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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용

앞점멸 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윤코
그림/삽화
세씨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9
최근연재일 :
2021.10.12 16:08
연재수 :
230 회
조회수 :
139,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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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5
글자수 :
1,57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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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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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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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28쪽

고해성사

DUMMY

장군은 혈기의 손에 쥐어짜이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허공을 가로질러 론멕에게로 향했고,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그녀를 내려다본 뒤로는 그만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그녀의 미소에는 인간으로서의 결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존재였다. 드워프 장군은 그것을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했다.


잠자는 불행을 건드린 대가는 수많은 죽음이었다. 그 죽음 속에서 론멕은 과거의 잔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혈기의 손을 더욱 거세게 옥죄며 입을 열었다.


“네가 인커스 님을 어떻게 아는 건데?”

“크어어윽! 어으윽!”


장군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본 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그들을 우수에 찬 눈으로 지켜보던 론멕은 떨리는 손을 펼쳐 주술을 외웠다.


“어딜? <억압의 사슬>!”


부서진 길 위에 피어오르듯 솟아난 핏빛 쇠사슬이 그들에게로 향했다. 그것은 뱀처럼 그들의 팔다리를 휘감았고, 론멕이 주먹을 쥠과 동시에 그들을 주술의 시작점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쇠사슬이 절그럭거리는 소리. 붙잡을 거리를 찾아 부질없이 팔을 허우적대는 난쟁이들의 돌길을 긁는 소리와 공포에 질린 비명.


일련의 소리가 울려 퍼진 이후 그들은 원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한데 모인 그들이 쇠사슬을 끊으려 망치질과 도끼질을 하는 사이에, 론멕은 흡족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핏빛 오망성을 펼쳐 들었다.


“자. 이제부터 내가 너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거야. <거짓말은 이제 그만>!”

“크어흐으윽! 카학!”

“말 그대로, 거짓말은 하지 말아 줬으면 해. 내 말 알아들었지?”


심문 주술의 혈기가 장군을 휘어 감았고, 오망성의 광채는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최후를 직감한 난쟁이는 입을 우물거리며 입안에 무엇인가를 모았고, 이내 그것을 뱉어냈다.


“카아악! 퉷!”


론멕은 그녀의 볼에 떨어진 진득한 피가래를 손으로 감쌌다. 눈 밑에서 주욱 늘어지는 피와 침의 실을 묵묵히 바라보던 그녀가 한데 모인 병사들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아까운 피를 그렇게 낭비하면 쓰나?”

“쿨럭! 쿨럭!”

“참 많은 사람들이 이 피가 모자라서 죽어야만 했는데 말이야. <궁극 파괴의 구체>!”


점으로 응축된 혈기가 속이 빈 구로 확장되며 섬뜩하고도 기묘한 소리를 냈다. 머지않아 완성된 검은 구체의 표면은 미세한 톱날이 쉴 새 없이 그 배치를 바꾸며 햇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난쟁이 병사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그 불길한 구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다리 없는 시체와 돌길을 삼키며 요동치자 그들은 이 주술이 무엇을 위함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으허어!으허으이익!”

“그만!! 멈춰!!!”


그들은 땅을 짚으며 구체로부터 멀어졌지만, 핏빛 쇠사슬이 그것을 저지했다. 그들은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 앞에 실성한 채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쇠사슬을 내리찍었다.


“잘 들어 장군님.”


한 손으로는 혈기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는 파괴의 구체를 조종하던 론멕이 장군에게 말했다.


“네가 방금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마다 네 병사 하나를 죽일 거야.”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두 명일 수도 있고. 셋이 될 수도 있고. 아무튼 나는 저걸 조금씩 전진시킬 거고, 저거에 닿은 놈들은 지 몸이 사라져 가는 걸 눈 뜨고 지켜 보면서, 생살을 찢는 고통 속에 죽어갈 테지.”

“···”

“자. 그러니 우리 다시 대화란 걸 해 보자. 현명한 자와 하는 빠른 대화를. 그것도 지금 당장.”


장군은 떨리는 눈으로 한 데 묶인 부하들과 그들에게로 다가가는 검은 구체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앞에서, 손의 형상을 잡아끌어 코앞에서 장군의 얼굴을 마주한 론멕이 퀭한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인커스 님을 알아?”

“지옥에나··· 떨어져라··· 브레이브본···”


장군의 투구는 벗겨져 땅에 뒹군 지가 오래였다. 울컥울컥 솟아나는 피와 함께 실실거린 그가 말했다.


“주안 브레이브본을 죽이니··· 넬포 브레이브본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는 론멕 브레이브본이로군···”

“···”

“네 선대가 비참하게··· 고통스럽게··· 그리고 의미 없이 죽었기를··· 쿨럭 쿨럭!”


론멕은 아무 표정도 짓질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알겠다는 듯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밀어내듯 서서히 손바닥을 뻗었다.


그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찢어지는 비명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부서진 돌길 위에는 찐득한 핏방울 무더기가 갈려 나간 갑옷의 파편과 함께 흩뿌려졌다.


그것을 듣고 본 장군의 눈동자에는 동요가 일었다. 점점 거칠어지는 그의 숨결이 혈기의 손으로부터 론멕에게 전해져 왔다. 그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론멕은 손의 형상을 비틀어 그의 고개를 바로 세우고는 말했다.


“맞는 말이야. 하나도 빠짐없이 맞는 말이야.”


난쟁이로서는 이 여인의 감정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퀭한 눈을 휘둥그레 뜬 모습은 그녀가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고, 동시에 분노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오묘한 표정과는 다르게, 그녀의 귀와 꼬리, 그리고 오망성이 그려지지 않은 왼쪽 손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며 확실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분노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스승님께선 비참하게, 고통스럽게,, 그리고 의미 없이 돌아가셨지.”

“···”

“그리고, 네 말이 맞아. 나는 분명 지옥 갈 거야. 그야···”


론멕은 다시 한번 손바닥을 들이밀고는 말했다.


“난 이미 지옥에 맹세한 몸이거든?”

“키에아아아아아아악!!!”


연이어 들려온 비명, 전보다 조금 더 거칠어진 구체의 파괴에 론멕의 신발을 물들일 정도로 멀리 튀어 오른 피 분수.


아연실색한 장군은 질끈 눈을 감았지만, 그에 반해 론멕은 고개를 돌린 채 난쟁이 하나가 구체에 집어 삼켜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튕겨 나간 내장 덩어리가 철벅 철벅 땅으로 떨어짐과 동시에 그녀의 귀 또한 같이 움찔거렸다. 주먹을 쥐어 구체를 멈춰 세운 그녀가 턱이 사라져 반쯤 남은 드워프의 머리통을 바라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고는 말했다.


“저건 누구였을까?”

“크윽··· 으으윽···”

“나야 뭐 일단은 사람이니까. 너희 드워프들은 정말 다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된다고. 다만 방금 죽은 저 난쟁이는···”


장군에게로 홱 고개돌린 그녀가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처럼 붉은 머리를 갖고 있던데, 저게 누구인지 혹시 기억해?”

“으으··· 으으으으···”

“그런 난쟁이는 없는 거야? 그럼 그냥 머리카락이 피에 젖은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너는 동요하고 있거든. 방금 저건 틀림없이 네게 소중한 사람이었을 거야.”


론멕은 이제 슬픈 표정이 되어 있었다. 파도치듯 넘실거리는 감정에 일관성이란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주무르며 울상을 지었지만, 말라버린 눈물샘에는 조금의 습기조차 배어나오질 않았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거야. 누군가의 친구였고, 누가의 동료였겠지. 누군가의 연인이었을지도 몰라! 이제는 아무 의미 없는 살덩어리가 됐을 뿐이지만···”

“쿨럭··· 쿨럭··· 으으윽···”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마. 너는 오히려 기뻐해야 해. 네겐 아직 살릴 부하들이 많이 남아 있잖아? 네겐 기회가 있어.”


그녀는 서서히 손을 밀었다. 그러자 구체 또한 서서히 움직였다. 장군은 눈을 질끈 감았고, 론멕은 눈가죽이 찢어질세라 크게 눈을 떠올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불행을 피할 기회가.”

“···대장장이!”


장군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론멕은 그 즉시 구체를 멈추었다. 울음 섞인 난쟁이들의 신음이 만드는 불협화음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흐느끼기 시작한 장군이 말했다.


“대장간에서··· 우리의 기술을 훔쳐 간 대장장이··· 기술은 우리의 영혼··· 지저성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것···”


론멕은 그제야 미소지으며 쫑긋이는 귀를 기울였다. 헉헉대며 숨을 고른 난쟁이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옛 일이라··· 우리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그 사람은 서약을 했을 것이다··· 견습 대장장이로 입문하는 대신 지저성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그런 서약을···”

“···”

“중앙 광장에 시체가 되어 걸려 있어야 하는데··· 그는 너처럼 피의 주술을 다뤘다··· 그의 팔은 우리의 선대가 행한 최선이었고··· 그가 가지고 나간 블랙미스릴은 선대의 과오였지···”


얼굴이 피로 물든 채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피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것만 같았다. 구체를 마주한 부하들보다도 더욱 공포에 질려 론멕을 내려다본 그가 한참을 쿨럭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은 오직 왕의 모루를 위한 것···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고 단단한 금속··· 그것 또한 우리의 보물이었다··· 그는 우리의 보물을 훔쳐 간···”

“내가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환하게 빛나는 심문 주술의 광채를 묵묵히 지켜보던 론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정말 그것뿐이야? 그분의 팔을 자른 이유가 고작 네놈들의 기술을 익히고 쇠붙이 좀 훔쳐서 그런 거라고?”

“고작 기술과 쇠붙이가 아니다. 그것은 난쟁이의 영혼이자 의지다. 인커스는 비밀을 상처입히고, 우리 왕국의 법을 어긴 반역자다.”

“브레이브본도 마찬가지겠고 말이야. 그렇지?”


장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모두 쥐어 짜냈다는 사실을 론멕은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녀는 푹 한숨을 쉬며 손바닥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자비 없이 전진한 구체는 난쟁이 병사들이 채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들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렸다.


피로 가득 물든 돌길에는 구체가 전진한 흔적만이 남았다. 장군이 경악을 하며 그 참상을 돌아본 사이에, 론멕은 혈기의 손을 움직여 구체를 향해 그를 밀어붙였다.


“잠깐. 잠깐! 잠깐!”

“내가 모신 두 스승이 전부 루블란과 척을 진 관계라···”

“안돼! 안돼! 안돼! 난 이렇게 죽으면 안···”

“안될 거 있나? 어차피 모든 일이 우연일 뿐인데. 그리고 어차피 너희들은···”


미소를 입에 머금은 론멕이 떨리는 손을 흔들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조연일 뿐인데 뭐. 잘 가.”

“안돼아아아아아악!!!”


그리고는 구체 속에 그를 집어넣었다. 정작 구체의 속은 텅 비어 있었고, 중갑을 입은 난쟁이는 구의 표면을 따라 점점 사라져 갔다.


후두둑 튀어 오르는 피에 인상을 쓴 론멕은 송가락을 튕겨 주술을 모두 해제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항구 도시의 길목에는 그녀와 피아를 제외한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흐이익!”


딱 한 명, 마지막까지 시체를 주워 담던 늙은 시체 청소부 하나가 수레의 앞에서 털썩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귀를 쫑긋거린 론멕이 기척이 느껴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지저성이 어디 있는지 아나?”


시체 청소부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론멕이 길목의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모두에게 전해라. 론멕 브레이브본 데이드림이 이곳에 왔다고.. 싸울 생각이 없는 자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 어서 이곳에서 도망치라고.”

“···”

“어서!”


노인은 시체가 가득 담긴 수레를 내팽개친 채 재차 뒤를 돌아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론멕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칠어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피로 물든 길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숨은 더욱 거칠어져만 갔고, 심장의 통증은 온 세상과 함께 점점 조여왔다.


털썩 쓰러져 무릎을 꿇은 론멕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그녀가 행한 모든 일을 경악하여 지켜보던 피아가 서서히 그녀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오지 마.”


그녀의 말마따나 피아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만 그녀는 잠시 주저했을 뿐이었다. 송곳을 크게 휘둘러 난쟁이의 피를 모조리 받아들인 뒤, 조심스럽게 론멕의 뒤에 선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피아가 론멕의 어깨에 손을 얹자, 론멕은 거세게 그것을 뿌리쳤다. 아픔이 아닌 충격만이 느껴지는 손을 어루만지며, 마치 실연이라도 한 듯이 시무룩해진 피아에게 론멕은 말했다.


“스승님의 스승님을 죽였고, 인커스 님의 팔을 자른 놈들이야. 이건 정당방위였어. 내가 정말 이런 걸 즐기기라도 할 것 같아?”

“모르지. 무슨 표정인지가 안 보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난 지금 웃고 있어. 난 늘 이래 왔어.”

“그것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지. 그야 넌 항상 거짓투성이잖아?그리고 설령 네가 웃고 있다 한들 그게 진짜 웃음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피아가 론멕의 곁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아니다. 사실 잘 알지. 넌 거짓말을 정말 못하는 거짓말쟁이니까.”

“그냥··· 날 내버려 둬. 네가 이러는 게 나를 괴물 취급하는 것밖엔 더 돼?”

“괴물 같은 짓을 저질러 놓고 자기를 괴물 취급하지 말라 하면 내가 뭘 어쩌면 좋을까?”


론멕은 대답 대신 피아를 살짝 밀쳤다. 그 세기만큼이나 살짝 엉덩방아를 찧은 피아의 곁에서 힘없이 미소지은 론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내버려 둬.”


그리고는 일어나 시체 청소부를 뒤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축 늘어진 그녀의 꼬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피아가 뒤늦게 그녀를 뒤따르며 다급히 말했다.


“난 그저 네가 옳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발 빠른 론멕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 그녀는 경보에 가깝게 움직여야만 했다. 피아는 기를 쓰고 그녀의 곁을 차지한 채 헉헉대며 말을 이었다.


“속임수 서신을 준비하고, 내 신분을 밝힌 게 어쩌면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난쟁이들이 우리와 동맹을 맺은 이유는 넬포님이 테플로 왕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이었으니까.”

“뭐야. 넌 그걸 알고 있었어?”

“아니. 그냥 추측일 뿐이야.”


난쟁이와 마법사의 출현에 겁을 먹은 항구 도시의 시민들은 여전히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그렇기에 텅 빈 도심의 길목을, 분주히 걷던 왕녀가 말했다.


“난쟁이들이 사람을 대하는 꼴을 봐. 절대로 남들과 동맹을 맺거나 할 만한 족속들이 아니란 말이야. 다만 저들은 우리에게, 그러니까 데블린 왕국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왔었지.”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인데?”

“내가 다섯 살 때인가 여섯 살 때인가···?”

“네가 죽기 전의 일이네.”


퉁명스러운 대답에 입을 삐죽 내민 피아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단장님이 넬포님을 처음 영입했었다던 때도 그때쯤이었지. 시기가 얼추 들어맞지 않아? 저들은 그래서 테플로와 ‘경쟁적 우호국’인 우리와 동맹을 맺은 거라고.”

“경쟁적 우호국은 무슨. 그냥 적국이잖아? 그게 아니라면 경비대장 케단은 왜 죽인 거람?”


계속되는 냉대에 있는대로 얼굴을 구긴 피아의 곁에서 론멕은 뭐가 문제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피아는 능글맞게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볼을 꼬집고는 말했다.


“아야! 아! 이게 무슨 짓이야?!”

“귀 접지 말고 잘 들어. 이 동맹 관계가 브레이브본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무시될 정도로 희미한 거라면 내 방법이 결국엔 틀렸을 수도 있다 이거지. 게다가···”


론멕은 이어지는 피아의 말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없을 것 같고.”

“···”

“왜 그런 표정이야? 넌 결국 복수를 하러 여기 온 거잖아? 네 고향을 불태운 드래곤에게, 그리고 그 제르니모란 자에게···”


덩달아 멈춰선 피아는 말을 흐렸다. 어느새 교외에 도착한 론멕과 피아는 산능성이를 따라 위태롭게 펼쳐진 돌길을 올려다보며 잠시 침묵했다.


“···결국 복수를 위해선 드래곤과 싸워야 하는 거니까.”

“그 전에 난쟁이들부터 싸그리 죽여버리고 싶은데.”

“봐. 넌 괴물이야.”


돌길을 오르기 시작한 피아가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이상하게 사랑스러운, 그런 괴물 말이지.”

“아니면 네가 미쳐 있다거나.”

“혹은 우리 둘 다 그렇거나. 너를 뜯어고칠 생각은 없으니 그런 생각 이젠 하지 마.”


그리고는 송곳을 휘둘러 오망성을 만들었다. 허공에 떠오른 그것은 머지않아 모여들어 섬뜩한 광채를 머금은 핏빛 눈알이 되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찾으려 이리저리 눈동자를 옮기다, 이내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눈동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송곳을 겨눈 피아가 말했다.


“아까 그 노인에게 심어둔 거야. 어디 한번 지저성을 찾아 들어가 볼까?”


론멕은 그녀를 스치며 힘없이 말했다.


“···고마워.”

“고맙긴?”


그리고, 피아는 다시금 론멕을 뒤따르며 그녀보다도 더욱 힘없이 말했다.


“계획이 있을 거라고 믿어.”




= = = = =




지저성의 입구는 마치 땅에서 솟아난 비석처럼 보였다. 거대한 나룻배를 세워둔 것만 같은 석조 입구는 넓적한 접시 위에 놓인 화톳불로 밝혀져 있었다.


수도에 걸맞는 화려한 양식, 그리고 수도의 입구와는 걸맞지 않은 조촐한 건축물은 풀과 잡초가 우거진 평원 위에 외롭게 서 있었다.


그로부터 꽤 거리가 먼 인적 없는 바닷가에서, 탈진에 가까워진 시체 청소부가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에게 무어라 호소하는 것을 천리안의 시야로 지켜보던 론멕의 머리칼은 바닷바람을 맞아 세차게 휘날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길쭉한 손가락을 치켜세운 위니가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지긋이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지저성 속으로 텔레포트한다. 두 번째. 드래곤은 어디 있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세 번째. 그렇게 찾아낸 드래곤을 죽인다.]

<···>

[이 정도면 완벽한 계획이지. 넌 그냥 내 지휘에 따라오면 돼. 간단하지?]

<제르니모는 분명 희망봉으로 자기를 찾아오라 했어요.>


그 말에 위니가 뻗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위치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니, 듣기로는 희망봉으로 향하는 길이 지저성과 연결돼 있다고 들었어. 용사 다리온의 모험에서는 뭐래디?]

<당신 말이랑 똑같아요. 난쟁이들의 도움을 받은 다리온이 지저성을 통해 희망봉에 발을 딛었다고. 뭐 그렇게 나와있기는 했는데···>


시체 청소부가 난쟁이 경비병의 앞에서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모습을 지켜보던 론멕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왠지 헛소리인 것 같아요.>

[뭐가? 지저성에 통로가 있다는 게?]

<아뇨. 난쟁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거요. 저토록 띠꺼운 놈들이 그를 도와줬을 리가 없어요.>

[음. 지당한 말씀.]


슬쩍 고개를 기울여 천리안의 시야를 공유한 위니가 말했다.


[그래도 뭐, 용에게 성째로 범해진 불쌍한 종족이니 우리가 이해해주자고. 저들이 저러는 건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야. 용의 침공에서도··· 마법 전쟁에서도···]

<쟤들이 황혼 전쟁과 무슨 연관이 있는데요?>

[빌어먹을 대마법 무구를 만들어 보급했지. 그렇게 저들은 제국의 일부로 인정받은 거야. 그 무기와 갑주들이 우리 마법사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를 생각해 보면···]


위니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아주 멸종을 시켜 버려도 모자랄 족속들이지.]


그리고 론멕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아주 재미있겠는데요?>

[멸종을··· 시켜 버려도··· 모자랄··· 족속들이지만··· 그렇다고 그럴 수는 없는 거지···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전쟁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주술의 오망성을 시험삼아 매듭짓던 피아를, 마치 도움을 갈구하는 시선으로 흘긋거린 위니가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말했다.


[잘 들어. 이 완벽한 계획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네 불안정한 정신상태라고. 넌 대체 어째 어째서 애가···]

<제 멘탈은 멀쩡해요.>

[아니야. 지금의 너는 하는 꼴이 모든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하는 폐인 같잖아. 아직 너도, 피아도 멀쩡히 살아 있는데 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위니는 잠시 말을 되뇌였다. 결핍으로부터 느껴지는 무언가의 이질감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고, 그것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던 그녀의 눈은 어느새 장난기를 잃어 있었다.


[모든 걸 잃었다는···]


재차 말을 되뇌이던 그녀는 순식간에 돌변해 론멕을 돌아보았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며 매서운 눈초리로 론멕을 내려다본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론멕.]

<···네.>

[네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숨기려 드는 거라면 지금 당장 그만 두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은데.]


그 말에 론멕의 꼬리가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꼬리를 살랑이며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가 대답했다.


<그건 오히려 제 쪽에서 하고 싶은 질문인거 알죠?>

[···]

<저를 잠재우고 언더우드 전하와 무슨 대화를 나누셨길래 자꾸만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건데요?>

[···말했잖아. 그건 그냥 부질없는 한탄에 불과했다고. 그 치는 널 잠재우고 피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던 것 같은데, 결국은 내가 동성애자 딸아이를 둔 아비의 넋두리를 다 들어줘야 했다니까?]

<아. 제기랄.>


진저리를 친 론멕이 안도함을 연기하며 말했다.


<숨기는 거 없어요. 그러니 이제 그 ‘간단한’계획이란 것좀 빨리 해 보죠?>

[아··· 그거 말이지···]


땅밑을 내려다보던 위니가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방금 간단하지가 않게 된 것 같은데.]

<그건 또 무슨···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엘프. 엘프. 엘프! 그 빌어먹을 단어 하나가 그렇게 입에 안 붙어?]


위니가 신경질적으로 땅속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미친 난쟁이 놈들이 성을 미스릴로 도배를 해 놨어. 50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는데, 저것들이 마나의 흐름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미스릴이요?>

[마나를 흡수하는 쇠붙이야. 너 그때 도플갱어가 만들어낸 그 계집애같이 생긴 남자애 혹시 기억해?]

<아하···>


론멕은 아직까지도 선명한 기억을 되짚었다. 어둠이 뭉쳐 만들어진 앳된 사내의 형상. 그것이 든 검은 분명 점멸 주문을 흡수했고, 페트렐이란 이름을 가진 옛 용사는 그것을 재활용하듯 자신의 것으로 사용했다.


위니의 말에 따르면 지저성이라는 거대한 땅밑의 성 자체가 그의 검과 같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했다. 그것이 불러오는 제약을, 이어지는 위니의 주문에 론멕은 머지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하트비트 디택션>. 제기랄!]


땅밑을 향한 생명 탐지의 시야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선명하게 보여야 할 생명체들의 붉은 기운은 마치 반죽이 된 것처럼 뭉뚱그려져 있었다.


론멕은 그런 시야에서 묘한 불쾌함을 느꼈다. 옛 일과 마찬가지로, 이는 마치 누군가가 마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운 난관을 의도적으로 배치해 둔 것만 같았다.


그 누군가가 가까이 있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짙은 불행의 향기가,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게 이글거리는 거짓의 시선이 루블란을


그리고, 론멕을 비추고 있었다. 분통을 터트리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위니의 조잘대는 말들을 깔끔히 무시한 론멕이 고통과 함께 두근거리는 가슴을 짓누르며 혈마법의 주술을 외웠다.


“구조만 파악하면 됐지 뭐. <열려라 공간의 문.>”

“뭐라고?”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 론멕의 말에 대답한 피아는 그녀가 차원문에 발을 딛는 모습을 보고는 경악하며 그녀를 뒤따랐다.


“아니 잠깐만. 그래서 계획은?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

“첫 번째, 지저성에 들어간다. 두 번째. 드래곤은 어디 있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세 번째. 그렇게 찾아낸 드래곤을 죽인다.”

“그게 무슨 바보 같은 계획이야?! 당장 안 멈춰?”

“나한테 따지지 마!”


론멕은 그렇게 순식간에 해안가에서 사라졌다.



땅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깔끔하고 건조한 공기, 사람에게는 조금 뜨겁게 느껴지는 열기. 조금 분주한 듯한 군중의 목소리와 아수라장의 전조와도 같은 긴박함.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무수히 많은 감각은 그녀가 또다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음을 의미했다. 이곳은 지저성이 틀림없었다.


“실제 상황이오! 왕께서 임페리움을 선포하셨소! 지금부터 성내의 모든 주민들은 통제에 따라··· 어라?”


등 뒤에서는 드워프 병사로 추정되는 누군가의 거친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론멕에게 중요한 감각은 따로 있었다.


허리춤에서 느껴지는 거친 진동. 거세진 혈기,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무언가의 모습.


“어··· 어어··· 어어어···!”


당황한 드워프 병사가 무기를 겨누며 뒷걸음질치는 사이에, 이마에 손을 붙인 채 차원문에서 뛰어나온 피아가 송곳으로 그를 잠재우는 데에는 조금의 시간도 걸리질 않았다.


그녀는 항상 이런 식으로 일을 꼬아버리는 론멕을 저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번 기회에야 말로 확실히 화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그녀가 론멕에게 입을 열었다.


“···”


입을 열었을 뿐,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녀를 등진 론멕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피아는 도저히 목소리를 내뱉을 수 없었다.


론멕은 지저성의 중앙 광장에 있었다. 돔의 형태로 조각된 동굴의 공동, 그 중심을 지나는 교차로의 한 귀퉁이에 서서 무언가를 올려다보던 론멕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눈물의 뜨거움을 두 볼로 만끽하고 있었다. 지저성의 입구와 마찬가지로, 투박하지만 동시에 말끔한 석재 비석에는 잘려나간 누군가의 팔이 걸려 있었다.


(인커스 노이스)


넬포의 화려한 현상 수배 포스터와는 다르게, 그것에는 그 어떤 부연 설명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길을 따라 연이어 펼쳐진 비석 위에 걸린 썩어빠진 인골들을 보아하니 이들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리라.


론멕은 화톳불이 놓인 인골의 비석의 틈새에서 마치 기도를 하듯 두 손을 맞잡았다. 수 많은 인골들 중에서 오직 하나를 위한, 그것도 팔 한짝만이 남은 뼈대를 위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최선을 다 했어요.”

“브레이브본이다!!! 브레이브본이 나타났다!!!”


아비규환은 시작되고야 말았다. 도망치는 자들과 모여드는 자들이 어깨를 부딫히며 쇠붙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다만 론멕에게는 이 소란이 그저 한없이 조용한 고요함으로만 여겨졌을 뿐이었다. 양쪽 귀 하나씩을 맡은 피아와 위니의 고함조차 이 순간에는 들려오질 않았다.


개미떼처럼 우글거리는 드워프 병사들의 한 가운데에서, 그녀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정말이에요. 나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방진! 방진을 흐트러트리지 말라!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말라!”

“당신이 만든 무기를 들고, 동료들과 신나는 모험을 떠나며, 나는 나 나름대로의 낭만을 지켜냈다고 생각해 왔어요.”


론멕은 어린아이처럼 울상을 지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말이죠, 이런 생각도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어요.”

“적은 마법사다! 몸이 날래고, 알려지지 않은 피의 주술을 다룬다!”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다만···”


방진은 거대한 십자가와 같은 교차로를 따라 서서히 좁혀들었다. 그 속에서, 론멕은 힘없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일단 전쟁통에 있으면, 살아남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게 아니겠어요?”

“단검! 저 단검이다! 블랙미스릴이다!!!”

“마찬가지에요. 저는 불행을 겪으며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마주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제게는 아직···”

“공격하라!!!”

“아직··· 해야만 할··· 마지막 거짓말이 하나가 남아 있어요···”

[이 빌어쳐먹을 년아 움직이라고!!!]


위니의 고함을 끝으로, 고해성사를 마친 론멕은 참값을 꺼내들고는 빙글 몸을 돌리며 일어나 주술을 외웠다.


“···<블링크 스트라이크>!!!”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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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9 21.08.04 161 12 16쪽
223 대도 애옹론멕 브레이브본 +11 21.08.02 126 15 24쪽
222 도적들의 항구 +3 21.07.27 133 8 23쪽
221 뿌리내린 예언 +6 21.07.23 139 10 24쪽
220 최악의 상견례 +3 21.07.19 167 11 24쪽
219 예언자 왕과 고대의 존재 +4 21.07.15 183 10 21쪽
218 불편한 조우 +6 21.07.13 137 9 13쪽
217 녹아내린 시간 +5 21.07.08 160 14 18쪽
216 피아의 일기 +5 21.07.06 177 8 23쪽
215 그리고, 길잡이 +8 21.07.04 154 9 20쪽
214 그리고 꿈 +2 21.07.01 163 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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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마법사의 기억 +3 21.06.23 166 9 17쪽
211 도시의 기억 +2 21.06.20 185 9 22쪽
210 엑시온 더 드래곤 +7 21.06.17 187 10 35쪽
209 어머니는 밟혔다 +3 21.06.14 166 10 20쪽
208 의미의 붕괴 +6 21.06.11 213 1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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