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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헌터스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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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탁
작품등록일 :
2016.08.04 05:40
최근연재일 :
2016.11.06 17:4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300
추천수 :
3
글자수 :
15,907

작성
16.08.0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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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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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프롤로그 - 악몽

가볍게 즐겨주세요.




DUMMY

세상에 있는 누구나 악몽을 꾼다. 우리 모두가 그것이 비현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악몽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 어쩌면 악몽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감정 때문이다.


“하아....”


한 겨울의 골목길을 남자가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사방은 이미 어둠에 잠기다 못해 가로등에서 흘러나오는 빛조차 사라진 새벽이다. 불어오는 칼바람은 색 바랜 코트 한 장으로 간신히 막아내던 남자는 유일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는 가로등 아래 멈추어 섰다. 남자가 돌아다니는 곳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라 그런지 안전을 위한답시고 계속 켜두는 듯 했다.


“춥네..”


남자는 낡았는지 빠르게 점멸하는, 그래서 계속 켜진 것으로만 보이는 불빛을 제법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번화가의 지치지 않는 분위기와 달리 그가 지내는 곳은 번화가와 떨어진 조용한 아파트촌이었다. 그가 떠돌고 있는 지금 시간대에는 모두가 잠이 들고 벌레소리나 가끔씩 지나쳐가는 차의 엔진소리만이 들리는 시간, 그럼에도 남자가 떠도는 것은 지독한 악몽 때문이었다.


“.....”


악몽은 항상 비슷했다. 항상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괴물이 나와 남자의 몸을 물어뜯는 것, 꿈은 깨어나면 잊혀지는 법이라지만 남자의 기억 속에서는 도통 떨어져나갈 기미가 없었고 매번 반복되는 꿈에 몇 번이나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식이 되면서 남자는 지쳐있었다.


“내일이면 아르바이트도 마지막인가..”


훌쩍한 키와 달리 남자의 목소리는 아직 앳된 감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의 나이 고작 21세, 대학진학에 목을 매는 한국인이라면 이제 막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시기의 나이 대였다. 남자 또한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였다. 비싸디 비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야간시급만 제대로 받았어도 조금 나았을 텐데.”


한 때 잘 나가던 아버지의 사업은 몇 년 전 믿었던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집안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 뒤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장들이 그렇듯 시급을 제대로 챙겨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너 말고도 일할 사람은 많다.’ 라는 게 한국 아르바이트 시장의 기본 마인드였으니까.


“춥기도 하고 다음엔 카페 일이나 해볼까..”

지랄 맞게 불합리한 세상이었지만 남자에겐 당장 돈이 필요했다. 옛날 사람인 남자의 부모님은 집안이 거덜 났으면서도 기어코 자식을 대학에 보내겠다며 있는 돈 없는 돈 몽땅 끌어 썼고, 덕분에 당장 집에서 먹고 살 생활비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남자가 휴학을 결심한 것도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칙.

“후우... 빌어먹을 세상.”

가로등을 바라보던 남자는 코트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힘껏 한 번 빨아들이고는 멍한 표정으로 자신 안으로 들어선 연기를 다시 내뱉었다. 연기가 점멸하는 가로등 불빛에 비춰지며 몽롱한 풍경을 연출했다.


“망할, 담배도 끊어야 하는데.”

한동안 그렇게 담배를 피던 남자는 대한민국 모든 흡연가들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을 하며 천천히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악몽이 싫더라도 이제는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내일도 당장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움직여야 할 테니까.


“어...?”

그러나 집 앞에 도착한 남자는 들어가는 대신 몸을 우뚝 세웠다. 분명 잠금장치를 잠그고 나왔을 집의 문이 어째서인가 열려있었다.


“도..도둑인가...?”

그가 사는 곳은 흔히 복도형 아파트라고 불리는 곳으로 다른 건 모르겠지만 방범대책이 잘 되어있지 않은 곳임은 분명했다. 그래도 창문도 아닌 정문 침입이라니? 물론 도둑이 그런 걸 따질리 없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지만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기 마련인 복도식 아파트에서 정문으로 도둑이 침입하는 와중에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다는 건 이상했다.


“.....”

여름이라면 모르겠지만 냉기가 풀풀 날리는 한 겨울에 문을 열어두고 잘 사람은 없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는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꿀꺽...”


남자는 조심스레 침을 삼키며 집 안으로 들어서자 구역질나는 냄새가 풍겨왔다. 40년이 넘은 아파트의 화장실이 역류하면 가끔 썩은 내로 집안이 가득 차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의 냄새는 평소와는 다른, 비릿한 냄새가 섞여있었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에 남자는 조용히 핸드폰에 112 번호를 찍고 언제든 신고를 할 수 있게 준비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대한민국 경찰이 못미덥다곤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지 않겠는가.


“주혁아, 이 늦은 밤에 또 어딜 나갔다가 온 거니?”

“엄..마?”


그러나 남자, 주혁은 현관에서 바로 눈앞에 위치한 부모님의 방에서 나오는 존재를 보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자신의 앞에서 말을 걸어온 이는 자신의 어머니, 평생 곁에서 봐온 가족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뭔가 달랐다.


“늦어서 혼자 다 먹어버렸잖니.”


인자한 어머니, 언제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자신을 미소로 맞아주시던 이의 입가에는 검붉은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 뒤로 은은하게 풍겨오는 비릿한 냄새는 그 액체의 정체를 말해주고 있었으나 주혁은 애써 그것을 부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엄마 입가에 그건 대체 뭐야...?”

“으응..? 이거 말이니?”


입가를 매만진 주혁의 어머니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몽롱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누가 이게 맛있을 거라고 해서 먹어봤더니 굉장히 맛있지 뭐니. 그래서 허겁지겁 다 먹어버렸단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서며 소리치던 주혁의 귀에, 새로운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크흐..”

“....!!”

찌이익.


마치 면 옷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눈앞에 있던 여성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며 집안은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주혁은 순간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토하는 대신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섰다. 자신의 어머니가 있었던 자리에 무언가 나타나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쿠룩.”


그것은 ‘괴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마치 사마귀와 인간을 반반 섞어놓은 모습과 탐욕스럽게 바닥에 흩어진 살점을 씹는 존재가 괴물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경찰.. 경찰에...”


그 와중에도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있던 주혁은 떨리는 손길로 핸드폰의 긴급통화버튼을 눌렀다. 대한민국 경찰이 놀고만 있는 것이 아닌지 통화는 제법 빠르게 연결되었고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112입니다. 무슨 일....]

“크...”

“어...?”


그 순간, 주혁은 뭔가 자신의 귓가를 스친다는 느낌과 함께 핸드폰의 소리가 점점 멀어짐을 느꼈다. 정확히는, 괴물이 낫처럼 생긴 팔을 휘둘러 그의 팔을 통째로 잘라낸 것이었다. 순간 멍하니 있던 주혁은 잘려나간 단면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하자 그제야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여보세요! 무슨 일입니까! 여보세...!]

우당탕.

끔찍한 고통과 함께 주혁은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싱크대에 부딪치며 쓰러졌다.


“킥킥...”

콰직.

주혁의 팔을 잘라낸 괴물은 잘려진 팔과 함께 휴대폰을 밟아 박살내고는 미소 지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섰다.


“끄으...”

주혁은 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결국 주혁은 무기력한 상태로 다가오는 괴물을 뻔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츄릅..”

그런 그를 보며 괴물은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탐욕스러운 눈동자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빌어먹을..’


그의 어머니가 방금 전의 상태를 보면 함께 계셨을 아버지도 살아있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 집에서 생존자라곤 아마 자신뿐이리라.


“크으윽..”


죽더라도 저 괴물에게 한 방 먹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그는 어떻게 해서든 굳어진 몸을 풀어내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저릿하지만 몸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에, 그가 쓰러지며 함께 떨어진 듯한 과도가 보였던 것은 그 때였다. 어머니가 자주 자신이 오길 기다렸다가 과일을 깎아주시던 바로 그 과도였다.


‘그렇게 쉽게...’

그는 멀쩡한 왼손을 움직여 조심스레 과도를 움켜쥐었다. 다행히 괴물은 식욕에 정신이 팔린 것인지 침을 흘리며 그저 천천히 다가올 뿐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괴물이 자신의 바로 앞까지 도착하자, 주혁은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며 왼 손을 앞으로 찔러 넣었다.


“..죽어줄 거 같냐! 이 씹새꺄!”


한 쪽 팔이 사라진 탓에 자세는 불안했지만 다행히 바로 앞에서 내질러진 탓에 과도는 괴물의 목에 그대로 박혀들었다.


푹.

“그르륵!”


물컹한 느낌과 함께 쥐고 있던 과도가 틀어박히는 것이 느껴지며 가래가 끓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사마귀의 그것을 닮은 괴물의 손이 다시 한 번 휘둘러지며 과도를 박아 넣은 주혁의 남은 왼팔이 잘려나갔다.


“크악!”


그 짧은 사이에 익숙해진 것일까, 다시 쇼크상태가 찾아오진 않았지만 잘려나간 단면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와서인지 주혁은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망..할..”


그렇게 천천히 시야가 흐려지던 주혁의 눈에 검은 그림자가 보인 것은 그때였다.


스컥.

“크아아악!”


그리고 그림자가 움직이자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괴물의 허리가 반으로 갈라졌다..


“쓰레기가 시끄럽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괴물을 허리를 단숨에 갈라버리고도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검은 그것으로 모자라 그대로 좌우사선을 한 번씩 더 가르고 지나쳤다. 피가 사방에 튀었고 바로 앞에 쓰러져있던 주혁에겐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튀었지만 이미 의식이 흐려져 가는 와중에 냄새조차 제대로 맡을 수 없게 된 그는 더 이상 구역질도 할 수 없었다.


“이 녀석도 결국 허탕인가, 추격하느라 애만 먹었군..”


그렇게 순식간에 조각나버린 괴물의 사체로 천천히 다가서던 그림자는 마침내 그 앞에 괴물의 사체와 뒤섞여 쓰러져있는 주혁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멈추어 섰다. 열려있는 현관문으로 들어온 달빛에 그림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긴 흑발의 여인, 그것도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정수리에는 인간에게 존재할 수 없는 짐승의 귀가 달려있었다.


“불래불거(不來不去)이니...”


그녀는 괴물의 목에 박혀있는 손과 주혁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검을 내려치는 자세를 취했고, 그 순간 주혁은 의식이 꺼져가면서도 머릿속에 든 생각을 내뱉었다.


“씨발, 어차피 죽일 거면 좀 조용히 합시다...”

“흐음...”

“개 같은.. 세상...”

“...닮았군.”


그 말을 듣는 것을 마지막으로 주혁은 의식을 잃었고 그를 내려치려던 여인은 천천히 도를 내렸다. 그리곤 재미있다는 듯 피식 미소 지으며 떨어져있는 주혁의 두 팔을 주워들고는 잘려진 단면에 가져다 대었다.


“어쩌면 이것도 인연일지 모르지.”


여인은 자신의 머리칼을 몇 가닥 뽑아내었다. 그리곤 구석에 있던 바느질 통에서 바늘을 꺼내 그것을 끼워 잘려진 팔을 기워나가기 시작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2020년 1월 10일, 백수가 된 이래 첫 재연재 입니다. 내용과 문맥이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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