈의 몸뚱이도 사소하게 날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도무지 생긴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으며 여인은 조금 전의 그의 허리를 날려버린 물건으로 추정되는 육중한 권총을 다시 겨눴고, 그것을 본 제이슨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여인이 들고 다니는 것은 총기소지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터프한 인간들만이 사용하는 자동권총계의 괴물, 데저트이글이었다. 권총치고는 터무니없이 큰 12mm 탄을 사용하는 이 터프한 권총은 단 한발만으로 목표물을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다시 말해 아무리 그가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저런 것에 몇 대 더 맞았다간 그대로 황천행 급행열차를 타야한다는 소리였다.


“캬악!”


그렇기에 제이슨은 덜렁거리는 허리는 아랑곳 않고 최대한 여인에게 뛰어가며 손을 휘둘렀다. 허리가 반 쯤 날아간 인간으로는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여인은 태연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남자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 모습에 남자의 눈에 비웃음이 어렸다. 여인이 한 손으로 권총을 겨누고 있었던 탓이다.


“멍청한 놈..!”


데저트이글은 위력만큼이나 끔찍할 정도의 반동 탓에, 두 손으로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하면 몰라도 한 손으로 발포했다간 목표물은커녕 자신의 어깨가 박살나기 십상인 것이다. 그러나 여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고, 남자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설마...?”

“보기보다 머리가 돌아가는군. 흡혈귀.”

“이런 미친..!”

타앙!

총성과 함께 남자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며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머리를 잃은 육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총성에 누군가 상황을 확인하러 올 법도 하 것만 확인하러 오는 인원은커녕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허탕이군.”


여인이 찾던 존재는 이 정도로 허무하게 죽어버릴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가 짧게 혀를 차며 중얼거리던 순간, 여인의 핸드폰에서 벨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통화를 받자 저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놈이 튀는 것 같습니다!]

“쥐새끼 하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더니 쓸모없기는.”

[그게.. 빌딩에 뒷문이 있을 줄은.. 그래도 몇 발 맞췄으니 멀리가진 못할 겁니다!]

“곧 밤이다. 놈이 회복한답시고 닥치는 대로 피를 빨면 일이 귀찮아지니 그 전에 끝낸다.”

[저.. 그럼 혹시 약속한 보수는...?]

“네놈의 정보의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어. 이놈은 스포어가 아니잖아!”


스포어란 남자와 같은 흡혈귀 중에서도 자연발생이나 사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모체 흡혈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뜻한다. 앞서 두 경우와는 달리 스포어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들보다 강력한 힘과 지능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머리를 잃고 쓰러져 있는 저 남성은 너무나도 쉽게 죽어버린 것이다.


[그.. 그건...]

“잘못된 정보를 준 건 그쪽이다. 만약 도망친 녀석까지 놓치면 보수 대신 총알을 박아줄 테니 기대하도록.”

[당장 쫓아가겠습니다!]


시동 거는 소리가 들리자 여인은 그대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곤 자신의 긴 흑발을 쓸어 넘기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이목을 피해서 도망쳤다라.. 애초에 목표했던 녀석은 아니지만 일단 쫓아보도록 할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연재가 불규칙합니다. 부디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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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악몽 +2 16.08.04 5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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