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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븅븅이 님의 서재입니다.

흑마법사는 금기를 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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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븅이
작품등록일 :
2023.05.10 20:55
최근연재일 :
2023.06.14 21: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459
추천수 :
3
글자수 :
179,829

작성
23.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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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9화.

DUMMY

#39.


루이의 양옆엔 라데스와 타너스가 횃불을 들고 서 있다.


활활활활.


세 명은 모두 한곳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방금까지 그들이 열심히 일구었던 마초 밭이었다.

아직 따지 못한 마초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이미 수확된 이파리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루이는 지금 이 모든 것들을 불태울 작정이다.


‘이제는 정말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군. 슬프구나···.’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으나, 크라센이 자리를 비운 지금이 이곳을 모두 없애버릴 적기였다.

루이는 어설프게 이곳을 지키려다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앞으로 또 다른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니···.’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이번 계획은 철저한 실패다.

그리고 지금이 그 실패의 고리를 깔끔하게 잘라낼 마지막 기회였다.


“던져라!”


휙!


화르르르륵!


다행히 오늘의 날씨는 흐리긴 했으나 비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곳을 없애버리는 데 더 많은 수고를 들였어야 했을 것이다.


성을 쌓아가는 것은 고되고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이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다.

그만큼 눈앞의 불꽃은 모든 것들을 쉽게 잡아먹고 있었다.

수북했던 마초잎들이 재로 변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선 바닥에 뿌리를 내렸던 씨앗까지 모조리 불타올라야 했다.

세 명은 정신없이 곡괭이 질을 하며 모든 것에 불이 붙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곧 주위의 땅은 숨을 거둔 듯 검게 변했다.


“휴···. 이 정도면 되었다. 어서 가자!”


틀림없이 크라센은 이곳으로 되돌아올 것이며 검게 변한 땅을 바라보며 분노를 일으킬 것이다.

굳이 그 장면을 면전에서 볼 필요는 없었다.


그때는 정말로 목숨을 걸고 한 판 붙어야 할 테니 말이다.


‘네 뜻대로 이것들을 넘겨줄 수는 없다. 이것은 작지만 소심한 나의 복수다. 실컷 분노하거라. 크크크크.’


루이는 라데스와 타너스를 데리고 급히 하산했다.

라데스가 곡괭이를 들고 따라오자, 더 이상 그 물건은 필요가 없다고 설명해야만 했다.


***


“두봉, 제리.”


그곳을 내려온 루이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술집 ‘봉봉’이었다.

크라센의 눈 밖에 난 이상 그곳에서 한가롭게 머물 수 없었다.

분명히 루이를 찾기 위해 모든 병력을 풀어 사티누를 쥐잡듯이 뒤질 게 뻔했다.


“루이님 오셨습니까! 오늘 술은 맛이 좀 별로인데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앉아서 한잔···.”


“죄송합니다. 길게는 말씀을 나눌 수가 없겠군요. 저는 당분간 이곳을 떠나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밀대를 밀고 있던 제리는 떠난다는 루이의 말에 난색이 드리워졌다.


“떠난다니요? 지금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반드시 돌아올 것이니 그때까지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 그런, 아쉽습니다.”


루이는 신발 끈을 고쳐매며 그들에게 마지막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아마도 기사들이 저를 찾을 것입니다. 그때는 절대로 저를 모른다고 하십시오. 좋은 이유로 찾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시겠습니까?”


“네, 그리하겠습니다.”


두봉과 제리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비장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는 사티누를 떠나기 전에 이들에게만은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이 가졌던 슬픔과 비애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공감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 또한 루이에게 은혜를 입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호혜적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떠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루이는 사티누의 경계를 벗어나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구체적인 목적지 없이 그곳을 떠났던지라 일단은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목표였다.


허겁지겁 달려가던 루이는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환생하기 이전의 자신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실루엣처럼 떠올랐다.

비록 지금의 자신은 젊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을 잃었다.

기사와의 마찰을 피하고자 이렇게나 도망가는 게 가당키나 했냐는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오고 그때마다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제길···. 기분이 상당히 더럽구만.’


그래도 바삐 움직이는 걸음을 늦출 순 없었다.


그렇게 발길이 닿는 대로 반나절을 달리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배가 고프구나···.’


신경을 과도하게 썼던 탓인지 급속하게 허기짐이 몰려왔다.

하지만 주변엔 먹을 것도, 흡수할 것도 없었다.

간간이 나타나는 고목과 죽어가는 낙엽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마음에도 허기짐이 찾아왔다.


후에 루이는 그날의 일을 소문으로 듣게 되었다.

그리고 라데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 사티누를 침범한 마법사들은 흡사 광란에 빠져있었다고 전해졌다.

그 말인즉슨, 진한 농도의 마액주를 마셨다는 의미였다.

그 마액주를 만든 것이 누구인가?

바로 라데스였다.

뜻하지 않게 더 많은 양의 마액이 들어갔던 게 틀림없었다.


그들을 막고자 크라센이 돌아서지 않았더라면 루이는 마초 밭을 불태울 시간을 벌 수 없었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일이 꼬였지만, 뜻하지 않게 일이 쉽게 풀렸다.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으니 결국은 원점.

좋게 생각하면 새로운 시작점에 선 것이다.


어쨌거나 그날 밤 루이는 황량한 벌판에서 쓸쓸하게 잠을 청해야 했다.

굶주린 짐승들이 근처에 얼씬거릴 법도 했지만, 라데스와 타너스 덕분에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마시다가 두고 온 삼십 년산 마력주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


<공고문>

[마법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여. 꿈을 쟁취하십시오!

마침내 이곳 이스로마에 두 번째 마법 학관이 설립됩니다!

이곳에서는 마법에 소질이 있는 자들을 선별하고 최고의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또한 정상적으로 교육을 수료한 모든 사람은 마법사 연합에 등록될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부와 명성은 자연스럽게 여러분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순간이며, 포기를 포기했을 때 성공은 이미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지금 도전하세요! 그리고 쟁취하세요!

왕국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왕국 북동부의 대도시 이스로마에서는 예로부터 북쪽 철왕국과의 마찰이 자주 일었다.

유라노 왕국이 발리체 왕국을 무력 통일한 이후로는 그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긴 했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여전히 과거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마법 학관이 이곳에 지어진다는 소문은 상당히 반길만한 것이었다.


마법 학관이 어떤 곳인가.

천재들이 모여 천재들을 길러내는 왕국을 상징하는 시설이었다.

그런 시설이 이곳에 들어선다는 것은 곧 그들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새롭게 마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문 앞엔 항상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정식 모집 일자는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주변 숙소는 모두 만원이었다.

오죽했으면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겠는가.

인근 지역에서 마법 학관에 등록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게 다 뭐란 말인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루이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렇게나 많은 인파는 그로서도 상당히 낯선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왕국의 대규모 축제를 연상케 했다.


공고문에서 알 수 있다시피, 마법사 연합은 일리나에 있는 기존의 학관 외에 이곳에 새로운 학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통일 이후 더 많은 영토에 더 많은 인구가 유라노 왕국으로 편입되었다.

따라서 많은 인재가 배출되기 시작했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 추가로 필요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결국 힘은 인재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마법사 연합 내에서 제기된 하나의 문제점이 이 학관 설립에 시발점이 되었다.

그것은 흑마법사들의 태동이었다.

분명 이들은 과거 장성한 흑마법사들을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선천적으로 흑마력에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연합 내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 그냥 두어도 무방할 것이라는 의견, 이들을 모두 포섭하여 자신들의 수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사람들의 탐욕은 끝이 없었던 모양인지 어린 흑마법사들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백마법사들은 마지막 의견에 중론이 형성되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두 번째 마법 학관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마법사를 받아들여 교육시킬 생각이었다.


다만, 흑마력의 경우 변변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나마 이들이 믿고 있었던 것은 사티누에서 확보한 흑마법 교본이었다.

이것은 대부분 흑마법 학관에서 보유하던 책이었으며, 그중 다수는 루이가 저술한 책들이었다.


그들은 흑마법 학관의 터를 없애버리면서 쓸만한 물건들은 모두 가져가 버렸는데, 흑마법의 지식이 담긴 서적이 그중 하나였다.


루이는 이러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스로마를 지나던 루이는 공고문 앞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같은 내용의 소문을 반복적으로 유포하고 있었으며, 그 내용은 앞서 말한 마법 학관 탄생에 관한 비화였다.


‘정말로 그렇다면 내가 못 해볼 것도 없지.’


루이는 이스로마의 길거리에 천막을 쳤다.

그리고 그날부터 마법 학관 입학을 위한 노숙에 들어갔다.


‘과거 흑마법 학관 관주였던 사람에게 흑마법을 가르친다라···.’


루이는 그 상황이 상당히 우스웠다.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로 딱히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이번 계기가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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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23.06.02 23 0 11쪽
26 26화. 23.06.01 24 0 10쪽
25 25화. 23.05.31 20 0 10쪽
24 24화. 23.05.30 22 0 10쪽
23 23화. 23.05.29 18 0 10쪽
22 22화. 23.05.28 24 0 10쪽
21 21화. 23.05.27 26 0 10쪽
20 20화. 23.05.26 21 0 10쪽
19 19화. 23.05.25 26 0 10쪽
18 18화. 23.05.24 28 0 11쪽
17 17화. 23.05.23 31 0 10쪽
16 16화. 23.05.22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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