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피글렛.J

삼국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3.05.24 17:19
최근연재일 :
2023.06.01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88
추천수 :
22
글자수 :
56,086

작성
23.05.24 18:00
조회
151
추천
4
글자
13쪽

제 2화

삼국지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배경만 같을 뿐 실제 삼국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DUMMY

내 처소를 찾은 세 사람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그들은 신구주인 항서의 ‘삼신기’라 불릴 정도로 항서의 초반부터 천하통일까지 큰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었다.

“흐흐흐.”

키가 그리 크지 않고 무장답지 않게 몸이 동글동글한 청년이 날 보며 웃는다.

청년의 이름은 초강으로 초성에서 자란 무장이었다.

무명의 무장답게 무력은 높지 않지만 통솔이 무려 100을 찍는 신무장인 초강은 훈련의 달인이란 특기를 가졌다.

훈련의 달인이란 특기를 가진 무장을 등용하면, 병사를 빠르게 강군으로 훈련시킬 수 있기에 초반에 매우 중요한 무장이라 할 수 있다.

“간밤에 편히 주무셨습니까?”

초강의 옆에 있는 훤칠한 청년이 고개를 숙였다.

초강처럼 신무장인 신우현은 우직하고 신의를 아는 무장이었다.

무력 수치가 무려 100에 이르는 무장으로 다른 군주들의 무장들을 상대할 때 좋은 장수였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신우현이 없으면 초군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필수적인 장수랄까.

덕분에 신우현은 ‘항서의 사냥개’라 불렸다.

“드디어 오늘이군요.”신우현의 옆에 있는 음침한 사내의 이름은 장경이었다.

항서의 두뇌이자 독사라 불리는 장경은 군사보단 모사가 훨씬 어울렸다.

스스로도 군사라 칭하기보단 모사꾼이라 칭할 정도였다.

‘일단 삼신기는 그대로 가지고 시작하는구나.’

세 무장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 수많은 무장들을 만나고, 등용하게 될 테지만.

그들과 다르게 이 셋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 무장들이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세 무장의 등장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났다.

‘뭐, 그렇다고 편할 순 없겠지만.’

항서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세 장수였지만, 그들로 인해서 다양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천하통일 삼국지에서 신군주로 플레이할 당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세 무장의 자유분방함에 있었다.

‘조용히 사고치는 신우현, 사람이 좋아서 탈인 초강, 인간미가 없는 냉혈한이라 문제인 장경.’

이 셋이 앞으로 가져올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떠오르니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그들이 가져오는 사건들이 꼭 나쁜 건 아니었다.

‘해결만 잘하면, 능력 좋은 무장을 얻거나 쉽게 구하기 힘든 보물을 가져오니까.’

내가 항서로 천하통일을 완성한 것처럼 잘만 조율하면 되겠지.

애써 불안감을 털어내며 셋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로 왔어?”

내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뭐지? 항서가 이렇게 말하지 않는 건가?’

뭔가 실수한 걸까.

다시 불안해지려는 순간, 초강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정녕 모르는 거유?”

“어제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늘이 그 날일 확률이 높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요.”

“······.”

대놓고 핀잔을 주는 초강과 성격답게 직설적으로 나무라는 장경의 옆으로 신우현이 말 대신 못마땅한 눈빛을 보냈다.

‘가만, 오늘이 무슨 날이었더라.’

스스로도 아직 항서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오늘이 언제인지 어떻게 알겠나.

불순한 세 무장의 눈빛이 거슬렸지만, 그들은 또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곧 성주의 숨이 넘어갈 모양이유. 아침부터 성주의 처소가 소란스럽더군요.”

초강의 말에 그제여 내가 들어온 시점을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초성의 성주 자리를 넘겨받는 날인 모양이구나!’

신군주로 플레이하는 이들이 시작 지점은 초성의 성주로부터 성주의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시작 됐다.

‘다행이야, 아예 처음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돼.’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한 번의 선택이 플레이 난이도를 크게 좌우하는 천하통일 삼국지에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큰 이점이었다.

여전히 제게 향하는 세 무장의 못마땅한 눈빛을 애써 넘기며 대답했다.

“사람이 까먹을 수도 있는 거지. 성주께서 찾으시는 거냐?”

내 말에 장경이 서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예. 성주께서 오늘을 넘기 힘드시니, 결심을 굳힌 모양입니다.”

장경은 초성의 성주 금섭을 매우 싫어했다.

그의 무능함과 우유부단함이 초성의 백성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성이 우리의 것이라 할 수 없으니, 그런 말은 삼가도록 해.”

내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장경이 고개를 숙이며 자중할 뜻을 보였다.

장경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인 내가 초강과 신우현에게 말했다.

“가자. 성주께서 날 찾으셨다니, 서두르자.”

“흐흐흐. 이 초강이가 안내 하겠수, 오늘이 우리 주군이 성주가 되는 날이니.”

“후후.”

“경하 드립니다, 주군.”

조금 전, 내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는 세 무장의 모습에 혀를 차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후······할 수 있겠지?’

불안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 그게 전부였다.


*


“왔는가.”

병색이 완연한 모습의 금섭이었다.

창백하게 질린 안색과 얼굴 곳곳에 피어난 검버섯은 그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했다.

‘이제 고작 40대인데.’

얼핏 보면 노년의 나이로 보였지만, 금섭의 나이는 고작 마흔이었다.

삼국지 게임에서 보통 금섭은 존재감이 매우 미비한 존재였다.

다른 군주들로 플레이할 때도, 금섭은 길면 2년 짧으면 1년 안에 패망하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신군주를 플레이할 때, 금섭에게 양도받는 시나리오가 탄생한 배경이지 않을까.

“부디······나 대신 초의 백성들을 난세에서 지켜주시게.”

“반드시 그리할 것입니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차차 익숙해져야겠지.

지금의 나는 천하통일 삼국지의 신군주인 항서였으니까.

적어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까진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달라져야만 했다.

‘굳이 돌아가야 할까?’

문득 든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중요한 건.

‘반드시 살아남는다!’

서서히 호흡이 끊어지고 있는 금섭을 가만히 바라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금섭의 죽음은 익숙했다.

항서로 숱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가장 많이 본 게 금섭의 죽음이었지만.

지금은 의미가 달랐다.

아예 남 일로 여겼던 금섭의 죽음이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조금만 방심하고 잘못된 선택을 내릴 경우 자신도 금섭처럼 초라하게 죽게 될 테지.

“······.”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금섭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순간, 밖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전 성주의 장례를 정중하게 치를 것이다.”


슥.


문이 열리고 장경과 초강, 신우현이 기쁨을 애써 숨긴 채로 근엄한 얼굴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주군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감히 소란을 피우는 자들은 엄벌을 내릴 것이다. 이 점을 모두에게 똑똑히 알려.”

“맡겨두시오!! 이 초강이가 단단하게 기강을 잡겠수!!”

믿음직스러운 초강의 답변에 내 시선이 장경을 향했다.

“내가 성주에 취임하는 걸 반대하는 이들이 많겠지?”

“아무래도요. 무능했지만 사람은 좋지 않았습니까.”

기존의 군주도 마찬가지였지만, 신군주의 경우는 초반에 더 많은 선택지와 위기가 찾아왔다.

그 중에서도 성주로 취임한 후 내분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신군주의 플레이 노선이 달라질 정도로 중요했다.

‘다 죽일지, 아니면 적당히 살려둘지가 문제인데.’

머릿속으로 조금 더 이득이 되는 방안을 찾으며 우현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현은 그들이 움직일 경우를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

“충!!”

간단하게 할 일을 얘기하는 순간, 내 귓가로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하드립니다!! 금섭의 죽음과 함께 신군주가 되셨습니다. 새로운 군주의 탄생에 기존의 군주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그들은 신군주의 탄생에 대다수가 축하를 보내지만 몇몇은 반감을 품고 있습니다. 기존의 군주들 말고 다른 누군가 신군주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시스템의 말에 내 눈빛이 서늘해졌다.

기존의 군주들 말고 다른 누군가의 관심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그들은 천하통일 삼국지의 최종보스이자 빌런들.

기존의 삼국지 게임의 기본 모토는 군주들의 다툼이 주를 이뤘다면, 천하통일 삼국지는 확실한 악당들이 존재했다.

그들이 바로 제 3의 세력인 검은 장막 속의 그림자들이었다.


[검은 장막 속의 그림자들이 신군주에게 호기심을 보입니다. 그들은 신군주와 기꺼이 대업을 함께 이루기를 바랍니다. 그들과 함께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 역시 초반 내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선택지였다.

내분이 플레이 난이도를 결정한다면, 이 결정은 플레이어의 수명을 결정짓는 선택이었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여기서 YES를 택했다.

초기엔 검은 장막 속의 그림자들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고, 이후엔 그들과 함께 신군주의 극악인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게 함정이었다.

그들과 손을 잡으면 플레이 난이도는 초반엔 쉽지만 놈들의 장난감처럼 이용만 당하다가 천하 군웅들의 손에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엔딩이 찾아오니까.

나 역시 처음엔 놈들과 손을 잡았다가 제대로 피를 봤다.

비록 놈들이 강하다고 해도 그들도 제약이 있었다.

군주의 수가 다섯으로 줄기 전까지 직접 움직일 순 없으니, 내 선택은 하나였다.

“싫어.”


[검은 장막 속의 그림자들이 군주의 선택에 흥미를 보입니다. 이후 당신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되고 책임을 지게 됩니다. 부디 난세에서 살아남으시길 기원합니다.]


묘하게 불안했다.

마치 마지막인 듯 작별인사를 보낸 시스템이 점점 흐릿해 졌다.

‘아니겠지?’

애써 불안감을 삼키며 마음을 다스렸다.

“할 수 있다!! 해보자!!”



*


금섭의 장례가 끝났다.

5일 동안 치러진 금섭의 장례가 끝난 후 난 조촐한 취임식을 가졌다.

장경은 내심 내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왜, 할 말 있어?”

“당연히 있지요!”

기다렸다는 듯이 불만을 드러내는 장경의 곁으로 초강과 신우현도 슬그머니 다가왔다.

두 사람 역시 장경만큼은 아니어도, 이 상황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이건 대놓고 반기를 드러내겠다는 게 아닙니까?”

초강이 텅 빈 대전을 둘러보며 말했다.

“명만 내리시면, 당장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신우현이 굳은 표정으로 창을 움켜 쥐었다.

“진작 놈들을 잡아 족쳐야 했거늘!”

서슴없이 거친 언사를 내뱉는 장경이었다.

독사라는 불릴 만큼 냉혹한 장경은 문관답지 않게 성격이 거칠고 포악했다.

다만, 그 모든 게 주군인 날 위함이니 그 충심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잘 다루면 그만이야.’

초강이나 신우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수많은 사건사고를 가져올 그들을 잘 다루면, 더 안정적으로 천하통일의 기반을 이룰 수 있을 테니.

내 마음부터 단단히 단속함이 옳았다.

“놈들이 뭔가 꾸미는 모양인데, 이대로 지켜볼 거유?”

초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경의 두 눈이 살벌해졌다.

“굳이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어. 놈들이 움직이면 바로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

“하지만!”

“······.”

초강과 장경이 불만 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무시했다.

내가 먼저 움직이는 건, 앞으로 있을 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놈들이 움직이길 기다려야만 했다.

‘어차피 곧 움직일 거고.’

“주군은 기분 나쁘지 않으십니까?”

신우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날 반기진 않는 법이잖아? 억지로 인정받고 싶진 않아. 강요로 얻은 충성은 의미가 없으니까.”

“하긴.”

내 말을 이해하는 세 사람을 향해 웃었다.

“그렇다고 호구처럼 당해주겠다는 건 아니야. 놈들이 움직이면 확실하게 제압해, 명분. 명분만 손에 넣으란 소리야. 알았어?”

“명!!”

“옳은 방법이군요.”

“알겠습니다!!”

세 사람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과 함께 신군주 초반의 중요한 사건이 시작됐다.

금섭의 뒤를 이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이 일으킨 반역.

이들을 어떻게 제압하고 수습하느냐에 따라 성주의 자격을 증명하는 시험 무대였다.

‘지금까진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구나.’

여전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다.

다만, 전자라면 살아남기 위해서 내 손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아야한다는 건 안다.

“······.”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게임 속의 나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죽이면 그만이겠지만.

혹시라도 현실일 경우 내 선택 하나에 많은 게 달라지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결정될 텐데.

순간 찾아온 묵직함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빠르게 털어냈다.

‘멍청하긴.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해!’

그래, 지금은 눈앞의 사건에 집중할 때였기에 차분하게 호흡을 골랐다.

“가자.”

“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게임에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제 10화 23.06.01 41 3 12쪽
9 제 9화 23.05.31 48 1 12쪽
8 제 8화 23.05.30 42 1 12쪽
7 제 7화 23.05.29 56 2 13쪽
6 제 6화 23.05.27 64 3 12쪽
5 제 5화 23.05.26 80 1 12쪽
4 제 4화 23.05.25 99 2 13쪽
3 제 3화 23.05.25 101 2 13쪽
» 제 2화 23.05.24 152 4 13쪽
1 제 1화 +1 23.05.24 206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