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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욕망에 눈을 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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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러버
작품등록일 :
2022.10.26 14:28
최근연재일 :
2022.11.11 11: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97
추천수 :
65
글자수 :
72,475

작성
22.11.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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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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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갑작스러운 등장 (1)

DUMMY

멈칫!


하진의 갑작스러운 손짓과 말에 거한은 걸음을 멈췄다.

예상대로였다.


‘아무리 막 나가는 놈들이라도 마법사는 무서울 테지.’


거한은 하진이 도둑질 따위를 한다고 무시했었다.

하지만 변수는 늘 존재했다.

특히 지금 같은 혼란의 시대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나름 실력 있는 마법사들도 장난으로 남을 괴롭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에 서 있는 거한도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긴장한 눈빛이었다.

고개를 들고 미소를 보인 하진은 자신감 있는 어투로 손을 휘휘 내저었다.


“눈치챘으면 비키지?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내 상대가 될 거 같아?!”


한 발짝 내딛자 거한은 뒤로 주춤 물러섰다.

길을 열려던 거한은 원래 자신의 것이었던 돈가방에 시선이 고정됐다.

그는 돈에 대한 집착이 엄청난 사람이었다.

겨우 모아온 돈을 이대로 전부 빼앗기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거기다 사이코패스 마법사라면 이대로 가지 않고 자신들을 죽이려 했을 것이다.


“잠깐, 이대로는 못 보내겠는데?”


결정을 내린 거한은 두툼한 팔을 내밀며 하진을 막아섰다.

하진은 당황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주제도 모르고 깝치는 양아치들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진일 경우에는 달랐다.

SSS급 마법사지만 특성이 발동되지 않으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신세였다.


‘거기다 저건······.’


거한은 팔에 굵직한 팔찌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번에 공부하면서 본 적이 있는 마도구였다.


‘일명 마나 착즙기라고 불리는 팔찌였지.’


상대의 마나를 흡수해서 착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

여러 장신구가 달려 있지만, 핵심적인 형태와 희미하게 보이는 마법 패턴은 정확히 일치했다.

거한은 생긴 거와 다르게 마법사였다.


‘그래서 이렇게 막아서는 거였구나, 내 실력을 깐보려고.’


하진은 잠깐이지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가장 큰 무기는 특성을 이용한 마법.

마나를 전부 빼앗기면 능력이 발동하지 않게 된다.


거한은 하진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알아차렸다.

그는 긴장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부하들어게 소리쳤다.


“뭘 멍하니 있어! 공격해!!”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든 양아치들은 혼나기 싫어서 후다닥 행동에 나섰다.

긴장한 얼굴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거한은 하진을 보며 씩 웃었다.


“이제 좋게 넘어갈 생각 하지 마, 나는 이자 받는 걸 제일 좋아하거든. 돈가방은 당연히 가져가고 네 놈 장기까지 탈탈 털어줄게.”

“이,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감당 가능하냐고!”


어떻게든 침착하려고 했지만 살벌한 분위기에 목소리가 떨렸다.

이미 기세는 양아치 쪽으로 기울었기에 허세도 통하지 않았다.


“크하핫! 아직도 큰소리네. 집단에 속해 있는 마법사가 이딴 짓을 하고 다니지는 않을 거고, 개인으로 활동하는 마법사니까 잘 처리해서 죽이면 뒤탈 없겠네?”


이제는 국가의 처벌보다 집단의 복수가 더 무서운 게 현실이다.

국가는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절차에 따라 법을 집행한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집단은 오로지 상대에게 고통과 죽음을 선사할 생각뿐이다.


거리낌이 없어진 거한은 양팔을 높이 들며 팔찌를 부딪쳤다.

팔찌는 푸른 빛을 냈고, 거한의 에너지가 팔찌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일단 꼼수 못 쓰도록 마나부터 다 먹어 줄게.”

“자, 잠깐 기다려!!”


욕망을 사용하기 위해 시간을 끌려고 했지만, 거한은 무시하고 마법을 속행했다.

조금 전에 능력을 사용해서 욕망 해소가 마음처럼 발동되지 않았다.

뒤에서는 거한의 부하들이 칼을 들이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진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거한은 애원하기는커녕 웃고 있는 하진을 보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 새끼가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처웃고 있네. 그냥 죽어!”


거한은 마법을 사용하기 직전의 자세를 취했고,

하진은 자신의 머리를 벽에 강하게 부딪쳤다.


쾅-!


순간 둔탁한 타격음이 주변에 메아리쳤고, 일동 당황한 눈으로 하진을 쳐다봤다.

하진의 머리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갑자기 미친 짓을 한 이유가 있었다.


[기준치 이상의 욕망이 감지됐습니다.]

[보유한 마나가 충분하기에 마법이 발동됩니다.]

[욕망 해소에 필요한 마법을 머릿속에서 탐색합니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특성을 발동시킬 약간의 꼼수를 알아냈었다.

바로, 신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가하는 방법이었다.

정신적으로 온전히 욕구가 차올랐을 때보다는 효율성이나 위력이 떨어지지만, 임시방편으로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이것도 심리가 어느 정도 고조된 상태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활성화 마법 : 칼날 바람(B-)]

[효율적인 마법사용을 위해 신체 능력이 일시적으로 조정됩니다.]


하진의 얼굴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양아치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싶었지만, 너무 애매한 마법이 나왔다.

칼날 바람은 높은 등급은 아니지만, 살상력이 높아서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을 금지한 마법이다.

배우기 쉬워서 더욱 사용을 금지 시켰지만, 뒷세계에서는 암암리에 자주 쓰인다.


‘특히 이번에 공부하면서 위험성을 더 느꼈었지.’


예전에는 단순히 절삭력만 높은 마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깊게 배우고 나니 위험성이 남달랐다.

일반인 정도는 순식간에 신체를 조각내며 대량 살상이 가능했고,

마법사도 고효율의 방어막이나 공격 부위에 다중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막아내기 힘들었다.


‘그렇게 하면 일이 너무 커지는데······.’


지금은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죽이면 이진호는 바로 하진을 버릴 거고,

그럼 답도 없이 구속되고 만다.

하진은 손을 뻗으며 경고했다.


“이 정도만 하지, 마지막 기회야.”


이마에 피를 뚝뚝 흘리며 내뱉는 말에 잠깐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후에 거한을 시작으로 뒤에 있던 양아치들도 박장대소를 했다.


“크하핫!! 이거 진짜 웃긴 놈이네. 그렇게 머리 박으면 어이쿠! 미친놈이구나, 하면서 겁먹을 줄 알았어? 어디서 허세야?! 넌 죽을 준비나 해.”


거한은 마법을 팔찌 높이 들어 올렸고, 부하들도 예리한 칼을 들이밀며 하진에게 다가갔다.

하진은 하는 수 없이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칼날 바람이 최대의 효율을 내려면 바람의 흐름을 섬세하게 느껴야 했다.

약간의 손짓만으로도 바람을 조종하며 크기와 위력을 몇십 배로 불려 나가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진은 눈으로 바람의 흐름을 읽었다.

미세한 풍량이지만 양아치들의 근거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검지로 엄지를 살짝 튕겼다.

그러자 약간의 바람이 생겨나며 무형의 형태가 일렁였다.


'칼날 바람.'


스륵-


처음에는 정적이고 느린 움직임이었던 바람은 하진의 마나가 실리자 형질이 급변했다.

옅은 바람이지만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순식간에 유연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변했다.

하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여러 갈래로 마법을 중첩시켰다.


우웅-!


한줄기였던 바람은 순식간에 여러 겹으로 포개지며 하나의 덩어리가 됐다.

사람 머리통 정도의 크기로 변한 칼날 바람은 바람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양아치들은 일말의 반응도 하지 못했다.


슈우우웅-


“크윽-!”


뒤쪽에 있던 양아치들의 짧은 신음을 신호탄으로 칼날 바람은 그들의 옷을 찢으며 근거지에 처박혔다.


콰광!!


근거지는 마법이 닿자마자 폭발을 일으키며 일순간에 박살났다.

아무리 허름한 1층 건물이라지만 상당한 파괴력이었다.


거한을 포함한 양아치들은 굳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뻣뻣이 얼어붙어 버렸다.

이 모든 상황이 단 2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조금 불안하기는 한데 괜찮겠지?’


이 정도 폭발음이면 아무리 후미진 골목이라도 분명 밖에서 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곳은 범죄 골목이라 1번 정도는 무시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밖의 시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이고,

이런 사건들이 워낙 잦았기에 많은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그러려니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나름 계획대로 됐네.’


사실 칼날 바람을 최고의 효율로 사용하려면 지금 같은 방법을 썼으면 안됐다.

이 마법의 가장 큰 위험성은 살상과 절삭력이다.

그 위험성을 높이려면 한 방향으로 마법을 다중으로 중첩해야 했다.

방금처럼 여러 갈래로 중첩하면 폭발력이 올라서 효율이 확 떨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하진이 노렸던 부분이었다.

폭발음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살인은 말이 달라진다.

아무리 범죄 골목이라도 다수를 살인하면 100% 수사가 착수된다.

그렇기에 위협만 하려고 근거지를 노렸고, 효과는 예상대로 완벽했다.


“그렇게 막고 있지 말고 비키지, 이번에는 경고 없이 바로 죽여버릴 거야.”

“네, 네! 죄송합니다······.”


거한은 빠르게 마법을 해제시키며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하진은 돈가방을 손에 쥐고 유유히 걸어갔다.

감회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로웠다.


‘예전에는 이런 양아치들한테도 쫄아서 빌빌거렸었지.’


이제는 이런 놈들 따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처음 각성했을 때와 비교해도 말도 안되는 성장폭이었다.

특성을 이용해 빠르게 마법들을 이해하고 머릿속에 넣은 게 컸다.

그 덕분에 이제는 뜬금없이 발동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적재적소로 사용이 가능해졌다.


하진은 SSS등급의 능력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며 생각했다.

절대 이대로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안전해질 때까지 강해진다.

결연한 다짐을 하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



“후~ 오늘은 더 빡셌네.”


하진은 거실 의자에 털썩 앉으며 집 내부를 살폈다.

살던 집과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크기, 하진이 대량으로 사들인 마법 도구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집이었다.

집안 곳곳을 감시하고 있는 카메라만 빼면 말이다.


“그래, 이 정도는 참아야지. 아직 신뢰가 없으시다는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중얼거리며 자신이 구매한 마법 도구들을 살폈다.

하나 같이 값비싼 사치품들이었다.

일반인들이라면 몇십 년 동안 돈을 모아도 구매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금액들.

일반인은 물론이고, 마법사들도 한 번쯤은 탐낼 남한 화려한 물건들.


‘딱 위장하기 좋게 구매 잘했어.’


만족해하며 자화자찬했다.

구매한 물건들 대부분은 장신용으로도 자주 쓰이는 것들이었다.

하진처럼 방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없다면 1개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다수였다.

바꿔 말하면 이진호의 감시망을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음, 아주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하진은 자신이 직접 신경 써서 배치한 마법 도구들을 쭉 살폈다.

만족감과 동시에 불안감도 불쑥 튀어나왔다.

이런 값비싼 물건들을 아무런 제재도 없이 사도록 내버려 둔다는 건,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일단은 이것부터 정리하자.”


양아치들에게서 빼앗은 돈을 장롱 밑에 몰래 숨겼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를 향해 의도적으로 삐져나온 지폐를 보여줬다.

이렇게 하면 이진호도 단순히 돈을 빼돌리다고 생각하겠지.

이진호에게는 푼돈일지 몰라도 하진에게는 목숨줄이 되어줄 밑천이었다.


띠링!


돈을 넣는 도중에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이진호가 보낸 메시지였다.

하진은 내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야 이게?! 레닷을 죽이-”


쾅쾅쾅-!!


당황한 하진의 목소리에 대답이라도 하듯 문이 요란하게 울렸다.

하진은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쳐다봤다.


“이런, 망할···.”


문밖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간신히 부여잡았다.

심호흡을 몇 번 한 후에 어떻게든 심신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후, 진정하자. 어떤 상황에서든 해결 방법은 존재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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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계획 실행 (1) 22.11.10 14 0 12쪽
11 심층부 (2) 22.11.09 19 0 13쪽
10 심층부 (1) 22.11.08 20 1 14쪽
9 갑작스러운 등장 (3) 22.11.07 24 1 13쪽
8 갑작스러운 등장 (2) 22.11.06 29 2 12쪽
» 갑작스러운 등장 (1) 22.11.05 32 1 12쪽
6 사전 준비 22.11.04 35 2 12쪽
5 실력 입증 (2) 22.11.03 46 3 12쪽
4 실력 입증 (1) 22.11.02 57 3 13쪽
3 나의 욕망은? (2) 22.11.01 83 14 13쪽
2 나의 욕망은? (1) 22.11.01 101 18 12쪽
1 프롤로그 +1 22.11.01 125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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