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화-아낌없이 주는 코볼트
005화-아낌없이 주는 코볼트
코볼트가 한 나무 앞으로 가서 멈춰 서더니 창을 최대한 위로 쭉 뻗어 뭔가를 찌르려고 했다.
‘까치발까지 들고 찌르고 있네..’
코볼트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인가 뭘 찌르려고 하는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코볼트가 한참을 끙끙거리며 찌르다가 뭔가 잘 안되는지 창은 놓아 버리고 돌멩이 같은 것들을 주워다 던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한참 동안 돌을 주워서 던져대더니 나중에는 창까지 날려 던져댔다.
‘저놈도 투창을 할 줄 아는군.’
코볼트의 창이 위로 휙 쏘아졌다가 아래로 툭 떨어지길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근데, 저거 저러다가...’
코볼트가 던진 창이 휙 올라가더니 아예 떨어지질 않는다.
‘역시, 어딘가에 걸렸군.’
창을 잃어버리게 된 코볼트가 화가 많이 났는지 땅바닥의 돌멩이를 세게 걷어찼다.
잘못 걷어찼는지 발을 붙잡고 깡총 뛰면서 낑낑거린다.
‘큽..! 저놈, 하는 짓이 웃기네.’
온몸으로 분노를 표현하다가 결국 포기했는지 지친 기색으로 절뚝거리면서 떠나버렸다.
코볼트가 적당히 멀어졌을 때, 나무 밑으로 다가가 위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뭣 때문에 그 난리를... 아! 새 둥지다!’
제법 높은 곳에 아주 큼지막한 새 둥지가 하나 놓여있었다.
둥지 밑 부분에 덩그러니 창이 하나 꽂혀 있다.
피식-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 둥지 때문에 그렇게 난리를 친 거였군.’
석궁의 시위를 당겨 장전했다.
‘화살은.. 이런 데 쓰긴 좀 아깝지.’
잠깐 고민하다 나무 송곳 하나를 꺼내 화살 대신 석궁에 장전했다.
‘이게 석궁의 장점이지.’
석궁은 어지간한 화살 모양의 물건은 길이, 형태에 상관없이 다 쏴버릴 수 있다.
크기만 맞는다면 심지어 돌멩이 같은 것들도 쏘아 낼 수 있으니까.
석궁을 둥지로 겨누고 쐈다.
살짝 빗맞았다.
다시 나무 송곳을 장전해서 쐈다.
제대로 중간에 맞았다.
하지만 둥지가 한번 크게 들썩이면서 움직였을 뿐 떨어지지는 않았다.
다시 한 발 더 쐈다.
둥지 한구석에 제대로 맞추자 기우뚱하고 기울더니 땅에 떨어졌다.
‘이크, 깨지지 않았어야 할 텐데.’
급히 다가가서 둥지 안을 보니 럭비공만 한 새알이 2개나 있었다.
‘이런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을 봤나.’
손으로 들어 무게를 가늠해보니 아주 묵직한 게 최소 이틀 치 식량은 될 것 같았다.
봉지에 개별포장해서 배낭 안에 잘 넣어두었다.
‘코볼트에게 언젠가 감사 인사를 해줘야겠군.’
둥지에 박혀있는 코볼트의 창도 뽑았다.
‘기념비적인 첫 전리품이군.’
투창과 함께 배낭에 잘 매달아 두었다.
‘조잡하긴 한데... 나무로만 만든 창보다는 돌창이 좀 더 낫겠지.’
코볼트는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였다.
코볼트가 아니었다면 앞으로는 나무 위까지 살펴보면서 돌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나무 위도 꼼꼼히 살피며 다녀야겠다.
거기다가 새알도 주고 돌창까지 줬으니 아낌없이 주는 코볼트였다.
챙길 것들을 다 챙기고 코볼트가 떠난 방향을 뒤따라 쫓아갔다.
발을 살짝 절뚝이며 걸어가서 그랬는지 몰라도 코볼트가 그리 멀리까지 가지는 못했다.
다리를 살짝 절면서 걷는 데다 이것저것 뒤적이면서 가기에 이동속도가 제법 느린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투창을 할 줄 알고 있네.’
비슷한 무기이기에 자신이 만든 투창과 코볼트의 돌창은 그 사거리가 비슷할 것이다.
‘공들여 만든 투창의 점수가 확 깎이는군.’
내가 투창을 던지면 저쪽도 투창을 나에게 던질 것이다.
전투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나만 때리고 적은 못 때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역사는 더 훌륭한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 왔다.
‘앞으로의 전투는 투창보다 석궁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자.’
확연히 사거리가 긴 석궁으로 후퇴하면서 쏴버리면 투창을 쓰는 놈들은 화살받이 밖에 안 될 것이다.
코볼트의 뒤를 천천히 추적하면서 석궁에 쓸 간이 화살을 만들었다.
현대적인 기술로 균일하게 만들어진 늘씬한 카본 화살은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니 대신해서 쓸 나무 화살을 만들어야만 했다.
전에 만들었던 나무 송곳과 만드는 법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코볼트가 소리를 듣지 못하게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럽게 만들어야 해서 제작 속도가 한참 느려질 뿐이었다.
화살이라기보다는 길쭉한 나무 송곳에 가까운 물건이지만 투창보다는 훨씬 훌륭한 위력을 낼 것이다.
화살을 30개 정도 만들고 방어구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다.
코볼트 여러 마리가 동시에 투창을 던졌을 때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해 봤다.
‘방패 외에는 답이 없는 거 같은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투창하는 코볼트를 여러 마리 만났을 때 방패 외에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방패를 설계해본다.
‘방패는.. 아무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을 때 만들어야겠군.’
천천히 코볼트를 따라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덩굴을 몇 줄기 끊어서 배낭에 넣기도 하고 코볼트가 캐고 남긴 고구마 비슷하게 생긴 식물도 채집했다.
나무 위도 확인하면서 걷다 보니 작은 새 둥지도 하나 발견했다.
나무 화살을 쏴서 떨어트려 보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빈 둥지여서 살짝 실망했다.
그렇게 완만한 언덕을 세 개쯤 넘어갔을 때 높이 5미터에 가로 30미터는 될법한 타원형에 가까운 큰 바위가 하나 나타났다.
코볼트가 바위 밑 쪽으로 다가가더니 작은 구멍 안으로 쏙 기어들어 가 버렸다.
‘어.. 따라 들어가 봐야 하나?’
잠시 생각해 봤지만, 저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곧바로 따라 들어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저 바위 주변을 탐색해 보자.’
살살 숨어다니며 바위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코볼트가 들어간 개구멍을 숨어서 감시하기에 딱 좋은 곳을 하나 발견했다.
큰 바위 위에 큼직한 나무 몇 그루가 뿌리를 박고 있는 곳이었다.
오랜 세월 자란 나무뿌리가 바위를 몇 갈래로 쪼개서 바위 옆과 위쪽에 구멍이 몇 개 뚫린 작은 동굴이 되어 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나무와 바위, 흙이 어우러져서 잠시 지내기에 아주 좋은 동굴이었다.
입구도 좁고 눈에 띄지 않아서 잘만 위장하면 쉽게 발견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뚫린 천장에는 뚜껑을 만들어서 가려두고 작은 눈구멍을 만들어 두면 코볼트의 개구멍을 감시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손을 한 번 슥슥 비볐다.
‘자, 별장 한번 지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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