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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삼국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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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3.05.24 17:19
최근연재일 :
2023.06.01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87
추천수 :
22
글자수 :
56,086

작성
23.05.27 18:00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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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제 6화

삼국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배경만 같을 뿐 실제 삼국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DUMMY

장경과 초강, 신우현에게 도적 토벌을 맡겼지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서둘러야 해, 괜히 늦었다간 큰일 난다.’

세 무장이 초성의 병사들을 데리고 도적들을 토벌하러 떠날 때, 초성에 숨겨진 이벤트가 발생했다.

일명, ‘군량고 방화사건’이라 불리는 이벤트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초반에 엄청난 손실을 안고 플레이하는 탓에 초반 난이도 훨씬 어려워졌다.

초반 병사의 수가 적은 초성의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한 화재로 입은 피해와 이어지는 연타로 허무하게 패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리 알고 있으면 대비가 어렵진 않은데······생각해 보면, 잠시 스쳐가는 놈 치고는 머리가 꽤 좋단 말이야.’

이 모든 일을 꾸민 배후를 떠올리며 고민이 생겼다.

본래 게임에서도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초반 시나리오가 끝나면, 무장 등용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다.

그때, 가장 고민이 되는 무장이 그였다.

분명 제대로 길들이면 쓸 만 한 인재였지만 그를 키운 배후가 마음에 걸렸다.

‘······게임이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데리고 다니면 될 텐데.’

현실이 아닌 게임이었다면, 사내를 등용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게임 속의 보물을 이용해서 사내의 충성도를 강제로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배신 금지까지 설정해두면 마음이 편할 테니까.

물론, 지금도 게임 속의 보물을 찾아서 사내의 충성심을 강요할 순 있었다.

다만······.

‘배신 금지까지 되진 않으니까.’

놈의 생사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선순위를 잊진 않았다.

“밖에 누구 있느냐!!”

내 부름에 대기하고 있던 호위들이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지금부터 성을 순찰할 것이다.”

“갑자기요?”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호위대장과 호위들이었다.

“병사들이 많이 빠져나갔으니, 헛튼 짓을 할 놈들이 움직일 수도 있는 법이다.”

“과연!!”

호위대장과 호위들은 내 말을 이해하고 앞장을 섰다.

“어디부터 가실 생각이십니까?”

호위대장의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군량고.”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호위대장과 호위들의 안내 속에 군량고를 향하는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이게 계륵이란 건가.’

사내를 데려와 중용할 것인가, 아니면 죽이고 다른 인재를 찾을 것인가.

하지만 초반에 찾아올 난제를 해결할 때, 사내의 도움은 꽤 컸다.

‘일단 놈에 대한 처리는 뒤로 미룰까.’

당장 놈이 나타는 것도 아니고,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지금 중요한 건, 군량고를 불태우려는 놈들을 제압하는 일이었다.

“저······저!!”

호위 중 누군가가 군량고를 서성이는 수상한 무리들을 발견했다.

“성주님!! 저 놈들이 뭔가 이상합니다!”

호위대장은 놈들의 손에 들린 것을 보며 외쳤다.

“아무래도 불을 지르려는 모양인데?”

내 말에 기겁한 호위대장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당장 놈들을 막아라!!!”

“네!!!”

호위대장을 제외한 호위들이 다급하게 군량고로 향할 때, 그들을 발견한 이들의 움직임도 빨랐다.

“침착하게 움직여.”


슥.


호위들에게 차분하게 명령을 내리면서 시종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뜻을 파악한 시종이 들고 있던 활을 넘겼다.


두근.


활을 잡는 순간,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아마 몇몇은 내가 활을 잡는 걸 보면서 의아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본래 항서는 활보다는 창이나 검이 더 친숙했다.

실제로 무신의 후예라 불리는 항서였기에 언제나 직접 전장에 뛰어들어 뛰어난 무위를 선보였다.

항서의 군대가 유독 전장에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것도 항서의 무장 특기가 큰 몫을 차지했다.

전장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직접 선보이기 때문에 이에 자극받은 병사들의 사기도 뛰어났다.

불굴의 투지와 함께 어려운 전장도 손쉽게 이겨내는 항서였기에, 이를 쓰기 위해서 나 역시 매일 노력했다.

항서의 몸에 들어온 후 틈틈이 항서의 무예를 몸으로 익히며 갈고 닦았지만,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의문 때문에 섣불리 창과 검을 들고 달려들 수가 없었다.

무신불사라는 무장 특기가 있으니 목숨의 위협은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재사용까지 시간이 긴 만큼 함부로 사용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활을 들었다.

“후우!”

긴 한숨과 함께 호흡을 고르며 손에 든 활에 힘을 줬다.

“서둘러라!!”

“들켰다!!! 당장 붙여!!”

군량고를 태우려던 이들이 다급하게 행동하려는 순간, 화살을 날렸다.


쐐애애애액!!


힘차게 날아간 화살이 군량고를 태우려는 사내들 중 한 명의 팔을 꿰뚫었다.


팽!!


쐐애애액!!


그 모습을 확인하며 연달에 화살을 날리는 나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병사들.

“으아악!!”

“젠장!!!”

어떻게든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하고자 몸에 불을 붙이려는 이도 있었지만, 그들보다 초성의 병사들이 빨랐다.

초강의 엄한 지도 속에 정예병사로 거듭한 초성의 병사들은 고작 도적들의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았으니까.

“다 끝났습니다!!”

누군가의 보고에 활을 내리며 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혹시 모르니 주변을 한 번 더 살피도록 해라!!”

“네!!!”

“생존자는 지하로 데려가도록 해! 엄히 심문하며 배후를 찾을 것이다!!”

“충!!”

방심하면, 초반의 난이도를 어렵게 만드는 방화 사건까지 가볍게 막아낸 후 세 무장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도 여전히 머릿속엔 누군가를 향한 처우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


군량고 방화 사건을 손쉽게 막아낸 후 세 무장들에게서 속속 승전보가 찾아왔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혹시 모르는 간자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놈은 진짜 미친놈이우! 어찌 그리 잔인한 짓을 저질렀을까유?!”

가장 먼저 도적들을 제압한 초강은 초성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장겹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아무래도 병장기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장겨이 혹시라도 위험에 빠질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경이 펼친 화공의 위력을 멀찍이서 지켜보다 혀를 내두르며 돌아섰다.

“아주 야산 하나가 홀랑 타버렸수!!”

잔뜩 흥분 한 채로 그 날의 기억을 자랑하듯 떠벌리는 초강의 말을 들으며 적당히 장단을 맞춰줬다.

“그 정도였어?”

“말도 마시오! 아주 악마요, 악마!”

“······그래?”

게임에서도 장경이 화공으로 도적들을 몰살시켰다는 정보와 함께 보상만 얻었을 뿐, 그 과정이나 이후 얘기는 알지 못했다.

‘여긴 게임이 아니니, 확실히 알아둘 필요가 있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아서 초강이 내 의문을 풀어줬다.

“대체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산 하나를 태운 것으로 모자라 놈들의 씨를 말렸수. 불에 타 죽기 싫은 놈들이 산을 내려오다가 함정에 빠져 죽었고, 그 함정을 피한 것들은 또 화살로 죽여버렸수.”


몰살.


천 명에 이르는 도적들을 장경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여 버렸다는 말이다.

초강의 말만 들어도 장강이 얼마나 독하게 손을 썼는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괜히 이 사건으로 초성에서 장경의 민심이 바닥으로 떨어졌겠나.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역시 화신을 가진 무장답구나.’

화신은 화공에 능한 문관에게 붙는 무장 특기였다.

천하통일 삼국지 안에서도 화신을 보유한 무장은 몇 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화신의 무장이 그 유명한 ‘제갈량’과 ‘주유’였다.

그들 다음으로 화신을 가진 무장이 장경이었으니, 그 화공이 오죽 독할까.

“아직도 안 돌아온대?”

“안 그래도 회군하려는 모양입니다.”

이 기회에 제대로 본 떼를 보여주겠다는 듯 장경은 초성 인근의 도적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초강과 신우현은 장경의 처사가 지나치게 잔인하다 우려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이 기회에 줄여놓긴 해야 돼.’

그들 중 대다수가 훗날 초성의 위협이 될 놈들이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장경의 일을 말릴 필요는 없었다.

“놈들은 여전히 입을 안 열지?”

나야, 놈들의 배후를 알고 있었지만.

초강과 신우현은 기필코 놈들의 배후를 찾겠다며 애를 심문에 나섰다.

당연히 놈들은 모진 고문 속에도 입을 꾹 다물었고, 결국 신우현도 포기하고 말았다.

“송구합니다. 놈들도 자신들이 왜 불을 지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 놈들, 단체로 약이라도 한 거요? 아니, 지들이 하려고 해놓고 이유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오!!”

초강이 씩씩거리며 울분을 토했다.

신우현도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놈들이 가진 사술이 벌써 완성 됐으려나.’

두 무장의 고문에 사술이 풀린 걸 보면, 아직 완벽하진 않아 보였다.

놈들의 사술은 훗날 곽가의 손에 파훼가 돼지만, 그 전까지 꽤 악독하게 군주들을 위협했다.

‘저 낙양의 돼지도 사술로 무너졌지.’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였지만.

문득 그를 이용할 방법을 찾아볼까했지만, 관뒀다.

사술에 당해서 총기를 잃었지만, 애초에 그는 거기까지인 인물이었다.

굳이 놈과 손을 잡았다가 이후 삶이 꼬이는 건 사양이었다.

“놈들은 그만 두고, 도적들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부터 돕도록 해.”

“알겠습니다!!”

신우현이 크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이자 내 시선이 옆에 있는 초강을 찾았다.

“훈련 중인 병사들은 쓸 만 해?”

“나쁘지 않수. 생각보다 전장에서 쫄지도 않고, 날렵하오. 주군이 내린 보상이 워낙 좋아서 그런 모양이오.”

초강의 말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병사를 조금 더 늘려줘.”

“알겠수!”

자신만만한 초강의 대답을 끝으로 도적들 토벌과 관련된 시나리오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놈이 오길 기다리면 되는 건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놈이 나를 찾아오겠지.

그때부터 본격적인 도약의 시작이었다.


*


도적들의 습격 이후로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다.

“이게 다 네 덕분이야.”

퉁명한 내 말에 장경은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이유로 투신하지 않는 무장은 없습니다. 초성이 무장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뿐이지요.”

장경의 말처럼 초성은 무장의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춘달이 데려간 무장들은 조금도 아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인재 등용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마땅한 무장이 찾아오지 않았다.

하긴, 나 같아도 굳이 초성의 이름 없는 성주의 휘하가 되는 것보단 수춘의 원술이나 진류의 조조를 찾아가는 게 나을 테지.

‘가는 길에 납치할 수도 없고!’

솔직히 조금 답답했다.

삼국지 게임의 공통적인 매력이 무엇인가.

역사 속의 수많은 무장들을 수집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운용하는 매력이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조조전, 여포전, 유비전 같은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하겠나.

나 역시 무장 욕심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더 하면 더했지.

마음 같아선 진류와 수춘으로 향할 무장들을 빼앗고 싶으나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없는 답답했다.

‘이러니 더욱 놈이 탐나는데.’

천하통일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땅 따먹기 개념에 충실했다.

각 성을 빠르게 장악하고 발전시키면서 막강한 군사력으로 다른 군주들을 집어삼키는 게임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장의 숫자는 많을수록 좋았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무장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건, 플레이어의 고유 권한이자 재미였으니까.

아무리 병사가 많고 성이 많아도, 이를 도와줄 무장의 수가 적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랬기에 곧 찾아올 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똑똑.


“들어와.”

내 허락과 함께 초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째 한껏 상기된 초강의 모습을 보니, 무언가 감이 왔다.

‘설마?’

그토록 기다렸던, 다음 파트로 넘어갈 시간인 모양이다.

“우리 군에 임관을 청하는 사내가 있수!!”

초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장경과 살짝 놀라는 신우현의 사이에서 내 시선이 초강의 뒤로 향했다.

날렵하면서 건들거리는 인상의 사내가 내 시선을 받고 고개를 숙였다.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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