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을 희롱하는것. 희롱하여 꿈꾸게 하는것.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마린군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4.25 23:23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6,973
추천수 :
177
글자수 :
355,956

작성
24.01.22 20:53
조회
270
추천
1
글자
13쪽

03. 안씨 집안 회장님 댁

DUMMY

군 시절에는 그저그런 상관과 부하의 관계였다. 같은 특수부대라고 하여도 팀이 달랐고 전문이 달랐기에 합동작전을 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것은 군섭이 전역 후 브릴리언트 코스트로 돌아간 뒤의 일이었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알기에 한번씩 멕시코나 중남미쪽으로 임무를 나가는 일도 있었지만 동양인이다 보니 그의 주 업무지역은 주로 아시아 권역, 그 중에서도 한국과 중국, 홍콩이 중심이었다.


그렇게 경력과 인지도를 쌓아가던 그에게 대북작전이 내려오게 되었다. 군사 기밀을 들고 월북을 해버린 고위 군무원을 제거하는 작전이었다. 상대가 민간인이었지만 그가 들고간 기밀의 가치가 워낙 엄청났기에 한국 정부에서는 기밀 내용을 탈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군무원을 제거하기를 원하였다. 휴전 중인 국가이니 군이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고 복잡한 정치관계야 어쨌든간 타겟이 민간인이었기에 수면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결국 한국 정부는 1,100만 달러에 브릴리언트 코스트와 작전계약을 맺었는데 임무를 담당하게된 대표 컨트랙터 - 이외에도 세명의 요원이 더 있었다 - 가 바로 군섭이었다. CIA는 주한미군 중 함께 월북하여 작전을 통제할 컨설턴트의 역할을 할 인물을 물색하여 합류시켰고 그 역할을 한 것이 멤피스 장, 동욱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휴전선을 넘어 북 영토에 잠입하여 임무를 진행하였고 약간의 난관이 있었지만 작전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사망자 없이 대북 침투작전을 무사히 마치는 기염을 토한 덕분에 동욱은 필드 수퍼바이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게 되었고 군섭은 뛰어난 컨트랙터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 한번의 작전으로 등을 맞길수 있는 끈끈한 전우가 되었고 군섭이 아프간에 파견을 나가기 전까지 꽤나 두터운 친분을 쌓게 된 것이었다.  


ㅡ 직원 숙소 내줄테니까 우선 몸 좀 추스리고 시차적응부터 해.


ㅡ 아닙니다. 호텔 잡고...


ㅡ 웃기는 소리 하지말고 시키는 대로 해. 자리 하나 만들어 줄테니까 오래간만에 같이 일 하자고. 오케이?


동욱이 절묘한 윙크를 보내며 미소지었다. 군섭도 일단은 그의 호의를 받아주기로 했다. 낮선 곳에서의 생활은 늘 겪어온 일이었지만 마음 잘 통하고 서로의 고단함을 아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분명 덜 힘들 것이다. 선배가 기꺼이 내준 호의이니 그에 대한 보답도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ㅡ 알겠습니다.


ㅡ 그래. 일단은 좀 쉬어. 필요한거 있으면 뭐든지 요청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두사람은 뜨겁게 서로를 안았다. 등을 턱턱 두드려 준 동욱이 군섭을 이끌어 접견실 밖으로 나갔다. 비서에게 무언가를 지시한 뒤 동욱은 간단히 마샬아츠를 소개시켜 주었다. 바로 아래층은 일반사무를 담당하는 층이었다. 총무부, 관리부, 물자부 등 딱 봐도 전투와는 크게 상관없는 이들이었다. 그 중에는 기획실도 있었는데 그 기획실의 실장이 소원혜였다. 다시금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두사람은 악수를 하고는 짧은 자기소개를 마쳤다. 사무업무 뿐만 아니라 각 국이나 기업체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일도 기획실의 업무 중 하나였기에 원혜는 꽤나 발이 넓은 축에 속했고 얼핏 보기엔 동욱의 치닥거리를 하는 비서처럼 보였지만 무척이나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어서 내려간 하층부에는 각종 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체력단련실과 격투훈련실 뿐만 아니라 실내에 마련된 화기 사격장도 둘러보았고 다양한 팀들도 보았다. 국내 사정에 맞춰진 일반 경호를 담당하는 팀들과 특수한 직책이나 상황의 요인경호를 하는 팀, 화기무장을 하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전투 작전을 하는 팀과 병참 업무를 하는 팀 등 제법 많은 인원들이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황실을 방문하여 가볍게 둘러본 뒤 두 사람은 다시 5층의 입구로 내려왔다. 동욱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었다. 그 때 저쪽에서 두 사람을 향하여 잰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ㅡ 인사해. 이쪽은 강군섭. 한동안 잘 좀 챙겨주고.


ㅡ 아, 예. 처음 뵙겠습니다. 관리 2팀 최민철 과장입니다.


ㅡ 최 과장이 임무 전까지 자네 생활을 돌봐줄꺼야. 라이프 메이트라고 해야 하나? 숙소는 준비 됐고?


ㅡ 네. 예량진쪽으로 준비했습니다. 드림센터입니다. 


ㅡ 오케이, 잘했네. 그럼 같이 움직여. 필요한거 있으면 최 과장에게 부탁하면 다 해결해 줄꺼야. 한숨 푹 자고 연락하자고.


군섭은 동욱을 향해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하였다. 그의 등을 툭툭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동욱은 두 사람이 함께 엘레베이터를 탈 때까지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서 있었다.



* * * * *



군섭은 민철과 함께 지하 3층으로 내려왔다.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민철이 주차장으로 혼자 움직여 차를 한 대 끌고 돌아왔다.


ㅡ 짐은 뒤에 실으시면 됩니다. 타시죠.


최 과장의 말에 군섭은 뒷좌석에 가방을 던지 듯 내려 놓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는 지하를 빠져나와 큰도로로 곧장 진입한 뒤 나포대교에 올랐다.


ㅡ 숙소는 1인실 오피스텔입니다. 침대, TV, 에어컨 같은 기본적은 가구들은 다 있으니까 불편한건 없으실 겁니다. 받으시죠.


ㅡ 뭡니까?


최 과장이 건네는 누런 봉투를 군섭은 받아들었다. 뜯어도 된다는 말에 봉투를 열어보니 사원증을 겸하는 출입증과 신용카드, 작은 책자가 한권 있었다. 출입증은 마샬아츠에 출입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책자는 마치 여행가이드 같이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표지에 [한국생활 가이드 북]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군섭이 그 책자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내뱃었다.


ㅡ 일단은 한번 챙겨 보시죠. 오래간만에 한국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부분이 다를겁니다.


ㅡ 그러죠. 이 카드는 뭡니까?


ㅡ 체크카드 입니다. 일단 급한대로 50만원이 들어있습니다. 물품을 사거나 개인적인 활동이 필요하시면 그 카드를 이용하면 됩니다.


군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밥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선배는 그런 부분도 잊지 않고 챙겨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예량진의 드림센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략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차는 건물 주차장이 아니라 바로 길 건너의 동재구청 주차장으로 향했다. 군섭은 다소 의아해 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마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표정에서 의문을 읽었는지 최 과장이 조금은 어이없는 답을 했다.


ㅡ 지하 주차장이 엄청 좁아서 늘 댈 곳이 없거든요. 어차피 길만 건너면 코 앞이니까 여기다가 대곤 합니다.


그의 대답은 나름 일리가 있었다. 복잡한 도시, 늘 부족한 주차공간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는 홍콩에 머무는 일이 생기게 되면 배정된 차량은 호텔 주차장에 내버려둔 채 그냥 택시를 타고 다녔다. 상황을 보아하니 이곳 서울이라고 다를건 없어 보였다. 택시가 잘 잡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최 과장의 옆에서 걸음을 걸었다.


횡단보도는 드림센터의 입구 바로 앞으로 연결되어 있는것이 가히 편의성은 최고였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군섭은 드림센터를 훑어보았다. 1층의 상가에는 24시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점, 핸드폰 샵, 약국이 있었고 2층에는 작은 정형외과 의원과 한식뷔페라는 간판을 내걸은 식당, 다파라 잡화점이 입점하고 있었고 3층에는 돈까스 전문점과 얼음골 막걸리 주막이라는 식당, 코인 노래방이 들어와 있었다. 4층 위로부터는 오피스텔인지 외벽의 창문 모양부터가 다르게 배치되어 있었다.


ㅡ 저기 2층에 한식뷔페 보이십니까?


ㅡ 네.


ㅡ 저기가 숙소 지정식당입니다. 가셔서 사원증 보여주시고 장부에 사원번호 적으시면 식권을 교환해 줄겁니다. 그걸로 식사 하시면 됩니다. 24시간 영업은 아니지만 꽤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편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ㅡ 복지가 좋군요.


ㅡ 대표님이 몸쓰는 일은 체력소모가 심하니 먹는거라도 잘 먹어야 된다고 늘 말씀하시거든요.


최 과장이 연하게 미소지으며 말해주었다. 뭐... 틀린말은 아니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긴시간 필드에서 작전을 나가다 보면 먹는것에 소홀해 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라 상황이 여유롭게 밥 먹을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한경우 몇 일 작전을 나갔다오면 몇 킬로그람씩 살이 빠지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잘 먹는건 여러모로 중요한 일이긴 했다. 횡단보도에 불이 들어와서 그는 생각을 접고 최 과장을 따라 길을 건넜다.


건물에 들어오니 넓은 로비가 펼쳐졌다. 최 과장은 좌측을 가르키며 우편함은 저쪽에 있다고 말을 하였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우측편의 관리사무소로 항하였다. 그곳의 경비원과 무어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온 그는 다시 군섭을 이끌고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ㅡ 건물 상가에 있을만한 가게들은 다 있습니다. 편의점도 있고 약국도 있고 어지간한 잡화류는 2층에있는 다파라 매장에 가시면 됩니다.


최 과장이 말을 하는 사이 엘레베이터가 도착하여 커다란 입을 벌렸다.  9층 버튼을 누르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ㅡ 숙소는 9층에 있습니다. 912호 입니다.


ㅡ 912호.


군섭이 반복하며 방 호실을 외웠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두 사람을 9층에 뱃어냈다. 복도를 따라 걷던 그들은 912호 앞에서 멈추었다. 최 과장은 도어락을 열고 숫자패드에 0912를 눌러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군섭에게 먼저 들어갈 것을 권했다.


ㅡ 들어가시죠.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걸 잊지 마시구요.


군섭은 안으로 들어가며 아차하는 생각을 하고는 신발을 벗었다. 물론 걷으로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듯이 티를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덕분에 그의 얼굴이 조금은 붉어졌다. 최 과장은 알면서도 짐짓 그러는 군섭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사실 그가 보는 군섭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실상은 외국인이나 다름없었다. 긴 시간을 외국에서 생활하였기 때문에 습관이나 방식이 모두 외국생활 그대로 였기 때문이었다. 스카웃되어 온 많은 외국인 컨트랙터들이 그랬던 것처럼 군섭도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군섭은 한켠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불을 켜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현관을 지나 바로 옆에는 화장실 이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샤워부스가 따로 있었고 세면대와 변기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세면대 위의 거울을 밀어보니 수납장이 등장했다. 화장실 맞은편은 작은 싱크대와 인덕션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건조기능이 있는 드럼세탁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부엌을 따라 연결된 옆으로는 빌트인 냉장고와 적당한 크기의 팬트리, 전자렌지와 전기포트가 놓인 작은 수납장이 있었다. 안쪽으로는 벽면을 따라 TV가 설치되어 있었고 거대한 통창 옆으로 작은 2인용 소파와 테이블, 책장과 일체형으로 생긴 작은 책상이 놓여있었다. 그 옆으로는 방문이 있었다. 옷장과 침대, 작은 수면등이 전부인 침실이었지만 이 정도면 혼자서 지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어지간한 호텔방 보다 넓었다. 공간적 답답함도 없었고 도로를 바라보는 창 밖은 막힘없이 충분한 시야와 채광이 나와주었다.


ㅡ 현관 비밀번호를 새로 등록하시죠.


집안을 둘러보는 군섭을 향하여 최 과장이 말하였다. 군섭이 다가오자 그는 도어락을 조작하였고 그의 말에 따라 군섭은 6자리 숫자로 비밀번호를 바꾸었다. 최 과장은 그에게 명함을 한장 내밀었다.


ㅡ 제 연락처 입니다.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됩니다. 세면도구라던가 생활 기본용품은 한두시간 이내로 도착할테니 수령하셔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체류자 등록은 제가 며칠 이내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 해 올테니 그때 저와 함께 하시죠.


ㅡ 알겠습니다.


ㅡ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원래라면 업무연락도 제가 합니다만 대표님께서 직접 하신다고 했으니까 참고하시구요. 아까 받으셨던 생활 가이드북, 생각보다 요긴합니다. 잊지말고 꼭 읽어보세요.


최 과장은 끝까지 웃는 얼굴로 군섭에게 말을 건네었다. 웃는 얼굴에 침 뱃지 못한다고 군섭은 그의 행동이 매우 가식적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편안해 지는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를 끝으로 최 과장과 작별을 한 군섭은 새로운 자신만의 공간에서 피로를 풀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05.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204 3 13쪽
4 04.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236 2 13쪽
» 03.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271 1 13쪽
2 02. 안씨 집안 회장님 댁 24.01.22 368 2 13쪽
1 01. 구출작전 - Engage 24.01.22 481 2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