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씨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욕망에 눈을 뜬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씨러버
작품등록일 :
2022.10.26 14:28
최근연재일 :
2022.11.11 11: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98
추천수 :
65
글자수 :
72,475

작성
22.11.08 11:40
조회
20
추천
1
글자
14쪽

심층부 (1)

DUMMY

“여기 있습니다, 형님.”


까무잡잡한 얼굴의 소년, 민이 하진에게 음식을 건넸다.


“그래.”


하진은 자연스럽게 음식을 입에 넣었다.

범죄 골목 심층부에 온 지 4일이 흘렀다.


주변에는 거구의 남자가 다수 보였다.

모두 하진의 부하들이자 이 건물에 소속된 조직원들이다.

이 건물의 주인은 클락이며,

그는 범죄 골목 심층부를 지배하는 3명 중 하나다.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어.’


이곳에 와서 3일 만에 클락의 눈에 들어 조직의 2인자가 됐다.

하진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심층부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다.



*



도피처로 범죄 골목 심층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우선은 경찰의 수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골목의 심층부까지 들어오면 수많은 조직들이 존재한다.

실력은 애매하지만 대부분 막장 인생이며, 말 그대로 무법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국가의 핵심 마법사들을 쓰기에는 아까운 상황이지.’


현재 여러 분쟁을 처리한다고 바쁘기도 했고,

진성 그룹과의 서열 관계 때문에 적극적인 행동도 힘든 상태였다.

진호 측에서는 레닷에 관한 수사를, 진영 측에서는 하진의 추적을 압박하는 실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보일 태도는 하나였다.

적당히 행동하며 눈치를 살피는 것.


‘줄만 잘 타면 누가 이기든 이전처럼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지내겠지.’


심층부는 일반 경찰들과도 여러 거래 관계가 얽힌 곳이다.

상부의 압박만 없으면 깊이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사실 무단으로 순간이동을 사용할 만한 곳도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고 봐야겠지.’


지배권이 있는 대부분의 구역은 보안 마법이 걸려 있어서 순간이동 즉시 적발된다.

하지만 이곳은 특정 영역만 조심하면 큰 불이익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

불법화가 성행한 데에도 이런 이유가 컸다.


“대신 왔으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각오해야겠지만.”


하진은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갑자기 나타난 자신을 경계하는 눈빛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은 얼굴이나 신체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난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들은 적개심 서린 눈으로 하진을 주시했다.

순간이동을 쓴다면 실력자라는 방증이었다.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레닷과의 전투가 생각 이상으로 큰 타격이었다.


【마나】 20/180


하루에 너무 많은 마법을 사용했다.

체력도 바닥이고 마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선은 체력 회복이 급선무였다.

마나는 시간이 걸린다 치더라도, 체력은 회복시켜줄 곳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 심부름하러 왔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그때는 눈도 못 마주치고 다녔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하진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며 건물들을 쳐다봤다.

여러 굽이진 골목 사이사이에 다양한 건물들이 벽면에 붙은 벌집처럼 가득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심층부의 중심지로 조직에게 보호비를 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말이 보호비지 사실상 삥뜯는 거지만.’


하진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기억이 났는지 발걸음을 옮겼다.

당당한 태도에 주변 사람들도 쉽게 시비를 걸지 못했다.


오른편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자 벽면에 이정표가 보였다.

b-30구역.

그곳에는 어느 한 곳으로 쭉 이어진 줄이 보였다.


“제대로 찾아왔네.”


줄의 시작점을 보기 위해 눈을 살짝 찌푸렸다.

사람들은 허름한 가게로 들어가고 있었고, 입구 위에 작은 간판이 보였다.


힐링.


무척이나 간결하고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하진은 이곳의 정체를 알고 있다.

심부름을 하며 몇 번 들린 적이 있던 곳이다.


‘내가 직접 필요해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힐링은 간판 그대로 부상을 회복시켜주는 곳이다.

심층부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하지만, 의사는 수효가 적다.

이곳은 도시 최고의 음지라 불리는 곳이니 당연한 현실이다.


그 몇 없는 치료소 중 하나가 힐링이라 할 수 있다.

왜 이런 곳에서 영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사람들에게 중요한 시설임은 분명했다.


‘심층부에서 장기적 부상은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하진이 이곳에 온 이유도 비슷했다.

주변인들도 대충은 눈치챘겠지만, 부상이 상당했다.

피부 곳곳이 찢겨져서 피가 흘러내렸고, 체력은 뛰어다닐 힘도 없을 정도였다.

겨우 숨을 고르며 숨기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들킬 눈속임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현재 하진의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

급하게 도망치느라 숨겨둔 돈을 가져올 겨를이 없었다.

유일한 고가품이었던 순간이동 장치는 더 이상 장식품의 기능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박살이 나버렸다.


‘그래서 생각해둔 방법이 따로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 사이에 줄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입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들어오세요!”


종업원의 목소리와 함께 내부가 보였다.

예전에 왔을 때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허름한 간판과 입구를 지나 고즈넉한 분위기의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양옆에는 한약장 같은 가구가 있었는데, 종업원들은 빠르게 무언가를 뺐다 꺼냈다를 반복했다.

대부분 의료 용품으로 부상자를 치료 후에 의사에게 넘겼다.


‘간단한 부상은 종업원이 하고, 체력이나 심각한 부상은 의사가 했었지.’


하진은 의사가 눈에 들어오자 집중해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의사가 주로 사용하는 마법은 치료 마법인 피부 재생(B)과 체력 회복(B-)이였다.

마나를 사용해서 상처와 체력를 회복시켜주는 마법이다.


‘레닷과의 전투에서는 생사가 걸려있어서 습득하겠다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차분한 상태에서 배우려는 자세로 보니까 느낌이 아예 다르네.’


마법을 보고 있으니 도서관에서 배웠던 지식들이 떠올랐다.

머릿속의 지식과 실제로 구현화된 마법이 일치하자 특성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의사가 사용하는 마법의 정보를 인지한 상태라 신체 재구성이 발동됐다.

덕분에 하진의 신체는 마법을 이해하기 좋은 상태로 변했다.


‘이 정도 속도면 미리 배워둘 걸 그랬어, 이론을 숙지한 마법들은 어떤 식으로 마나가 흐르는지 알고 있어서 순식간에 이해가 되고 있어.’


미세한 손동작을 시작으로 마나의 흐름까지 자세히 느껴졌다.

재구성된 신체에 뛰어난 습득력이 더해지자 미친 듯한 속도로 마법이 배워졌다.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실제로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얼추 비슷하게 마나를 운용하고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속도였다.

아무리 지식이 있고 실제 사용 장면을 보더라도 마법을 체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하나의 마법을 배우려면 최소 며칠에서 최대 몇십 년은 걸릴 정도로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빨리 앞으로 가라고.”


놀라워하며 멍하게 있는 사이에 뒤에 있는 사람이 이동을 재촉했다.

하진은 잠시 생각을 멈추고 발걸음을 옮겼다.


마법을 가까이서 볼수록 마나의 성질과 사용법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몇십 분밖에 흐리지 않았지만 활성화된 특성은 효율을 가속화시켰다.

이제는 의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법 피부 재생(B)을 습득하였습니다.]

[마법 체력 회복(B-)을 습득하였습니다.]


‘벌써 마법을 2개나 습득했다고?’


놀란 하진은 이 정도 속도라면 다른 기초적인 마법들도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아직은 마나 소비량도 알 수 없었고, 성능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욕망 해소 특성으로 발동된 마법보다는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거였다.

욕망 해소는 하나의 마법을 최고의 효율로 사용하기에 일반적인 배움과는 급의 차이가 남달랐다.


‘그래도 욕망 해소 상태에서 배운 마법으로 보조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배움과 구상을 동시에 하던 중 의사에게서 이상함을 느꼈다.

이 수많은 부상자를 의사 혼자서 치료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보조가 기본적인 조치를 한다지만, 이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장 큰 문제는 마나량이 턱없이 부족할 터였다.


‘그렇다고 포션을 쓰기에는 치료비에 비해 너무 손해고, 다른 방법을 쓰는-’


하진은 여러 이유를 추측하다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마치 유레카를 느낀 표정이었다.

뜻하지 않게 최고의 수확을 얻었다.


의사가 치료를 하면서 계속 발동 중인 마법이 하나 더 있었다.

분명 도서관에서 봤던 마법이었다.

불법 마법 목록에 있던 B+등급인 마나 강탈.

신체를 접촉한 대상의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으로 배우는 것 자체가 금지된 마법이다.


‘다른 사람들은 사용해도 모를 수밖에 없었겠어.’


고위층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이 마법의 존재 자체도 모를 것이다.

의사도 주요 순간에만 발동해서 더욱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진은 미소를 머금으며 빠르게 마법을 배웠다.

현재 신체는 마나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꼭 필요한 마법이었다.

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습득률은 빠르게 올라갔다.


"다음 분 이쪽으로 오세요."


하진의 차례가 됐고, 그와 동시에 기분 좋은 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마법 마나 강탈(B+)을 습득하였습니다.]


원래였으면 배울 기회 조차도 없었겠지만, 운이 너무 좋았다.

의사가 어떻게 이 마법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알 바가 아니었다.

심층부에 온 목적도, 정체도 모르는 인물이었기에 과거 조차 베일에 싸여 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목숨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이다.


“많이 다친 거 같은데 얼른 결제하고 치료 시작하지?”


의사는 나른한 목소리로 하진에게 말했다.

하진은 묵묵부답이었다.

돈을 내고 싶어도 땡전 한 푼 없었다.

뒤에 사람들은 아무런 행동이 없는 하진을 보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빨리해, 할 일이 산더미라고!”

“아오!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 거야?!”

“돈 없으면 꺼져!!”


언성이 점점 높아졌고, 의사는 느긋하게 안경을 올리며 하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진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돈 없는데요.”


목적을 달성했기에 시간 끌 필요가 없었다.

돈이 없다는 말에 뒤에 사람들은 더욱 열을 냈고, 의사는 그럼에도 평온했다.

무덤덤하게 뒤를 향해 손짓할 뿐이었다.

그러자 뒤쪽의 쪽문에서 문이 열리고 거한 2명이 나타났다.


“어르신 처리할까요?”


의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한은 어깨를 풀며 하진에게 다가왔다.

목적을 달성한 하진은 반항할 마음이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조용히 따라 나와.”

“네!”


당찬 대답에 잠깐 당황한 거한이었지만, 헛기침을 하며 하진의 양팔을 잡았다.

하진은 몸이 공중에 붕 뜬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비웃었지만, 의사만은 진지하고 유심히 주시했다.

의사는 묘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치료에 집중했다.


쿵!


"돈 없으면 썩 꺼져!"


거한은 손을 털며 뒤를 돌아서 가게로 들어갔다.

엉덩이가 아팠지만, 결과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마법을 3개나 습득했고, 마나 강탈은 정말 뜻밖의 수확이었다.


“일단은 체력부터 회복하자.”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고 마법을 사용했다.

사용 마법은 피부 재생과 체력 회복이었다.

의사가 사용하던 마법을 생각하며 마나를 움직였다.


심장에서부터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뇌는 빠르게 마나를 컨트롤했다.

몸 전체에 마나를 순환시킨 다음, 손바닥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의사가 사용한 것처럼 치유의 마법이 응축됐다.


우우웅-


양손에 발동된 각 마법들이 신체에 생긴 상처를 빠르게 치유했다.

심각한 부상은 임시방편으로 치료됐지만,

대부분의 상처는 일상생활에 지장 없을 정도로 완벽히 회복됐다.


‘오, 효율이 완전 좋은데?’


뛰어난 습득력은 쓰면 쓸수록 마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어 주었다.

의사가 힘을 최대치로 썼는지 대충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진이 봤던 정보로만 비교했을 때, 자신이 더 효율적으로 마법을 쓰고 있었다.


‘마나는 얼마나 남았으려나.’


【마나】 10/180


생각보다 적게 사용된 마나를 보며 조금 놀라웠다.

아마 신체 재구성 특성 덕분에 마법을 쓸 때마다 그에 적합한 신체로 변하는 것 같았다.

대신 이렇게 간단히 배워서 사용하는 마법은 숙련도가 많이 떨어졌다.


‘이건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차차 연습하면 해결될 거야.’


머릿속으로 마법을 연습하며 걸어가려는데 검은 그림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인기척을 느낀 하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5명이 하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야, 잠깐 우리랑 같이 가야겠는데?”


가운데에 있던 장신의 남자가 하진의 멱살을 잡으며 끌고 갔다.

이런 폭력적인 행위를 대놓고 보였지만 말리는 이 하나 없었다.

그럼에도 하진의 얼굴은 음흉한 미소로 가득했다.


‘실전 연습을 빨리할 수 있겠는 걸.’


하진을 끌고 가던 이들은 순간 공포를 느꼈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방금 전에 무기력하게 끌려 나오는 모습을 봤었다.

그들은 눈으로 본 확신을 믿으며 어느 음침한 골목에 하진을 집어던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욕망에 눈을 뜬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계획 실행 (2) 22.11.11 13 0 12쪽
12 계획 실행 (1) 22.11.10 14 0 12쪽
11 심층부 (2) 22.11.09 19 0 13쪽
» 심층부 (1) 22.11.08 21 1 14쪽
9 갑작스러운 등장 (3) 22.11.07 24 1 13쪽
8 갑작스러운 등장 (2) 22.11.06 29 2 12쪽
7 갑작스러운 등장 (1) 22.11.05 32 1 12쪽
6 사전 준비 22.11.04 35 2 12쪽
5 실력 입증 (2) 22.11.03 46 3 12쪽
4 실력 입증 (1) 22.11.02 57 3 13쪽
3 나의 욕망은? (2) 22.11.01 83 14 13쪽
2 나의 욕망은? (1) 22.11.01 101 18 12쪽
1 프롤로그 +1 22.11.01 125 2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