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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마녀의 서고

에이든은 오늘도 용사를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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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마녀
작품등록일 :
2023.05.14 01:16
최근연재일 :
2023.08.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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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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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5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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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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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장. 가우론(2)

DUMMY

·········


콰직!


“와아, 놀래라.”


휘둘렀다.

가우론의 모래 인형을 만든 소녀의 정체가 릴리시아라고 확신한 시점에서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비록 쭈그려 앉아 있었고 소녀가 내 뒤에서 음흉하게 내려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허리 왼편에 차고 있는 검을 왼손으로 뽑아 거침없이 휘둘렀을 터다.


“너무한 짓을 하네. 난 아직 아저씨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


하지만 베지 못했다. 소녀의 목, 릴리시아의 목 앞까지 온 칼날이건만 조금도 생채기를 주지 못했다.


‘검에서 느껴지던 둔탁하고 강렬한 소리······.’


틀림없는 파열음이었다. 다만 이질적이었다. 금속에서 나는 소리도 그렇다고 생물에게서 날 법한 소리도 아니었다.


“······큭.”


릴리시아를 노린 검. 그 아래로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보이는 것이 알 수 없는 파열음까지 내면서 내 검을 잡은 것이었다.


“솔라······.”


“와아, 처음에 들었을 땐 긴가민가했는데 가우론의 말처럼 이것들의 정체를 알고 있군요?”


알다마다.

특히 릴리시아의 저 여린 몸뚱이를 지키면서 내 검을 막을 정도의 솔라라면 더 얘기가 다르다.


까득, 득.


내 검을 금방이라도 씹어 부술 듯 강하게 깨무는 솔라.

흉측한 이빨 하며 비대칭으로 일그러진 3개의 붉은 눈동자가 이형의 모습을 띠며 뛰쳐나온 걸 보면 이건 틀림없이 릴리시아의 그림자에서 최초로 탄생한 솔라인 ‘다무스’였다.


‘가우론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이 자세에서 꼼짝도 못 할 정도로 강하다.’


“······신기하네요, 이 검? 내 다무스가 깨무는데도 부서지지 않다니······?”


릴리시아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눈동자를 한 채 요리조리 내 검을 살폈다.


“성검? 아니 저주 같은 건가? 아니면 조율자의 수족이 쓰는 무기인 만큼 세상의 법칙에서 다소 어긋나 있나?”


“······.”


나는 한눈을 파는 그녀를 향해 이번에 단검을 뽑아 두개골은 가뿐히 깨부술 위력으로 던졌다.

이 또한 찰나와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아, 크라켄.”


캉!


“······?!”


그녀가 입술을 조곤하게 열면서 부른 이름에 따라 거대한 톱날검이 그림자에서 나와 단검을 튕겨냈다. 그리고 내 두 번째 공격을 알아채고 목격한 릴리시아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아직······, 난 아저씨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날 공격하는구나?”


그저 한없이 어리고 무구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경고야, 만약에 한 번 더 공격한다면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내 그림자들이 아저씨를 찢겨 죽일지도 몰라.”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건 정말로 경고였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태에서 저 흉측한 솔라들의 공격을 받는다면 일격에 죽진 않을지 몰라도 재기불능이 될 정도로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하나 물어도 될까?”


“······.”


릴리시아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내 당당한 태도에 흥미를 느낀 것일까? 아니면 내 뻔뻔함에 기가 막힌 것일까?

아마도 답은 후자일 것이다.


“······흐음, 좋아요. 조율자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있었으니 한 번 들어는 볼게요.”


다시 존대로 돌아왔지만, 그녀에게서 나온 그림자들이 일렁이며 내 주위를 정처 없이 맴도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분노, 경계 그리고 호기심, 기대 공존하는 탓인지 릴리시아의 감정에 따라 그림자들이 더욱 강렬하게 파도쳤다.


“내가 알던 릴리시아는 너처럼 어린 모습도 아니고 검은 머리칼도 아니었는데 지금 네 모습은 뭐지?”


게임 속에서 릴리시아는 보스였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보스 말이다.

그리고 외견도 달랐다. 그림자로 된 옷을 입고 거대한 낫을 들고 휘두르던 악마의 형상을 한 솔라의 여왕이었다.

그녀는 제 성안에서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설정대로 낫을 휘두를 때마다 성검도 견디기 힘든 공격들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덤으로 지금 그녀를 맴돌고 내 검을 막아낸 다무스와 크라켄도 동시에 참전해서 릴리시아와 함께 엄습하기까지 했다.

그녀가 최흉악 보스인 이유가 이런 것이다. 3페이즈, 한 번에 3 보스를 상대해야만 하는 극악의 난이도였다.


‘단 1년 사이에 그렇게 변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않은 거야.’


시간을 끌어야 했다. 어떻게든 이 위기에서 벗어날 틈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론 릴리시아를 쓰러트리긴 벅차다. 애초에 제대로 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땐 마왕에게 가기도 전에 릴리시아에게 죽은 적도 숱하게 많았으니······.

그땐 여러명이서 덤볐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와아, 조율자는 세상을 조율하는 만큼 사람의 운명도 안다더니 정말 사소할 뿐인 그런 것도 아는군요. 아저씨가 알고 있는 모습은 필시 미래의 제 모습이겠죠?”


릴리시아는 내 앞에 와 무릎을 굽혀 앉았다. 어린 소녀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턱을 괴며 내 눈을 깊이 들여다봤다.


“어떤 모습이었나요? 혹시 이랬나요?”


딱!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머리가 탈색되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양쪽 귀 위로 자수정 같은 뿔이 돋아났다.


“짠~”


개구지게 표현하며 자신을 뽐내는 릴리시아는 뿔이 생겼음에도 여전히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뿔 빼곤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걸.”


“엥······, 이게 본모습인데 미래엔 그렇게 달라져요? 얼마나 먼 미래길래 그래요?”


“글쎄, 지금보단 훨씬 성숙해진다고 말해두면 될까? 걷잡을 수도 없이 강해지지. 그것도 약 1년······ 뒤에.”


“······.”


릴리시아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1년······.”


그 얼굴, 알 것도 같았다. 그녀는 어렴풋이나만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린 소녀의 얼굴로도 저런 얼굴을 할 수 있다는 게 쓰라릴 정도로 사무친 그런 표정이었다.


“과연, 가우론 입장에선 눈에 불을 켜고 아저씨를 죽이려 했겠네요. 쓸데없는 걸 호기심 가지고 알려고 하니까. 항상 피해를 본다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과보호한다니까.”


소녀는 내 얼굴에 손을 뻗었다. 난 흠칫 놀랐지만 그 손을 피할 순 없었다. 어린 소녀가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여기서 더 강해진다니······,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나에겐 달갑지 않은 말이네요.”


“이성을 잃으니까······, 말이지?”


“아아, 아저씬 성가신데 눈치도 없네요.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내가 1년 뒤에 진짜 죽을 것 같잖아.”


“······.”


“누가 날 죽이나요?”


릴리시아는 여전히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조율자의 수족인 아저씨가 말할 정도니까······, 역시 용사쯤 되려나요?”


정답이다. 나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않았지만 내 표정만을 보곤 릴리시아는 단정지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쁘진 않네. 최악의 인생에서 그렇게 낭만적으로 죽는 것도······.”


그림자가 잔잔해졌다. 아니, 잔잔한 듯하면서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건 두려움, 공포와도 같은 감정을 보이는 것일까?


“······릴리시아.”


나는 그녀를 불렀다.


“네리우스 교단과는 무슨 관계지?”


나는 그녀의 감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곧장 두 번째 질문을 했다.

네리우스 교단은 마왕의 힘을 얻고자 하는 정신나간 숭배단체 중 하나였다. 그녀와 같은 마인인 이졸탄이 뒤에서 수작을 부렸고 그리고 가우론도 따라 이곳에서 함께 움직이기도 했다.

이졸탄은 몰라도 가우론은 언제나 릴리시아를 따르는 기사였다. 그렇다면 릴리시아의 생각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대체 무슨 속셈이 있기에 교단과 함께 하는가?

나는 이를 추궁하고자 물었다.


“······하하, 아저씬, 지금 보니 성가신 데다 눈치도 없고 상당히 짜증이 나네요.”


“······.”


릴리시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짜증을 내며 입꼬리를 내렸다.


“역시 조율자의 수족과 접촉하는 건 성가신 게 맞는 게 가우론의 말이 영 틀리진 않았어.”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그림자가 튀쳐나와 나를 덮쳤다.


“큭?!!”


“미안하지만 아저씨, 이다음 질문은 내가 해요. 그럼 질문이에요. 난 아직 아저씨를 믿지 못하겠으니까······, 한 번 증명해봐요.”


그림자가 나를 도심으로 집어 던졌다.

패링을 쓸 수 없었던 만큼 고스란히 건물 외벽을 뚫었고 그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크으, 악!! 진짜 말로 하면 안 되나.”


쿵!!


뒤이어 내가 날려 떨어진 건물이 흔들릴 만큼 큰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게 무엇인지 곧장 알 수밖에 없었다.


“취이이익.”


하늘높이 증기가 일며 거대한 거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하, 나 이 시발······.”


덩달아 그녀의 그림자들도 함께 말이다.


“좆같네.”



·········


캉!!!


거대한 검과 그보다 훨씬 작은 검이 부딪힌다.


“두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세 번은 없을 거다, 이번에야 말로 네놈은 죽을 거다.”


“큭!”


가우론의 공격을 여러 번 패링하고 있었지만 이 괴물 같은 리비메탈은 쉽사리 쓰러지지 않았다.


“상당히 소극적으로 변했군.”


그럴 수밖에······.

가우론에게 잡히면 패링이고 뭐고 없었다.

리플렉트 패링도 가우론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진 못했다. 더군다나······.


‘그림자, 솔라가 저 괴물을 휘감고 있어.’


다무스와 크라켄이었다. 아무래도 릴리시아가 가우론과 함께 보낸 모양이다.


“어이, 가우론. 네 공주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곧 죽을 놈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을 것 같군.”


“······.”


가우론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릴리시아는 냉랭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 기량을 평가 하기라도 하는 그 얼굴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네 공주님은 네가 죽어도 상관 없대냐?”


“말은 잘하는군.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요행도 한 두 번이다.”


그래, 요행은 한 두 번이지.


꽈악.


검을 세게 쥐었다.

핏발이 선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면서 옷소매가 찢어진다.

떠올려라. 그 용을 상대하던 때를······.

방심하지 마라. 상대는 내 기술의 약점을 알고 있는 강적이다.

죽여라.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맞서 싸워라.


“흡!”


캉!!!


검들이 맞부딪힌다.

바닥이 부서지고, 충격파로 인해 건물이 모래처럼 날아갔다.


“으음?!”


가우론의 아티팩트는 상대에게 맞춰서 모든 스탯이 못해도 2배 이상 강해진다. 기술로 그걸 파훼할 방법은 솔직히 내게 없었다.

그렇기에 가우론을 상대하는 건 언제나 까다로웠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보다 강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행, 그가 말한 요행으로 싸우는 것도 정말로 한 번쯤은 먹혀볼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순수한 힘으로만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흡!!”


가우론과 또 검을 맞부딪혔다.


“······.”


저돌적인 공격 태세에 살짝 주춤한 가우론이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힘으로 부딪히기만 할뿐인가? 별 거 없군.”


그가 손을 뻗어 내 검을 붙잡았다.


“이렇게 하면 아무런 방도가───?!!”


퍽!!!


가우론은 그렇게 나를 내리칠 심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우론, 네가 말했듯이 요행이 통하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검을 버렸──?!”


그랬다. 그가 붙잡은 내 검을 과감히 놓아 오히려 그가 뻗은 팔을 타고 올라 그의 머리를 맨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그의 어깨 위로 오른 지금 양손을 모아 그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악물어라.”


죽음을 각오한 일격을 예고하며 그를 내려다봤다.


“난 지금 내 힘을 제어하지 않고 있으니까.”


쿵!!!


지반째로 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가우론을 찌그러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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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6장. 가우론(3) 23.06.03 32 0 10쪽
» 6장. 가우론(2) 23.06.03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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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4장. 옐라(2) 23.05.24 4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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