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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쉼터

헌터스 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전탁
작품등록일 :
2016.08.04 05:40
최근연재일 :
2016.11.06 17:4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298
추천수 :
3
글자수 :
15,907

작성
16.08.10 17:24
조회
299
추천
0
글자
9쪽

#1 영몽(零夢) - (3)

가볍게 즐겨주세요.




DUMMY

딩동딩동.


초인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왔다. 그러나 주혁은 나가서며 누구냐고 물어보는 대신 웅크리고 있던 몸을 더욱 웅크렸다. 나가보지 않아도 누가 왔을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문 밖에는 각종 매체에서 온 기자들이 좁은 복도에 모여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차라리 이게 늘 꾸던 악몽이었으면 싶었다. 악몽은 괴롭기는 하지만 깨어났을 때 끝났다는 기분은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는 고개만을 들어 집안을 둘러보았다. 손 때 묻은 가구들도, 낡아서 물이 새는 수도꼭지도 그대로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불과 일주일 전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 그의 어머니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서 감식반조차 고개를 저을 정도였고, 그의 아버지는 마치 벌레에게 먹힌 듯 몸 여기저기가 뜯겨나간 채 안방에서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것을 엽기적인 살인마의 짓이라도 단정 지었지만 그날 밤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주혁은 절대 그 말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곤충과 인간이 뒤섞인 괴물이 자신의 앞에서 어머니를 찢어버리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 무슨 놈의 연쇄살인마란 말인가.


“.....”


그러나 주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잘려나갔던 자신의 두 팔은 멀쩡히 다시 붙어있는 채로 살아있었으니 주혁 자신도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설사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한들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미친놈 취급받으며 정신병원에 끌려가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쾅쾅쾅.

“차라리 나도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초인종으로는 반응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밖의 인물들은 거친 손길로 문을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의 살인사건은 추모의 대상이기 보다는 기삿거리로 다루어졌다. 경찰의 사건 발표가 이루어지자마자 몰려든 기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피폐해져 가던 주혁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그것에 질린 주혁이 문을 걸어 잠그자 보복이라도 하듯 문 앞에 진을 치고 시간 나는 대로 압박을 시작한 것이었다.


“...밤이 되면 가겠지.”


인근 주민들의 항의도 있을 테니 기자들도 밤이 되면 떠날 수밖에 없다. 거기까지 생각한 주혁은 이윽고 집에서 가장 구석진 곳,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배란다와 이어져있는 방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지만, 지금의 주혁에겐 어떤 장소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건너편의 아파트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들 탓에 짙은 커튼을 둘러두고 컵라면 용기가 여기저기 쌓여있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대충 펼쳐진 이불 위로 드러누웠다.


“....”


그리고 주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밖은 어두워져 희미한 달빛이 비쳐들고 있었다. ‘그날’ 밤 이후,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했지만 밤이 된다고 해서 뭔가 불안해진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오히려 달빛이 내려쬐는 밤이면 낮보다 더 생기가 도는 게 마치 야행성 동물이 된 느낌이랄까.


“후우....”


주혁은 코트를 챙겨 입고 집 밖으로 나섰다. 이제는 악몽을 꾸지 않음에도 그는 매일 밤 이렇게 거리를 돌아다니곤 했다. 어쩌면, 다시 돌아갔을 때 모든 것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동시에 주혁은 그것이 있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디스하나 주세요.”


주혁은 슈퍼에서 싸구려 담배 하나를 구입한 뒤 다시 골목길로 향했다. 그가 자는 사이에 눈이 내렸는지 녹다가 다시 얼어붙은 얼음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혹시나 있을 기자들 때문에 눌러쓰고 나온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쓴 그는 골목 구석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담뱃불을 붙였다.


“후우...”


한숨과 함께 독성이 섞인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그는 문득 자신의 생각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담배엔 수십 가지 독성성분이 들어있고 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들 한다. 그런데 담배를 피는 자신보다 담배라는 것을 평생 동안 모르고 지내오신 두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니 답답했고,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거지같네... 아니, 거지 맞나?”


자조 섞인 말을 내뱉은 주혁은 어느새 다 타버린 담배 대신 새로운 담배를 물었다. 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잘 살았을 때부터 어떻게든 유지해오던 보험에서 보험금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생겼던 빚으로 인해 태반이 사라지고 그의 손에 남은 것은 천만 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야할 것을 생각하면 막막한 금액이었다.


“집을 팔아야하나..”


낡은 아파트이긴 했지만 팔면 그럭저럭 돈이 나오긴 할 것이다. 대학을 다닌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국립대라 해도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비싸거니와, 가족들과의 마지막 기억이 담긴 장소를 판 대가로 대학을 다닌다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빌어먹을...”


여기까지 생각하자 주혁은 이 상황을 만들어낸 괴물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복수를 하고 싶어도 괴물은 그날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에 의해 조각났고, 그가 정신을 차린 다음날에는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괴물이 쓰러져 있던 자리에 검은 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후우.....”


주혁의 입에서 담배연기와 함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날 밤’, 자신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 화를 내고 싶어도, 원망하고 싶어도 확신이 없으니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 점이 주혁을 점점 미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팔이 잘 붙었군.”

“뭐..뭐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주혁이 놀라 쳐다보자 그곳에는 레이싱 슈트를 입은 여인이 헬맷의 얼굴부분만을 드러낸 채로 서 있었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여인을 아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주혁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틀림없이, ‘그날 밤’ 괴물을 수십 조각으로 토막 냈던 그 여인이었다.


“당신은...!”

“동네방네 다 들리도록 떠들 셈인가?”

“당신이 있으니 그날 밤에 있었던 일도 모든 사실이라는 거겠지?”

“물론.”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알고 싶은 이유는?”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여인의 목소리가 약간 바뀌었다. 굳이 정의한다면 그것은 흥미이리라.


“한순간에 사람을 찢어버리는 괴물을 단숨에 조각내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일리 없잖아! 빌어먹을!”

“각오는 되어있나?”

“무슨 소릴...”


여인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사람 보다 냉랭하게 느껴졌다.


“내게서 답을 얻었을 때, 너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거다.”

“감당하지 못한다면?”

“귀찮지만 이 자리에서 죽여 버려야겠지.”

“.....큭.”


대놓고 목숨을 위협하는 여인의 말을 듣고 있던 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여기서 죽는다 해도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자신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인데.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해. 하지만 만약 당신이 그 괴물 놈과 한패라면 난 내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당신을 죽여 버릴 거야. 죽일 수 없다면 영혼이 되어서라도 저주하겠어.”

“건방진 놈이군.”

“......!”


순간 주혁의 시야가 빙글 돌며 등에 격렬한 고통이 찾아들었다. 원인은 두말할 것 없이 그와 대화하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넘어져있는 주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놈같이 약해빠진 녀석이 저주? 차라리 날 죽일 확률에 거는 게 좋을 거다 애송이.”

“끄윽...”

“하지만 재미있군. 따라와.”

“.....”


무엇이 재미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주혁은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길가에 도착하자, 여인은 그곳에 있는 멋들어진 바이크에 올라타 태연히 시동을 걸었다. 잔잔하지만 힘 있는 엔진 소리가 새벽 공기를 타고 퍼져나갔다.


“거기에 타라는 건가요?”

“이게 다인승으로 보이나? 알아서 택시잡고 따라오도록.”

“.....”


왠지 쪼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주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급히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 세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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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영몽(零夢) +1 16.08.05 327 1 6쪽
1 프롤로그 - 악몽 +2 16.08.04 5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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