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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백호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장진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은하]백호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6
최근연재일 :
2023.06.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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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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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2.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5일 차,

DUMMY

32.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5일 차,




1942년 11월 12일.

지난 나흘 동안, 우리 대대는 라 세니아 비행장에서 부상한 병사들을 치료하고, 상태가 좋지 않은 병사들은 후방에 대기 중인 병원선으로 후송을 보내면서 부대 정비를 하고 있었다.



“내일까지 영국군 제1 낙하산 여단으로 합류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여러 대의 갈비가 부러져서 옆구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에디슨 던컨 대대장의 말에, 지난 며칠 동안 정비를 핑계로 그나마 조금 쉴 수 있었던 장교들은 이제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대대장님. 그럼, 앞으로도 우리 부대 지휘는 영국 제1 낙하산 여단장의 지휘를 받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고, 이번에는 아무래도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같이 전해진 정보에 따르면 독일군이 벌써 튀니지에 상륙한 모양이다.”


“.....”


“아직 부대 규모까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상륙한 독일군은 대략 5,000명에서 7,000명 사이라고 한다.”


“그럼, 아군도 독일군이 튀니지의 요충지를 먼저 차지하기 전에 서둘러서 움직여야겠군요?”


“그래. 그래서 사령부에서 내일 당장 이동하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다들 오늘 밤 안으로, 이동 준비를 모두 끝내라. 내일 아침에 바로 이동한다.”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지휘부에서 전해준 정보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부정확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인 독일군이 정확히 어디에 상륙했고, 어디로 움직이고 있으며, 어느 정도 규모고, 장비는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무것도 없는 그저 그런 두리뭉실한 정보였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정보망을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제대로 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한번 겪어봤지 않은가? 두 번 다시는 눈뜬장님이 되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


대대장의 브리핑을 듣고 나온 나는 밀러 소위한테 부대 이동 준비를 하라고 시키고, 서둘러서 지프를 몰고 오랑 시내로 나왔다.



“중대장님, 내일 아침에 부대 이동이라고 하는데, 어디를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겁니까?”


“선임하사. 부대 이동 전에, 꼭 들려봐야 할 곳이 있어서 그러니까, 선임하사는 로드리게스 상병하고 같이 주변 경계를 좀 해줘.”


“중대장님. 여기는 알제리의 오랑입니다. 혹시 오랑에 아는 분이라도 계십니까?”


“그래, 있다. 급한 일이니까 가서 보면 안다.”


“예, 알겠습니다.”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서 한창 이동 준비하고 있던 풀럼리 중사와 로드리게스 상병을 데리고 내가 향한 곳은 오랑 시장의 한 과일 가게였다.


아버지가 1925년에 설립한 ICWA(Institute of Current World Affairs. 시사 문제 연구소)는 국가, 지역 및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의 젊은 전문가를 해외로 파견해서 국제 문화와 문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미국인들의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었다.


아버지는 주로 미국인 연구자를 파견했지만, 나는 1937년 암호를 해독한 후로는 현지인을 고용해서 자신들의 눈으로 자신들의 문화와 사회를 관찰하도록 만들었다.

사실상 이것은 내가 만든 일종의 정보 조직이었다.


‘그때 내가 고용한 연구자 중의 한 명이 현재 튀니지에 살고 있다. 지금 나는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만수르의 집.

‘승리를 거둔’이라는 뜻을 가진 아랍에서는 흔한 이름인 만수르의 과일 가게였다.

만수르의 집이라는 과일 가게는 이곳뿐만 아니라 모로코와 튀니지의 주요 도시의 시장에는 어디에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미군들이시네요? 어떤 과일이 필요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과일은 아무거나 대충 좀 싸주시고, 만수르 씨한테 시카고에서 친구가 왔다고 전해주십시오.”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던 과일 가게 주인은 내 말을 듣고는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만수르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서 시카고에서 오셨다고요?”


“예. 1937년 이후로는, 내가 통 보지를 못해서 지나가는 길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들렸습니다.”


시카고에서 찾아왔다는 말과 1937년부터 보지 못했다는 말이 접선 암호였다.

두 번째 암호까지 들은 과일 가게 주인은 그제야 표정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럼, 과일과 함께 준비해 뒀던 선물을 전해드릴까요?”


“예, 그래 주십시오. 그리고 혹시 튀니지에서 수입한 과일은 없습니까?”


“아이고, 이런···. 우리 가게에서는 알제리에서 생산된 과일만 팝니다. 튀니지산 과일은 튀니지에 가서 사셔야만 할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한꺼번에 사면 좋을 텐데···. 아쉽군요. 혹시, 튀니지 국경에서는 받을 수 있을까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약속이 그랬으니까요. 그건 튀니지에 사는 분하고 이야기를 따로 하셔야 할 겁니다.”


과일 가게 입구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로드리게스 상병과 풀럼리 중사는 나와 과일 가게 주인의 대화를 들으면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둘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그럼, 아쉽지만 알제리산 과일이라도 좀 싸주십시오.”


“몇 명분이나 싸드릴까요?”


“적당히 알아서 주십시오.”


“예,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대답을 마친 과일 가게 주인은 창고로 가는 것처럼 사람들한테 위장하고, 그동안 수집해 놨던 정보를 가지러 갔다.

그리고, 몇 개의 과일 상자와 함께 정보가 가득 적힌 서류를 넘겨줬다.



“자, 여기 있습니다. 손님께서는 차를 가져오셨으니까 과일을 따로 배달해 드릴 필요는 없겠죠?”


“예. 그건 걱정하지 말고, 튀니지에 있는 친구한테 내일모레 국경에서 한번 보자고 전해 줄 수 있겠습니까?”


“튀니지의 만수르에게요?”


“예, 내가 제일 필요한 과일은 튀니지산 과일이거든요. 어떻게 연락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음···. 오랜만에 친구 얼굴을 보고 싶으시다는데, 그 정도 연락은 해드려야지 않겠습니까? 손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만 연락하면 되겠습니까?”


“예, 가능하시다면 ‘친구야. 1937년, 친구가 내일모레 국경으로 너를 보러 간다. 올 때, 과일 좀 가져와라.’ 이렇게 연락을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연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몸 건강히 지내십시오.”


“아···. 예···.”


내가 만수르의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자, 과일 가게 주인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둘러서 문을 닫고 어디론가로 급하게 사라졌다.


* * *


부대로 복귀한 나는 부대 내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소대장 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밀러 소위를 호출했다.



“밀러 소위는 내가 어떤 집안의 사람인 줄 잘 아니까, 내 인맥이 어느 정도인 줄은 알지?”


“예, 중대장님. 저야 시카고 출신이니까 중대장님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자. 이걸 한번 봐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령부에서 보내주는 정보가 너무 허접한 것 같아서, 아는 지인을 통해서 따로 입수한 정보다.”


내가 만수르의 집에서 가져온 서류를 넘겨주면서 같이 분석해볼 것을 제안하자, 밀러 소위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뭐, 그렇다고 특별한 정보들은 아니다. 그냥 알제리 지역의 평균 날씨하고, 중요한 오아시스와 지하 우물들, 그리고 주요 교통로와 우회로 정도들이다.”


“네···?! 아니, 그 정도면 작전에 필요한 것, 전부가 아닙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지. 적군의 규모나 동향, 그리고 이동사항 같은 필수 사항들은 빠져 있으니까.”


“에이···. 아무리 중대장님이 인맥이 넓으시다고 해도, 그런 군사 정보까지 구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이 정도만 해도 우리한테는 엄청나게 귀중한 정보죠.”


“그래? 그럼, 어디 한번 같이 살펴볼까? 일단, 기본적인 것들을 숙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작전에 들어가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분명할 테니까 한번 살펴보자고.”


“예, 중대장님. 그럼 우선적으로 교통로부터 살피시죠?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주요 교통로부터 파악해보자고.”


정보를 한참 확인하던 밀러 소위가 한숨을 쉬었다.



“아휴···. 이럼, 뭐···.”


“특별한 기동로를 찾을 수가 없지?”


“예, 해안 도로와 철도를 제외하고는 움직일만한 길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북아프리카의 특징이지. 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럴까?”


“혹시···. 중대장님께선 다른 이동로를 알고 계십니까?”


“그래. 내가 아는 길들은 대규모 기동로까지는 아니고, 소수 병력이 침투할 경로나 우회할 경로 정도가 맞겠다.”


“네! 정말이십니까?”


“예전에 카사블랑카에서부터 북아프리카 해안을 따라서 알렉산드리아까지 여행했던 적이 있었거든. 그때 친해진 베르베르인이 한 명이 있었다.”


“그럼, 중대장님. 우리 정도의 크기의 부대는 충분히 이용이 가능···.”


1937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북아프리카 일대와 유럽의 프랑스, 네덜란드 등지를 여행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했었지. 그때 내가 지금과 같은 군사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그런데, 한참 좋아서, 뛸 듯이 기뻐하던 밀러 소위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기뻐하던 모습이 이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왜?”


“생각해보니까 알제리의 비행장을 점령하는 것은 튀니지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들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튀니지와 관련된 정보는 우리가 튀니지 국경 근처로 이동했을 때, 받기로 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알제리에 대한 주요 정보를 빨리 분석을 해놓자.”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다시 얼굴색이 돌아온 밀러 소위는 내가 가져온 정보들을 열심히 분석해서 우리 중대만이라도 최대한 안전하게 이동할 방법을 찾아냈다.


‘진짜 한심하다. 우리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준비가 부족한 나라였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1939년에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했을 때, 정말로 만약을 대비해서 전쟁을 준비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 미국은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을 남의 집안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일단 전 국민에 대한 징집령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루스벨트 대통령 스스로가 3선 공약으로 유럽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의심을 살만한 일을 벌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말은 그렇게 했더라도 조금만 더 대비했더라면···. 하긴, 우리 미국에는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쓸만한 경험과 인재가 없었던 건가?’



“저···. 중대장님. 분석한 정보들은 대대 전체와 공유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는 하나의 팀인데, 우리 중대만 살겠다고 정보를 감출 생각 따위는 없다.”


“혹시, 그렇게 하셨다가 괜한 오해라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뭐···. 밀러 소위와 야버러 소령님이 정보의 출처를 보증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대대장님한테는 쉽게 넘어가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일단 상황이 급박해진다면, 살고는 봐야 할 것이 아니겠나?”


“그렇죠. 일단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죠. 살아남는 것이···.”


나와 밀러 소위가 알제리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있을 때, 뉴욕에서는 나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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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나는 그따위 예언을 믿는 여러분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됩니다. +5 23.06.17 316 8 12쪽
38 38. 마이크 아저씨! 그래서, 어떡하자고요? +1 23.06.15 235 6 12쪽
37 37. 진짜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1 23.06.14 226 6 14쪽
36 36. 누구나 핑계는 있다. +1 23.06.13 241 7 12쪽
35 35.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1 23.06.12 271 6 13쪽
34 34. 내 이럴 줄 알았다. +1 23.06.11 280 10 12쪽
33 33. 지노는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데? +1 23.06.10 311 7 16쪽
» 32.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5일 차, +1 23.06.09 333 8 12쪽
31 31.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1일 차, 오전···. +1 23.06.08 306 8 12쪽
30 30.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1일 차, 아침···. +1 23.06.07 305 7 12쪽
29 29.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1일 차, 새벽···. +1 23.06.06 321 8 10쪽
28 28. 횃불 작전(Operation Torch) 1일 차. +1 23.06.05 37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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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대위님도 나랑 하고 싶으세요? 23.05.27 460 9 13쪽
18 18. 내 아들, 지노를 잘 부탁합니다. 23.05.26 41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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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앞으로 100일밖에 안 남았는데···. 하필이면···. 23.05.21 542 9 10쪽
12 12. 시카고 시티즌 은행. 23.05.20 536 10 12쪽
11 11. 미치도록 부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23.05.19 567 9 10쪽
10 10. 내가 돈을 어떻게 번 줄 아세요? 23.05.18 643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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