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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븅븅이 님의 서재입니다.

흑마법사는 금기를 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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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븅이
작품등록일 :
2023.05.10 20:55
최근연재일 :
2023.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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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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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829

작성
23.05.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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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2화.

DUMMY

#22.


“정말 이번 거래를 끝으로 떠나는 것인가?”


발렌트는 벨루토와의 계약을 성사시키러 가는 길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전투에서의 일등 공신은 루이였다.

그 때문에 루이에게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제대로 된 포상조차 내리지 못했다.

자신의 친우였던 대마법사 루이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나누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넉넉했다면 로렌을 옆에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려 했다.

로렌이 그를 만나 조금 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루이가 떠난다고 하자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항상 인재를 잃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 같아선 영주님 곁에서 많은 일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른 시간에 떠나감을 용서해주십시오.”


루이 또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친우였던 발렌트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거래가 잘 진행된다면 세르찬 지역에 걱정거리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딱히 자신이 없더라도 영지는 그럭저럭 잘 유지될 터였다.

그 모진 풍파에도 잘 견뎌왔던 이들이었기에 이 이상의 호의는 이들을 무시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발레트는 대견하다는 듯 루이를 바라봤다.


“참 재밌기도 하지···. 자네는 스승을 전혀 닮지 않았네 그려. 어찌 그리 말을 곱게도 잘할까···. 로렌과 나이 차이도 별로 없는데 아주 성숙한 성인이 다 됐구만···. 로렌이 자네 반이라도 닮았으면 좋으련만.”


‘이런···. 자네, 섭섭해지려고 하네.

나는 항상 이렇게 진중한 사람이었네.

그리고 로렌의 성격이 왜 저런지는 한번 잘 생각해보게.

힘들지만 답은 나올 걸세. 나는 알 것 같으니.’


루이는 천천히 걸어가는 말에 몸을 맡기며 허공을 응시했다.

구름은 많았지만 맑은 날이다.

세르찬은 예전부터 이랬다.

일 년 중 많은 날이 이렇게 맑았다.

그러니 밤하늘엔 그렇게 별도 많았을 테고.


다만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차갑게 만들었기에 옷을 제때 추슬러야 했다.

이럴 땐 아무런 옷을 걸치지 않는 말들이 편해 보였다.


가장 앞장서서 가고 있던 근위대장 주안이 뒤를 돌아보며 병력들에게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대열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소지한 무기들을 잘 챙겨라! 첫인상이 곧 전투력이다!”


과연. 전투 심리를 잘 아는 자다.

고수들은 상대방의 첫인상만으로 대략적인 능력을 가늠한다.

마법사 혹은 마력 기사의 경우에는 마력의 농도나 기세로 판단하지만, 이들같이 평범한 병력들의 경우에는 단합된 정도와 제대로 된 장비가 그것을 나타낸다.


만약 첫인상으로 상대가 하수라는 확신이 든다면 없던 공격성도 되려 생겨난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로서는 강해 보이는 인상을 적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항상 평화를 만들어내는 핵심은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주도적인 상황에서 거래하는 게 아니냐. 오히려 저들이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여유를 가져라. 그리고 어깨를 쫙 펴라.”


발렌트는 긴장한 병력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미 닭이 병아리를 돌보는 듯한 눈빛이다.


발렌트는 한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자였다.

그는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으며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예전부터 이것이 발렌트의 장점이었다.

어느 전장에서나 그는 여유를 가졌고 낙관적으로 사고했다.

그러니 당황함에서 비롯되는 실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곧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다.


저 멀리 벨루토 후작을 상징하는 깃발이 보인다.

바람 한 줄기 없는 날씨였지만 깃발은 제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깃발의 틀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고정해 놓은 것 같았다.


발렌트는 그 깃발을 처음 접했다.


“저 깃발···. 꽤 화려하게 만들어 놓았구만. 능력에 비해 너무 모양만 번지르르하군. 붉은 바탕에 용의 문양이라···. 루이, 자네 생각은 어떤가?”


루이도 멀리 보이는 깃발을 바라봤다.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그 무늬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글쎄요. 원래 실속이 없는 자일수록 겉에 치중하는 법이죠. 벨루토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해소하려는 심리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될 듯합니다.”


발렌트는 루이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참에 우리 깃발도 용무늬로 바꿀까? 아니면 호랑이?”


루이는 헛웃음을 삼켰다.


“저는 해골 모양을 추천해 드립니다.”


발렌트는 고개를 돌렸다.


“됐네. 그냥 가지.”


“···.”


깃발이 걸려 있다는 것은 벨루토가 이미 그곳에 도착하여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 약속한 때가 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비교적 이른 시각에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앞장서서 가던 주안은 팔을 높게 들었다.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주안에게만 들렸던 그 소리가 뒤의 일행에게도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언뜻 괴성으로 들리는 것 같다가도 비명 같기도 했다.


“크악!”


“저···, 저리 가 귀신!”


분명하다.

저쪽 진영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것이다.


“영주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안의 말에 발렌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멈추어 세웠다.

동시에 루이는 정면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흑마력을 눈치챘다.


‘이 정도의 흑마력이면···, 최소한 6위계 이상의 실력자다. 대체 저곳에 누가 있다는 말인가? 십 년 전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은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들이 고민하는 와중에 벨루토 진영의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고 있었다.


“사··· 살려줘! 제발!”


“괴···물! 아··· 아니! 귀신!”


루이는 말을 몰아 발렌트 곁으로 급하게 다가갔다.


“영주님, 아무래도 전방에 흑마법사가 있는 모양입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닙니다. 우선, 제가 저곳으로 가 상황을 살피겠습니다. 영주님은 병력을 물려 상황을 지켜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무리네.”


“혼자가 아닙니다.”


루이의 뒤엔 이미 라데스가 어느샌가 따라붙어 있었다.

이 둘은 보이지 않는 마력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루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곁으로 부를 수 있었다.


흐왕. 흐왕.


“자네와 덩치 큰 호위병···, 그래봤자 둘 아닌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가보세. 만약 적이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처리하는 게 우리에게도 유리할 것이네. 어설프게 자네를 잃는 게 영지로서는 더 큰 실책이 될걸세.”


발렌트의 눈은 단호했다.


하지만 영주 뒤를 따르는 병력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병력이었다.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자는 발렌트와 로렌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열 명 남짓.

흑마법에 대항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수가 많다고 하여도 제대로 된 도움이 될 리 없었다.


“영주님. 상대가 흑마법사라면 병력들은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것입니다. 외람되지만 이곳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루이는 발렌트의 뒤를 조용히 따르던 두첸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자네는 잘 알지 않나. 어서 영주를 모시고 물러서게.’


두첸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루이가 자신에게 보내는 무언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지금 그의 직책은 로렌을 따르는 집사였지만 그 이전엔 발렌트의 두뇌를 대신하던 지략가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본인의 청으로 한직으로 물러났지만, 그는 간접적으로 여전히 영주를 곁에서 돕고 있었다.


루이는 그런 두첸의 능력을 진작에 잘 알고 있었다.

전장에서 그와 함께 여러 번 일을 한 경험도 있었거니와 가신들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할 때 그의 의도를 미리 짐작한 유일한 사람도 그였다.


두첸은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발렌트에게 다가갔다.


“영주님. 상황이 이럴 진데 영지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선 본진을 지키시는 게 영지를 위한 일 아니겠습니까. 루이 군은 이런 곳에서 잘못될 위인이 아닙니다.”


두첸은 발렌트에게 고하며 루이를 향해 슬쩍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잘했네.’


루이에 이어 두첸까지 한목소리로 나오자 발렌트의 성격상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발렌트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의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고개는 루이를 향해 있었다.


“루이. 두 가지를 약속하게.”


“하명하십시오.”


“첫째, 무리하지 않는다. 둘째 반드시 복귀한다.”


“영주 님의 명. 받들겠습니다.”


“어길 시엔 용서하지 않겠네.”


루이는 앉은 자리에서 최대한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밝게 웃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네는 좋은 사람이야.’


그 말을 끝으로 발렌트는 영지로 다시 복귀하기 시작했다.

로렌이 상기된 얼굴로 돌아서는 발렌트에게 뭐라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발렌트의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자신도 루이와 함께 가겠다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모양이다.


로렌은 보석으로 따지면 아주 아름다운 원석과도 같은 존재.

그의 재능은 아주 우수하였지만, 경험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로렌 또한 뒤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6위계에 다가선 흑마법사는 그런 존재다.


“가자. 라데스.”


흐왕.


루이는 라데스를 이끌고 단신으로 벨루토의 깃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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