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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삼국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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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3.05.24 17:19
최근연재일 :
2023.06.01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84
추천수 :
22
글자수 :
56,086

작성
23.05.31 18:00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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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9화

삼국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배경만 같을 뿐 실제 삼국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DUMMY

저 멀리 진성이 보였다.

진성과 가까워질수록 성에서 도망치는 이들의 수가 더욱 많아졌다.

게임 속에서도 몇 번이나 봤던 장면들이었기에 꽤 익숙했다.

‘이것 때문에 쉽게 속았어.’

내 시선이 성에서 도망치는 이들을 향했다.

그들의 얼굴엔 성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현.”

내 부름에 신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건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뭐······뭐냐!!”

“저것들은 또 뭐야!!”


우현의 등장과 함께 당황하며 도망치는 황건적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제부터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만 했다.

‘장경이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어도, 쉽지 않을 거야.’

이미 진성은 황건의 세력에 완벽히 장악된 상태였다.

영표의 안내로 진성의 서문을 통해서 초군이 성 안에 들어간 후 황건의 잔당을 가볍게 제압한 후 진성을 손에 넣게 된다.

이후 성에 숨은 황건의 잔당들을 소탕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놓게 될 때, 사건이 벌어진다.


화공.


영표의 화공으로 인해서 초군의 피해는 꽤 컸고, 이는 성을 포기하고 필사의 탈출로 이어졌다.

‘화공에 당하면 모든 일이 꼬여.’

고작 진성을 먹기 위해서 나선 길이 아니었다.

내친김에 허창 또는 여남까지 손에 넣을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현재 허창과 여남 역시 비어 있는 성이었으니, 먼저 손에 넣으면 이후 운영이 한결 편해질 테니까.

기본적으로 천하통일 삼국지는 성을 빼앗는 땅따먹기 게임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단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우선 게임대로 흘러갈지, 놈을 떠볼까.’

최근 영표의 감정에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 챘다.

장경과의 대화 후 매일 영표를 관찰하고 있었다.

초를 나설 때만 해도 자신감 넘쳤던 영표의 변화가 시작된 건, 진에서 도망친 이들을 본 후부터였다.

‘놈의 생각보다 더 피해가 크기 때문인가?’

영표의 복잡한 마음이 어떤 변수가 될지 모르기에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성을 공략할 방법을 알려줘야지?”

내 말에 영표가 복잡한 표정을 지우면서 대답했다.

“성 안에 저와 뜻이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영표의 이야기는 내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에 숨어 있는 영표의 조력자들과 함께 서문의 문을 열겠다는 이야기였다.

“흠, 그들을 믿을 수 있습니까? 자칫하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가만히 영표의 얘기를 듣고 있던 장경이 나섰다.

“물론이오!! 여기 오는 동안 도망치는 이들을 봤소? 그들의 고통을 지워줄 수 있다면, 내 지기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오.”

자신감 넘치는 영표의 대답에 장경의 눈빛이 빛났다.

“확실합니까?”

“믿어주시오. 정 의심이 간다면, 나 홀로 성에 들어갔다오겠소.”

“좋습니다, 그대의 계책을 믿어보겠습니다.”

영표의 말에 장경이 수긍하며 물러났다.

“바로 움직일 테니, 주군께선 쉬고 계시지요.”

당당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서는 영표를 보며 장경과 눈을 맞췄다.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장경의 자신 있는 눈빛에 만족스럽게 웃은 내가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을 포위한다!!!”

내 말과 함께 장경의 주도 아래 진성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


그 날 밤, 영표의 장담대로 서문의 성문이 열렸다.

열린 성문으로 영표가 나왔지만 장경과 신우현은 신중하게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영표가 변심할 가능성도 염두하는 그들의 신중함이 마음에 들었다.

“수상한 기척은 없습니다, 들어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가자.”

내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초군의 병사들이었다.


끼익.


숨을 죽인 채로 서문으로 들어간 직후 성문이 닫혔다.

닫힌 문을 지켜보던 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지금!!”

내 신호와 함께 신우현이 움직였다.


와아아아아!!


동시에 초군의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외성을 장악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적이다!!!”

“급습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초군의 등장에 당황한 황건적들이 우왕좌왕하면서도 반격을 시도했지만, 초군의 기세를 막긴 어려웠다.

애초에 그들이 진성을 먹은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황건적들을 상대로 초군의 정예들이 날뛰기 시작하자 금방 제압이 됐다.

“내성이 텅 비었습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였다.


와아아아아!!


손쉽게 진성을 손에 넣은 초군의 기세는 좋았다.

그들의 함성과 함께 성을 손에 넣었지만 영표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해보였다.

‘저 놈의 고민이 뭘까.’

모든 게 놈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을 텐데도, 어딘가 불편한 영표의 표정에 나도 슬쩍 불안감이 생겼다.

‘장경도 이미 준비를 하고 있으니, 별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변수가 있는지, 머리를 굴려봤다.

게임 안에서 수없이 반복했던 진성 공략전에선 딱히 위험한 구석이 없었다.

애초에 진성 공략전이 진성 탈출전으로 변하는 것도 영표의 반란을 예상하지 못했을 경우였다.

한 번 실패하고 다시 플레이하면, 진성 탈출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지 않을까.

“주군!! 들어오시지요!!”

저 멀리 장경이 날 불렀다.

그의 부름에 내성으로 향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놈들이 어디에 불을 지를지, 유심히 확인하면서.

‘곧 제대로 붙어보자, 영표야.’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영표는 더 신중한 놈이었다.

진을 장악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름이 지났다.

게임 속에선 하루면 벌어지는 사건이었지만, 현실은 보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보름이 지나면서 신우현과 장경도 조금씩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

영표도 복잡한 표정을 지우고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에 나도 깜빡 방심했을 정도로.

‘위험했어.’

방심한 스스로를 엄하게 질책하며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폈다.

나조차 방심했으니 슬슬 영표가 움직일 시기가 왔을 테니까.

그리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


불이야!!!!


늦은 밤에서 새벽으로 향하는 야심한 시각이었다.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의 외침과 함께 불길이 내성을 덮쳤다.

장경과 신우현이 열심히 영표의 함정을 제거했음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불씨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대비를 했음에도 이 정도면, 안 했으면 더 위험했겠네.’

왜 영표의 함정이 위험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불부터 꺼라!!”

내 외침에 병사들이 분주하게 불을 끄기 위해서 돌아다닐 때였다.


- 와아아아아!!


- 위선자들을 죽여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노란두건을 쓴 도적들이 진성을 휘젓고 다녔다.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살소를 가득 품은 채로 달려드는 놈들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불길은 금방 잡혔고, 소란스러울 것으로 예상했던 내성도 고요했다.

“······?”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낀 건, 성에 불을 지른 이들이었다.

그들은 내성에서 외성으로 향하는 길을 전부 끊어버렸다.

혹시라도 불길을 뚫고 밖으로 도망치는 이들을 잡기 위해서 길을 막아섰다.


쐐애애애액!!


핑!!


“······!!!”

멀리서 날아온 화살 하나가 황건적 하나의 이마를 꿰뚫었다.

“당황하지 말고······.”


푹!!


사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순식간에 내성에 불을 지른 이들의 몸에 꽂혔다.


저벅.


“불은?”

내가 쏜 화살에 죽어버린 황건적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내가 옆에 있는 호위대장에게 물었다.

“진압했습니다. 미리 대비했던 덕에 큰 피해는 없습니다.”

“그래?”

“네!”

믿음직스러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활 대신 창을 잡았다.


우웅.


기쁜 듯이 맑고 선명한 창명을 토해내는 창의 이름은 패왕창이었다.

과거 서초패왕 항우가 사용했다는 보물로 초의 지하 창고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놈이다.

금섭에게 성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후 내가 가장 먼저 패왕창을 찾았고, 놈은 내 손길에 기쁨의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오랜 잠에서 깨어나 패왕의 힘을 보여줄 때였다.

‘할 수 있어.’

오늘을 위해서 수없이 단련을 해왔다.

더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선 항서의 육체를 제대로 활용해야만 했다.

설사 위험한 상황에 빠져도 오늘은 죽지 않을 테니······.


우웅.


다시 한 번 패왕창을 꽉 움켜쥐면 내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가자!!! 고작 도적 따위에게 초의 위대함을 보여주자!!”


와아아아!!


내 외침과 함께 황건적과의 악연으로 이어질 싸움이 시작됐다.


*


서걱.


‘묘한 기분이야.’

패왕창의 패기에 가볍게 머리통이 날아가는 황건적의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했다.

사실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초에서 진으로 오는 과정에서 노란두건을 쓴 무리들과 작은 전투를 벌였고, 그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직접 손을 썼다.

신우현과 장경은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나 역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어느 정도 항서의 몸에 익숙해졌고, 항서가 가진 무위를 선보일 수 있었지만.

마음까지 똑같은 건 아니었다.

항서는 살귀라 불릴 정도로 전장에서 자비가 없는 인물이었지만, 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초짜였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홀로 방에서 헛구역질을 얼마나 했던가.

아직도 사람을 죽이는 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전처럼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구역질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웅.


또 다시 패왕창이 작은 울음을 토해내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황건적을 쓸어버릴 때였다.


와아아아아!!!


“······?”

순간 엄청난 함성과 함께 내성으로 향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으하하하!! 버러지들을 죽이자!!”

꽤 많은 황건적을 데리고 나타난 남자는 거구였다.

초강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내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쁘게 생겼다.

“흐흐흐.”

기분 나쁜 얼굴만큼이나 불쾌하게 웃는 사내의 모습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뭐지, 저 놈을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사내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장호님을 따르자!!”


뒤이어 또 다른 황건의 무리가 나타 남자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이다.

“······장호?”

“오호, 네 놈 날 아느냐?”

거만한 목소리로 자신이 장호임을 인정하는 그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뭐야,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장호가 누구인가.

진성을 손에 넣고, 허창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조연 중 하나였다.

정확히는 내가 손에 넣고 싶어하는 무장 중 한 명을 등용하기 위한 제물이 장호다.

‘왜 저 놈이 여기 있지?’

진심으로 장호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장호가 영표의 배신 시나리오에 등장했던 기억이 없다.

그렇다는 건······.

‘역사가······변한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눈앞에 예상하지 못한 장호가 등장하자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 세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장점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게 소용이 없다면?

‘이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상황 자체는 계획과 어그러졌지만, 장호의 등장으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앞으로 내 기억을 무조건 맹신해선 안 된다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으니.

무작정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지도.

물론, 그 모든 건 이 상황을 깔끔하게 해결했을 경우에나 가능한 얘기겠지만.

“순순히 투항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노라.”

거만한 장호의 제안에 내 대답은 간단했다.


후웅.


패왕창을 휘두르며 장호를 향해 다가서자 장호의 표정이 굳었다.

“놈을 죽여라!!”

“놈들을 제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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