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웰브 님의 서재입니다.

신들 권능 유물 다 내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트웰브
작품등록일 :
2023.06.20 01:27
최근연재일 :
2023.07.16 10: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0,932
추천수 :
924
글자수 :
143,453

작성
23.06.30 10:00
조회
1,290
추천
32
글자
11쪽

13.

DUMMY

강철수는 헌터등급판정소에 바로 예약이 되었다고 알려왔다.


- 형님! 이번에 제가 힘좀 썼습니다! 이런 거 좀 기억해주시면 좋은데...하하!


역시 인맥이 워낙 넓은지라, 이런 것도 한번에 가능했다.


“그래, 생각해볼게!”


그가 원하는 것은 수수료를 좀 더 많이 챙겨달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즉답을 피했다.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가장 끈끈한 근거가 된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지금 확답할 필요는 없었다.


- 헌터등급판정소 강남지부에 가시면 됩니다! 이미 다 손 써놨으니 바로 될 겁니다.


“오케이!”


나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헌터등급판정소 강남지부로 향했다.

강남지부에 들어서자, 안내직원이 나를 보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혹시 예약하셨나요?”


“네. 최진혁이라는 이름으로 예약이 됐을 겁니다.”


“아...그 분이시구나.”


여직원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정 과장님이 말씀하신 분 같은데...저쪽으로 가시면 될 거에요.”


내 차림새를 보고 적잖이 선입견을 가지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곳은 온갖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강남.

헐렁한 츄리닝에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온 내가 달갑지는 않겠지.

꼴에 낙하산까지 탔으니 여직원도 내가 웃길 것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번호표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번호표는 일반적인 흰색 바탕의 대기표와는 달리, 파란색 종이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번호표 확인하겠습니다.”


안쪽의 직원도 파란색 번호표를 보더니 나를 아래 위로 훑었다.

아마 이 정도 되는 번호표를 받으려면 돈으로 바르거나 해야 할 텐데 내 복색이 너무 뒤떨어졌으니 그런 반응도 당연하다 싶었다.

그는 내 인적사항을 검색해 보더니 말했다.


“최진혁씨, 몇년 전에 F급으로 판정을 받으셨네요?”


감히 F급 따위가 여길 낙하산까지 타고 들어왔냐? 라는 감정이 확실하게 담긴 물음이었다.


“F급은 재판정 받으면 안됩니까?”


나는 태연히 대꾸했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요...굳이 받으실 필요도 없는 게 크흠, 뭐 사실인지라...”


F급은 헌터 등급에서 최하급.

그래서 직원은 그런 멘트를 던진 것이다.

F급은 갱생불가의 등급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예 성장과 발전이 없는 등급이다.

그것은 전세계적으로 똑같았다.

연구결과도 그랬고,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

오죽하면 F급 각성자는 비각성자보다 못한 인생막장이라고 불릴까.

비각성자는 언젠가 각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 이미 낙인이 찍힌 F급 각성자는 그마저도 없으니까.


“말씀 재밌게 하시네요. 저는 등급이 오를 확률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그건 제 주관적인 얘기가 아니라, 수많은 연구에서도 증명이 되었고...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나는 씩 웃었다.

이 사람이 뭘 모르네.

세상에는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


“아, 김 주임! 무슨 일이야?”


그때 누군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사십 대 중반의 사내가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과장님. 그게 아니라...”


아마 사내가 정 과장인가 보다.

그는 내 손에 들린 번호표를 보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좀 준비해줘! 강 대리가 얼마나 부탁한 일인데!”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역시는 역시였다.

부탁해서 들어주긴 했는데, 겨우 F급 따위의 재판정이라니...라는 듯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가득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주임도 그의 표정을 눈치채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이런 골치아픈 일은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겠지.


“예...알겠습니다! 자, 판정실로 들어가시죠.”


“네.”


나는 여유 있게 걸어 판정실로 들어갔다.

몇년 전에는 이 판정실로 들어가면서 온갖 잡념이 가득했었다.

걱정 반, 기대 반...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을 겨우 눌러가며 들어갔던 판정실이었다.

결국 그 결과에 절망을 해야 했지만...


- 자, 최진혁씨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저번에도 해보셨죠?


“네.”


게이트 시대가 열리고 초창기에는 홀로그램을 띄워 가상전투를 실행함으로써 등급을 측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수한 파장을 뿜어내 헌터들의 등급이 정확하게 측정되도록 기술이 발달했으니까.

그래서 훨씬 편해졌지만 고요함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훨씬 더했다.


지이잉-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오히려, 등급측정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었다.

그건 내 몸이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마치 무한의 힘이 내 몸 속에 잠들어 있는 듯한 느낌.

곧 약간의 자극만 주어져도 그 힘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올 듯한 강력한 느낌.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대하고 완전한 힘 속에서 노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으니까.


삐이이이-


그때, 갑자기 경고음이 미친 듯 울렸다.


‘음?’


변수다.

등급측정시에 이런 경고음이 울린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아니, 왜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는 거야?


- 과장님! 기계가 고장난 것 같습니다! 이상한 데이터가...

- 뭐? 다시 확인 해봐! 이게 말이 되ㄴ...


갑자기 마이크가 꺼졌다.

저 너머 판독실을 보니 직원들이 놀라서 부산하게 움직이는게 보였다.


‘고장났나?’


판정기가 고장났나 보다.

아, 김이 팍 새네.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하필 오늘 고장이 나다니!

잠시 실망한 채로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기계가 고장났으면 엔지니어가 오던지 뭘하던지 해야 되는데...


‘뭐냐?’


왜 갑자기 높아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판독실로 몰려드는 거지?

엔지니어는커녕, 깔끔한 수트에 사회적 지위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판독실로 몰려드는 게 보였다.


‘얼씨구?’


그런데 더 웃기는 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전혀 의외의 인물이 판독실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저 사람 뭐야? 헌터관리부의 오세종 차관?’


아니,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왜 헌터관리부의 오세종 차관까지 이곳에 온 거지?

나는 기계 하나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건 뭔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게 맞았다.

헌터나 게이트에 관해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세종 차관이다.

국내 제일의 헌터 전문가라 불리는 오세종이 나를 바라보며 묘한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마치 이건...


‘뭐냐? 땅 파다가 엄청난 국보급 문화재를 발굴한 표정인데?’


그 표정은 오세종 차관에서 시작해서 판독실의 모든 사람에게 퍼져나갔다.

특히 정 과장이나 김 주임은 아예 사색이 되어 있었다.


- 최진혁씨. 다시 한 번 판정을 시작하겠습니다. 편안하게 마음 가지시고 계세요. 금방 끝날 겁니다.


마이크를, 오세종 차관이 직접 잡고 있었다.

아, 이거 엄청난 일이 벌어지겠구나.

나는 바로 직감했다.

고개를 끄덕이자, 판정기가 다시 작동했다.


지이잉-


수많은 빛이 나를 훑었고, 잠시 후 판독실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그들을 내리누르는 듯 보였다. 공기에 질량이 있다면 아마 태산만한 공기압이 그들을 아무 말도 못하도록 누르는 모양새.


- 후우...


한참이 지나 오세종 차관이 입을 열었다.


- 최진혁씨. 잠시 자리를 옮겨도 되겠습니까? 헌터관리부의 판정기로 다시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는 내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 어서 모시게.


그의 한 마디에, 수트를 입은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내게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


“모시겠습니다.”


모시겠습니다?

극존칭을 쓰는 사내의 표정을 보니, 솔직히 말하면 그도 담담한 게 아니었다.

목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흥분한 것은 마찬가지.

도대체 무슨 결과가 나왔기에...?


“그러시죠.”


하지만 모시겠다니 모셔줄 수밖에.

나는 사내를 따라 바깥으로 나갔고, 그런 나를 따라 수많은 인사들이 우르르 나왔다.

짐꾼으로서 일을 할 때, 시간을 때울 일이 뉴스를 보는 것이다 보니 그 중 수많은 인사들의 얼굴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엄청난 존재들...

오세종 차관도 놀랍지만, 국내 최고의 길드인 태양 길드의 마스터에 국방부 차관, 국내의 석학들...


“자,타십시오.”


최고급 세단의 뒷문이 열렸고 나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내가 차에 타자 세단은 미끄러지듯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언제 붙었는지, 경찰 오토바이 네 대가 세단을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아니, 결과를 좀 말해주면 좋겠는데? S급이야? 아닌데...S급 정도로 이런 호위를 받는다고? 그리고 애초에 차관급 인사가 올 리도 없는데? 뭐냐? 혹시 F등급도 아니고 G등급 이런 건 아닌가?’


도대체 무슨 결과가 나왔기에 이러는 것일까.


“도착했습니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세단은 헌터관리부의 본청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세계 최고 등급의 판정기가 설치되어 있다.


“앞장 서겠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사내는 바로 나를 판정실로 안내했다.

헌터등급판정소 강남지부의 판정실과는 완전히 다른, 매우 고급스러운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서 판정을 받는다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시설.


“판정실로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예...”


굳이 결과가 어땠느니 물어봐야 어차피 제대로 대답도 못 들을 듯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판정실로 들어섰다.

뭐든 여기서 판정을 받아야 확실해질 테니까.


- 자, 최진혁씨.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앉아 계십시오.


이번에도 오세종 차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참 이례적이다.

뼛속까지 학자라서 그럴까, 아니면 이 사안이 중차대해서 그런 것일까.

아무튼 별 일이다.


지이잉-


세계 최고 기술로 만들어진 판정기가 작동되었고, 잠시 후 판독실에 붉은 등이 점멸했다.

역시, 기계 고장은 아닌 듯했다.

한참 후, 오세종 차관이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 최진혁씨.


“네.”


- 몇 번을 다시 확인을 했지만...결과가 같군요...음...


불안하게 왜 말을 안해?


-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후, 이건 정말 믿기 어려운데...


오세종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 최진혁씨는 등급이 없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등급이 없다니?

아니, F등급도 아니란 얘기야?

그냥 비각성자라는 뜻인가?


-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그때 오세종 차관의 말이 이어졌다.


- 현재의 판정 기술로는 최진혁씨의 등급을 판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라고 말씀드리는 게 맞겠군요. 그러니까 최진혁씨는...


‘...뭐?’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그런 것도 있어?

아니,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로 분류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로 말입니다.


“어나더...레벨요?”


- 네. 최진혁씨는 현존 최고 등급인 SSS급의 수치를 한참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쿵-


나는 가슴 속의 무언가 묵직하게 떨어졌다.

어나더 레벨.

다섯 글자가, 내 심장을 거칠게 뛰게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들 권능 유물 다 내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오늘 연재는 저녁 9시 경 될 것 같아요 +2 23.07.17 68 0 -
공지 우리집 뒷방은 올림포스->신글 권능 유물 다 내꺼로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23.07.10 33 0 -
공지 후원금 정말 감사합니다!! 23.07.04 570 0 -
28 28. +2 23.07.16 538 21 12쪽
27 27. +2 23.07.15 526 20 12쪽
26 26. +2 23.07.15 644 22 11쪽
25 25. +2 23.07.13 728 27 11쪽
24 24. +1 23.07.12 850 25 11쪽
23 23. +1 23.07.11 941 26 10쪽
22 22. +4 23.07.10 994 28 11쪽
21 21. +1 23.07.08 1,024 27 12쪽
20 20. 23.07.07 1,034 25 11쪽
19 19. +1 23.07.06 1,096 27 10쪽
18 18. 23.07.05 1,125 33 11쪽
17 17. 23.07.04 1,149 27 11쪽
16 16. 23.07.03 1,181 32 11쪽
15 15. 23.07.02 1,234 31 12쪽
14 14. +1 23.07.01 1,263 32 12쪽
» 13. +1 23.06.30 1,291 32 11쪽
12 12. 23.06.29 1,328 29 11쪽
11 11. 23.06.27 1,477 33 12쪽
10 10. 23.06.26 1,645 38 11쪽
9 9. +1 23.06.25 1,752 36 12쪽
8 8. 23.06.25 1,826 35 12쪽
7 7. 23.06.24 1,949 37 11쪽
6 6. 23.06.23 1,986 39 11쪽
5 5. 23.06.22 2,122 43 11쪽
4 4. 23.06.22 2,257 40 11쪽
3 3. 23.06.21 2,559 44 11쪽
2 2. +1 23.06.20 2,969 5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