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지금부터, 오크 사냥 시작이다.
018-지금부터, 오크 사냥 시작이다.
자세를 낮추고 생각해두었던 포인트를 향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짐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는 오크 세 마리를 쏘기에도 좋고, 나머지 오크들까지 석궁 사거리 안에 둘 수 있는 지점까지 은밀하게 이동했다.
‘이번에는 오크들이 뭘 사냥하려는 거지?’
계획에 딱 맞는 지점에 도착한 뒤, 석궁을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장전하면서 오크들이 뭘 잡으려고 하는지 살펴봤다.
푸릉-
덩치가 아주 큰 들소 한 마리가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생김새에는 별다른 특이한 점 없이 평범한 들소처럼 생겼다.
‘한 마리만 풀을 뜯고 있긴 한데... 덩치가 초록 얼룩말의 세 배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저 육중한 머리에 한 번만 들이받혀도, 아니 머리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뼈도 못 추리게 생겼다.
오크들이 바짝 엎드려서 한참을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찍어둔 오크킬은 15마리. 여기서 죽일 수 있는 오크는 19마리. 오크킬이 34를 찍을 때까지는 절대로 긴장을 풀지 말자.’
장전해둔 석궁을 들어 올려서 짐을 지키고 있는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겨누었다.
‘지금부터, 오크 사냥 시작이다.’
눈으로는 짐을 지키고 있는 오크를 노려보면서 귀로는 오크들이 슬금슬금 기어가고 있는 방향의 소리에만 집중했다.
절그럭
오크가 바닥의 돌멩이를 잘못 건드렸는지 돌이 으스러지는 듯한 큰 소음이 들려왔다.
무우-!
들소가 크게 울면서 소리가 난 방향을 피해 반대쪽으로 달려간다.
쿠어억!
오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들소의 뒤를 쫓아서 달려가기 시작한다.
‘지금이 쏠 타이밍이다!’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퍼억!
짐을 지키고 서 있던 오크가 이마에 화살을 맞고 털썩 쓰러진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오크가 뭔가 쓰러진 소리를 듣고 고개를 다 돌리기도 전에.
석궁을 급속으로 재장전해서 즉시 사격을 한다.
고개를 돌린 오크가 놀란 표정을 한번 지어보기도 전에 관자놀이에 화살이 박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오크가 다른 동료들을 부르기 위해서 숨을 한껏 크게 들이마시고 있을 때.
투창이 가슴에 박혔다.
크헥-
구멍 뚫려버린 폐 때문에 동료들에게 고함을 내지르지 못한 오크가 작게 기침을 내뱉는다.
케헥거리고 있는 오크의 이마에 화살이 날아가 박혔다.
오크가 기침을 멈추고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오크킬 18.]
좋아, 셋을 깔끔하게 죽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크들이 들소를 따라서 뛰어간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석궁을 재장전했다.
‘역시 석궁보다는 투창이 반응 속도가 훨씬 빨라. 흠, 그러면...’
뛰어가려던 방향을 되돌려서 던졌던 투창을 회수하러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죽인 오크 쪽으로 달려갔다.
발로 오크를 꽉 밟아서 고정하고 투창을 당겨서 쑥 뽑았다.
피로 흥건하게 물든 투창을 왼손에, 석궁은 오른손에 들어 전방을 겨눈 채 오크들을 다시 추적했다.
‘짧은 시간에 상당히 멀리까지 달려갔네.’
제법 떨어진 평야에서 오크들이 들소를 포위하고 있었다.
들소 뒤쪽에 있는 오크 몇 마리가 들소의 뒷다리를 때리기 위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다른 오크들은 적당히 거리를 벌려두고 들소가 밖으로 뛰쳐나와 달아나지 못하게끔 견제하면서 포위망만 유지하고 있었다.
들소가 몇 번 발을 박차면서 순식간에 뒤쪽으로 돌아서더니 몽둥이를 휘두르며 기습하려던 오크를 머리로 받아버렸다.
퍼억!
붕 날아가 버린 오크가 땅에 철퍼덕 떨어지더니 신음소리를 내며 꿈틀거린다.
‘아이고, 저놈 저러다 죽겠다.’
즉시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오크킬 19.]
꿈틀거리며 낑낑대던 오크가 화살을 맞고 얌전히 자리에 누웠다.
다른 오크들은 미친 듯이 이쪽저쪽으로 돌진하기를 반복하는 들소를 피하느라 자기들 친구 머리에 화살이 박혀버렸다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퍼억!
날뛰는 들소가 크게 뒷발질을 한번 하자, 오크 한 마리의 턱주가리가 제대로 걷어차였다.
그대로 쿵 하고 뒤로 넘어가 버린 오크가 대자로 누워버리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들소가 누워있는 오크 위를 껑충이면서 몇 번을 짓밟더니 다른 멀쩡한 오크들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고, 저놈 이미 죽은 거 아니야?’
즉시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오크킬 20.]
[오크 살해 보상으로 진화합니다.]
[진화 방향을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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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면 시간 감소
2. 독 저항력 향상
3. 손재주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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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손재주 향상을 고를 계획을 세워두었기 때문에 바로 손재주를 고르려고 했다.
하지만 독 저항력 향상이 새롭게 튀어 나와버려서 잠시 멈칫하며 고민하고는 독 저항력을 고르기로 결정했다.
‘독 저항력 향상을 고른다.’
[독 저항력 향상을 선택하셨습니다.]
[독 저항력이 진화합니다.]
손재주 향상과는 달리 독 저항력 향상은 생존에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였다.
‘이제야 좀 편안하게 아무거나 주워 먹어도 되겠군.’
아무리 독 저항력이 생겼다고는 해도 아무거나 막 먹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가려서 먹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뭘 먹을 때마다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상당히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크들이 채집한 식물들도 마음껏 먹어봐야지.’
원래는 오크들이 채집한 식물도 아주 조금씩만 맛을 보면서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독 저항력이 생겼으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독 저항력을 고르는 사이에 또 들소의 돌격에 들이받힌 오크 한 마리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데굴데굴 구르는 게 멈추었을 때.
즉시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정수리에 화살이 박힌 오크가 축 늘어졌다.
[오크킬 21.]
들소에게 달라붙은 오크 세 마리가 들소의 목덜미에 매달려서 몽둥이와 주먹으로 소머리를 쾅쾅 때렸다.
무우-!
들소가 크게 울부짖으며 고개를 휙휙 젓는다.
힘찬 고갯짓에 오크 한 마리가 손을 놓치며 떨어져 나가며 위로 붕 떠올랐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듯 거꾸로 뒤집혀 하늘로 잠시 붕 떠오른 오크가 허공을 무중력으로 유영할 때.
즉시 석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뒤통수에 화살이 박힌 오크가 땅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오크킬 22.]
‘이젠 들소가 제법 지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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