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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삼국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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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3.05.24 17:19
최근연재일 :
2023.06.01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85
추천수 :
22
글자수 :
56,086

작성
23.05.26 18:00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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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제 5화

삼국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배경만 같을 뿐 실제 삼국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DUMMY

와아아아아!!


초성 밖에서부터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춘달의 뒤를 은밀하게 쫓았던 일 천 명의 병사들은 그들이 가져온 전리품을 마음껏 자랑했다.

성 위에서 초조하게 신우현을 기다렸던 초강과 장경은 수레에 가득 실린 재화를 보며 놀랐다.

“오오오!! 이게 다 얼마요!!”

초강은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로 연신 웃었다.

“저거면, 당분간 병장기 걱정은 없겠구만!! 안 그래도 병장기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잘 됐수!!”

역시 훈련에 진심인 남자답게 초강은 신우현이 가져온 재화 중 병장기에 관심을 보였다.

반면, 장경은 수레를 살피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를 바라봤다.

“어째 갈 때보다 인원이 늘었습니다. 행색을 보니, 거하게 다툰 모양이군요.”

장경의 말에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기억하는 스토리대로라면, 춘달은 그 놈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했을 테니까.

‘자세한 건 우현에게 직접 들어야겠지.’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것과 이 안에서 벌어진 현실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뭘 하더라도 꼼꼼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우현이 데려간 이들에게 편히 쉴 수 있게 하고, 우현이 데려온 포로들은 잠시 감옥에 가두고 처우를 결정하자.”

“놈들을 어찌 쓰시렵니까?”

장경의 질문에 이미 생각해둔 대답이 있었다.

“농경지에 부족한 일손으로 데려가야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신우현이 데려온 포로들의 운명이 결정 됐다.

그들은 춘달의 반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당분간 노예로 생활하게 될 터.

물론, 그들 중 건장한 남성들은 향후 초강이 데려가 정신 개조와 함께 초성의 든든한 정예병사가 되겠지.

“신, 신우현!! 주군의 명을 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평소보다 더 무게를 잡는 신우현이 고개를 숙이자 초강이 못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에잉. 내가 갔어야 했는데.”

“······.”

서로 은근히 경쟁 관계인 두 사람의 사이를 알기에 나와 장경은 초강의 투덜거림을 무시한 채 우현의 보고를 기다렸다.

“정말이냐?”

“으음.”

춘달의 뒤를 쫓으면서 그들이 죽게 된 배경을 들으며 웃던 초강과 장경의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하고 싶었으나 주군의 명대로 멀리서 지켜만 봤습니다. 그리고······.”

신우현이 춘달의 목을 벤 사내의 이마에 있던 노란 두건에 대해서 말하면서부터 무거운 분위기가 찾아왔다.


노란 두건.


그건 역사적으로 꽤 큰 사건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글씨는 없었나?”

장경의 질문에 신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멀어서 정확히 볼 순 없었다. 그저 놈이 쓴 두건이 우리가 아는 그것과 비슷했을 뿐.”

“허면, 멋으로 했을 수도 있겠네.”

단순한 초강이 가볍게 얘기했지만, 장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헛소리! 누가 감히 그 물건을 멋으로 이마에 두르겠나? 아직도 곳곳에 놈들이 남긴 상처가 가득한데······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겠나!”

장경의 외침에 초강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 역시 가볍게 대답했으나 실제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예상대로 흘러가는구나.’

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였다.

적어도 여기까진 내가 플레이한 게임의 시나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분간은 생각대로 진행해도 되겠어.’

게임과 달리 현실이라면, 내 선택 하나가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변화되지 않은 시기에 취할 것을 취해야만 했다.

마음을 굳힌 후 세 사람을 향해 언급하기 꺼려하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황천이 돌아왔을 지도.”

“······!”

“주군.”

“그 무슨 재수 없는 소리요!!”

평소 감정 변화가 없는 신우현이 놀란 눈빛을 숨기지 않았고, 장경은 굳은 얼굴과 함께 날 바라본다.

초강은 부정타는 소리하지 말라며 나를 나무랐다.

그만큼 이 시대에서 황천(黃泉)이란 단어는 민감했다.

황건의 난을 상징하는 단어였으니까.

지금도 황건의 잔당들은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군주들이 손쉽게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곳곳에 황건의 잔당들이 존재했다.

초강과 장경, 신우현도 춘달을 죽인 이들의 정체를 그 정도로 판단했지만.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겠군.’

그들의 배후에 있는 존재를 알고 있는 내 생각은 달랐다.

사내는 황건의 무장이었고, 그들의 배후엔 검은 장막 속의 그림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 게임 속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으니까.

“우선 그들에겐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것부터 차분하게 진행하자. 수춘의 원술과 진류의 조조가 언제 우릴 침략할지 모르니까!”

“명!!”

내 말에 세 무장이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실제로 신군주의 플레이 난이도를 올려주는 건, 초성 주변의 강력한 군주들 때문이었다.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조조와 명문가인 원가의 피를 이은 원술과의 대립은 꽤 많은 위험을 가져왔다.

물론, 그 모든 건 이후 있을 시나리오들이 끝난 후겠지만.

‘방심하면 안 돼. 그들보다 모든 게 부족한 상태니까, 더 일찍 준비해야 돼!’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강력한 두 군주들을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 테니까.


*


평화로운 나날이 흘러갔다.

여전히 바빴지만, 처음보단 일에 능숙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말을 실감하면서 조금씩 현실에 순응하는 어느 날이었다.

‘슬슬 시작될 때가 됐는데.’

본래 게임에선 춘달의 반란이 끝나고 바로 다음 사건이 벌어졌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 뿐일까.

게임이었다면, 초강에게 전부 맡겼을 모병과 훈련도 일일이 신경 쓸 게 많았다.

신우현은 주기적으로 초성의 치안을 확인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돌아다녔고, 장경은 부족한 무장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낮밤을 잊고 일했다.

그렇게 세 달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기대하는 사건은 찾아올 생각을 안했다.

‘더 시간이 걸리나?’

이제나 저제나.

어서 다음 파트로 넘어가기 위한 사건이 벌어지길 기다리던 어느 날.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일일이 장경이 가져온 상소문을 확인하며 도장을 찍으며 푸념을 할 때였다.


벌컥!!


거칠게 방문이 열리면서 초강이 다급한 안색으로 소리쳤다.

“큰일 났수!!!”

‘오오!! 설마?!’

초강의 안색을 살피며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아니야. 저번에도 이래놓고 별 일 아니었잖아.’

한 달 전부터 조짐은 보였다.

갑자기 초성 주변에 도적들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고, 신우현이 초성 주변을 돌면서 잡아낸 이들을 떠올리며 애써 기쁨을 숨겼다.

“뭔데, 그리 호들갑이야?”

“가뜩이나 바쁜 데, 정신 사납게 하지 말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나날이 이어지면서 한껏 신경이 날카로워진 장경이었다.

안 그래도 독사 같은 장경이었는데, 예민하기까지 하니 그 지랄 맞음이 가히 놀라웠다.

덕분에 초성의 기강은 제대로 잡히긴 했지만.

‘우리 독사 기분을 풀어줘야하는데.’

그 분풀이의 대상이 될 놈들이 어서 나타나야 하거늘.

왜 이리 소식이 없는 것인지.

이번만큼은 부디 기다리는 사건이길 바라면서 초강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게 말이오! 서쪽에서 도적들이 진을 치고 난리를 피우고 있수!”

서쪽이면 춘달이 변을 당했던 방향이었다.

‘역시 이제 시작이구나!!’

마침내 기다렸던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규모가 얼마나 되길래, 이리 호들갑이야.”

여전히 장경은 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실 장경의 반응이 당연했다.

비록 쓸 만 한 무장이라고는 초강과 신우현이 전부였지만, 그들만으로도 어지간한 도적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규모는 장경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오천.”

“······?!”

“······!”

초강의 말에 나도 살짝 놀랐다.

‘원래 오천이었나?’

꽤 초반 스토리였고, 별로 어렵지 않은 사건이었던 탓에 기억이 선명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세 무장이 도적 토벌과 관련된 계책을 제시할 테고, 내 선택은 장경이었다.

초강과 신우현이 내놓은 계책도 좋았지만, 장경의 계책을 고른 이유는 하나였다.

장경이 화공을 통해서 도적 떼를 전부 화형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 탓에 한동안 장경의 평판은 바닥을 기었지.’

원래도 독사라 불리며 장경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초성에 악마가 산다고 할 정도로 장경이 벌인 짓은 잔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선택은 장경이었다.

도적들을 상대로 흘릴 피가 아까웠으니까.

“주군!!”

게임 속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겼던 날 초강이 깨웠다.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유? 지금 그리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우!”

답답한 표정으로 초강이 제 가슴을 두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이번엔 이 초강이를 믿어주시오! 놈들의 수가 꽤 많긴 하나, 그래봤자 훈련이 전혀 되지 않은 잡졸들이오. 이참에 이 초강이 훈련시킨 우리 초성의 정병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합시다!”

초강의 말에 일순 혹했다.

아무리 훈련된 병사들이라고 해도, 실전이 부족하면 전장에서 제대로 쓰지 못한다.

초강의 말처럼 기회가 될 때, 실전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아서라. 오천이란 수는 우습게 볼 수 없는 법. 마침 내게 좋은 계략이 하나 있으니, 주군께선 이 장경이를 믿고 맡겨주시지요.”

“네가 직접 간다고?”

“네! 요새 쌓인 게 많아서 저도 화를 좀 풀어야겠습니다.”

다부진 표정으로 차가운 미소를 짓는 장경의 주변으로 검은 오라가 피어나는 착각이 들었다.

“문관 나부랭이가 뭘 하겠다는 거냐! 주군, 내게 맡기시오!!”

또 다시 티격태격하는 초강과 장경을 지켜보다 손을 들었다.

“그만. 이번엔 장경, 네가 해결해봐.”

“감사합니다, 주군!!”

환한 미소와 함께 장경이 바로 나섰다.

멀리서도 장경이 신난 게 느껴지자 초강이 슬쩍 다가와 우려를 표했다.

“저 놈, 저거. 제대로 일을 칠 거 같은데 괜찮수?”

“아마도······?”

내심 불안하긴 했다.

장경이 저지른 화공으로 오천의 인파가 죽을 테고, 그에 격분한 그 놈들이 초성으로 달려올 터.

과연 그들로부터 초성의 사람들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후! 해봐야지.’

애써 불안감을 삼키며 초강에게 슬쩍 말했다.

“초강아, 남쪽에 좀 다녀와라.”

“갑자기요?”

“그래. 거기에도 뭔가 이상한 놈들이 나타난 모양이다.”

“에잉! 갑자기 왜 이리 도적들이 나타는 건지!”

며칠 전부터 초성 주위로 도적들의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신우현이 열심히 병사들을 데리고 도적들을 쫓아냈지만, 그 순간만 잠잠할 뿐이었다.

최근 장경이 예민한 이유기도 했고 장경이 도적들에게 화공을 펼치는 이유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냄새가 난단 말이우. 뭔가 이 새끼들이 같은 놈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주군, 생각은 어떻수?”

역시 아무리 둔한 초강이라도 의심이 생길 정도였으니 장경이나 신우현도 어느 정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터.

두 사람과 달리 이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정확히 아는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이 정도면 딱 적당한 시기네.’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 보낸 세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은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초성을 안정시키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차분하게 의지를 다듬게 된 시간.

그렇게 얻은 초성의 힘으로 이젠 내부가 아닌 외부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후후후. 얼른 와라, 네 놈 덕분에 손쉽게 성 하나 좀 먹어보자.’

곧 찾아올 누군가를 떠올리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단 숨에 두 성의 주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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