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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욕망에 눈을 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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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러버
작품등록일 :
2022.10.26 14:28
최근연재일 :
2022.11.11 11:4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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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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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수 :
72,475

작성
22.11.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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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실력 입증 (2)

DUMMY

‘진성 그룹의 넷째 아들 이진호 이사?’


진성 그룹의 넷째 아들 이진호는 대외적으로는 후계자와 거리가 먼 존재다.

능력은 좋았지만 다른 자식들에 비해 특출난 점이 없었다.

몇 개 없는 기사에도 자신이 맡은 계열사를 조용히 운영한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다른 특징이 있다면 인재 수집 욕구가 강하다는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왜 나를 납치한 거지? 아버지를 많이 존경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진호를 향해 다가가는 팔을 멈추지 않았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이대로 이진호를 붙잡는다면 협박이나 협상 정도는 가능해 보였다.


'진성 그룹의 이사를 위협한 나를 쉽게 보내주지는 않을 거야.'


이진호를 잡을 생각에 흥분한 그때.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욕망이 해소되었습니다.]

[활성화된 마법이 비활성화 상태로 돌아갑니다.]


‘망할, 왜 하필······.’


타이밍이 좋지 않았지만 행동을 멈추지 않아야 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이다.

능력까지 사라진 마당에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면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예리한 유리 조각이 이진호의 목에 닿기 직전에 하진은 행동을 멈췄다.

몸을 움직여 팔로 이진호를 잡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적당히 나대지?”


강팀장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하진은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주변의 수많은 경호원들이 마법으로 행동을 저지하고 있었다.


목을 위협하는 칼날, 팔을 조금만 더 움직이면 손을 잘라버릴 기세의 거대한 도끼, 몸통과 다리를 감싼 사슬.

하나 같이 마법으로 구현화 된 살벌한 무기들이었다.


‘뭐 이딴 반응 속도가 다 있어······.’


하진은 경호원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이제 정말 답이 없었다.

여기서 허튼수작을 조금이라도 부린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이진호는 긴장한 하진을 보고는 씩 웃었다.

진흙 속 진주를 발견한 이채가 담긴 눈이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네?”


하진은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다른 수가 있다는 걸 과장해서라도 표출해야 했다.

물론, 많은 인재들을 봐온 이진호는 그런 하진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만으로 충분히 탐나는 인재였다.


“능력을 증명했으면 기뻐해야지 왜 겁먹고 있어? 모두 무기 거둬.”

“네.”


이진호의 말에 경호원들은 일절 토 달지 않고 마법을 해제했다.

그와 동시에 강팀장은 빠른 속도로 이진호의 옆에 다가가서 그를 경호했다.

강팀장의 등장에 여유로워진 이진호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긴말 안 할게. 너, 내 사람이 돼라.”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스러웠다.

방금 전까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상대를 부하로 들이려 하다니,

생각보다 더 괴짜였다.

다른 부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인재에 대한 집착은 상식 밖의 인물 같았다.


‘인재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혹하는 제안이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아직은 이진호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회장과의 관계나 납치의 목적 등 어느 하나 명확한 단서가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아는 정보라면 제 1후계자인 첫째 아들 이진영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정도였다.

회장이 죽은 지금, 가장 이득을 볼 사람은 1후계자인 이진영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진을 납치하고 테스트를 봤다는 건, 감정적인 이유에서 나온 행동은 아닐 확률이 높았다.


‘나머지 자식들은 이진영에게 아양 떤다고 바쁜 상황인데, 회장의 사망 원인을 알고 있는 나를 바로 죽이지 않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이진호는 대답 없는 하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그렇게 고민해? 아버지 일 때문이야?”


그러면서 회장의 사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레뎃은 회장의 유언대로 첫째에게만 사망 경위를 밝혔다.

수상함을 느낀 이진호는 몰래 심어놨던 스파이를 통해 몇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수술 흔적, 깨진 창문 조각, 순간이동을 사용한 좌표.

그 좌표를 통해 발 빠르게 하진을 찾은 거였다.


‘이진영은 후계 계승으로도 바쁜 상태고, 지금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서 잠시 동안 나를 내버려 두는 거겠지.’


이제 결정을 해야 했다.

이진호가 이 정도까지 정보를 밝혔다는 건 거절하면 살려두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일 뿐이다.


“알겠어요.”

“그래, 나는 실력만 본다고. 원래라면 고문해서 정보를 캐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평화롭게 풀어보자고.”


하진은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진호를 단호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알려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이런 건방진 놈이, 지금 분위기 파악 안 돼?!”


강팀장이 인상을 구기며 화를 냈지만, 이진호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강팀장을 제지했다.

마법적 재능을 보여줬던 만큼 지능적인 부분도 기대치가 높았다.


“그래, 뭐든 말해봐. 너 정도 능력이라면 충분히 들어줄 가치가 있지.”

“돈을 주세요.”

“응?”


이진호의 눈빛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빠르게 바뀌어 갔다.

다른 평범한 이들과 똑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시큰둥해졌다.


그의 표정을 본 하진은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하진의 가장 큰 목적은 진성 그룹을 피해서 이 나라를 뜨는 것이다.

아무리 이진호의 관심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의 곁에서 일하면 결국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다.

진성 그룹의 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어야 확실한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은 나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게 먼저다.’


그 후에 원래 계획대로 분쟁 지역을 찾고,

그곳에서 좌표를 최대한 꼬아서 순간이동을 하면 목표 달성이다.

돈까지 지원받는다면 뒤에서 몰래 활용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이진호는 그런 하진의 의도도 모른 채 조금 관심이 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뭐. 남는 게 돈이니 그거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데. 조금 실망이네.”

“네? 그게 무슨 뜻이죠?”

“아니야, 됐어.”


하진은 끝까지 모르는 척 연기했고, 이진호는 손을 휘휘 저으며 대화를 차단했다.

그 모습에 강팀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슬며시 보였다.

흥미가 떨어진 진호는 경호원에게 카드 하나를 받아서 하진에게 건넸다.


“세탁된 돈이라서 나 말고는 출처를 아무도 모르게 했어. 맘껏 써. 그렇다고 너무 불법적인 건 자제해.”

“네, 알겠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 뜻을 풀어보자면, 자신은 언제든지 결제내역을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바로 처리하겠다는 뜻이겠지.

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드를 받으려고 했다.

그때, 진호는 씩 웃으며 카드를 자신의 쪽으로 가져갔다.


“우선 네가 원하는 건 들어줬고, 그럼 이제 내가 원하는 걸 줘야지.”

“네?”

“그 순진한 얼굴은 뭐야? 내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그냥 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진은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회장이 죽은 곳에서 있었던 정보.

진호는 하진이 머리 굴리는 모습을 보이자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치며 말을 이어갔다.


“머리 굴리지 말고 솔직히 말해, 네가 원하는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너도 나한테 신뢰를 줘야지.”


하진은 고민하다가 그날 경험했던 진실을 대부분 말했다.

어차피 이 정도 실력이라면 시간이 걸릴 뿐, 알아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이진영이 후계를 물려받은 뒤겠지만.


‘이진영이 회장이 되면 나에게 득되는 부분은 하나도 없어. 차라리 지금 정보를 알려주고 이득을 최대한 취하자.’


하진을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몇 가지 사실을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각성했다는 것과 자신을 희생해서 회장을 살리려 했다는 사실.


‘이 사실들은 말해봤자 유리할 게 없는 정보니까 빼고 말하자.’


설명을 집중해서 듣던 진호는 회장이 마약성 마나를 주기적으로 섭취했다는 사실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로 인해 중독 현상이 일어나 제대로 된 병원도 못가고 문성에게 수술을 맡겼다는 사실에 참았던 입을 꿈틀거렸다.


“노친네, 다 가진 양반이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그딴 거에 손댔대.”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

하진은 그런 태도를 보며 진호와 회장의 사이가 그리 돈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호는 이야기를 전부 듣고는 진한 눈썹을 슬쩍 들어 올리며 하진을 쳐다봤다.


“그럼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은 회장의 경호 실장인 레닷과 너뿐이라는 거네?”


하진은 달라진 분위기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불길한 미소였지만 이제 와서 고개를 저을 수 없었다.

대답을 들은 진호는 혼자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형이 후계 절차를 그렇게 빨리 하려고 했었나 보네, 레닷은 아버지에 대한 충성도가 최고니까 유언대로 하려고 애썼을 거고.”


진호는 묘하게 웃으며 하진을 계속 쳐다봤다.


“테스트, 여기서 끝내면 안 되겠는데?”


하진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



하진은 자신이 서 있는 집 내부를 천천히 살폈다.

자신이 살던 집과는 차원이 다른 널찍한 평수와 곳곳에 값비싼 가구들이 즐비해 있었다.


“괜히 진성 그룹이 아니네.”


이곳은 이진호가 카드와 함께 제공해준 집이다.

마음껏 쓸 수 있는 돈과 과분한 집이 생겼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눈을 가리고 좌표를 꼬아서 이곳으로 순간이동 시키기 전에 이진호가 했던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내 사람이 되기 전에 필요한 마지막 테스트는 너를 제외한 유일한 목격자인 레닷을 죽이는 거야.”

“네? 그게 무슨-”


하진은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 이곳으로 와버렸다.

우선은 진호가 말한 테스트의 의미를 파악해야 했다.


“레닷을 죽이고 사건을 조작하려는 속셈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레닷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

첫째인 이진영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자만한 상태다.

거기다 후계 작업으로 기업 내의 여러 고위 인사들과 관계를 증진한다고 바쁠 테니, 다른 일에는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회장이 마나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증거를 알아내고, 나를 제외한 유일한 증인인 레닷을 죽여버리면 후계 싸움은 장기전으로 급변하겠지.”


하진은 고풍스러운 의자에 턱 하고 앉아서 고민했다.


‘그럼 왜 이런 중요한 일을 주요 인력이 아니라 나에게 맡긴 거지?’


답은 간단했다.

그들은 얼굴이 너무 알려졌고, 하진은 무명임과 동시에 레닷의 감정 폭발제였다.

회장이 죽은 곳에 있었던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만약에 내가 죽이지 못하더라도 역으로 레닷을 살인죄로 몰아서 그의 발을 묶어두고 회장의 사망 원인을 밝혀서 터트릴 생각이겠지.”


하지만 진호의 테스트 조건은 너무 말이 안 됐다.

그때는 운이 좋아서 레닷에게서 도망쳤지만,

강팀장에게 한 방에 쓰러진 후 깨달았다.


“아직 그들과는 급이 달라, 내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야.”


레닷이 아무리 중년이라지만, 회장이 죽기 직전까지 오른팔로 뒀던 마법사였다.

강팀장과 실력이 비슷하면 비슷했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진은 한숨을 내쉬며 지급받은 휴대폰을 꺼냈다.

지정된 장소에서 일정 시간 동안 벗어나면 자동으로 진호에게 보고가 들어가는 기능이 있다.


“아직은 신뢰가 없다는 건가.”


하지만 그 부분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하진도 진호와 신뢰감 있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니까.

목적만 달성하면 바로 도망치거나 뒤통수 칠 의향이 적극적으로 있었다.


휴대폰에 적힌 메시지를 확인했다.

최대한으로 대처하려면 레닷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우선은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겠지.”


하진은 그것에 대해 물었었고, 진호의 대답이 메시지로 와있었다.

천천히 화면을 터치해서 답장을 확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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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심층부 (1) 22.11.08 20 1 14쪽
9 갑작스러운 등장 (3) 22.11.07 24 1 13쪽
8 갑작스러운 등장 (2) 22.11.06 29 2 12쪽
7 갑작스러운 등장 (1) 22.11.05 31 1 12쪽
6 사전 준비 22.11.04 35 2 12쪽
» 실력 입증 (2) 22.11.03 46 3 12쪽
4 실력 입증 (1) 22.11.02 57 3 13쪽
3 나의 욕망은? (2) 22.11.01 83 14 13쪽
2 나의 욕망은? (1) 22.11.01 101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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