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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븅븅이 님의 서재입니다.

흑마법사는 금기를 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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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븅이
작품등록일 :
2023.05.10 20:55
최근연재일 :
2023.06.14 21: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455
추천수 :
3
글자수 :
179,829

작성
23.06.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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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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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3화.

DUMMY

#33.


“크학!”


이제 제리와 두봉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검을 마구마구 휘둘렀다.

실패는 곧 죽음을 뜻하니.


캉!


캉캉!


질서 없이 휘두르는 그들의 검은 더 이상 타너와 토리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푸욱!


“끄악!”


타너의 검이 제리의 허벅지를 찔렀다.


“여기가 비어있잖아. 공격을 할 때 자신의 자세부터 돌아봐야지. 가장 처음 배웠을 텐데?”


제리는 피를 분수처럼 뿜어대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캉! 캉캉!


푸욱!


“끄악!”


이번엔 반대편 다리가 당했다.


“자세가 무너졌으면 공격은 신중히! 기본이 부족하구만. 어디 가서 기사 연합 출신이라고 말하지 마라. 부끄러우니까.”


두 다리를 당한 제리는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벅찼다.

게다가 이제는 마력 증폭제의 후유증까지 슬슬 몰려오고 있었다.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옆으로 돌아보니 바닥에 쓰러진 두봉이 눈에 들어왔다.

두봉은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쳇! 덩치 큰 놈이 힘만 믿고 까불다니.”


토리는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옆으로 뿌리며 두봉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세상 위에 군림한 오만한 왕의 모습이었다.


루이는 당장 이들에게 관여하지 않았다.

나름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고 이 정도의 일을 벌였다면 필시 제리와 두봉은 엄청난 원한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것을 제 손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결과일 터.

즉, 루이는 결자해지의 순간을 기다려 준 것이었다.

만약 그게 안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한계까지 부딪쳐보아야 한다.

그래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을 테니 말이다.


타너와 토리는 쓰러진 두봉과 제리를 향해 자신들의 더러운 감정들을 배설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는 그들 사이로 걸어와 쓰러진 제리와 두봉을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끄으으···”


“죄송합니다. 괜한 질문을 했군요. 당연히 괜찮지 않으시겠지요.”


타너의 입이 일그러졌다.

태평하게 그들 사이로 걸어와 쓰러진 자들의 안부를 묻는 루이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너 뭐하냐? 너도 똑같이 되고 싶은 것이냐?”


“조장님. 이 새끼도 미친 것 같습니다?”


루이는 그들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봉과 제리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애쓰셨습니다···.”


“끄으으···. 분하다···.”


제리와 두봉의 두 눈엔 피눈물이 맺혔다.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 기사 두 명을 제가 먹어···, 아니. 아니지. 제가 처리해도 괜찮겠습니까?”


루이의 그 말은 쓰러진 제리와 두봉마저도 당황하게 만들었다.


“끄으···?”


“토리. 저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루이는 제리와 두봉이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는지 다시 물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당신들이 처리하려고 했던 저 쓰레기 두 놈을 제가 대신 처리해도 되냐고 여쭙는 것입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원래 저들은 여러분들의 먹잇감이었잖습니까.”


제리와 두봉은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끄아아아···. 부탁드···. 부탁드립니다아···. 끄아아아···.”


루이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만 들어도 눈물이 흘렀다.

서러운 감정이 가슴속에서 폭발했다.


피를 흘리고 침대에 누워있던 아내 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갑게 식은 주검으로 나타난 딸 리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에 뜨거운 피를 적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불쌍한 내 가족들.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내 가족들···.


누구라도 그들의 복수를 대신해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생을, 아니 죽어서까지 지옥에 맴돈다고 하더라도 저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


“감사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허락을 받은 걸로 알겠습니다.”


타너는 여유롭게 웃으며 자신의 검을 머리 위로 힘껏 들었다.


“또라이 새끼들···. 크크크. 자! 촌극은 여기까지다. 모두 잘 가거라!”


휘익!


타너의 검은 아주 빠르게 공기를 가르며 루이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타너와 토리조차 눈치채지 못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들 발밑에 드러난 커다란 마법진이었다.

동시에 현자의 팔찌는 칠흑처럼 어두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루이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세상을 일깨워라. 발더스.”


쿠웅························.


루이의 말을 끝으로 이 세상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타너의 검은 아니었다.

천장에 매달린 촛등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에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힘, 중력이었다.


타너와 토리의 머리 위로 자그마한 검은 점이 솟아올랐다.

세상을 관장하는 그 자그마한 구슬은 세상의 법칙을 일그러트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것은 루이가 가장 아끼는 오대 악마 중 하나. 최상위종 발더스.

누구도 볼 수 없고 누구도 만질 수 없으며 누구도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악마.

오직 그것의 존재는 고개 숙여 경배해야만 마주할 수 있는 경이로움 그 자체.


왕국이 있기 전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이 있기 전에 동물이 있었으며, 동물이 있기 전에 대륙이 있었고, 대륙이 있기 전에 이 세상이 있었다.

세상의 태동과 함께 눈을 뜬 발더스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그 필연적인 힘을 유감없이 뿜어냈다.


태양이 만들어낸 빛.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뜨거움.

겨울이 만들어낸 바람.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차가움.

천재지변이 만들어낸 폭우와 번개.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섬뜩함.

이 세상 그 무엇하나 발더스의 손에서 벗어날 순 없다.

설령 그것이 생명을 가지지 않은 하나의 원소라고 할지라도.


‘발더스. 고맙다. 지금은 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니 아주 잠시만 힘을 빌리자.’


쿠우우웅···.


루이는 죽음의 곡을 연주하듯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세상의 법칙이 루이의 장단에 맞춰 변화해나갔다.

그의 손짓 하나의 공간이 일그러졌다가, 그의 손짓 하나에 공간이 찢어졌다.

마치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손이 되어 루이는 입맛대로 주변을 창조해나가기 시작했다.


“끄악!”


단지 손가락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 위엔 천만 근의 추가 매달렸다.


아직은 아니다.

곧바로 죽여서는 안 된다.

지그시, 아주 지그시 눌렀다.

바닥에 쓰러진 모기를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듯, 그들의 두개골을 지그시 눌렀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뇌와 내장 기관이 터져나가기 시작한다.

눈에서, 입에서, 귀에서, 코에서 공기와 맞닿은 모든 기관이 피를 뿜기 시작했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이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복장과 검을 장식하던 명예로운 장식은 모두 피로 얼룩졌다.


“푸학!”


“끄악! 제! 제바알···”


악마에게 절대로 바래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유 없는 자비.

상대는 이 세상에 눈을 떠 자신을 알리기로 한 거룩한 최상위종.

그들을 상대로 어쭙잖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모독하는 일이다.

신성 모독보다 더 한 것이 악마 모독이다.

그것은 오히려 그들의 화만 돋울 뿐이고 죗값을 늘려나갈 뿐이다.


쿠웅·········.


“푸확!”


한 차례 더 피가 뿜어져 나온다.


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나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나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정말로, 살 수 있을 것이라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누군가가 내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으로 내리꽂는다.

저항해 보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4성을 이룬 마력 기사이기 때문이다.

발뒤꿈치부터 종아리, 허벅지, 허리, 척추, 목, 머리에 이르기까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마디마디의 뼈와 근육을 이용하여 일어서려고 노력했다.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어린 아기와 같이 온전히 두 다리를 딛고 기립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삐긋!


척추뼈 어딘가가 어긋난 것 같았다.

그래도 쓰러질 수 없다.

나는 누가 뭐래···.


삐긋!


나의 상체를 튼튼히 바치고 있던 허리뼈가 아작났다.


쿠웅!


내 두개골을 누군가가 강하게 내리찧는다.

그 충격은 척추를 타고 나의 모든 신경에 전달되었고 온몸에 마비가 일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내 피부를 타고 흘러내린다.

이것은 설마···, 피?


눈앞이 흐릿하다.

무언가가 내 시야를 왜곡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서 있는 것인지, 서 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쓰러진 것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세상을 짓누르는 이 거대한 힘은 나의 몸뿐만 아니라 내 시선까지 내리눌렀다.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죽는 것인가?

이렇게 쉽게?

이렇게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마력 기사인 내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 대체 누구인가?

제리? 두봉? 대체 어떤 녀석이란 말인가?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시각은 모두 잃은 채였고 누군가의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정신···.”


“정신차려 타···.”


“정신차려 타너! 네 거시···.”


“정신차려 타너! 네 거시기에 꼬챙이를 꽂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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