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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마린군
작품등록일 :
2024.01.22 20:31
최근연재일 :
2024.04.2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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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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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안씨 집안 회장님 댁

DUMMY

거의 만 하루를 잠으로 보내고 이른아침 눈을 뜬 군섭은 몸을 깨울 겸 간단하게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가벼운 티셔츠를 걸치고 적당한 칠부 면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온 그는 예량진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이른아침이라 거리는 꽤나 한산했다. 거리도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지 상점들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고 미화원은 밤새 내버려진 길가의 오물들을 치우고 있었다. 학원가로 유명한 지역답게 곳곳에 학원들의 수강 광고들이 있었고 그런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서점들과 식당,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와 카페들이 가득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노점들이 나타났다.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노점들에서 나는 달큰한 냄새와 도란도란 모여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군섭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무엇인지 궁금증을 피웠다. 그러나 곧 그것이 일회용 종이용기에 담긴 덮밥 같은 한그릇 음식임을 알고는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컵밥이란 단어를 아는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어린 시절에도 종이컵에 떡볶이나 오뎅, 호떡같은 분식류의 음식을 담아파는 컵 단위의 음식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문득 어린시절 컵떡볶이가 생각나 짧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다른 지하철 역에 도착한 그는 주변탐색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지역의 특색이겠지만 온통 먹고 마시는 것만 있는 상점가는 그에게 그다지 중요한 환경이 아니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강변공원으로 넘어가는 길을 찾은 군섭은 가벼운 러닝을 하고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고는 방향을 돌려 움직였다. 샛강을 끼고 남의도를 크게 한바퀴 도는 러닝을 하면서 그는 예량진역 방면에서도 강변공원으로 들어오는 출입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잘 정비된 강변공원을 달리면서 그는 런닝머신 위에서 뛰는 것보다 자연을 바라보며 뛰는게 한결 마음이 편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좋은 러닝코스를 발견하였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기꺼이 땀을 흘리며 뛰어나갔다.


남의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대락 40분 정도였다. 왠지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 그는 결국 한바퀴를 더 뛰어 한시간 반 정도를 달렸고 온몸을 땀에 절은 채 숙소로 돌아왔다.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적당히 덥혀진 몸 상태가 만족스러웠다. 그제서야 군섭은 약한 허기를 느꼈다. 그는 2층의 식당에 가면 공짜로 밥을 먹을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는 옷을 입고 사원증을 챙겨 식당으로 향했다.


겨우 8시가 넘었을 뿐인데 식당은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사람들 이거나 인근의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아침을 먹으로 왔나보다 라는 생각을 한 군섭은 카운터에 사원증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아주머니가 처음 보는데 새로 오신 분인가? 라고 물으며 공책을 한권 꺼내었다. 군섭은 사원증에 써진 사원번호를 빈칸에 적으면서 네, 신입입니다 라고 말했다.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맛있게 먹으라며 식권을 건네주었고 군섭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식권을 받았다.


아침식사였지만 뷔페답게 준비된 반찬의 수는 제법 많았다. 그는 밥을 조금 뜨고는 이것 저것 반찬을 담았다. 게중에는 수육과 불고기도 있었고 김치와 쌈채소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배추 된장국을 한그릇 받아들고 빈자리에 앉은 그는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했다. 신에 대한 감사.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용병의 삶에 어제 하루도 탈 없이 살았다는 안도의 감사와 오늘 하루도 탈 없이 살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보낼 대상은 신보다 좋은 이가 없었다. 짧은 기도를 마치고 음식을 먹기 시작한 그의 앞자리로 노랑머리 사내가 다가와 앉았다.


ㅡ 이봐. 여기 앉아도 될까?


ㅡ 이 나라는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니까. 마음대로 하시지.


사내가 영어로 군섭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경계심을 피우는 군섭은 다소 날카롭게 반응했다.


ㅡ 진정하라고 친구. 새로온 사람이 있다고 해서 인사나 할 겸 온 거야.


ㅡ 당신도 마샬아츠의 직원인가?


ㅡ 그래, 만나서 반가워. 쓰론캥, 맞지?


ㅡ 젠장. 그놈의 콜싸인, 무슨 수를 내던가 해야지... 만나서 반가워. 그냥 캉이라고 불러줬음 좋겠군.


사내가 식탁 위로 손을 뻣었다. 군섭도 그의 손을 잡고 가볍게 악수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사내는 꽤나 나이를 먹어보였다. 은퇴를 고려할 정도의 나이로 보이긴 했지만 동시에 상당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으로 보인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잡은 손마디는 아직 힘이 충분했고 손끝과 마디 사이에 여전히 살아있는 굳은살이 그가 아직 화기를 다루는 현역임을 증명했다.


ㅡ 나는 렌달 크라크빈스키. 해외작전팀 소속이야.


ㅡ 만나서 반가워, 크라크빈... 잠깐만, 혹시... 베이루트 탈출작전의 그 크라크빈스키?


ㅡ 그래. 자랑은 아니지만 맞아.


군섭이 악수하며 잡고 있던 손의 힘을 살짝 풀었다. 자신의 눈앞에 앉아있는 사내가 업계의 역전노장이자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이 조금 놀라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경계심을 지우고 말투와 표정을 바로 고쳤다. 전설적인 인물에 대한 예우였다.


ㅡ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선배님.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ㅡ 그럴꺼 없어. 편하게 하자고. 다 옛날 일이야.


ㅡ 아닙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제가 불편할 것 같습니다. 전 그냥 이렇게 하겠습니다.


ㅡ 그래, 그럼. 좋을대로 해.


크라크빈스키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샬아츠에 합류하게 된 계기부터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 그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실감나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아무리 그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끝물의 용병이라고 해도 그의 몸값은 보통의 수준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런 그를 데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욱이 얼마나 프로바이딩 쪽 시장으로 진출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수 있었다. 그 사이 크라크빈스키의 전화가 울렸다.


ㅡ 그래. 음음, 오케이. 화기없는 경무장으로 1130 집결. 현장에서 상세임무 수령. 명령확인(Copy).


임무가 내려왔는지 그는 단단한 표정으로 전화를 마쳤다.


ㅡ 임무입니까?


ㅡ 그래. 난 이만 가봐야 겠군. 또 보자고.


ㅡ 선배님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 할 수 있도록 신께 기도하겠습니다.


ㅡ 고맙네. 신께서 은총을 내려 주실걸세.


짧은 끄덕임으로 인사를 마친 군섭은 못다한 식사를 이었다. 비록 아침이긴 하였지만 아직 그에게 특별한 임무가 하달된 것도 아니었고 일단은 휴식을 가지며 몸을 추스르는 중이니 그는 딱히 식사조절을 하지 않고 마음껏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는 중이었다. 두번째 접시까지 비우고 난 뒤에야 그는 식당을 나와 숙소로 올라왔다.


천천히 팔을 움직이며 몸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양껏 잠을 잔 덕분인지 통증은 없었다. 당장이야 상관없지만 이러다가도 갑자기 통증이 밀려오고 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약통에서 약을 꺼내었지만 그는 망설였다. 처방대로라면 10시간에서 12시간에 한번씩 약을 복용해야 했지만 그는 약이 자신에게 어떤 부작용을 주는지 알고 있기에 할 수만 있다면 먹지 않고 싶었다. 그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


ㅡ 군섭아, 잘 쉬었어? 숙소는 어때? 지낼만 해보여?


ㅡ 선배님. 이 정도면 말할 것도 없지요. 아주 좋습니다.


ㅡ 아침밥은 든든하게 먹었냐?


ㅡ 네. 오래간만의 한식이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ㅡ 좋네. 최 과장이 곧 데리러 갈꺼야. 오늘은 나와 함께 움직이자고.


ㅡ 알겠습니다. 준비하죠.


전화를 마치고 그는 약을 먹었다. 필드에 나가야 한다면 어쩔수 없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옷장에서 소프트스킨 방검복을 꺼내어 입은뒤 그 위에 셔츠를 입고 검정 정장을 입었다. 상체가 펌핑된 것처럼 약간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그는 그 사이사이에도 계속 팔을 돌리고 고개를 돌리고 허리를 돌리면서 조금씩 무거워 지는 몸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띵동!]


초인종의 벨소리에 조금씩 잠식되어가던 그가 수면밖으로 올라왔다. 문을 여니 최 과장이 서 있었다.


ㅡ 편히 쉬셨습니까? 준비 되셨으면 바로 출발하시죠.



* * * * *



여섯대의 대형 SUV가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줄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그 차들 사이에 두 대의 고급 승용세단이 껴 있었고 조금 뒤쳐졌지만 검정색의 승합차 두 대가 모터케이드 - 차량행렬 - 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 행렬은 중간의 세단을 보호하는 경호행렬임이 분명했다. 행렬의 맨 앞 차량에는 동욱과 군섭이 타고 있었다.


ㅡ 파파드래곤에서 전 차량. 정기상황 보고.


ㅡ 프론트야드1, 이상 없습니다.


ㅡ 프론트야드2, 이상 없습니다.


ㅡ 캔디1, 양호.


ㅡ 캔디2, 휴게소 정차요청이 있습니다.


ㅡ 백야드1, 양호.


ㅡ 백야드2, 이상 없습니다.


ㅡ 스테이터스, 차속제한으로 인하여 모터케이드 간격을 줄이기가 어렵습니다.


무전을 통해 줄줄이 보고가 들어왔다. 조용히 보고를 듣던 동욱이 무전이 끝나자 지시를 내렸다.


ㅡ 스테이터스. 자체판단으로 필요하다면 행렬이탈을 허가한다. 무전거리에서 벗어나면 핸드폰으로 보고하라.


ㅡ 스테이터스, 카피. 우선은 최대한 따라붙겠습니다.


ㅡ 라져, 스테이터스. 캔디2, 정차요청은 뭐지?


ㅡ 화장실이랍니다. 오버.


ㅡ 씨바.


무전을 보내진 않았지만 동욱이 그 소리에 짧게 욕을 뱃었다. 뒷자리에 타고 있던 군섭이 킥킥거리며 웃자 동욱도 같이 웃었다.


ㅡ 재들 담배 피려고 그런다에 5만원 걸겠습니다.


ㅡ 너도 그러면 내기가 성립이 안되잖아.


행렬이 경호하고 있는 고급세단에는 다이브4 라는 그룹명의 여성 아이돌이 각각 나누어 탑승하고 있었다. 최근 급격하게 떠오른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세계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는 그녀들의 한국 투어 기간 동안 마샬아츠에서 밀착경호를 담당하고 있었다. 공연장의 일반경호는 다른 업체에서 담당하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그녀들의 안전을 위해서 소속사는 동욱이 이끄는 별도의 경호팀을 붙여주었고 제법 높은 가격으로 경호팀이 움직이고 있었다.


ㅡ 캔디2, 휴게소는 불가능하다. 목적지까지 한시간 정도면 도착하니까 할 수 있으면 참아달라고 전해라. 정말 급한거면 졸음쉽터를 이용하겠다고 하고.


동욱이 무전을 넣었다. 1호차에는 그녀들의 담당 과장이 붙어있어서 통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것 같았지만 2호차에는 매니저가 동승하고 있었다. 만만히 보인게 분명했다. 잠시후 급하지만 참아보겠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동욱이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군섭은 고개를 뒤로 젖혀 헤드레스트에 기대었다. 깊은 날숨과 함께 그는 동욱이 출발 할 때 제안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ㅡ 선배님. 저도 이런 천방치축 클라이언트를 맏아야 하는 겁니까?


ㅡ 아니야 아니야. 연예인들하고 기업가들은 달라. 이런 애들하고 비교할 바가 아니지.


ㅡ 그래봤자 뒷처리 해주는 사람인거죠.


ㅡ 아니라니까 그러네? 게다가 자네 인상도 한몫하잖아. 솔찍히 좀 무섭고 험악해 보이고.


군섭은 험악하게 생겼다는 동욱의 평에 당황스럽다는 헛웃음을 날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신뢰하는 지인에게 대놓고 면상에서 들으니 그건 그거대로 새로웠다. 그는 시선을 창으로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ㅡ 제 몸 하나 간수를 못하는데 누굴 지키겠습니까.


ㅡ 어려울꺼 없어. 연예인들이야 극성팬들에 시달린다는 상황이라도 있지, 기업가들은 그런것도 없어. 다 갑부들의 돈지랄이야.


동욱은 룸미러를 꺽어 군섭을 살폈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고독했고 참담했다. 몸을 써서 벌어먹는 사람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수 없다는 것의 고통스러움을 이해할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ㅡ 약쟁이 반병신도 쓰겠답니까?


ㅡ 군섭아. 편하게 생각하라고. 이 나라 치안 좋은건 너도 알잖아? 어디서 총 맞을 일이 있겠어? 폭탄테러를 당할 일이 있겠어? 그냥 옆에서 폼 좀 재고 서 있어주면 되는거야.


ㅡ 그러다 실제로 상황이 벌어지면요?


ㅡ 너 혼자 경호하는거 아니야. 주변에도 인원이 많아. 충분히 대응 할 수 있어.


ㅡ 그래도요. 만약에.


ㅡ 최선을 다하는 거지. 돈 받은 만큼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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