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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삼국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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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3.05.24 17:19
최근연재일 :
2023.06.01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83
추천수 :
22
글자수 :
56,086

작성
23.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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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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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제 1화

삼국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배경만 같을 뿐 실제 삼국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DUMMY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

TV나 스크린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

또는 소설이나 만화 속의 캐릭터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들.

그것도 아니면 게임 속의 내가 만든 캐릭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난 어릴 적부터 그랬다.

내가 만든 게임 속의 캐릭터가 되어 게임 세상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고?

후후후······.

누가 내게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보겠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다.

다시는 그런 생각 따위 하고 싶지 않다.


와아아아아!!


넓은 평야를 가득 채우는 수만의 병사들과 군마들.

그 너머로 흉흉한 살기를 내보내는 무장들.

어떻게든 큰 피해없이 승리를 손에 넣으려는 군사들까지.

그들의 무공과 지혜가 충돌하는 게임 속 전장은 끔찍한 지옥이었다.


부르르르.


여전히 이 지독한 살기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벌써 이 게임 속에 들어온지도 몇 년이 되었지만, 전장의 살기는 매번 두려웠다.

그럼에도.

“가자!!! 저기만 넘으면 천하가 우리의 것이다!!!”


우아아아아!!!


내 외침과 함께 전장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다, 믿기 어렵지만.

내가 그 게임 속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나의 게임 속 생존 일기다.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은 바람을 품고 있다면, 내 얘기를 한 번 들어볼 텐가?


*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하셨습니다!!!]


익숙한 멘트와 함께 환한 빛으로 물드는 세계였다.

성 안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백성들의 함성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오연하게 서 있는 나.

한 때,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했지만.

이젠 크게 감흥이 없는 장면들이었다.

“3개월이 그냥 훅 가버렸네.”

천하통일 삼국지라는 게임에 빠진 것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평소 발매되는 삼국지 게임이라면 무조건 플레이할 정도로 삼국지 게임 덕후였지만.

긴 플레이 타임과 다양한 시나리오, 선택에 따른 수많은 변수들로 인해서 게임에 손도 되지 못했다.

게다가 한 번 게임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 탓에 섣부르게 건드릴 수가 없었다.

삼국지 게임 최초로 삼국지의 실제 군주들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성하면 플레이어가 직접 신무장을 만들고 새로운 군주로 플레이할 수 있는 특별한 보상이 존재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보상을 노리고 자신만의 신군주를 만들어 천하통일에 도전하면서 게임은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나도 천하통일 삼국지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여자친구이자 미래를 약속한 피앙세가 싫어했다.

그녀 때문에 좋아하던 게임도 포기하고, 그녀에게 집중하면서 결혼을 약속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내 인생 최악의 실패로 이어졌다.


‘자네는 고아지 않나. 우리 딸은 적어도 부모 사랑을 듬뿍 받은 집에 보내고 싶어.’


한 번도 자신이 고아란 사실이 아쉬웠던 적은 없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부모 없이 자랐다는 환경이 끝끝내 발목을 잡으면서 내가 졌다.

아무리 사랑해도, 부모와 가족을 이길 수 없는 법이란 것을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파혼 이후 말그대로 모든 의욕을 잃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일이었다.

곧바로 3개월의 휴직을 신청하고 천하통일 삼국지에 몰두하면서 현실을 잊었다.

덕분에 3개월 만에 남들은 감히 이루지 못할 게임 안의 업적들을 전부 이루어냈다.

모든 군주로 천하통일을 완수하고 내가 만든 신군주로도 천하통일을 완성하면서 또 다시 목표가 사라졌다.

“이제 진짜 다시 돌아갈 때구나.”

솔직히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회사에는 그녀가 있었고, 그녀와의 파혼 사유를 잘 아는 동료들의 섣부른 위로와 동정 어린 시선, 그 외의 시선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냥 이 현실이 싫었다.

“그만두는 게 낫겠지.”

사내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까지 꿈꾸면서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

그때마다 품에 사직서를 안고 다녔으니 이제 결단을 내릴 때였다.

“더 좋은 곳으로 가자!!”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을 다닌 회사였고, 정도 많았지만.

고졸의 한계로 남들보다 진급도 월급도 적은 회사였으니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게 나을 수도.

결정을 내린 후 망설이지 않고 사직을 통보하면서 내일 사직서를 들고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불안했지만, 불편하게 회사를 다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띠링.



“응?”

그때, 내 눈에 새로운 메시지가 들어왔다.


[천하통일 삼국지의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한 최초의 플레이어가 되셨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축하드리며, 오직 플레이어만이 받을 수 있는 특별한 보상을 준비했습니다. 한 번 거절하면 다시는 받을 수 없는 특전이니 신중하게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특전을 받으시겠습니까?]


“오!! 이게 설마 그 소문의?”

천하통일 삼국지가 인기를 끈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삼국지의 유명 군주들과 무장들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싱글이 아닌 멀티로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신무장과 신군주를 만들어 자신만의 공략법으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완수할 수 있다는 자유도였다.

하지만 고작 그걸로 이 게임이 뜨겁게 타오른 건 아니었다.

천하통일 삼국지의 진정한 시작은 모든 군주 시나리오를 공략한 후 자신이 만든 신군주로 플레이할 때부터였다.

한 순간의 선택이 실패로 이어지는 매우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신군주 시나리오는 플레이어들의 도전 욕구를 불렀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신군주 시나리오를 뚫기 위해선 처음부터 다시 다른 군주들로 통일을 완수해야했으니, 그 악명이 상당했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신군주 모드로 천하통일을 완성할 경우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실 보상이 어떤 건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임사조차 보상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으니 보상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많았다.

그럼에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미친놈처럼 달려드는 이유는 오직 하나,

최초라는 타이틀과 오직 하나라는 단어에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고 악랄한 난이도에 좌절과 비난이 쏟아지면서 점점 포기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졌다.

설마 그 최초의 플레이어가 나일 줄이야!

남들보다 반년은 늦게 시작했는데, 어쩌면 그녀와의 파혼이 전화위복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YES지!”

내 대답과 함께 시스템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니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묘하게도 불안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메시지였다.

“······.”

순간, NO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못 먹어도 고야!”

어차피 사직하면 당분간 이직할 회사를 찾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기력하게 사는 것보단 뭐라도 목표 하나를 갖는 게 나을 테니, 남들은 이루지 못한 새로운 시나리오에 도전하고 싶었다.

‘한 달 정도, 공략집이나 쓰면 되겠지.’

천하통일 삼국지는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공략집이 떠돌았다.

대다수가 무료로 풀리는 공략집이었지만 어떤 공략집은 유료로 풀리면서 용돈 벌이가 될지도 몰랐다.


[축하드립니다!! 최초의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보상이 하사됩니다. 부디, 당신만의 삼국지 세계를 즐기시고 최고의 군주가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낯선 멘트와 함께 내 시야가 검게 물들어갔다.

“어······?!”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설마 별 일 있겠어!”

이때의 난 몰랐다.

이 선택이 내 사람을 어떻게 바꿀지를.


*


[동기화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10초 뒤 모든 동기화가 끝납니다.]


10···9···8···7···4···3···2···1.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검게 물든 시야가 환하게 밝아지고, 내앞에 익숙한 상태창이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삼국지 군주 중 하나인 항서가 되셨습니다. 삼국지의 수많은 군주들과 무장들이 당신의 등장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입니다. 그들과의 경쟁과 우정, 사랑 속에 자신만의 전략으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하시길 바랍니다.]


“······!”

상태창을 보고, 낯선 공간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


빙의.


“설마 나 게임 속에 들어온 거야?”

최근 유행하는 장르 문학 소재 중에서 판무소설이나 게임 속으로 주인공이 빙의하는 얘기가 많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즐겨보는 장르기도 했고, 한 번쯤은 나도 저런 일을 겪으면 어떨까, 하는 망상도 해봤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자 기쁨보단 불안감이 먼저 찾아왔다.

“하필 왜 이 게임이야!!”

그렇다.

불안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천하통일 삼국지는 결코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었으니까.

기본적으로 삼국지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창작된 게임 속에서 살아남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긴 플레이 타임보다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포기하는 일이 많을 정도였다.

그런 게임 속에서 살아남으라고?

그것도 신군주로?

“미치겠네.”

뭔가 잘못됐다는 기분에 곧바로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졌다.

“로그아웃!!”

다급하게 로그아웃 버튼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현실로 돌아가는 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진짜야? 나 진짜 갇힌 거야?”

조금 전까지 들려온 목소리에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야!! 그냥 나가게 해줘!!”

다급한 목소리로 현실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인 시스템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통일하고 얻은 보상이니, 똑같이 통일에 성공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통일에 이르는 방법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군주들로 통일에 성공하지 않았나.

다만, 그땐 게임이란 생각에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현실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돌아간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그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세계보단 낫지 않을까.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자 이제 중요한 문제가 떠올랐다.

과연 난 누구의 몸에 들어온 걸까.

‘이왕이면 조조나 유비, 아니면 원소면 좋을 텐데.’

강력한 세력을 자랑하는 군주라면, 내 지식으로 금방 통일할 수 있을 터.

“그래서 내가 누구냐고······원래 게임에선 정보! 하면 나오던데.”

별다른 기대 없이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스르르륵.


순간 내 앞에 떠오르는 선명한 상태창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야, 이럴 거면 그냥 보내주면 안 되냐?”

진심을 담아 소리쳤지만 이 불친절하고 제멋대로인 놈은 역시나 자기가 불리할 땐 대답이 없었다.

“후!”

한숨과 함께 우선은 내가 들어온 무장에 대해서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항서.

거주지 : 초성.

특징 : 무신의 후예, 고대의 무신 항우의 피를 이은 존재. 압도적인 무력과 지혜로 그 어떤 군주보다 뛰어난 무위를 가졌으나 실전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 경험이 쌓이면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존재가 될 지도.


“아······하필 항서라고?”

항서는 모든 군주 시나리오를 성공한 후 신무장 모드에서 내가 만든 캐릭터였다.

능력치는 이곳에 있는 어떤 무장이나 군주보다 뛰어나고 월등한 성능을 자랑했다.

무신의 후예라는 설정 속에 모든 능력치를 최대로 맞췄다.

무력은 100이 넘는 유일무이한 102를 찍었고, 지혜와 통솔, 매력 수치도 전부 100에 육박하는 신군주였다.

다만, 그만큼 난이도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애초에 신군주 모드 자체가 자유도는 최상이었지만, 난이도는 매우 어려웠는데.

내가 능력치를 최대로 맞추면서 그 난이도가 더 어려워졌다.

“미치겠네······항서면 쉽지 않겠는데.”

항서의 능력치를 높게 설정한 이유가 뭐겠나.

그만큼 다른 군주들에 비해서 초반 플레이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자유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지만, 그로 인해서 벌어질 일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소한 선택 하나로도 공략법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후······.”

수많은 실패를 떠올리며 답답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마냥 좌절할 수도 없으니,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이 시대에서 안전한 곳은 없으니까.

“그래, 한 번 성공했는데. 또 성공하면 돼!”

누구도 공략할 수 없다는 난이도의 신군주로 천하통일을 이뤘으니, 충분히 가능할 터.

다부진 각오와 함께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였다.


똑똑.


세 개의 기척과 함께 날 찾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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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 3화 23.05.25 10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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