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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마린군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4.25 23:23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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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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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5. 안씨 집안 회장님 댁

DUMMY

맞는 말 이었다. 충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원하는것을 얻어야 하는 처지도 아니다. [돈 받은 만큼]만 일하면 된다. 지원해서 면접을 해 보고 상대가 싫다고 그러면 그만이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군섭은 마음을 정했다.


ㅡ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싹싹하고 사람들 잘 대하는 편은 아니에요.


ㅡ 기업가들이잖아. 오히려 조용하고 과묵하다고 좋아할꺼야.


ㅡ ...그래서 고용주는 누군데요?


동욱은 군섭이 남긴 짧은 텀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다. 그는 이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음이 분명했다.


ㅡ 한울항공 회장이야. 70을 넘은 나이지.


ㅡ 노인네 수발드는 거는 아니겠지요.


ㅡ 당연히 아니지. 24시간 밀착경호에 차량운행도 같이. 숙식도 제공될꺼고.


ㅡ 잘나신 회장님이 무슨 이유로 그런 경호를 요구한겁니까?


동욱이 그 말에 상체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 악동같은 장난끼가 끼기 시작하더니 이야기를 이었다.


ㅡ 얼마전 무슨 회의가 있어서 멕시코에 해외출장을 갔다고 하더군. 거기서 무장괴한 테러상황이 생겼는데 자기 경호팀만 우물쭈물대며 제대로 대응을 못했더랬대.


ㅡ 그런거 치고는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네요. 그러면 된거 아닙니까?


ㅡ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지. 어떻게 살아돌아왔는지 궁금하지 않냐?


ㅡ 궁금해야 합니까?


ㅡ 아이씨, 좀 궁금해 해봐라. 그러니까 들어봐, 이게 아주 빅 재미야. 너 혹시 에어로타인 스페이스 컴퍼니 라고 기억해? 휴스턴에 있던거.


ㅡ 네. 기억합니다. 그 미친 CEO 새끼가 전투기 레이더 팔러 직접 이라크에 가겠다고 지랄을 해서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었죠.


ㅡ 그래! 바로 그 새끼가 옆에 있었다는거야. 불쌍해 보였는지 자기 경호팀에 꼽사리로 끼워줘서 공항까지 빠져나왔다고 하더라.


ㅡ 허!


군섭이 황당하다는 듯이 탄식같은 웃음을 뱃어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욱도 몸을 들썩 거리며 키득댔다.


ㅡ 나한테 찾아와서 물어보더라. 그런팀을 운용하려면 얼마를 더 내야 하냐고.


ㅡ 터무니 없게 부르셨습니까?


ㅡ 야야, 그래서 어디 영업 하겠냐? 진중하게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


ㅡ 팀을 꾸려 달라고 했다면서요.


동욱은 슬슬 허리가 아펐는지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리고는 룸미러를 돌려 군섭의 얼굴을 맞춘 뒤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ㅡ 군섭아. 너라면 이런 나라에서 그런 팀이 과연 필요할꺼라고 생각하냐? 진심으로?


ㅡ 뭐... 크게 의미 없을꺼라고 생각은 합니다.


ㅡ 그래. 당연히 그렇게 말했지. 비용의 문제를 떠나서 그건 정말로 쓸데없는 일이다. 대신 해외에 나갔을때 그런팀이 꼭 필요하다면 혹시 모르는 위기상황에 대응할 스페셜 리스트를 한 명 정도만 상시 고용하고 상황이 생길때 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PSD(무장경호 / Personal Security Detail) 계약을 하자 라고 말이야. 그랬더니 그 노인네가 뭐라고 했는지 아냐? 크으! 역시 당신은 다르다! 돈만 밝히는게 아니라 신뢰를 지킬줄 안다. 마샬아츠하고 전속계약을 하고 싶으니 인력을 추천해 달라 이러더라니까?


신나서 이야기를 해대는 동욱을 향해 군섭은 말없이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줄 뿐이었다. 결론은 자신이 현명하게 대처해서 영업을 잘 했고 계약을 따냈다 이거였다. 물론 그의 의견은 상당히 합리적이었다. 해외출장이 매번 있는 것도 아니고 치안이 불안한 국가를 갈때 만 중무장팀을 운영하여 안전을 확보하는것이 효율면에서도 좋았다. 상황에 따라서 그 국가에서 활동중인 다른 PMC에게 재계약이나 공동계약을 연계 할 수도 있으니 인력운용도 유연했다.


ㅡ 그래서 선배님은 그 상시인력에 저를 생각했다는 거죠?


ㅡ 그렇지.


군섭이 룸미러에서 시선을 돌려 다시 창으로 이동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먹고 일을 하는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의 말처럼 한국은 화기가 허가되지 않은 국가이다. 도검이나 둔기를 가지고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려면 일단 근접을 해야 했다. 판타지 소설 속에 나오는 그랜드 마스터들 같은 초인들이 떼로 몰려다닐 리 없었고 그런 놈들이 온다고 해도 피신하기 위하여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겹겹의 경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의뢰인이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선을 지키되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ㅡ 약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ㅡ 공개 해야지. 대신 치료는 멈추지 말고 계속 해 보자구.



* * * * *



부학산을 등지고 산 중턱에 위치한 부창동은 산비탈을 깍아 만들어진 동네였다. 그렇게  산을 타고 형성된 동네였지만 달동네나 판자촌은 더더욱 아니었다. 접근이 힘든 언덕지역이었지만 위치에 따라서 서울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고 옆으로는 산의 푸르른 조망이 멋지게 펼처지는 과장을 조금 보태 그림같은 동네이기도 하였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부터 조용한 주거환경과 탁월한 경관을 누리기 위하여 탁 트인 앞마당을 가진 넓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분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부창동은 어느새 돈 좀 있고 잘사는 사람들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 이른바 부촌이 되었다.


나포역의 마샬아츠 본사에서 출발한 대형세단 벤틀리 한대가 도로위를 달려나가며 복잡한 서울시내를 지나고 있었다. 서대문 고가를 넘어 청제동 방향으로 길을 바꾼 차는 한낮이었지만 조금씩 밀리는 도로를 달리며 부창동을 향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뒷좌석에 누가 있는지 정확히 보이지는 않고 있으나 운전석과 앞좌석에는 분명히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핸들을 잡고 있는 사람은 바로 군섭이었고 옆 조수석에 앉은 다른남자는 서류파일을 뒤척이고 있었다.


ㅡ 경력이 꽤 화려하시군요. 군에도 있었고 대 테러부대에도 있었고 현장경력만 해도 10년이 넘는군요. 음... 작전내용에 써진 BCDNO 이건 뭡니까?


ㅡ Be Classified, Do Not Open(기밀사항, 공개금지)입니다.


ㅡ 음... 솔직히 질문드리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대단한 경력을 가지신 분을 고용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싼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용히 앞만보며 운전을 하던 군섭이 미러를 살피며 양 옆과 뒤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러트리며 말했다.


ㅡ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ㅡ ...무슨약 입니까?


ㅡ 마약성 진통제 입니다.


ㅡ 심각한 부상이 있습니까?


ㅡ 오른쪽 어깨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ㅡ 보기에 외상적인 부분은 아닌것 같던데... 약으로 인한 문제가 있습니까?


ㅡ 반응이 둔해집니다. 대응시간이 길어지고 운동능력이 떨어지며 정확한 판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물론 그 시간이 몇 분, 몇 시간 같은 긴 시간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몇 초 정도의 시간이겠지만 솔찍히 그 간발의 차이로 인하여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 라고 말 할수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을 듣고 있던 조수석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보수도, 경력도, 심지어 생김새와 과묵한 모습까지도 다 좋았다. 다만 이 약 문제가 자꾸 거슬렸다.


ㅡ 약을 먹은 상태에서 일이 생기면 어떻습니까?


ㅡ 상대가 프로라면 단독으로 마주치는 상황일지라도 목숨을 잃을 각오해야 할겁니다. 만약 상대가 아마추어라면...


ㅡ 아마추어 라면?


ㅡ 반드시 죽겠죠. 물론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죽이면 일이 커질테니 쉽게 그럴수는 없고... 팔다리 하나쯤은 못쓰게 되겠죠.  


ㅡ 좋습니다. 회장님께는 그냥 진통제 라고만 말 합시다. 그 반응이 떨어지는 문제도... 일단은 조용히 넘어갑시다.


그 이후로도 남자는 군섭에게 다양한 질문을 이어갔다. 다뤄 본 화기의 특성이라던가 다른 임무에서 있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경호임무의 경험 등 마치 면접을 진행하듯이 쉬지 않고 질문을 이었다. 군섭은 그 남자의 이름은 한현규이며 한울그룹 회장의 고굉(股肱)이라는 사실을 마샬아츠의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들었다. 하지만 그룹의 비서실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옛 중세시절 귀족들의 생활과 재산을 모두 관리하던 집사나 시종장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는 실제로 자신의 직책이 집사이니 그렇게 부르면 된다고 하였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부창동에 위치한 한울그룹 현 회장, 안무현의 자택이었다. 현재 2대째 회장인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울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었다. 국적 항공사인 한울항공으로 시작하여 항공관련 서비스는 물론이고 물류쪽으로도 확장을 하여 전국망을 갖춘 육운운송과 택배서비스, 3자 물류를 비롯한 포워딩과 내륙운송은 물론이고 전세계 6대륙을 모두 연결하는 해운물류와 항공물류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국적기 항공사로 시작하여 이제는 전세계의 10대 항공사로 꼽히는 한울항공은 여객과 화물 모두 세계 탑클래스를 자랑하고 있었고 저비용 항공사를 만들어 저가시장을 잡아먹는 시장관행과 정반대로 [인플루언스 스타즈]라는 프라이빗 제트 - 개인 전세기 - 전문 항공사를 설립하여 독보적인 시장을 창출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또한 물류그룹은 포워딩사(社) - 수출 등의 과정에서 픽업, 선적, 환적 등 물품의 이동경로를 계획하고 각 단계별로 적합한 운송수단을 설정, 운용하여 고객사가 지정한 위치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업체 - 와 해운사, 해외 항만터미널을 소유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엄청난 물동량을 움직이고 있었으며 가스공사와 함께 클린스테이션 이라는 가스 저장기지도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이런 거대한 물류망을 이용하여 일반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블루박스 체인은 전국 어디든 36시간 배송을 보장하는 택배 서비스로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서비스였다.


군섭이 동욱에게 받은 한울그룹에 관한 정보는 그 정도 였다. 이런 거대기업의 총수라는 자가 국제 회의에서 이른바 쪽을 당하였으니 자존심에 금이 간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안무현 회장이 눈이 돌아가서 특별팀을 꾸리자고 한 것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어느새 차는 부창동의 골목을 향하여 움직였고 언덕길을 올라가 가장 위쪽에 위치한 집으로 향했다. 한 집사가 차 안의 리모컨을 조작하자 차고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말이 차고지 그 크기는 웬만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이나 다름없었다. 좌우로 4대씩 총 여덟대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중 한대는 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한 집사의 지시에 따라 지정칸에 차를 대고 두 사람은 위로 올라갔다.  


집은 거대했고 무척이나 고풍스러웠다. 크기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풍스러운 집의 인테리어는 아마도 안무현 회장의 취향일 것이었다. 군섭은 한 집사의 뒤를 따라 3층의 안쪽 방으로 이동했다. 작은 노크와 함께 들어오게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한 집사가 잠시 군섭을 바라보았고 들어갑시다 라는 작은 목소리를 남기고는 문을 열었다. 경호보다 주로 컨트랙터로 활동하다보니 고용주란 임무를 지시하는 사람이기에 자주 보는일이 없었지만 어쨌든 고용주와의 첫만남은 늘 긴장되었다. 하물며 이번 임무는 경호였다. 24시간 붙어있어야 했기에 첫인상이 더욱 중요했다. 그는 한 집사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어떤 첫인상을 주어야 하나 생각을 했다.


고풍스러운 앤틱 책상에 앉아있는 안무현 화장은 7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아직 현역에서 활동하는 경영인 답게 흐트러짐 없었다. 편안한 개량한복 같은 옷을 입고 있었으나 단정하게 정돈된 옷의 매무새, 정갈하게 빗어넘긴 머리, 깔끔하게 면도를 한 턱선이 꼼꼼을 넘어 깐깐하기까지 할 그의 성격을 짐작케 했다. 목소리는 다소 걸걸한 느낌이 있었지만 선명하고 뚜렷 하였으며 단단한 힘이 담겨 있어서 과연 그가 70이 넘은 노인이 맞는가 싶은 정도였다.


무현은 한 집사와 군섭의 등장에 하던일에서 잠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볍게 팔다리와 허리를 움직여 스트레칭을 해 주고는 완연한 걸음으로 군섭을 향하여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ㅡ 안무현일세. 반갑네.


ㅡ 처음 뵙겠습니다. 강군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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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204 3 13쪽
4 04.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236 2 13쪽
3 03.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270 1 13쪽
2 02.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366 2 13쪽
1 01. 구출작전 - Engage 24.01.22 481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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